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4> 27장 지도자 [6]
(564) 26장 지도자 <11>
성북동의 안가에서 서동수와 정유선이 탁자를 사이에 두고 앉았다.
오늘도 아래층의 주방 아줌마가 차려놓은 술과 안주가 탁자 위에 가득 놓였다.
벽시계는 밤 12시 반을 가리키고 있다.
집 안은 조용하다.
베란다의 문을 열고 커튼을 쳐놓아서 바람결에 커튼이 작게 흔들렸다.
정유선은 코트를 벗고 헐렁한 원피스 차림이었는데 며칠 전에 그 자리에 앉았던
유수경과 분위기가 다르다.
유수경이 정원에 핀 꽃이라면 정유선은 야생화다.
황무지에서 강한 생명력으로 피어난 야생화, 화류계가 바로 황무지일 것이었다.
술잔을 든 서동수가 정유선을 보았다.
“와 줘서 고마워, 마담.”
“아뇨, 제가 좋아서 온 건데요.”
정유선이 긴 머리를 쓸어 젖히면서 웃었다.
이제는 머리를 풀어서 긴 머리가 어깨를 덮었다.
서동수가 한 모금 술을 삼켰다.
정유선은 2차를 따라 나가는 여자가 아니다.
그랬다면 정계의 대모라고 불릴 정도의 위치가 되지 않았다.
그렇다고 정유선이 따라 나온 이유가 팁을 후하게 주었기 때문이 아니다.
서동수보다 돈을 펑펑 더 잘 쓰는 인간도 부지기수다.
술잔을 내려놓은 서동수가 문득 쓴웃음을 지었다.
정유선이 자신의 인간적인 매력에 끌려 나왔다고 생각한다면 치매가 왔다고 봐도 될 것이다.
그렇다면 무엇 때문인가? 좋아서 왔다는 말은 자진해서 왔다는 말일 뿐이다.
그때 정유선이 웃음 띤 얼굴로 서동수를 보았다.
“뵙게 될 기회를 기다리고 있었어요.”
“저런.”
정신이 든 서동수가 똑바로 앉았다.
“연락이라도 하시지 그랬어? 언제라도 만날 수 있을 텐데.”
대답 대신 풀썩 웃은 정유선이 말을 이었다.
“저는 전생의 인연을 믿어요. 장관님하고 인연이 있었다면 만나게 되리라고 믿었지요.”
“전생의 인연이 있었군.”
“모두 장관님 이야기를 해요. 장관님처럼 화제의 주인공이 된 인물은 제가 처음 보았어요.”
서동수가 숨을 들이켰다.
지금 정유선이 본론을 꺼내고 있다.
따라온 이유가 바로 이 말을 하기 위해서인가?
정유선의 말이 이어졌다.
“여당이건 야당이건, 기업가, 공무원은 말할 것도 없고 언론, 종교, 문화계까지.”
“날 씹어?”
“각양각색이죠. 하지만 특징이 있어요.”
“조루가 있는 놈들이 씹겠지.”
“장관님이 시대를 잘 만났다는 것이죠. 모두 그 말에는 공감하고 있더군요.”
잔에 술을 채웠던 서동수가 정유선의 빈 잔에도 술을 따랐다.
“시대가 영웅을 만든다고 하더구먼. 소설에서 읽었어.”
술잔을 든 서동수가 지그시 정유선을 보았다.
다음 말을 기다리는 것이다.
정유선이 한 모금에 술을 삼켰다.
목이 깊게 파인 원피스여서 젖가슴의 윗부분이 다 드러났다.
“이번 대선에 나오실 건가요?”
불쑥 정유선이 물었으므로 서동수가 한 모금 술을 삼키고는 말했다.
“나는 대선보다 지금 더 급한 것이 있는데, 정유선 씨.”
“뭔데요?”
“욕조의 물이 식고 있을 거야. 같이 들어가는 게 어때?”
“그러죠.”
머리를 끄덕인 정유선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얼굴은 적당히 상기되었고 두 눈이 번들거리고 있다.
“이야기만 하려고 온 것이 아니니까요.”
(565) 26장 지도자 <12>
욕조에 나란히 기대앉은 둘의 얼굴은 더운 기운에 상기되었다.
물이 어깨까지 닿았지만 정유선의 풍만한 젖가슴과 아래쪽의 검은 숲이 맑은 물속에서 환하게 드러났다.
“참, 나.”
두 손으로 얼굴을 씻으면서 정유선이 웃었다.
머리에 비닐 캡을 써서 목의 솜털도 보인다.
“내가 이러고 있을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네.”
“자, 나한테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해봐. 지금이 가장 좋은 분위기야.”
팔을 뻗어 정유선의 어깨를 당겨 안으면서 서동수가 말했다.
“그래서 날 따라 나온 것 같지만 말이야.”
“꼭 그렇지는 않아요.”
서동수에게 안긴 정유선이 몸을 비틀어 남성을 감싸 쥐었다.
이미 서동수의 남성은 물속에서 솟아 있는 것이다.
“그렇지.”
칭찬한 서동수의 한 손이 정유선의 다리 한쪽을 당기고는 골짜기를 더듬었다.
욕조 안에서 둘의 사지가 엉켰고 빈틈없이 붙여졌다.
정유선이 입을 열었다.
“대선에 나오시지 않으세요?”
“안 나간다고 했잖아.”
욕조의 물이 출렁였고 정유선의 숨소리가 높아졌다.
정유선이 말을 이었다.
“결국은 장관님이 나오신다고 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왜?”
“시대의 요청.”
“웃기고 있네, 말은 잘도 만들어내.”
“뵙고 싶었어요.”
“지금 만지고 있지 않아?”
“이것 말고.”
하면서 정유선이 문지르던 남성을 힘주어 움켜쥐었으므로 서동수가 입을 딱 벌렸다.
서동수가 골짜기에서 손을 떼고 젖가슴을 움켜쥐었다.
작게 비명을 질렀던 정유선이 몸을 비틀며 말했다.
“대선에 나가지 않는 이유를 한 가지만 말해봐요.”
“그것이 듣고 싶어서 온 건가?”
“그래요.”
“나한테 이 선물을 가져왔으니 나도 말해주지.”
서동수의 손가락이 동굴 안으로 깊숙이 들어갔다.
정유선이 다리를 비틀었지만 시선을 떼지 않았다.
“말해줘요.”
“내 역할은 여기까지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지, 더 이상은 안 돼.”
정유선이 눈만 깜빡였으므로 서동수가 빙그레 웃었다.
“양에 차지 않는 것 같구먼, 하지만 어쩔 수 없어, 그것으로 만족해줘.”
“나가요.”
“옳지.”
물을 뿌리며 일어선 서동수가 정유선의 허리를 감아 안고 욕조를 나왔다.
“가만 서 있어요.”
정유선이 서동수를 세우더니 타월로 몸의 물기를 닦으면서 물었다.
“서울에 여자가 몇 명 있어요?”
“글쎄, 한 500만 명 되나?”
“아니.”
눈을 흘긴 정유선이 다시 서동수의 남성을 움켜쥐었다.
“얘가 좋아하는 여자 말이에요.”
“이런.”
서동수가 정유선의 허리를 당겨 안고는 입술을 붙였다.
정유선이 두 팔로 목을 감아 안더니 입을 열어 주었다.
욕실에선 둘의 숨소리가 거칠어졌고 하반신을 비벼대던 정유선이 허덕이며 말했다.
“침대로 가요.”
그러더니 두 팔로 서동수의 목을 감았다.
“날 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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