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방/개와 늑대의 시간

제7장 수난기 7

오늘의 쉼터 2015. 3. 1. 01:11

제7장 수난기 7

 

 

신이 만든 것 중에 가장 아름다운 게 있다면 그건 분명 여자의 몸일 터였다.

 

물론 몸치인 여자들도 많았다.

그러나 양규자의 몸은 신이 만들었다고 생각해도 좋을 만큼 훌륭했다.


“위쪽에 있는 베개를 배고 바닥에 누워 보실래요.”

 

양규자가 무대에 앉았다. 한번 길들이기 힘들 뿐이지,

옷을 벗고 나자 양규자는 행동 하나하나에 대범했다.

망설이지도 않았고 자신의 중요한 부위가 드러나는 것도 개의치 않았다.

 

그녀가 무대에 앉아 몸을 뒤틀 때마다 아주 잠깐씩 거웃 뒤에 숨어 있는 중심이 보였다.

봉수는 문득 그곳을 그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자의 중심은 욕망의 대상이기도 하지만 생명의 근원이고,

 어쩌면 생명의 마지막인 장소이기도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바다가 그랬다.

취직이 되지 않아 고향인 고성에 가서 방파제에 앉아 바다를 바라보고 있을 때 바다는

여자의 자궁과 비슷하다는 생각을 하곤 했다.

 

지금 양규자의 몸이 봉수가 늘 그리워했던 바다 그 자체였다.

 

“생각보다 몸이 완벽합니다.”

 

“고마워요. 찜질방에 가면 가끔 힐끔힐끔 쳐다보는 여자나 남자들은 있어도

내 몸을 보고 칭찬을 해주는 사람은 없었어요.

심지어 우리 강 실장도 칭찬 한번 안 했죠.

제 몸을 보고 칭찬한 사람은 그러니까 봉수씨가 처음이네요.”

 

사실일까? 봉수는 그냥 사실이라고 믿고 싶었다.

 

“처음엔 그저 누워 있는 모습 하나만 완성시키려고 했는데 몇 개 더 그려도 될까요?”

 

“네?”

 

그녀가 발딱 일어나 앉았다. 봉수는 4B 연필을 들고 대충의 윤곽을 잡고 있었다.

 

“아니 제 말은… 제가 딱 원하던 모델이어서 작업이 빨리 끝날 것 같거든요.

그래서 다른 포즈로도 몇 개 더 그렸으면 하는데 어떤가 해서요.”

 

양규자가 앉은 자세로 고개를 갸웃거렸다.

 

“뭐, 이미 벗었는데 안 될 것도 없죠.”

 

“나중에 실장님이 아시면 괜한 오해를 할 수도 있고 또 잘못하다간…”

 

“피, 그 정도로 속 좁은 남자면 같이 살지도 않았죠.

그리고 문제가 된다 싶으면 뭐 갈라설 용의도 있구요.

제 일과 제 몸을 이해하지 못하는 데 어쩌겠어요.”

 

봉수는 더 이상 할 말이 없었다.

 

“그럼 어떤 자세가 필요하죠? 미리 들어보면 안 될까요?”

 

“실은…”

 

봉수는 차마 입을 열지 못했다.

송화가 모델로 서 있을 때에도 그녀에게 그런 요구를 하고 싶었다.

하지만 결국 요구를 하지 못했던 것이다.

 

“말해요. 어려운 거 아니니까.”

 

“다리를 벌려서 말이에요,

여성의 그 중심을 주제로 잡아서 아주 적나라하게 한 장이나 두 장 정도 그렸으면 좋겠구요.

그리고 뒤에서 엎드린 자세로 한 장 정도 그릴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실 그런 제 욕망을 자극시켜 준 여자가 하나도 없어서 그런 작품을 그리지 못했거든요.

단지 호기심 때문이라고 오해하지 않으셨으면 좋겠네요.”

 

봉수는 땀을 뻘뻘 흘리며 겨우겨우 자신의 의사를 말했다.

그러자 양규자가 깔깔거리고 웃기 시작했다.

 

“아무리 봐도 봉수씨는 정말 물건이에요.

우리 그 이도 호기심은 많으면서도 한번도 제 거기를 보고 싶다는 말을 안 했거든요.

봉수씨 정말 순수해서 마음에 들어요. 어쩌면 아주 음탕한 건지도 모르죠.”

 

양규자가 눈을 흘겼다.

 


세 장을 그리기로 합의했다. 양규자는 망설이지 않고 동의를 했다.


“그럼 오늘은 먼저 비스듬히 누운 자세부터 시작할게요.”

 

그녀는 오랫동안 누드모델 일을 해 왔던 여자들처럼 능숙하게 자세를 취해 주었다.

 

“포즈를 잡고 있어도 말은 해도 되죠?”

 

“아무렴요, 쉬고 싶으시면 쉰다고 말씀 하셔도 됩니다.”

 

봉수는 벽에 걸어 두었던 가운을 들어 보였다.

 

“가운을 뭐 하러 입어요. 이미 다 본 걸.”

 

봉수는 정신없이 스케치를 하기 시작했다.

처음 사진으로 찍어 두었다가 사진을 보면서 작업을 해볼까 했지만

그건 살아 있는 느낌을 만들어 내지 못해 이미 마음 속으로 접은 생각이었다.

 

봉수의 손놀림이 빨라졌다.

처음 미대에 들어갔을 때의 그 열정이 서서히 되살아 나는 기분이었다.

등골을 타고 땀이 흘렀고 겨드랑이는 푹 젖어 들기도 했다.

 

“봉수씨, 나도 덥네요. 잠시 쉬어요.”

 

한 10분쯤 지난 듯한데 시계를 보니 벌써 한 시간이 훌쩍 지나 있었다.

 

“죄, 죄송해요. 너무 몰입하다 보니까. 원래 한 20분 포즈 잡고 5분 정도 쉬고 그러거든요.”

 

“여긴 정말 덥군요.”

 

양규자가 손바닥으로 부채질을 했다.

봉수는 선풍기를 그녀에게 가까이 가져다 주었다.

선풍기 바람에 머리카락이 날릴까봐

그녀 쪽에 선풍기 바람이 닿지 않도록 했던 터라 후텁지근할 것이었다.

 

“작업 환경이 열악해서 죄송합니다.”

 

“아녜요. 이런 환경에서 그런 좋은 작품이 나왔다니 정말 훌륭하네요.”

 

양규자의 젖가슴 아래와 오금, 그리고 허벅지 안쪽은 땀으로 번들거렸다.

마치 흠씬 정사를 끝낸 후 노곤해 하는 여자의 몸 같았다.

봉수는 이젤 위에 올려져 있는 캔버스를 바꾸어

그녀가 쉬는 동안에 취한 자세를 크로키하기 시작했다.

 

“뭐 하세요?”

 

“크로키요. 언제 규자씨 몸을 또 볼 수 있는 것도 아니니까요.

그 어떤 자세도 훌륭해서 기회 있을 때 크로키라도 해두려구요.

그냥 편하게 계세요.”

 

봉수의 몸도 온통 땀으로 범벅이었다.

 

“이것도 쉬운 건 아니네요.”

 

양규자가 다시 자세를 취했다.

봉수는 처음 그리던 이젤을 다시 캔버스 위에 올려놓고 그녀의 몸을 그리기 시작했다.

얼마나 열정적으로 몰입했던지 봉수의 얼굴 위로 땀이 비오듯 흘러내렸다.

무엇보다 양규자에게 고마웠다.

양규자가 봉수에게 했던 말. 인간에겐 단 한번의 기회만 올지도 모른다고 했던 말.

봉수는 지금 그걸 실감했다.

그녀가 만들어준 전시회가 그 기회가 아니라

그녀의 몸이 봉수에겐 단 한번의 기회라는 생각이 들었다.

 

“벌써 11시예요.”

 

“네?”

 

양규자가 자세를 풀고 일어나 앉았다.

 

“11시라구요.”

 

양규자는 아무렇지도 않게 일어났다. 비너스의 몸이 눈앞에 펼쳐졌다.

 

“그렇군요. 11시군요.”

 

봉수는 못내 아쉬워 들고 있던 붓을 내려놓지 못했다.

 


“저도 땀을 너무 흘려서 간단하게라도 씻어야겠어요.”


“네, 이 쪽으로.”

 

봉수도 땀으로 젖은 몸이 후끈거렸다.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라 막 정사를 끝낸 듯한 기분이었다.

 

양규자가 봉수 앞으로 지나가려고 할 때 작업실 문이 왈칵 열렸다.

 

“오빠!”

 

아뿔싸! 문을 열고 들어온 사람은 송화였다.

양규자의 몸에 홀려 있는 바람에 문을 잠그지 않았던 것이다.

 

“소, 송화야.”

 

봉수는 어정쩡한 자세로 그냥 서 있었다.

의당 무엇으로든 몸을 가릴 줄 알았던 양규자는 그저 당당하게 서서 송화를 쳐다보았다.

송화의 얼굴이 삽시간에 일그러졌다.

 

“봉수씨 애인이에요? 오해하지 마세요. 난 그냥 모델이니까.”

 

송화는 왜 연락도 없이 느닷없이 나타난 것일까. 화해하자는 뜻인 듯했다.

 

양규자는 송화의 몸을 아래위로 훑어본 뒤 샤워실로 들어갔다.

봉수는 어쩌지 못한 채 송화를 멀뚱 쳐다보았다.

빨갛게 달아오른 얼굴과 땀으로 흠씬 젖은 몸. 충분히 오해를 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봉수는 변명을 하고 싶지 않았다.

 

“정말 모델이야? 내가 보기에 전혀 모델의 얼굴이 아닌데?”

 

송화는 문가에 서서 들어오지도 않은 채 말했다.

송화의 말투가 삐딱했다.

그녀는 오늘 작업실에서 자고 갈 폼인 듯했다.

 

“봉수씨, 여기 비누가 다 떨어졌네요.”

 

샤워실에서 양규자가 소리를 질렀다.

봉수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했다.

 

“맞아, 모델.”

 

봉수는 짧게 대답한 뒤 사물함을 뒤져 비누를 꺼냈다.

샤워실 문을 열고 비누를 양규자에게 건넸다.

잠시 뒤 물소리가 났다.

 

“내가 잘못 찾아왔네. 나중에 다시 올게.”

 

“송화야.”

 

“나 실은 무척 고민 많이 했는데 내가 속이 좁은 건가 해서 말야. 또 고민하게 생겼네.”

 

“송화야!”

 

송화는 문을 세게 닫았다. 속 좁은 년! 저절로 욕이 터져 나왔다.

하지만 입 밖으로 내뱉진 않았다.

만약 송화와 결혼을 해서 같이 산다면 어쩌면 여자의 누드는

다시 그리지 못할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양규자가 욕실에서 나왔다. 물기를 제대로 닦지 않아 젖은 그대로였다.

 

“에어컨이 없으니까 선풍기에 말리려구요.

그래야 몸이 탄력을 잃지 않아요.

수건으로 몸을 닦아내면 금방 탄력을 잃어버리거든요.”

 

양규자는 봉수의 눈치도 보지 않은 채 소파에 앉아 선풍기를 자신 앞으로 끌어당겼다.

그리곤 다리를 벌렸다.

송화도 양규자도 봉수의 인생에 있어서 한번쯤 만날 수 있는 여자이긴 하지만

평생을 같이할 여자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 어린 애더군요. 봉수씨도 어린 여자들을 좋아하는 모양이죠?”

 

양규자는 무심한 척 말했다.

 

“아, 아닙니다. 어떻게 알게 됐는데 알고 보니까 어리더라구요.”

 

“나도 저런 시절이 있었는데… 하지만 난 과거로 돌아가고 싶진 않아요.

몸이 하는 말도 알아듣지 못했고 남자도 깊이 알지 못했으니까요.

그리고 지금의 내 관록은 어린 사람들은 배울 수 없는 거예요.

지금보다 더 나이를 먹는다면 아마 난 지금으로 돌아오고 싶다는 생각은 할 지도 모르겠네요."

 


양규자가 모델을 서준 첫날은 그렇게 홍역을 치르듯 흘러갔다.


봉수는 더 이상 송화의 전화나 방문을 기다리지 않기로 했다.

봉수의 생활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결국 맺어질 수 없는 사이였다.

그제야 애란의 얼굴이 떠올랐다.

이 모든 상황을 이해할 수 있을까?

 

봉수는 오랫동안 샤워 꼭지 앞에 서서 생각에 잠겼다.

 

샤워실에서 나온 뒤 봉수는 냉장고에서 캔 맥주를 꺼냈다.

차가운 맥주가 식도를 타고 위장으로 흘러 들어가자

그때까지 남아 있었던 더위와 갈증까지 모조리 씻은 듯 사라졌다.

 

봉수는 오랜만에 컴퓨터 앞에 앉았다.

인터넷에 접속한 후 자주 가는 사이트로 들어갔다.

오랜만에 메일 확인을 했다. 수백 통의 메일이 올라와 있었다.

거의 대부분은 스팸 메일이었고 대학동창들의 안부 메일 등이 대부분이었다.

메일을 모두 지우고 게임 사이트로 접속했다.

스타를 즐겨했는데 그럴 만한 시간은 없었다.

 

봉수는 맞고 게임에 접속했다. 게임이 단순하고 그리 많은 시간을 잡아먹지도 않았다.

물론 열 받으면 경우가 달라지지만. 몇 판 맞고에 열중했는데 시시했다.

자꾸만 양규자의 몸이 떠올라 집중할 수도 없었다.

번번이 사이버 머니를 잃자 게임판에서 나와 버렸다.

 

봉수는 컴퓨터 앞에서 일어나 오늘 저녁 양규자를 모델로 그렸던 크로키와 작품을 살폈다.

아직도 그녀의 몸매가 눈에 선했다.

 

‘은근슬쩍 접근하면 모른 척 넘어올까?’

 

봉수는 양규자와 살을 섞는 상상을 하다가 황급히 고개를 가로 저었다.

그래도 양규자의 알몸이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았다.

사라지기는커녕 더욱 선명하게 떠올라 봉수의 아랫도리가 빳빳해지도록 만들었다.

봉수의 손이 속옷 속으로 들어갔다.

그때 휴대폰이 울렸다. 애란이었다.

자정이 조금 지난 시각이었다.

 

“우리 집 가려면 봉수씨네 집 앞으로 지나가야 하잖아요.

그래서 그냥 택시에서 내렸어요. 오늘 작업은 끝나셨죠? 여기 집 앞이에요.”

 

들어가기 전에 잠깐 얼굴이라도 보자는 말이었다.

봉수는 옷을 챙겨 입고 집 앞으로 나갔다.

애란이 가로등 아래 서 있었다.

 

“술 마시니까 봉수씨 생각이 나네요. 전에는 진국씨 생각만 났는데.”

 

“우리 집 좀 덥지만 들어가실래요? 시원한 물은 드릴 수 있습니다.”

 

“시원한 맥주를 주신다면 들어갈게요.”

 

그녀는 이제 대범했다. 봉수도 애란이라면 싫지 않았다.

그녀에게 송화가 찾아왔던 일을 말하고 관계를 어떻게 정리했으면 좋겠는가 조언을 구하고도 싶었다.

 한편으론 그녀의 몸에 대한 욕심이 전혀 없는 것도 아니었다.

 

봉수는 집 앞 슈퍼에서 캔맥주를 잔뜩 산 뒤 애란과 집으로 돌아왔다.

 

“상상했던 그대로네요.”

 

“좀 덥죠. 옛날 집인데다가 에어컨도 없거든요. 모델 서주신 분이 꽤 고생하셨어요.”

 

“화가 중에는 완성되지 않은 그림을 안 보여주는 사람들도 있죠? 제가 보여달라며 보여 주실건가요?”

 

봉수의 마음을 편하게 만드는 여자. 그런 여자라면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봉수는 양규자를 모델로 삼아 유화 작업을 위해 데생을 해놓은 작품과 크로키를

한 작품들을 펼쳐 보여주었다.

 

“이 그림만으로만 봐도 이 여자의 몸이 훌륭하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너무 아름다워요. 그리고 용기 있고.”

 


애란은 벌써 두 개째 캔맥주 뚜껑을 땄다.

 

봉수가 그녀의 눈치를 보니 그냥 들린 것만은 아닌 것 같았다.

그렇다고 섹스를 하고 싶어하는 기미도 보이지 않았다.


“짐작을 하셨는지 모르겠지만 저도 제 자신의 누드를 하나 가졌으면 해서요.

언제 다시 살이 찔지 모르잖아요.

 

그리고 제 누드를 갖는 일, 나이를 더 먹으면 힘들어질 거고…

그땐 누드를 가지고 있어봐야 별로 소용없겠다 싶었거든요.

더 늦기 전에 갖고 싶어서 부탁드리러 온 거예요.”

 

봉수는 짐작하지 못했던 일이었다.

 

“그렇다고 지금 부탁드리려는 게 아니라 봉수씨 작업 끝난 후에 가능하다면…”

 

술 때문인지 부끄러움 때문인지 애란의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봉수는 양규자의 알몸을 생각하고 있던 터라 그런 애란을 보자 괜히 흥분이 됐다.

그때 문득 애란의 누드도 한 점 그려서 전시하면 어떨까 싶었다.

 

“애란 선배의 부탁이라면 못 들어 줄 것도 없죠. 대신 조건이 하나 있어요.”

 

“조건이요?”

 

“애란 선배 누드도 이번 전시회에 전시를 한다는 조건으로요.”

 

“네?”

 

역시 무리한 조건이었던 모양이었다.

자기 혼자 간직하고 볼 그림이라면 몰라도 만인 앞에 자신의 누드 그림을 공개한다는 건

아무래도 께름칙한 듯했다.

 

“아니에요, 애란 선배, 조건없이 들어 드릴게요.”

 

애란은 맥주를 홀짝이며 생각에 잠겼다.

 

“음, 그 조건 수락할 수 있어요.”

 

옷 벗는 시대. 자신의 몸이 가장 아름다울 때를 간직하려는 열망의 시대라는 말이 맞았다.

요즘 어지간한 여자 연예인이라면 누드 화보집 한 두 권은 있고 몸매만 바쳐준다면

직업에 상관없이 누드 화보집을 내는 판국이었다.

불과 몇 년 전이라면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

 

“정말이요?”

 

“시간이 빠듯하겠네요. 저는 봉수씨가 틈 날 때마다 불러주면 달려올게요.”

 

애란의 말 때문에 흥분이 되었던 것인가?

 아니면 허리를 숙일 때 애란의 가슴 살이 보였던 때문일까.

얇은 반바지 속의 아랫도리가 서서히 일어섰다.

하지만 봉수는 자신의 물건임에도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반바지 앞섶이 불룩해졌는데도 전혀 느낌이 없었던 것이다.

 

“어머!”

 

애란이 한 손으로는 입을 가리고 웃었고 캔맥주를 든 손으로는 봉수의 반바지를 가리켰다.

봉수는 자신의 아랫도리 쪽으로 고개를 떨구었다가 놀라 손으로 물건을 가렸다.

 

“허, 참 이 놈이 주책이네요.”

 

애란이 의자에서 내려앉더니 무릎 걸음으로 봉수에게 기어왔다.

 

“참, 이상해요. 전에는 몰랐는데 봉수씨랑 그런 일이 있고 난 뒤로는

생리를 전후로 해서 못 견디게 봉수씨가 그리워지곤 그래요.

그렇다고 봉수씨를 구속하겠다는 말은 아니에요.”

 

봉수가 그녀의 상체를 와락 끌어안았다.

애란이 기다렸다는 듯 봉수의 허벅지 위로 엎어졌다.

반바지 속에 있는 봉수의 아랫도리가 단단해졌다.

 

“난 이 나이가 되도록 남자와 여자의 그 자연스러운 욕망을 왜 몰랐을까요?”

 

“늦게 피는 바람이 무섭다고 하던데요.”

 

“제가 누군가의 여자인가요? 바람이라고 표현하게?"

 

애란의 손이 봉수의 반바지를 천천히 끌어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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