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방/유혹

(144)그물에도 걸리지 않는 바람-11

오늘의 쉼터 2015. 3. 28. 01:30

(144)그물에도 걸리지 않는 바람-11

 

 

 

 

 

“자동차로도 갈 수 없는 먼 거리에 있어도 이렇게 한마음으로 달아오를 수 있다는 거.

 

내 안에 이렇게 간절히 닿고 싶어 하는 그리움이 있다는 거, 그거 알아요?”

유미가 촉촉한 콧소리로 말했다. 잠시 침묵 뒤에 동진이 말했다.

“아무래도 난 이게 사랑이 아닌가 싶어.

 

난 그런 거 잘 안 믿는 놈인데…. 그냥 이제는 믿고 싶어.”

이상하게 그 말에 유미의 가슴이 먹먹해졌다.

 

유미는 일부러 윤 이사를 찔러 보았다.

“당신은 욕심쟁이, 의심쟁이잖아요.”

“아냐. 중요한 건 내 마음이니까. 어쩌면 섹스보다도….”

“섹스보다도?”

“난 이제 내 마음의 평안을 얻고 싶어.”

“마음의 평안이라면?”

유미가 조심스레 물었다.

 

빨리 잔금을 치르고 법적 소유권을 얻고 싶다는 말씀?

 

그러나 그 말을 목구멍으로 삼켰다.

“서울 가서 이야기하지. 진지하게.”

“그래요. 휘발유 대신 그리움 만땅 채워 놓고 기다릴게요.”

아, 혹시 그가 결혼을 꿈꾸는 걸까?

 

어쩌면 예상보다도 그는 빨리 안정적인 관계를 원하는 걸까?

 

진지하게 이야기해 보자는 말은 무슨 의미일까?

유미는 그와 통화를 끝내고 다시 새 차를 둘러보았다.

 

남자들의 선물을 많이 받아 보긴 했지만, 이만큼 고가의 선물은 없었다.

 

선물은 일종의 미끼지만 그렇다고 그 미끼에 모든 걸 걸고 잡힐 잔챙이는 아니다.

 

유미는 대어, 아니 대함(大艦). 언젠가는 나도 어느 항구에 닻을 내리겠지.

 

그게 윤동진이라면 세속적으로는 나름대로 유혹의 전장에서 승전고를 울리는 것일 텐데….

 

유미는 왠지 아직까지 거친 풍랑 속의 바다를 더 헤매야 하는 배를 탄 것만 같다.

 

남자는 배, 여자는 항구라지만 유미의 항구는 어디일까?

 

다음 날 유미가 벤츠를 끌고 온 걸 본 용준은 감 잡았다는 얼굴로 한마디 했다.

“대단하시네요.”

“뭐가? 차가?”

“아뇨, 오 실장님 능력이….”

“응. 이거 내가 할부로 산 거야.”

“에이, 거짓말 마세요. 그 능력이 아니고요.”

“왜 이래? 박팀, 나도 그만한 경제적 능력은 있다고.”

유미는 자신을 고가의 화대를 받은 고급 매춘부 취급하는 듯한 용준의 표정이 기분 나빴다.

 

사실 이모가 건네준 땅문서의 땅만 판다면 이 차 정도야 굳이 못 살 것도 없지.

“이건 누군가가 선물한 거예요.

 

미끼 냄새가 나는 걸요.

 

오 실장님은 그 정도로 유혹적이니까 비싼 미끼를 던진 거죠.

 

낚시꾼이 누군지 알아맞혀 볼까요?”

유미는 속이 뜨끔했다.

“근데 그걸 덥석 문 오 실장님, 살짝 실망스러운데?”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고 관심 꺼.”

유미가 말이 많은 용준에게 퉁을 주었다.

“아아, 난 언제나 이런 차 한번 타 보나.

 

지완씨 폭스바겐이 외제차 처음 타 본 건데.”

지완의 이름을 올리는 용준의 얼굴을 유미는 슬쩍 일별했다.

 

그리고 화제를 돌릴 생각으로 물었다.

“지완이는 연락 없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