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방/서유기

<282> 27장 지도자 [4]

오늘의 쉼터 2015. 2. 17. 17:21

<282> 27장 지도자 [4]

 

 

(560) 26장 지도자 <7>

 

 

 

 

 

청와대에서 돌아오는 차 안은 한동안 정적에 덮여 있다.

밴에 탑승한 인원은 운전사를 제외하고 넷, 서동수와 비서실장 유병선,

특보 안종관과 수행비서 최성갑이다.

모두 서동수가 어떤 대화를 나누고 나왔는지를 아는 것이다.

오후 7시, 회의 시간은 30여 분밖에 걸리지 않았다.

이윽고 머리를 든 서동수가 유병선을 보았다.

“박세중 의원하고 약속은?”

“네, 기다리고 계십니다.”

유병선이 잠에서 깬 것 같은
얼굴로 서동수를 보았다.

“지금 약속을 정할까요?”

서동수가 머리를 끄덕이자 유병선이 핸드폰을 집어들었다.

의자에 등을 붙인 서동수가 앞쪽 자리에 앉은 안종관을 보았다.

안종관은 서동수의 결심을 듣자 실망한 것 같았지만 반대는 하지 않았다.

“안 특보, 내가 아니면 안 된다는 생각이 바로 독재의 시작이오.”

불쑥 서동수가 말하자 안종관의 얼굴에 웃음이 떠올랐다.

“제가 얼마 전에 동성에 오래 계신 분으로부터 우연히 장관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서동수는 듣기만 했고 안종관의 말이 이어졌다.

“장관님은 지도자로서의 특징을 갖고 계셨습니다. 그것이 장관님의 장점이라고 하더군요.”

“뭐라고 합디까?”

웃음 띤 얼굴로 서동수가 묻자 안종관이 정색했다.

“그것은 저도 공감을 했습니다. 저도 장관님을 모신 지가 꽤 되었으니까요.”

그때
전화를 마친 유병선도 웃음 띤 얼굴로 경청하고 있다. 안종관이 말을 이었다.

“장관님의 지시는 짧습니다. 회의도 전혀 길지가 않습니다. 전화 통화도 짧은 것이 특징입니다.”

“난 잠자리에서는 긴데.”

그때 뒤쪽에서 숨 들이켜는 소리가 났다.

최성갑이다.

잠깐 말을 멈췄던 안종관이 서동수를 보았다.

“그것이 지시를 듣는 사람들의 잠재력을 키워주는 효과가 있는 것 같습니다.

저는 그것이 장관님이 지니신 지도자의 자질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회의와 지시는 짧을수록 좋다는 것이 서동수의 지론이다.

짧게 지시하고 길게 듣는다. 특별한 일이 아니면 회의는 소집하지를 않기 때문에

얼굴 잊어먹은 사람도 있을 정도였다.

그때 유병선이 말했다.

“8시 반에 청운에서 박 의원하고 약속이 되었습니다, 장관님.”

“실망하겠군.”

서동수가 말하자 유병선의 얼굴에 쓴웃음이 번졌다.

“하지만 대세를 거스르지는 않을 것입니다.”

서동수는 박세중의 후원자였던 것이다.

박세중이 서동수와 대통령의 생각을 거스를 수는 없을 것이었다.

밴이 서초동의 한정식집 청운에 도착했을 때는 8시 20분이다.

미리 연락을 받은 마담이 현관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서동수를 맞았다.

서동수는 유병선, 안종관과 함께 안으로 들어섰다.

“총무님께선 조금 전에 오셨습니다.”

마담이 사근사근한 목소리로 말했다.

한복 차림의 마담은 40대쯤으로 보였는데 요염했다.

서동수가 앞장서 걷는 마담의 등에 대고 은근하게 물었다.

“마담, 아가씨 준비는 되었소?”

걸음을 늦춘 마담이 서동수를 보았는데 눈동자가 흔들렸다.

마담한테서 옅은 향내가 맡아졌다.

이것이 바로 색향이다.

 

 

 

 

(561) 26장 지도자 <8>

 

 

 

 

 

“잘 알겠습니다.”

이야기를 들은 박세중이 머리를 끄덕이며 말했다.

얼굴에 웃음까지 떠올라 있다.

박세중은 54세, 4선 의원이며 원내총무이니 산전수전 다 겪은 정치인이다.

“그것이 순리인 것 같습니다.”

박세중이 술잔을 들고는 서동수를 보았다.

“등잔 밑이 어둡다는 말도 실감이 나는군요. 멀리 보지를 못했습니다.”

“그렇게까지 말씀해 주시니 고맙습니다.”

서동수가 치하했다.

“김 위원장도 이의가 없으실 것입니다.”

그것은 서동수의 몫이지만 이해시킬 수가 있을 것이었다.

이해시키는 정도로 그쳐야지 그 이상은 월권이다.

한 모금 술을 삼킨 박세중이 말을 이었다.

“다른 사람들도 이의가 없으리라고 생각합니다. 당장 내일부터 바빠지겠군요.”

다른 사람이란 대선 후보들을 말한다.

그들에게는 난데없는 일이겠지만 거역할 수는 없을 것이었다.

당장에 대통령과 서동수, 박세중이 대세를 몰아가면 따를 수밖에 없다.

아직 대선 후보를 내지 못하고 있는 야당 측에서도 반대할 명분을 찾기 힘들 것이었다.

“당분간 유 실장과 안 특보가 한국에 남아 있을 것입니다. 그러니 박 총무께서 도와주시지요.”

서동수가 부탁했을 때 방문이 열리더니 마담과 함께 아가씨들이 들어섰다.

때맞춰서 들어오는 셈이다.

“자, 그럼 회의는 끝났고 한잔하지요.”

술잔을 든 서동수가 옆에 앉은 마담부터 보았다.

“마담은 초면인데, 왜 이제야 당신을 만나게 되었지?”

“그러게요.”

마담이 눈웃음을 쳤다.

바로 오른쪽에 앉아 있어서 눈가의 주름까지 다 보인다.

화장이 옅었기 때문이다.

둥근 얼굴, 머리는 뒤로 묶어 옥비녀를 꽂아서 긴 목이 드러났다.

그때 마담이 머리를 돌려 서동수를 보았다.

앞에 떠 있는 마담 얼굴이 삼십 센티미터밖에 되지 않는다.

“왼쪽에 앉은 파트너한테 이야기 좀 해주세요.”

“말 대신 지금 만지고 있으니까 신경 쓰시지 않아도 돼.”

그때야 치마 속으로 손을 넣어 파트너의 허리를 안으면서 서동수가 말을 이었다.

“감히 나한테 교육을 하려고 들다니, 세종대왕한테 한글 교육을 하려는 꼴이구나.”

“아이고, 이제 곧 대통령 되실 테니 이런 곳에서 뵐 날도 얼마 남지 않았네요?”

마담이 생글거리며 말을 받자 안종관의 얼굴은 굳어졌지만 유병선은 웃었다.

그때 박세중이 말했다.

“그러게 말이야. 그러니까 오늘 서비스 잘해. 잘 모시란 말이야.”

“말씀만 하세요.”

마담이 웃음 띤 얼굴로 서동수를 보았다.

40대 중반쯤 되었을까? 청운은 특급 요정이다.

정치인, 대기업 총수들의 단골로 유명한 곳이었는데 유병선이 오늘 처음 예약을 했다.

마담에 대한 사전지식도 없었지만 서동수는 신선함이 느껴졌다.

마담은 아직 제 소개도 안 한 것이다.

그것도 새롭게 느껴진다. 그때 박세중이 마담에게 물었다.

“마담, 오늘 누구 안 왔나? 우리 쪽에서 온 사람은 없어?”

우리 쪽이란 한국당을 말하는 것이다.

마담의 얼굴에 다시 웃음이 떠올랐다.

“아유, 전 모르겠어요. 늦게 나와서요.”

“알면서도 말 못하겠지.”

서동수는 파트너의 허리를 당겨 안고 나서 술잔을 내밀었다.

술을 따르라는 표시였는데 마담이 잔을 받아 버린다.

'소설방 > 서유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284> 27장 지도자 [6]  (0) 2015.02.17
<283> 27장 지도자 [5]  (0) 2015.02.17
<281> 27장 지도자 [3]  (0) 2015.01.31
<280> 27장 지도자 [2]  (0) 2015.01.31
<279> 27장 지도자 [1]  (0) 2015.01.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