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방/유혹

(132)안개 속으로-10

오늘의 쉼터 2015. 3. 26. 17:40

(132)안개 속으로-10

 

 

유 의원이 흥분하자 지훈이 끼어들었다.

“아버지, 진정하세요. 그건 저한테 맡기시고요.”

유미는 지완네 식구들과 함께 있는 자리에서 물러나기로 했다.

“잠깐 나가 있을게.”

병원 로비로 나오자 마음이 갑자기 무거워졌다.

 

알 수 없는 불안감이 밀려들기 시작했다.

 

유미는 심호흡을 크게 내쉬었다.

 

언제부턴가 서서히 밀려오는 먹구름 같은 불안감은 무엇일까?

 

아니 불안감이 아니라 조금씩 실체를 드러내는 징조들은…?

유미는 어서 병원을 떠나고 싶었다. 지완에게 문자를 보냈다.

‘미안해. 급한 일이 있어서 먼저 간다. 또 연락하자.’

그리고 엘리베이터를 향해 돌아서는데 누군가 유미를 불렀다.

“유미야.”

뒤를 돌아보니 유 의원이었다.

 

그가 지팡이를 짚고 급히 유미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잘 지내고 있다니 다행이구나.”

“덕분에….”

“한 번쯤은 찾아오겠거니 했는데… 연락도 없고….”

“죄송해요.”

“아니다. 바빠서 그랬겠지.”

“예.”

“어려운 일이 있거든 연락하래도.”

“그럴 일이 없었어요.”

“이 늙은이가 도움이 될 일이 있으면 주저하지 말고 얘기해라.

 

내가 살면 얼마나 더 살겠냐.”

“고맙습니다. 아버님, 건강하세요.”

“그래. 또 보자….”

유미는 꾸벅 인사를 하고 돌아섰다. 뒤돌아보니

 

그가 남자 화장실로 들어가고 있었다.

 

아마도 유 의원은 유미를 보기 위해서 화장실을 간다는 핑계로 급히 나온 것 같았다.  

택시를 타고 사무실로 돌아오니 박용준이 긴장한 눈빛으로 유미를 쳐다보았다.

 

박용준도 자신이 일부 연관된 일이니 궁금할 것이다.

 

언제부턴가 지완이 그에게 연락을 끊었다고 했다.

 

유미는 그의 눈빛마저도 귀찮아 자신의 사무실 문을 잠가버렸다.

 

그러고는 의자에 깊숙이 몸을 묻었다.

 

그러자 용준의 문자가 그 틈을 비집고 들어왔다.

‘화첩?’

송민정과 놀더니 가끔 영어 문자질이다.

 

화첩(What’s up?). 그것도 소리 나는 대로 한글로…

 

화첩인지 수첩인지 캐첩인지,

 

유미는 대거리할 기분이 아니었다.

 

그때 휴대폰이 울렸다.

 

박용준은 눈치 없이 집요한 데가 있다.

 

그러나 박용준이 아니었다.

 

윤 이사였다.

 

유미는 받고 싶지 않았으나 혹시 근무에 관련된 일인가 싶어 상관의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왜 그리 기운이 없지?

 

아까 사무실로 전화했더니 자릴 비웠다고 하던데.

 

어디 가서 기운 빼고 온 거야?”

“미안해요. 나 농담할 기분 아니에요.”

“음, 나도 그럴 기분 아냐. 두 가지만 말할게요.”

윤동진이 정색을 하고 존댓말을 해서 유미도 몸을 세우고 긴장했다.

 

그는 사업관계에서는 유미에게 존댓말을 한다.

“첫째는 아버님, 즉 회장님이 오 실장을 한 번 보고 싶어해요.”

“왜요? 미술관 건으로요?”

“아마 그런 거 같은데 나도 아직 자세히는 몰라요.

 

그런데 집으로 초대하시겠다고 하시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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