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방/유혹

(169)내가 누구인지 알아맞혀 봐-1

오늘의 쉼터 2015. 3. 28. 21:34

(169)내가 누구인지 알아맞혀 봐-1

 

 

 

 

 

 

미술관 재개관 날이 점차 다가오면서 유미는 사무실에 거의 매일 나가게 되었다.

 

용준과는 매일 얼굴을 보게 되지만 윤 이사와는 만날 짬을 더 자주 못 내게 되었다.

 

아무리 사무실에선 모른 척한다 해도 용준의 얼굴은 늘 싱글벙글이었다.

 

포커페이스에는 젬병인 인간이다.

 

자칫하면 송민정과 인턴직원이나 알바생이 눈치를 챌까 유미는 신경이 쓰였다.

 

하지만 송민정은 요즘 한창 선을 보느라 용준에게는 관심이 없는 것 같았다.

미국유럽의 유명 예술가들의 그룹작품전이라

 

오픈 날짜가 다가올수록 신경이 많이 쓰였다.

 

그들의 작품을 컴퓨터에서 이미지 파일로 점검하고 있는데 핸드폰 문자가 들어왔다.

 

용준이었다.

 

‘이미지파일 확인요망’이란 제목이 떴다.

 

유미는 수신버튼을 누르고 이미지를 확인하다 경악을 했다.

 

거기에 나타난 것은 ‘홍두깨’였다.

 

어느 각도로 찍었는지 원래 용준의 물건보다 훨씬 커보였다.

 

그것도 얼짱 각도가 있는지 소나무 그늘 밑의 우람하게 자란 자연산 송이가 따로 없었다.

 

이 자식이 정말…. 유미는 핸드폰의 단축키를 눌렀다.

“어디야? 이게 진짜 미!”

“아, 화장실인데….”

“얼마나 바쁜 시점인데 화장실에서 그거나 찍어대고 있어?”

용준이 목소리를 죽였다.

생각만 하면 커지는데 어떡해요. ㅋㅋ… 어때요, 잘생겼죠?”

“장난하니?”

“아, 그냥 웃자고요. 요즘 일도 힘들고요. 제 사랑을 표현할 방법도 없고….”

“당장 내 방으로 와!”

용준이 멋쩍게 웃으며 사무실로 들어왔다.

 

유미가 일어나 거의 그의 조인트를 깔 기세였다.

 

철없는 막냇동생도 아니고….

 

유미는 잠깐 그를 자신의 영역으로 끌어들인 게 후회가 되었다.

 

“왜 그리 개념이 없어? 일할 때 일하고 놀 때 놀아!”

“예에!”

용준이 넉살좋게 대답하고 나가려 했다.

“이리 와서 앉아 봐.”

“…?”

용준이 유미의 책상 앞에 바짝 앉자 유미가 준비해둔 메모를 건넸다.

“뭐죠?”

“내가 조만간 부탁할 거라 그랬지? 거기 이름, 주민번호 있을 거야.

 

주소는 나도 몰라. 그 사람이 일단 어디 살며 무얼 하는지 알아봐 줘.”

“예. 그런데 요즘 바빠서 시간이 날지 모르겠네.”

“어려워?”

“아니, 그 정도야 뭐 껌 씹는 정도죠. 제가 선이 닿는 센터도 아직 있고….”

“그렇지? 그래서 일단계만 우선 부탁하는 거야. 하는 거 봐서 또 시킬게.”

“그런데 이 남자는 누구?”

“그건 몰라도 돼. 고객의 비밀이니까. 이제부턴 내가 너의 고객이야.”

“그래도 최소한도의 지식은 있어야죠.”

“그게 바로 이 메모야. 필요할 때 좀 더 알려줄게.”

“알겠어요.”

“답례는 할 거야.”

“제가 원하는 걸로 받아도 되죠?”

“그것도 고객 마음이야. 보안 철저히 해야 해.”

“물론이죠. 저 물로 보지 마세요.

 

형사 콜롬보 꺼벙하지만 예리하잖아요.

 

저도 허허실실 박이라고요.

 

하지만 물었다 하면 깨끗하게 뼈를 발라낸다고요.”

그때 핸드폰이 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