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방/유혹

(167)카르페 디엠 (Carpe diem)-18

오늘의 쉼터 2015. 3. 28. 21:27

(167)카르페 디엠 (Carpe diem)-18 

 

 

 

 

 

“네? 이제 그만 싸면 안 돼요?”

“안 돼. 고지가 바로 저긴데!”

유미가 용준을 아직은 놓아줄 수 없다는 듯 다시 아래의 꽃잎을 힘을 주어 오므렸다.

 

그리고 서서히 용준의 몸을 흡반처럼 빨아들이기 시작했다.

“아아, 내 몸이 다 빨려 들어가 녹아버릴 거 같아요.”

“그래. 다 녹여버릴 거야. 흔적도 없이.”

유미는 용준의 몸을 빈틈없이 게걸스럽게 물고 늘어졌다.

 

용준이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는 듯 소리를 질렀다.

”아아, 그만 죽을 거 같아. 살려줘요.”

”그래. 아직은 죽지 마.”

유미는 흥분의 도가니탕에 빠져 허우적대는 용준을 껴안고 다시 온몸의 에너지를 쏟아냈다.

 

마지막 고지를 향해 유미는 다시 비상했다.

 

찬란한 무(無)의 세계 속으로 빨려 들어간 듯 갑자기 진공상태처럼 귀가 멍하고

 

자신이 내지르는 환락의 신음이 남의 소리처럼 메아리치는 걸 유미는 들었다.

 

무의 세계로 들어가는 기쁨과 동시에 두려움이 몰려와서 유미는 목청을 돋워 울부짖기 시작했다.

 

살아있고 싶다고, 그래서 유미는 자신의 존재를 더 확인하고 싶어서 울부짖었다.

 

그때 눈에서 눈물이 툭 터졌다.

 

온몸에선 다시 땀이 비오듯 떨어지고 홍수가 난 듯, 댐이 터진 듯 온몸이 물기로 푹 잠겨버렸다.

 

용준의 키스가 폭탄세례처럼 얼굴에 쏟아졌다.

“아, 미치겠다. 정말 끝내줬어. 죽여줬어!”

온몸의 진을 다 뺀 유미는 아직 눈을 뜨지 못하고 열락의 여진을 더 즐기고 있었다.

 

그때 용준의 탄성이 쏟아져 나왔다.

“와아! 정말 이거 뭐야?”

용준이 침대에 코를 박으며 물었다.

“오줌쌌어요? 아닌데 지린내가 아니라 향긋한데.”

 

유미가 눈을 뜨니 유미가 누웠던 아래가 온통 질펀하게 다 젖어있었다.

“와아, 정말! 당신 사정하는 여자 맞지? 그런 여자가 있다더니, 완전 대박이다!”

유미는 온통 젖어있는 침대시트를 만져보며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내가 좀 물이 많은 여자지. 그렇다고 자주 이러는 건 아닌데, 오늘 자기가 너무 잘했어.”

용준이 어린애처럼 흥분해서 소리쳤다.

“완전 멋져!”

갑자기 그가 바지 호주머니를 뒤졌다.

 

그리고 휴대폰을 꺼내 침대로 왔다.

“뭐하려고?”

“기념으로 찍어두려고요.”

“관둬. 사진에 잘 나오지도 않아.

 

촌스럽게… 앞으로 가끔 이런 일 있을 거 같은데 뭘.”

“멋져요. 오늘 나를 남자로 완성시켜줬어요.”

“아니, 아직. 좀 있다 한 번 더 하자.”

“네?”

“얘기했지? 오늘밤 무한리필이라고.”

“좀만 기다려요. 샤워 좀 하고요. 두 시간 정도면 저도 리필되거든요.”

용준이 휘파람을 불며 욕실로 들어갔다.

 

젊은 게 좋긴 좋구나. 금방 리필이 되니…

 

유미는 용준의 탄탄하게 올라붙은 엉덩이를 바라보며 뿌듯했다.

 

오랜만에 소나기를 맞은 듯 시원했다.

샤워를 한 두 사람은 알몸으로 조명을 끈 거실에서 창문을 열어놓은 채 시원한 맥주를 마셨다.

 

용준이 차가운 입술로 유미에게 키스했다.

“언제나 이런 날을 꿈꿔 왔어요.

 

내 꿈은 늘 쌤 곁을 지키는 거예요.

 

언젠가 얘기했죠? 보디가드처럼, 아니 셰퍼드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