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방/유혹

(136)그물에도 걸리지 않는 바람-3

오늘의 쉼터 2015. 3. 26. 17:52

 (136)그물에도 걸리지 않는 바람-3

 

 

 

 

 

“그때 나를 죽을 만큼 사랑했어?”

유미가 축축한 목소리로 물었다.

 

정효는 못들은 척 유미의 손에서 팔을 뺐다.

“이 집 주인은 손님에게 차도 한 잔 대접 안 하나?”

유미는 그때서야 일어나서 다기를 꺼내 녹차를 우려냈다.

 

차향이 번지는 동안 스물여섯에 만나 꼬박 두 해를 사랑했던,

 

아니 그때는 지긋지긋했던 남자를 바라보았다.

 

시댁에서 뛰쳐나와 결국 남편 정효수에게 몇 차례 붙잡히면서도

 

정효 아니 진호와 여러 번 방을 옮겨 다녔다.

 

가난했던 두 사람이 만난 것은 어느 룸살롱에서였다.

 

룸살롱의 아가씨와 웨이터의 관계였다.

 

진호도 복학한 후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었다.

 

그는 휴학을 한 뒤 절에서 고시공부를 하다 내려와 등록금을 벌고 있었다.

 

가난한 법대생과 복잡한 사연의 미대 졸업생은 결국 가장 생활비가 싸게 먹히는

 

동거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그건 유미 쪽의 이유였지만, 유미에게 첫눈에 반한 젊은 혈기의 진호는

 

한시도 유미와 떨어지고 싶지 않았다.

그때만 해도 진호는 집착이 사랑이라 생각했다.

 

나중에 지친 유미가 그를 위해 도망 다닐 때 유미를 끌어당기는 수단으로

 

그는 매번 손목을 긋곤 했다.

유미가 차를 마시는 진호의 무릎을 베고 누우면서 말했다.

“나도 중이나 될까…?”

“중이나…? 퍽이나!”

진호가 코웃음을 쳤다.

“스님들 다 파계시키려고? 넌 요물이야.”

“그럼 안 되나? 나 같은 요물도 있어야 도 닦는 데 도움이 되지.”

“니가 황진이냐?”

“그럼, 너는 서화담이냐?”

유미가 발딱 일어났다.

“우리 정효스님 그동안 도를 얼마나 잘 닦았는지 봐야지.”

 

아직 취기가 가시지 않은 유미가 옷을 활활 벗어부쳤다.

 

그리고 정효의 손을 붙들고 소파로 데려갔다.

 

그의 손을 유미는 자신의 젖가슴에 갖다 대고 문질렀다.

 

그러나 정효는 미소만 짓고 있었다.

“스님이 되더니 고자가 된 거 아냐?

 

아님 도통해서 내가 여자로 안 보이는 건가?

 

너 옛날의 진호 맞아?”

그는 유미가 하는 대로 그대로 가만히 있었다.

 

유미는 일부러 그를 자극시키려고 결심한 듯했다.

“무슨 스님이 자비심이 코딱지만큼도 없냐?

 

외롭고 불쌍한 여자 중생에게 보시도 안 베풀고.”

유미가 정효의 손을 마침내 백옥의 계곡 사이로 집어넣었다.

“봐. 푹 젖었잖아.”

“너 같이 배부른 중생에게는 보시 안 한다.

 

너는 주지육림에 파묻혀 주야장천 고기 맛을 볼 테니.”

“그럼 누구한테 한다는 거야?”

“불쌍한 중생. 여자의 몸을 타고났으나 남자의 사랑을

 

평생 한 번도 받아보지 못한 여인들이라면 모를까.”

“나도 얼마나 불쌍한 여자인지 알아?

 

사랑을 모르고 사는 여자야.”

갑자기 정효가 유미의 옥문을 후벼 팠다.

 

유미의 입에서 아아, 저절로 소리가 나왔다.

“더 이상 이 문으로 업을 짓지 말아라.”

그 말에 유미가 정효를 확 밀었다.

“야, 재수 없어. 목마르고 살이 고픈 불쌍한 중에게 오랜만에 해갈을 좀 시켜주려 했더니….

 

진호 너 생각해서 보시하려 했더니. 깬다, 깨!”

정효가 유미의 엉덩이를 철썩 때리며 껄껄 웃었다.

“살 한번 차지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