소설방/유혹

(176)내가 누구인지 알아맞혀 봐-8

오늘의 쉼터 2015. 3. 29. 23:21

(176)내가 누구인지 알아맞혀 봐-8

 

 

 

 

 

지완이 인규와 이혼을 고려 중이라니.

 

그런 문제를 지완은 유미에게 털어놓은 적이 없다.

 

여자끼리의 자존심 때문일까. 지완은 자신이 ‘명품가족’의 여주인으로서

 

자부심이 대단했었으니까.

 

오로지 이혼녀 유미에 대한 우월감이란 게 행복한 결혼생활을 한다는 것 하나였으니.

 

그나저나 아직 인규에게는 통고를 하지 않았나 보다. 불쌍한 인규.

“근데 쌤. 지완씨 이혼하고 저를 물면 어떡하죠?”

“왜 걱정 돼? 그만하면 예쁘고 돈도 있고….”

“아, 왜 이러세요. 됐거든요. 그래봤자 애 둘 딸린 평범한 아줌마… 저도 입맛 까다롭거든요.”

“지완네 친정집 꽤 괜찮은 집안인데….”

“배경 관심 없어요. 결혼할 여자는 질리지 않아야 해요.

 

평생 먹을 밥인데 질리면 안 되죠. 일단 내 입맛에 딱 맞는 여자여야 해요.”

“왜 지완이 질려?”

“아이, 왜 이러세요. 노 코멘트! 친구끼리 비교하는 것도 그렇고….”

“이혼해봤자 별 볼일 없다고 잘 다독거려줘. 용준씨가 있으니까 괜히 더 바람이 들어간 거 아냐?”

“글쎄요… 저야 결별선언을 할 타이밍만 보고 있는데 쉽지 않네요.

 

요즘엔 어찌나 신경이 예민해져 있는지 의심도 많고. 무슨 의부증 있는 마누라 같다니까요.”

“알아서 해.”

용준이 차에서 내리자 유미는 차를 출발시켰다.

 

퇴근을 했으나 막상 집에는 들어가기가 싫었다.

 

바에 들어가 술을 한잔 할까도 생각했지만, 너무 이른 시각이었다.

 

전에는 바나 나이트에 혼자 가서 즐기다 보면 남자들이 꼬여 맘에 들면 원나잇스탠드도 했으나

 

이젠 그런 것도 시시했다.

 

대신에 인사동으로 차를 돌려 화랑가를 둘러보기로 했다.

 

인사동길은 여전히 복잡했다.

 

다소 늦은 시각이라 화랑들도 문을 닫은 곳이 많았다.

 

마침 대학동창이 하는 화랑에 불이 환히 밝혀져 있었다.

“어머, 이게 누구야? 오랜만이다.”

화랑 여주인이 반갑게 아는 체를 했다.

 

그녀는 유미의 대학동창으로 과 대표를 맡았던 우승주였다.

“그러게. 잘 되니?”

“잘 되긴. 요즘 미술시장 바닥이잖니. 넌 여전하다 얘. 윤조미술관 재개관 소식 들었어.”

“그래. 그때 초청장 보낼게.”

“넌 정말 잘 할 거야. 옛날부터 너 유명했잖아. 요즘도 그렇게 잘 세우니?”

승주는 뭐가 생각났는지 까르르 웃었다.

 

실기시간의 모델 발기 사건을 떠올리는 것 같았다.

“내가 그때 과대 맡았을 때 50만원 걷어줬잖아.”

“어유, 얘는!”

유미도 따라서 웃으며 물었다.

“승주야, 그때 그 발기인들은 다 어떻게 사니?”

두 여자가 동창들의 근황과 그때 얘기를 하며 깔깔대고 웃고 있는 동안

 

화랑 안에 한 남자가 들어와 그녀들을 힐끔거렸다.

 

그러더니 멋쩍게 다가와 말을 걸었다.

“어느 분이 주인이시죠? 저 그림 가격이 얼마나 됩니까?”

그러자 승주가 발딱 일어났다.

 

남자가 유미에게 미안하다는 듯 목례를 했다.

 

3초간 일별한 느낌으로는 꽤 괜찮은 인상이었다.

 

그러나 그림 소장에 관심있는 컬렉터로는 왠지 어울리는 느낌은 아니었다.

“얘, 고객인가 보다. 잠깐 그림 좀 둘러보고 있어. 나 얘기 좀 하고 올게.”

“그래, 알았어. 참 괜찮으면 저녁 같이 먹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