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방/유혹

(166)카르페 디엠 (Carpe diem)-17

오늘의 쉼터 2015. 3. 28. 21:25

(166)카르페 디엠 (Carpe diem)-17 

 

 

 

 

 

나비의 간지러운 날갯짓 같은 용준의 애무에도 유미는 흐드러지게 핀 붉은 목단 꽃처럼

 

간드러지게 꽃잎을 오므렸다 폈다.

 

그 통에 다디단 꿀물처럼 그 꽃에서 진액이 흘러넘쳤다.

 

용준은 더욱 더 깊이 혀를 박고 그 단물을 빨아먹었다.

“아, 정말 달아요, 달아.”

유미는 그의 취한 음성에 더욱 흥분되어 온몸을 뒤틀었다.

 

그리고 아래로부터 돌풍처럼 강렬한 에너지가 솟구치는 걸 느꼈다.

 

그것은 끈끈이주걱처럼 무언가를 강하게 빨아들여 녹여버리고 싶은 억제할 수 없는 충동이었다.

 

유미의 ‘작은 입술’은 무언가를 포획하고 싶어 계속 입맛을 다셨다.

“빨리 넣어! 지금!”

유미가 참을 수 없어 소리치자 용준이 재깍 그 말에 따랐다.

 

유미의 강렬한 몸짓에 용준도 급히 흥분했다.

 

터보엔진을 단 것처럼 강력한 피스톤운동을 시작했다.

 

유미는 용준이 제어를 못할까 봐 우려되었다.

 

젊은 사내는 힘은 좋지만 통제력 면에서는 약하다.

 

아니나 다를까. 용준의 숨소리가 더욱 거칠어지며 신음을 토해냈다.

 

그때 유미가 용준의 뺨을 때렸다.

“너 지금 싸면 죽어!”

용준이 주춤했다.

 

갑자기 그의 물건이 주눅이 들었는지 결기가 줄었다.

 

용준이 놀란 황소처럼 눈알을 굴리며 얼굴이 시뻘게졌다.

 

유미가 까르르 웃었다.

“미안해. 용준씨가 아무리 오늘밤 죽고 싶다고 했지만 너무 쉽게 죽으면 재미없잖아.”

유미가 용준의 맞은 뺨에 뽀뽀를 해주며 그의 목을 껴안고 귓속말을 했다.

“이제 겨우 한 고비 넘었어. 우리 오늘 밤, 백마고지 넘자.

 

이제 굽이굽이 아흔아홉 굽이 남았어.”

용준이 그 말에 전열을 가다듬고 다시 공격을 재개했다.

“아아, 좋아… 용준씨라면 나를 아흔아홉번의 절정으로 데리고 갈 수 있어.”

유미는 오랜만에 자신의 몸 속에 굽이굽이 쌓인 욕망을 오래도록 풀어내고 싶었다.

 

그만큼 섹스로 자신의 온몸을 다 비워내고 싶었다.

 

그래야 마치 여태까지의 자신이 아닌,

 

탈바꿈하는 나방처럼 그렇게 자신의 허물을 벗어내 버릴 것 같았다.

유미는 눈을 감았다. 나비가 된 듯 물결치는 동산을 굽이굽이 날았다.

 

아래로부터 묵직한 충만함이 몰려와 그것이 마치 더 큰 부력이라도 되듯이

 

유미는 더 높이높이 날아올랐다.

 

몸은 점점 가벼워지고 세상의 모든 것들은 티끌처럼 흩어져 내리고 유미는

 

눈이 부신 듯 재채기를 할 듯 아득한 현기(眩氣)속으로 빠져들었다.

 

오로지 이 순간 너무 가벼워 간지러운 듯한 자유로움만이 존재의 전부일 뿐,

 

아무것도 없었다.

 

아아, 아무것도 아니다. 모든 게 아무것도 아니다.

 

유미는 뭉클하는 열락의 순간에 가슴속 어느 곳의 슬픔이 터지는 걸 느꼈다.

 

간혹 바람처럼 용준의 거친 숨소리가 몇 번이나 지나갔다.

얼마만큼의 시간이 흘렀을까. 얼굴에 무언가 빗방울이 떨어지는 걸 느꼈다.

 

그건 다름 아닌 용준의 땀방울이었다.

 

용준의 얼굴은 멱을 감은 듯 물기로 번들거렸다.

 

유미의 몸도 땀으로 범벅이 되었다. 껴안고 있는 두 사람의 몸은 물고기처럼 미끄덩거렸다.

 

아래도 온통 물기에 젖어 습지에 장화 빠진 소리가 들려왔다.

 

두 사람이 아래를 움직일 때마다 그 소리가 났다.

 

그 소리에 두 사람은 웃음을 터트렸다.

 

 “와아, 대단해. 아직까지 살아있다니!”

유미가 용준을 칭찬했다.

“아뇨. 쌤, 정말 대단하세요. 나 오늘 기록 세워요. 이렇게 오래 해보긴 첨이에요.”

“그래? 그럼, 잠깐 숨 돌렸으니까 다시 올라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