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0)내가 누구인지 알아맞혀 봐-2
전화는 수민에게서 온 것이었다.
서울에 올라왔으며 밤에 유미의 집으로 오겠다고 했다.
유미는 일부러 저녁을 함께 먹자고 했으나 수민은 저녁약속이 있다고 했다.
지난주에 통화한 대로 수민은 엄마의 유품을 갖고 올 것이다.
퇴근 후 집으로 들어가서 간단하게 저녁을 먹고 집정리를 하며 수민을 기다리고 있는데
동진에게서 전화가 왔다.
거의 일주일 만이다.
“오랜만이네요. 무슨 일 있었어요?”
동진의 목소리가 그리 밝지 않다.
“일은 무슨… 보고 싶고, 할 말도 있는데….”
“오늘은 부산에서 사촌언니가 집으로 오기로 해서 곤란해요. 전화로 할 말 하면 안돼요?”
“으음, 그게…. 아니, 다음에 만나서 얘기하지.”
왠지 분위기가 서먹하다.
윤 회장과의 만남 후일담을 전할 만도 한데 동진은 꽤 오래 침묵을 지키고 있었다.
유미도 일부러 묻지 않았다.
“별일 없지?”
“별일은 무슨….”
유미도 동진을 흉내내어 썰렁하게 대꾸한다.
“그래, 그럼….”
“그래요, 그럼 또….”
전화가 맥없이 끊겼다.
도대체 이 분위기는 뭔가? 유미는 답답함을 느꼈다.
분명 윤 회장과 동진은 무슨 일이 있었던 게 분명하다.
혹 윤 회장의 뜻과 그의 뜻이 다르다 하더라도 남자가 이렇게 맥아리 없이 나오다니.
줏대가 있는 인간이야?
좆대가 있는 남자야?
유미는 어깨를 으쓱했다.
수민은 밤이 깊어서야 유미의 집에 도착했다.
여전히 섹시하고 예뻤지만 유미는 아직도 그녀가 적응이 되지 않았다.
술냄새를 살짝 풍기던 그녀가 좌정하고 곧바로 본론부터 얘기했다.
“내가 내일 아침 일찍 오디션이 있어서 지금 자야 할 거 같아.”
“오디션?”
“으응, 내가 서울 무대에 서게 되었어.
물론 거의 다된 얘기긴 한데 대빵이 내일 나를 보고 싶다고 해서 새벽에 준비하고 나가야 하거든.”
“미사리에서 제일 큰 밤무대에서 스카우트 제안이 들어왔거든.
조건도 좋고 나도 이왕이면 서울 와서 노래하고 싶었거든.
부산은 지겨워. 새 술은 새 부대에라는 말도 있잖아.
부산 것들은 말도 많고. 새 인생을 얻었으니 새로운 곳에서 출발하고 싶어.”
“그랬구나. 잘 됐네. 근데 부산에서 함께 살던 남잔 어쩌고?”
“어유, 헤어졌어. 배 타는 남자는 꼭 배 같아. 한곳에 정박을 못해.”
수민은 그 남자와 헤어진 걸 담담하게 말했다.
“서울남자 만나야지.”
“그래.”
“참, 네 엄마 물건은 저기 쇼핑백 상자 안에 담아왔어.
한 번 살펴 봐. 빨리 자야 화장도 잘 받을 테니 난 잘란다.
나 어디 자? 너랑 또 안고 자기는 그렇고….”
“응, 나도 싫어. 작은 방에 요랑 이불 깔아 줄게.”
“고마워. 내일 결정되면 나도 원룸 같은 걸 하나 얻어야 하는데….”
“그래야겠네.”
“얻을 때까지 나 갈 데 없으면 재워 줄 거야?”
“으응? 글쎄….”
유미는 단번에 대답을 못했다.
동진이 찾아올 수도, 용준이 찾아올 수도 있다.
“오래는 안 되겠지만, 뭐….”
“어유, 요 깍쟁아. 어쩌나 내가 떠봤다.”
유미는 수민에게 이부자리를 봐주고 나왔다.
저만치 엄마의 유품을 담은 쇼핑백이 눈에 들어왔다.
'소설방 > 유혹' 카테고리의 다른 글
(172)내가 누구인지 알아맞혀 봐-4 (0) | 2015.03.29 |
---|---|
(171)내가 누구인지 알아맞혀 봐-3 (0) | 2015.03.29 |
(169)내가 누구인지 알아맞혀 봐-1 (0) | 2015.03.28 |
(168)카르페 디엠 (Carpe diem)-19 (0) | 2015.03.28 |
(167)카르페 디엠 (Carpe diem)-18 (0) | 2015.03.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