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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1> 27장 지도자 [3]

오늘의 쉼터 2015. 1. 31. 14:12

<281> 27장 지도자 [3]

 

 

(558) 26장 지도자 <5>

 

 

 

이윽고 서동수의 시선이 머문 곳은 한수정이다.

한수정이 누구인가?

 영진건설의 상속자이며 대주주로 서동수와 함께 카이로에서 고락을 함께한 사이였다가

지금은 연락이 끊긴 지 3년쯤 되었다.

그동안 한수정이 영진건설의 회장으로 취임했으며 회사가 성장하고 있다는 말만 들었다.

서동수는 한동안 한수정의 이름을 응시한 채 움직이지 않았다.

갑자기 딸 미혜 생각이 나서 핸드폰을 들었다가 한수정을 본 것이다.

오랫동안 소식이 끊긴 것도 궁금했다.

서동수는 한수정의 번호를 누르고는 핸드폰을 귀에 붙였다.

오후 10시 반, 늦은 시간이지만 이 시간대가 사적 대화를 나누기에는 적당할 것이었다.

신호음이 두 번 울리고 나서 한수정의 목소리가 울렸다.

“어머, 오빠 웬일이래? 나한테
전화를 해주고?”

한수정의 밝은 목소리를 듣자 서동수의
얼굴에 웃음이 떠올랐다.

“갑자기 네 생각이 나서, 회사 잘 된다면서?”

“응, 건설 경기가 살아나고 있으니까.”

“그런데 왜 신의주에는 안 오냐? 네 회사가 말이야.”

“아휴.”

짧게 웃은 한수정이 말을 이었다.

“오빠가 장관인데 어떻게 가? 차라리
공사 안 따고 말지.”

“왜?”

“오빠가 특혜 주었다는 소문이 나기 쉬워. 그렇게까지 해서 오더 따기 싫어.”

“너, 남자 생겼냐?”

“나 3년 가깝게 수절해오고 있어. 오빠하고 그거 한 것이 마지막이야.”

“아이고.”

“그동안 오빠는 백 번도 더 했겠지, 그건 내가 안 봐도 알지.”

“그런데 너한테 물어볼 말이 있다.”

갑자기 서동수가 말을 바꿨다.

이야기를 하다가 저도 모르게 튀어나온 것이다.


“뭔데?”

한수정이 묻자 서동수는 심호흡부터 했다.

“너, 내가 대통령
선거에 나가는 거, 어떻게 생각하니?”

“…….”

“날 아는 사람으로 솔직한 네 생각을 듣고 싶다.

세상 사람들은 소문이나 듣고 허상을 믿는 것 같아서 말이다.”

“…….”

“주변에서도 권하는데 난 자격이 없다고 했고. 어디, 네 생각 한번 듣자.”

“오빠는 솔직해.”

“그거야, 숨기는 것보다 털어놓는 것이 낫다는 계산을 한 적도 많아.”

“돈에 정직한 점도 있고.”

“아, 돈이 좀 있으니까 밝히진 않지.”

“융통성, 포용력도 있어.”

“약간은.”

“오빠 인기가 최고야, 어느 누구도 상대가 안 돼. 오빠가 지금 최전성기라고.”

“알았다.”

“대통령에 입후보하면 바로 될 거야. 그럼 역사에 남지.”

“우리, 만날까?”

“언제?”

“내가 전화할 테니까.”

“언제든지.”

“고맙다. 곧 연락할게.”

핸드폰을 귀에서 뗀 서동수가 길게 숨을 뱉었다.

그러고는 이제는 전화기를 들고 버튼을 눌렀다.

“예, 장관님.”

유병선이 바로 전화를 받는다.

“청와대하고 연락되었나?”

“예, 내일 오후 6시에 대통령님하고 약속이 잡혔습니다.”

바로 면담 약속이 잡힌 셈이다.

한국대통령도 김동일이 다녀간 것을 알 것이다.

 

 

 

 

(559) 26장 지도자 <6>

 

 

 

 

 

다음 날 오후 6시 정각,

청와대 대통령 집무실의 장방형 테이블에 세 사내가 둘러앉아 있다.

대통령 한대성과 비서실장 양용식, 그리고 서동수다.

이것이 한대성의 독대(獨對)다. 양용식을 증인으로 참석시킨 것이다.

서동수가 김동일의 이야기를 전하는 동안 한대성은 머리만 끄덕였다.

묻지도 않고 끝까지 듣기만 했다.

이야기가 끝났을 때 한대성이 먼저 긴 숨부터 뱉었다.

“임진란 전의 황윤길, 김성일의 사례까지 꺼내다니 김 위원장의 충격이 컸던 것 같군요.”

이번에는 서동수가 눈만 껌뻑였고 한대성의 말이 이어졌다.

“김 위원장이 믿는 사람은 서 장관뿐인 것 같습니다. 그러니 이 기회에 결심을 하시지요.”

“예, 결심을 했습니다.”

그 순간 한대성이 몸을 굳혔고 양용식이 숨을 들이켜는 소리가 들렸다.

두 쌍의 시선을 받은 서동수가 말을 이었다.

“이런 상황이 계속될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내일자로 한국당에 가입하겠습니다.”

“옳지.”

한대성이 얼굴을 펴고 웃었다.

환한 웃음이다.

양용식도 커다랗게 머리를 끄덕이며 웃었다.

그때 서동수가 정색하고 둘을 번갈아 보았다.

“그리고 당원으로서 각 의원들의 중지를 모으도록 하겠습니다.”

“당연히 그래야지요.”

한대성이 동의했다.

“그러신다면 거의 모든 의원이 장관님께 호응할 것입니다.”

“그러면 의원들의 중지를 모아 개헌을 추진하겠습니다.”

둘이 숨을 죽였고 서동수가 말을 이었다.

“대통령의 임기를 이번부터 재선이 되도록 개헌하는 것입니다.

야당도 대부분의 의원이 찬성할 것입니다.”

 

“…….”

“그럼 대통령님께서는 4년 연임을 더 하시고 그 사이에 남북한 연방이 성사될 것입니다.”

그때 한대성이 숨을 들이켜더니 손을 들었다. 얼굴이 굳어져 있다.

“서 장관, 잠깐만, 그것은….”

“그것이 순리인 것 같습니다.”

서동수가 한대성의 말을 잘랐다.

“대통령님께서는 신의주를 탄생시킨 주역이십니다.

김동일 위원장만 부각이 되었지만 대통령님께서 적극적으로 나서주시지 않았다면

신의주는 성사되지 않았습니다.”

“서 장관….”

“지금까지 무난하게 국정을 이끄신 주역이 대통령님이십니다.

저는 국민들의 기분은 즐겁게 해주었을지는 몰라도 잠깐의 바람입니다.”

“서 장관, 왜 이러시는 거요?”

정색한 한대성이 말렸지만 서동수는 머리를 저었다.

“대통령님께서는 공기 같은 분이십니다. 바람은 안 불어도 살지만 공기는 꼭 필요합니다.”

서동수의 시선이 양용식에게로 옮겨졌다.

“제가 내일 세 후보를 만나 개헌 약속을 받아내겠습니다.

그리고 김동일 위원장의 동의도 받아내지요.”

그렇게 된다면 누가 반대하겠는가?

어깨를 부풀렸다가 내린 양용식이 상기된 얼굴로 서동수를 보았다.

두 눈도 번들거리고 있다.

“장관님의 뜻이 그러시다면….”

“대통령제 연임은 이번에 확정해야 됩니다.”

단호한 표정으로 말한 서동수가 얼굴을 펴고 웃었다. 환한 웃음이다.

그것을 본 둘은 눈이 부신 것처럼 눈이 가늘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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