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방/개와 늑대의 시간

제7장 수난기 5

오늘의 쉼터 2015. 2. 8. 19:54

제7장 수난기 5

 

 

“생각은 해 보셨습니까?”


양규자는 직원에게 차를 부탁한 뒤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아무래도 힘들 거 같습니다.

 

강 실장님께서 바깥 분이시니까 잘 아시겠지만 사실 요즘 저희 회사 힘들거든요.

 

어디든 다 마찬가지겠지만 말입니다.”

 

“봉수씨, 난 인간에게 기회가 세 번씩 온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정말 그 인간이 성공할 수 있는 기회는 딱 한번뿐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에요.

 

나의 제안이 혹시 그런 기회가 아닐까 생각해 본 적 없으세요?”

 

양규자는 당차고 자신만만했다.

 

인생에서 성공할 수 있는 기회란 단 한번뿐이다?

 

양규자의 말은 차라리 섬뜩했다.

 

한번 기회를 놓치면 죽을 때까지 성공할 수 있는 기회는 영원히 오지 않는다는 말이었다.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인간에겐 성공할 수 있는 무수한 기회가 있다고 생각하죠.

 

다만 그 기회를 어떤 연유 때문에 못 잡거나,

 

때론 기회가 온 줄도 모르고 흘려 보내거나,

 

또 때론 기회인 줄 뻔히 아는 데도 일부러 포기하는 수도 있죠.”

 

양규자의 얼굴에 잔잔하게 미소가 흘렀다.

 

“일부러 포기를 하다뇨?”

 

“사랑 때문에 포기할 수도 있고, 뭐 가족 중에 누군가 아파서

 

자신밖에 병간호할 사람이 없을 때도 포기할 수 있죠.

 

부모는 자식 때문에 꿈을 접고, 남자는 여자 때문에 여자는 남자 때문에

 

어느 순간에 자신의 꿈을 접을 수도 있는 거 아닐까요?”

 

양규자가 가볍게 박수를 쳤다.

 

“제가 사람은 제대로 봤네요.

 

봉수씨 그림을 보면 지금 하신 이야기가 그대로 드러나요.

 

그 휴머니즘을 우리 갤러리에도 나눠줄 수 없다는 건가요?”

 

양규자는 어르고 벼르는 솜씨가 고단수였다.

 

강 실장의 집에서 본 심심하고 지루해 부하 직원에게 자신의 알몸을 공개하는

 

그런 아줌마로 봤다간 큰 코 다칠 일이었다.

 

“아무래도 힘들 거 같습니다.”

 

“봉수씨의 그 감성이 오래 갈 수는 없을 겁니다.

 

결혼하고 아이들 생기고 그러면 더 힘들어져요.

 

혼자 몸일 때 그 감성을 지켜야 하지 않겠어요?

 

게다가 이미 그려 놓은 그림 몇 점에다가 새로 그림 한 점 더 그려서 전시하자는 데

 

그렇게 시간을 많이 잡아먹는 일도 아닐텐데요.”

 

양규자가 찻잔을 들고 밉지 않게 봉수를 흘겨보았다.

 

그녀의 말이 틀리진 않았다.

 

하지만 새로운 그림을 그린다는 건 아무래도 시간에 쫓기는 일이었다.

 

우선 모델 선정도 다시 해야 했고 한동안 잃어버렸던 열정도 다시 추슬러야만 했다.

 

그런데 지금은 ‘코지’의 해외 개발2부로선 매운 중요한 시기였다.

 

팀원들을, 특히 중국에 나가 있는 진국을 실망시킬 수는 없었다.

 

“오래 기다려 드릴 수 있어요.

 

그래도 올 연말까지지만 말이에요.

 

그리고 우리 그이한테 부탁해서 특별히 부탁을 드릴 수도 있습니다.”

 

양규자는 봉수를 그냥 돌려보낼 마음이 전혀 없어 보였다.

 

한번 목적한 일은 상대의 사정은 어찌되었든 아랑곳하지 않고 꼭 이루고야 마는

 

그런 고집스러운 여자들을 몇몇 보기도 했다.

 

그런데 애석하게도 그런 여자들은 가난과 배고픔과 슬픔을 모르고 자란 경우가 많았다.

 

신수정도 그런 종류의 여자였다.

 

지금은 보험설계사가 되어 있지만 대학 시절의 그녀는 배를 채우기 위해

 

개인전에 간다는 사실을 이해하지 못하는 여자였다.

 

먹고 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몸을 파는 여자들을 벌레 보듯 했던 여자이기도 했다.

 

 

“지금 봉수씨에겐 우리 갤러리에서 거의 최고의 대우를 해주려는 거예요.

 

어떤 조건이면 수락하겠어요? 전시 문화에 대해선 다 아실테니까 한번 말씀해 보세요.”


양규자는 지금 조건을 두고 봉수가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고생할 필요가 없는데 뭐 하러 사서 고생을 해? 젊을 때는 고생도 사서한다고?

 

나는 반대야. 왜 일부러 고생을 해야 하지? 언젠가 술자리에서 신수정이 술 취한 목소리로

 

사람들에게 떠벌였던 이야기였다.

 

그때 봉수가 놀란 건 그런 신수정의 생각을 동의하는 남자와 여자들이 의외로 많았다는 것이었다.

 

양규자 역시 전혀 고생을 하지 않고 자란 여자 같았다.

 

고생스럽고 어렵게 살다 보니 마치 나이 든 노파가 반쯤은 관상쟁이가 되듯

 

저절로 알게 되는 삶의 지혜 같은 것들이 생긴다.

 

사람을 보는 눈은 그런 지혜 중 하나였다.

 

봉수는 양규자에게서 벗어나려면 마지막으로 생각했던 조건을 내세워야겠다고 입을 열었다.

 

“제가 요즘 그리고 있는 누드가 있습니다. 그런데 뭐가 좀 부족해요.”

 

“어머, 새로 그리시는 그림도 있으시고…

 

그럼 뭐 시간을 특별히 쪼갤 필요도 없으시겠네요.”

 

“아시겠지만 이미 그린 그림도 조금씩 더 손을 봐야 하지만 무엇보다

 

지금 새롭게 그리고 있는 그림 때문에 모델이 새로 필요해요.”

 

“모델은 얼마든지 구해 드릴 수 있습니다.”

 

“그런 전문적인 모델은 안됩니다.”

 

봉수는 가슴에 담아두었던 말을 꺼낼까 말까 망설였다.

 

“한 순간에 필이 오는 사람이어야 해요.”

 

“그런 사람이 없단 말인가요?”

 

“찾긴 찾았는데 허락을 할지는 모르겠네요.”

 

“연락처를 가르쳐 주세요. 제가 설득해 보죠.”

 

봉수는 속으로 웃었다.

 

“바로 앞에 계신 분입니다.”

 

“저요?”

 

봉수에게 바짝 다가와 앉았던 양규자가 의자 등받이에 등을 기대며 물러났다.

 

“삶을 어느 정도 산 완숙한 여자의 누드가 이번 그림의 포인틉니다.

 

그런데 먼저 모델은 너무 어려요.

 

누드란 게 상상으로 그릴 순 없는 거 잖습니까.”

 

봉수는 이제 양규자가 물러나겠다 싶었다.

 

“괜히 저 놀리시는 거 아니죠?”

 

“그건 절대 아닙니다.

 

후에 우연히 또 댁 같은 분을 만나게 되면 그때도 부탁을 드릴 수도 있겠죠.”

 

양규자는 잠시 눈을 감았다.

 

불과 1분 남짓 흘렀을까.

 

그녀가 눈을 확 뜨고 봉수에게 다가왔다.

 

“좋아요, 하겠어요. 나도 더 늙기 전에 내 누드를 갖고 싶었는데.”

 

되려 제안을 했던 봉수가 놀랄 판이었다.

 

“시, 실장님께서 아시면…”

 

“봉수씨가 우리 그 사람에 대해서 정말 잘 모르시는군요.

 

그 사람 차갑긴 해도 예술적인 안목도 깊고 이해도 넓은 편이에요.

 

그리고 뭐 굳이 허락을 받을 필요도 없죠. 제 누드니까.”

 

이제 더 이상 물러설 자리가 없었다.

 

그때 문득 애란의 말이 떠올랐다.

 

이 기회를 포기하지 않기를 바란다는 그녀의 말이 봉수의 귓전을 맴돌았다.

 

 

봉수는 결국 개인전을 열기로 계약을 맺었다.

 

한가지 단서 조항으로 양규자가 매일 저녁 9시부터 11시까지 봉수의 작업 실을 찾아와

 

모델이 되어준다는 조건을 달았다.

 

다른 조건들은 봉수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좋은 조건들이었다.


봉수는 갤러리를 나서며 뭔가 잘못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양규자의 누드를 그리면 결국 강실장이 알게 될것이고

 

그러면 강실장 얼굴을 마주 대할 수 있을지 자신이 없었다.

 

“이미 엎질러진 물이다.”

 

봉수는 더 이상 자꾸 뒤를 돌아보며 염려하지 않기로 했다.

 

만약 양규자의 누드때문에 문제가 되면 회사를 그만 둘 각오도 해야 했다.

 

적어도 겨울까지는 무사할터였다.

 

잠정적으로 정해진 전시 일정이 새해 초니

 

그때가 되면 중국 일도 어느 정도 윤곽이 잡힐 듯했다.

 

봉수는 먼저 애란에게 전화를 걸었다.

 

“애란 선배,염려해주신 대로 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정말 축하해요.우리가 봉수씨 배려 많이 해줄게요.”

 

“꼭 그러실 필요는 없습니다.”

 

“어떻게 축하주라도 해야죠?”

 

이틀째 내리 술을 마셨다.

 

그래도 남의 부탁이나 청을 거절하지 못하는 게 봉수였다.

 

우유부단한 탓이었다.

 

“오늘은 애란 선배도 쉬세요.이틀째 계속 술이잖아요.”

 

“그럴까요.”

 

봉수는 애란과 통화를 끝낸 후 졸업한 학교로 차를 몰았다.

 

그동안 잊고 지냈던 열정을 다시 찾고 싶었다.마침 기회가 왔다.

 

어쩌면 양규자의 말대로 인간에겐 단 한번의 기회밖에 없는지도 모른다.

 

대학 주차장에 차를 세운 뒤 학과 실습실로 걸음을 옮겼다.

 

일요일이라 그런지 실습실 복도는 조용했다.

 

봉수는 예전에 자신이 지냈던 실습실 쪽으로 걸어갔다.

 

“누가 본다고 그래.”

 

“야,그림이나 그려.내가 너 이럴 줄 알았어.”

 

남자와 여자가 가볍게 실랑이하는 소리가 실습실에서 흘러나왔다.

 

봉수는 조용히다가가 창을 통해 안을 살폈다.

 

실습실 안쪽에 여자가 발가벗은 채 의자에 앉아 있었고 남자가 무릎걸음으로

 

여자에게 다가가 무릎을 잡고 있었다.

 

“한번만 하자.”

 

“누가 보면 어떡해?”

 

봉수는 두 사람을 보며 요즘 학생들은 대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보긴 누가 봐.”

 

남학생이 여학생의 다리를 벌렸다.

 

봉수에게도 색다른 풍경은 아니었다.

 

학교에서 모델을 구해 실습할 때는 돈이 들지 않지만 부족한 부분들을 채우기 위해

 

학생들이 모델을 부르는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 자리에 가난한 학생들은 참석할 수 없었다.

 

결국 서로 옷을 벗고 누드 모델이 되어주곤 했던 것이다.

 

하지만 지금 풍경은 그런 경우와는 전혀 달라 보였다.

 

서로 몸에 대한 호기심으로 시작한 짓들 같았다.

 

“싫다니까.”

 

“에라 모르겠다.”

 

남학생이 여학생의 다리 사이에 머리를 박았다.

 

여학생은 남학생의 머리를 밀어 내려고 애를 썼지만 남자의 힘을 당할 수는 없었다.

 

아니,애초부터 그럴 의사가 없는 듯했다.

 

오랜만에 재미난 구경을 한다 싶어 봉수는 숨소리까지 죽였다.

 

 

“몰라잉.”


여학생이 더 적극적으로 변해 남학생을 재촉했다.

 

여학생이 의자를 잡고 뒤돌아 섰고 남학생이 그녀의 뒤에 달라붙었다.

 

대낮부터 거리낌없이 섹스를 하는 그들이 부럽다기 보단 왠지 천박해 보였다.

 

봉수는 장난기가 발동했다.

 

작게 헛기침을 했다.

 

그러자 여학생이 소리 난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야, 야 창가에 사람 있잖아.”

 

대학 실습실은 무척 넓었다.

 

게다가 이젤이며 캔버스 따위가 놓여져 잘만 숨으면 복도에 있는 사람들이

 

볼 수 없는 공간을 찾을 수도 있었다.

 

남학생과 여학생, 제 딴엔 적당하게 몸을 숨겼다고 생각했던 모양이었다.

 

여학생이 부리나케 옷으로 몸을 가렸다.

 

남학생도 발목에 걸려 있던 바지를 추스렸다.

 

“거기 누구야?”

 

남학생이 제법 강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니까 그만 두자니까.”

 

봉수는 속으로 키득거리며 조용히 몸을 창 아래로 숨겼다.

 

“아무 소리도 안나잖아.”

 

“아니 누가 창가에 서서 기침을 했다니까.”

 

“넌 저쪽을 보고 있었는데 어떻게 창가에 서 있는 사람을 볼 수가 있는데? 싫으면 싫다고 말해.”

 

남학생은 전의를 잃고 바지의 혁대까지 꿰고 있었다.

 

“아, 아냐.”

 

그런데 묘한 일이었다.

 

여학생이 남학생의 허리띠를 잡았다.

 

“나는 누가 우릴 촬영해서 인터넷에 올릴까봐 걱정이 돼서 그랬어.”

 

“야, 바짝 대고 찍어야 그나마 얼굴이 나오지.

 

내가 몰카 몇 번 봤는데 다 멀리서 찍어서 누가 누군지 모르겠더라.

 

그리고 너도 이런 데서 한번 해보고 싶다고 그랬잖아.

 

대낮에 실습실에서 스릴 있고 죽이잖냐.”

 

“그래도.”

 

남학생이 다시 바지를 벗었다.

 

여학생은 다시 후배위 자세를 취했다.

 

“그럼, 빨리 끝내? 알았지?”

 

“니가 잘 해주면 되잖아.”

 

남학생과 여학생은 이제 봉수가 헛기침을 해도 아랑곳하지 않고 서로에게 몰두했다.

 

봉수는 슬며시 뒤돌아 나왔다.

 

더 이상 두 사람을 방해하고 싶지 않았다.

 

봉수는 실습실 계단에 앉아 대학 시절 추억들을 하나 둘 되새겼다.

 

어찌되었든 대학 다닐 땐 누구보다 열심히 그림을 그렸다.

 

신수정을 쫓아다닐 때를 제외하곤 거의 실습실에서 살다시피 했다.

 

졸업하던 해 특선을 받은 게 전부지만 열심히 그림을 그렸기에 후회하지 않았다.

 

“일단 찜질방 먼저 가자.”

 

“밥부터 먹자니까.”

 

실습실에서 몰래 섹스를 벌였던 남학생과 여학생이 복도에서 걸어나오고 있었다.

 

봉수는 무심한 척 두 사람을 번갈아 보았다.

 

여학생은 잘 해야 20살 정도? 남학생 역시 여자와 비슷해 보였다.

 

계단을 내려간 두 사람은 파란색 스포츠카 앞에 멈춰 섰다.

 

남학생이 리모트컨트롤로 차문을 열자 여학생이 날름 차에 올라탔다.

 

페라리. 지금 봉수가 받는 월급을 한 푼도 쓰지 않고 5년쯤 모으면 살 수 있을까?

 

씁쓸하지만 그제야 여학생이 남학생의 허리띠를 잡고 매달렸던 이유를 알 것 같았다.

 

남학생과 여학생을 실은 페라리가 요란한 소리를 내며 눈앞에서 사라졌다.

 

 

개발2부 사무실로 들어서던 봉수는 다시 밖으로 나와 표지판을 확인했다.

 

분명 개발2부 사무실이었다.

 

그런데 사무실 내부는 옆방까지 터서 두 배쯤 넓어졌고 의자도 모두 고급스러운 의자로 바뀌었으며,

 

무엇보다 책상이 더 늘어났고, 인테리어 또한 확 바뀌어 개발2부 사무실이 아닌 줄 알았던 것이다.


봉수의 책상은 정 중앙에 놓여져 있었다.

 

회사 내에 말단 직원들은 알지 못하는 커다란 변화가 있다는 징조였다.

 

잠시 뒤 애란이 출근을 하며 놀랬다. 병달 역시 마찬가지였다.

 

“혹시 뭐가 잘못된 건 아닐까요?”

 

8시 30분. 강 실장이 나타났다.

 

봉수는 어제 양규자를 만난 일 때문에 그의 얼굴을 제대로 볼 수 없었다.

 

“노 대리, 어때요?”

 

“뭐가요?”

 

“사무실 인테리어가 마음에 듭니까?”

 

“넓어졌고 분위기도 좋아졌네요.”

 

“앞으로 지원부서가 들어올 겁니다.

 

개발2부만 전담하는 지원부서니까 그렇게 알고들 있으세요.”

 

봉수는 이 변화를 반가워 해야 하는지 부담스러워 해야 하는지 감이 잡히질 않았다.

 

“적극적으로 지원하기로 한 거니까 부담 갖지 말고 열심히들 일해줘요.

 

앞으로 일주일 안에 필요한 인력에 대해서 보고해 올리세요.

 

가능한 유능한 인재로 채워줄 테니까 말입니다.”

 

강 실장은 흡족한 미소를 지은 후 돌아갔다.

 

“선배님, 강 실장이 이제 확실하게 실권을 잡은 모양입니다.”

 

병달의 말이 기정사실화 된 듯했다.

 

그런데 몇 주째 사장의 얼굴은 볼 수가 없었다.

 

장기 출장 중이라지만 전화라도 한번 해올 텐데 전화조차 없었다.

 

뒤늦게 출근한 화련이 허겁지겁 사무실로 뛰어 들어왔다.

 

“선배님들 보셨어요?”

 

화련은 숨도 제대로 고르지 못했다.

 

“뭘?”

 

“회사 게시판이요.”

 

화련도 사무실을 둘러보며 놀랬다.

 

“이건 뭐예요?”

 

“강 실장이 우리 팀에게 사람들을 더 충원해 준대요.”

 

병달이 의미심장한 눈으로 사무실을 둘러보며 대답했다.

 

“회사 게시판 얘긴 뭡니까?”

 

봉수는 더 이상 놀랠 일도 없다는 듯 무심하게 물었다.

 

“감원이요, 감원!”

 

“감원이라니?”

 

“감원 대상자가 발표났어요.”

 

“몇 명이나?”

 

“모두 서른 명이에요.”

 

“우, 우리 이름은?”

 

“없었어요.”

 

봉수는 그제야 강 실장의 뜻을 알아차렸다.

 

개발2부에 인원을 보충하기 위해 다른 직원들을 감원한 것이었다.

 

봉수는 주먹을 불끈 쥐고 사무실을 나섰다.

 

“어디 가세요?”

 

애란과 화련, 그리고 병달도 봉수의 뒤를 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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