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4)내가 누구인지 알아맞혀 봐-6
“이거 받아. 얼마 안 돼. 구두나 하나 사 신어.”
용준이 펄쩍 뛰었다.
“아 왜 이러세요? 이러면 순수한 저를 목욕시키는 거예요. 저 화내요.”
“그냥 누나가 주는 용돈 정도라 생각해.”
“그건 아니라고 생각하는데요.
우리 관계를 돈으로 묶는 거 싫어요.
정 그러실 거면 그 돈으로 함께 술이나 마셔요.”
“그럴래?”
“제가 얘기했죠? 쌤한테 원하는 건 돈이 아니라고요.
세상에 여자는 두 종류가 있어요.
돈을 받고 싶은 여자와 사랑을 받고 싶은 여자. 쌤은 후자라고요.”
“돈이나 사랑, 뭐든 공짜는 아니네.”
유미가 봉투를 도로 집어넣으려 할 때 알바생인 진수진이 노크하며 사무실을 들어왔다.
“저어, 손님이 오셨어요. 본사에서….”
“본사에서?”
용준을 내 보내고 유미는 손님을 맞았다.
키가 훤칠한 중년의 사내가 들어왔다.
명함을 내밀며 자신은 윤 회장의 최측근이며 기획실장과 비서실장의 일을
함께 맡고 있는 한준수라고 소개를 했다.
“따로 한 번 뵐까 생각도 했습니다만, 그게 오히려 번거롭고 부자연스러울 거 같아서요.”
“무슨 일이신데요?”
유미는 짐작이 갔으나 예의 바르게 물었다.
“회장님의 뜻을 전하는 건데 그게 간단명백한 거라서요.”
“간단명백? 아주 일방적이시군요.”
“꼭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말씀해 보시죠.”
한준수는 사무실을 한 번 둘러보더니 뜸을 들였다.
“재개관까지 한 달 정도 남았나요?”
“네….”
“특별히 하시고 싶은 일이 있으십니까?”
“무슨 말씀인지….”
“그럼, 회장님의 뜻을 전하겠습니다.
일단 회장님은 오유미씨가 윤동진 이사 곁에 계시는 걸 원하지 않으십니다.
결혼은 물론이고 직장문제도 포함됩니다.
그래서 외국유학이나, 더 하시고 싶은 일이 있다면
외국체류비나 학비를 책임지시겠다고 하십니다.
재개관까지 마무리를 하시고 거취를 정해주시면
위자료에 해당하는 부분은 넉넉히 생각하시겠다고….”
“넉넉히…?”
유미는 코웃음을 웃었다.
“예, 넉넉히.”
“외국으로 나가라…?”
한준수가 고개를 끄덕이다 토를 달았다.
“한가지 조건이 있어요.”
“조건요?”
“윤 이사님께는 나가실 때까지 비밀로 하라고….”
“그게 말이 돼요?”
유미는 기가 막힌다는 표정으로 잠시 입을 다물었다.
“심부름 오신 건가요? 그럼 전하세요.
제가 그전에 꼭 한 번 따로 회장님을 만나 뵙고 싶다고요.”
“그건….”
“아무리 그래도 이런 일방적인 명령하달은 그렇잖아요? 요즘 같은 민주주의 시대에.”
“제가 모르긴 몰라도, 그러지 않는 게 좋으실 겁니다.”
“모르면 가만히 계셔야 하는 거 아니에요?
제 일이니 제가 알아서 하죠. 그렇게만 전하세요.”
한준수가 유미를 쏘아보았다.
“충고하는데요. 경거망동하지 마십시오. 회장님은 신중하시고 합리적인 분이거든요.”
'소설방 > 유혹' 카테고리의 다른 글
(176)내가 누구인지 알아맞혀 봐-8 (0) | 2015.03.29 |
---|---|
(175)내가 누구인지 알아맞혀 봐-7 (0) | 2015.03.29 |
(173)내가 누구인지 알아맞혀 봐-5 (0) | 2015.03.29 |
(172)내가 누구인지 알아맞혀 봐-4 (0) | 2015.03.29 |
(171)내가 누구인지 알아맞혀 봐-3 (0) | 2015.03.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