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장 수난기 3
수건이 작아서였는지 아니면 실수였는지, 애란의 몸을 가리고 있던 수건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순간 봉수가 애란의 몸을 샅샅이 보고 말았다.
대학 시절부터 누드 모델과 속옷 모델 등 수없이 여자의 몸을 보아왔지만
애란처럼 잘 익은 몸을 보기는 또 처음이었다.
가슴에서 둔부까지 이어진 곡선은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았고 거웃 또한 빗질을 해놓은 듯 가지런했다.
분명 예전에 봉수가 알고 있던 몸매가 아니었다.
평소 애란은 늘 펑퍼짐한 옷을 입어 몸매를 가리곤 했다.
그러나 허리를 굽힐 때나 뒤돌아 설 때,
또는 회식장소에서는 어쩔 수 없이 그녀의 몸매가 드러나곤 했다.
두툼한 허릿살과 입은 옷만큼이나 펑퍼짐한 엉덩이와 큰 가슴. 하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사랑 때문에 다이어트와 운동을 열심히 했다지만 결국엔 자기 자신에게 작은 성공 하나를
가져다준 셈이었다.
봉수는 애란이 서 있는 쪽으로 한 걸음 다가갔다.
다리가 후들거렸다.
비에 젖어 비릿한 살 내음이 건너왔다.
애란은 자신의 몸을 가리지도 않은 채 다가드는 봉수를 빤히 쳐다보았다.
봉수는 애란의 코앞까지 다가갔다.
봉수는 엉덩이 쪽으로 조여 쥐고 있던 수건을 풀어버렸다.
봉수는 애란의 눈을 들여다보았다.
강한 열망으로 눈이 초롱초롱 빛났다.
봉수는 애란을 와락 끌어안았다.
차가운 살이 봉수의 몸에 와 닿았다.
애란은 거부하지 않았다.
봉수는 자신의 입술이 닿는 대로 빨고 핥았다.
애란의 몸이 점점 휘어졌고 조금씩 따스해졌다.
“봉수씨 입술 참 따뜻해요.”
애란이 신음처럼 내뱉었다.
“왜 그럴까요, 봉수씨를 거부해야 하는데 전혀 그런 생각이 들지 않아요, 무섭지도 않구요.”
애란이 허리 아래로 내려가 있는 봉수의 머리를 두 손으로 끌어안았다.
봉수는 애란의 따뜻한 배에 귀를 대었다.
봉수 역시 일말의 죄의식도 느껴지지 않았다.
봉수는 서서히 몸을 일으켰다.
배꼽을 지나 명치로, 명치에서 다시 두 개의 젖무덤으로, 목으로,
그리고 애란의 입술에까지 이르렀다.
봉수는 애란을 번쩍 들어 침대 위에 살며시 눕혔다.
애란은 눈을 감고 있었다.
몸은 익었는데 남자와의 잠자리엔 익숙하지 않은 듯했다.
봉수는 정성껏 애란을 애무했다.
긴장된 근육이 풀리고 조여 있던 다리가 저절로 벌어지도록 오랜 시간 공을 들였다.
그 순간에도 봉수는 송화가 애란처럼 마음이 넉넉하고 낙천적이었으면 싶었다.
한편으론 애란을 아내로 맞이하면 좀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겠다는 계산도 들었다.
애란의 몸이 뜨거워졌다. 몸은 풀어지고 허벅지가 젖었다.
입에선 단내가 났다.
그러나 봉수는 망설였다.
이 선을 넘으면 어쩌면 송화와 더 이상 만나지 못할 지도 몰랐다.
송화가 자유분방하게 믿음과 배신의 선을 넘나든다고 해서
자신까지 그럴 수는 없다고 생각해 왔던 봉수였다.
남들은 그런 봉수는 촌놈이라 그렇다고,
젊은 사람답지 않게 쿨하지 못하다고 웃을 지 모르지만 어쨌든
봉수는 희미하게나마 그런 도덕적 관념 속에 자신을 가두고 살아왔던 것이다.
그런데 지금은 뭔가 알 수 없는 기운이 몸 안에 꽉 차 봉수에게 변화를 요구하고 있었다.
그건 어쩌면 그 동안 뛰어 넘으려고 그토록 애썼던 어떤 경지, 단순한 그림에서
예술의 경지로 넘어가는 선과 비슷한 것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려워 마세요, 봉수씨와 이런 일이 있었다고 해서 봉수씨를 멀리 하지 않아요.
왜 그런지 오히려 더 가까워졌어요.”
섹스를 하면 두 사람은 훨씬 친밀해진다.
서울 생활을 시작한 뒤 몇 안 되는 여자들과 살을 섞은 후 봉수는 그 진실을 깨달았었다.
처음엔 힘들고 너무 빡빡하더니 어느 순간이 지나자 애란의 몸이 활짝 열렸다.
봉수는 달리고 또 달렸다.
처음엔 첫 사랑 신수정이 떠올랐고 나중엔 송화의 얼굴과 벗은 몸이 아른거렸지만
그 역시 어느 순간이 지나자 모두 사라졌다.
절정에 이른 순간 봉수는 눈을 뜨고 애란의 얼굴을 똑똑히 보았다.
그녀는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애란의 몸에서 떨어져 나온 봉수는 그녀의 얼굴을 더 이상 볼 수 없었다.
비로소 일말의 죄책감이 들었다.
봉수는 허겁지겁 담배를 찾아 물었다.
“오해하지 마세요.”
얼마 전까지 마신 술이 완전히 깬 듯 애란은 무릎을 감싸고 앉았다.
하긴 비를 맞으며 한동안 걸은 데다 낯선 방에서 한바탕 격전을 벌였으니
술이 저절로 깰만도 했다.
“미, 미안해요.”
“봉수씨가 뭐가 미안해요. 오히려 전 고마운 걸요.”
고맙다? 봉수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저 실은 남자 경험이 한번도 없었거든요.
그래서 봉수씨를 안고 눈물이 흘렸던 거예요. 너무 고마워서. 저 바보 같죠?”
봉수는 자신도 모르게 침대 시트 위를 살폈다.
얼룩이 보였다.
처녀였다고? 반올림하면 송화보다 열 살이나 많은 여자였다.
봉수는 눈앞에 벌어진 현실이 믿어지지 않았다.
송화도 처녀가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고등학교 때부터 살이 찌기 시작하더라구요.
대학 다닐 때 전 폭탄이었어요.
아무도 저랑 파트너가 되려고 하지 않았죠.
그래서 살을 빼야 한다고 늘 생각하면서도 그게 마음대로 되지 않았어요.
회사에 입사할 무렵 위기를 느끼고 조금 빼긴 했는데 결정적으로 제가 살을 뺀 건 진국씨 때문이죠.
어쩌다 보니까 남자와 섹스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없었어요. 싫었겠죠.”
봉수는 엉거주춤 다가가 애란의 어깨를 쓸어주었다.
“난 그런 줄도 모르고, 애란씨가 후회하나 싶었어요.”
“후회요? 말도 안 되는 소리예요.
하지만 오늘 일로 저 봉수씨를 구속하거나 그런 푼수 같은 짓은 안 할 거예요. 아셨죠?”
그녀가 부끄럼 없이 벌떡 일어났다.
섹스를 하기 전까지 어딘지 모르게 덜 익은 듯한 몸이 단 한번의 섹스로 완전한 몸으로
다시 태어난 듯했다.
가슴도 허리도 엉덩이도 요염하기까지 했다.
“홀가분하고 너무 기뻐요. 왠지 이젠 자신있게 살아갈 수 있을 거 같아요.”
“옛날부터 자신있게 사셨으면 좋았잖아요.”
봉수는 진국을 염두에 두고 말했다.
“늦게라도 자신감을 찾았으면 됐죠.”
애란이 욕실로 향했다.
잠시 후 욕실 문이 열리고 애란은 멀거니 앉아 있는 봉수를 불렀다.
“보답으로 제가 씻겨 드릴게요.”
소녀에서 여자로 태어난 여인의 환한 미소.
송화에게선 발견할 수 없는 농익은 요염함. 봉수는 그 매력을 거절할 수 없었다.
두 사람은 욕조에 들어갔다.
살과 살이 닿아 물 속에 잠긴 봉수의 아랫도리가 슬그머니 다시 일어섰다.
애란의 눈길이 저절로 봉수의 아랫도리로 향했다.
“신기해요. 손가락 만했던 게 그렇게 커질 수 있다는 게 믿어지지 않아요.
마치 전혀 다른 생명력을 지니고 있는, 뭐랄까,
고염나무에서 자란 감나무 같다고나 할까?”
애란의 비유에 봉수는 웃었다.
애란의 손이 물 속으로 들어가더니 봉수의 아랫도리를 가볍게 쥐었다.
봉수와 애란은 택시에서 내려 회사 정문으로 걸어 들어갔다.
어색한 건 오히려 봉수였다. 애란은 만나는 사람마다 인사를 했다.
“뭐 어때요? 어젯밤 우리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어떻게 알겠어요.”
애란은 전에 없이 활기찼다.
그런 애란의 모습이 보기 좋았다.
한 가지 묘한 건 술을 맘껏 마시고 새벽까지 섹스에 몰두했음에도 전혀 피로하지 않은 점이었다.
애란 역시 평소보다 더 화사했다.
“아주 가끔, 저를 여자로 봐 주실 수 있으세요?”
엘리베이터앞에 선 애란이 주변을 살피며 봉수에게 물었다.
“그게 무슨 말인지…”
“어제 밤 말이에요.”
애란의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그래도 거침없는 자신감이 봉수의 마음에 들었다.
“송화씨한테는 미안하지만…”
“저, 저도 실은 애란 선배가 저를 많이 위로해 주었어요.”
봉수는 애매한 대답을 했다.
하지만 애란은 봉수의 속뜻을 알아차리고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를 지었다.
“선배님들!”
병달이 느닷없이 나타나 두 사람 사이를 비집고 들어오며 어깨를 쳤다.
“어, 애란 선배. 오늘 무지 예뻐 보이는데요.”
병달이 애란과 봉수를 번갈아 쳐다보았다.
“그런데 얼굴이 왜 빨개요?”
병달의 말에 애란의 얼굴이 떠 빨갛게 달아올랐다.
“제가 뭐요?”
애란이 볼을 감싸쥐었다.
“혹시 봉수 선배랑 애란 선배랑 뭔 일 있었던 거 아닙니까?”
병달이 눈을 가늘게 뜨고 봉수의 옆구리를 쿡 찔렀다.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냐.”
봉수가 버럭 화를 내며 말했다.
“아니면 아니지 왜 소리를 질러요. 아무래도 수상한데.”
마침 엘리베이터가 왔다.
세 사람이 엘리베이터를 탔다.
“아무래도 전 상관없어요.
오히려 뭐… 애란 선배랑 봉수 선배랑 잘 맞으면 좋죠.
업무적으로도 도움도 될 테고. 사실 말이 나왔으니까 말이지.
요즘 어떤 여자가 시부모랑 같이 산다며 시집오겠어요.
인화나 가능하지. 그런데 애란 선밸 보면 시부모님이랑 잘 어울려 사실 수 있을 것 같기도 하구요.”
병달이 계속해서 너스레를 떨었다.
“너는 임마, 안 해도 될 소리까지 지껄이더라.”
“제 말은 그러니까 봉수 선배님 입장에서 생각했을 때 애란 선배 만한 여자 분이 없다 이거죠.
그러니까 장가가시려면 멀리서 찾지 말라 이거죠.”
병달의 말에 봉수는 더 이상 대꾸를 하지 못했다.
화를 내듯 말은 했지만 왜 그런지 마음이 흐뭇했다.
애란도 싫지 않은 얼굴이었다.
“너 계속해서 뚱딴지같은 소리하면 오늘 회식 없다.”
“어? 그럴 수는 없죠. 제가 회사 다니는 낙이 내 돈 안 들이고 술 마시는 건데.
그러면 제가 한 말 다 취솝니다.”
병달이 회식 이야기가 나오자 정색을 했다.
애란과 봉수는 어이없어 그저 웃고 말았다.
“회사 분위기가 어수선하네.”
필리핀 의류 유통 업체로부터 받은 대금 입금 내용을 보고하러 강 실장 방에 다녀온
병달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사무실로 들어섰다.
“뭐가 어수선해?”
봉수와 애란, 화련이 병달을 쳐다보았다.
“지금 모든 체제가 강 실장님 위주로 돌아가고 있잖아요.”
“그거야 뭐 옛날부터 그랬잖아.”
“사장님은 유럽으로 장기 출장을 떠나고.”
“그래서?”
“휴게실을 지나오는데 마케팅부 담당 직원들이 수군수군하는데…
뭐, 강 실장이 차기 사장이라고 그러대요.”
“그럼 지금 사장님은요?”
화련이 바짝 긴장된 목소리로 물었다.
“그야, 뭐 뻔하죠.”
“그럼 중국 일에 차질이 생기는 거 아닐까요?”
애란도 걱정이 되는 모양이었다.
“이미 자금 결재가 이루어져서 우리 개발부로 자금이 들어왔는데 당분간이야 별 이상이 있겠습니까?”
병달은 전혀 걱정이 되지 않는다는 말투였다.
“그 보다 문제는 강 실장이 사장이 될 경우 대대적인 감원이 있을 거라는 소문이 문제죠.”
“대대적인 감원?”
세 사람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병달의 말이 맞을 터였다.
봉수는 슬그머니 애란의 얼굴을 살폈다.
아침까지 활기차 보였던 그녀의 얼굴에 그늘이 드리워졌다.
“이미 짤릴 사람 명단이 다 작성되어 있다고 하더라구요.”
“아직 확인 된 거 없잖아요. 소문이지.”
화련은 애써 부정을 했다.
하지만 네 사람은 ‘코지’의 어수선한 분위기를 이미 느끼고 있었다.
유가는 폭등하고 내수 경기는 물론 수출도 침체되고 있었다.
액세서리나 속옷만으로 버티기엔 무리였다.
뭔가 획기적인 다른 대안이 있어야 했다. 오성이 뒤에 있긴 했지만
오성 회장 역시 ‘코지’를 탐탁지 않게 생각하고 있다는 건 이젠 사실로 굳어진 이야기였다.
사장이 바뀐다? 봉수는 강 실장의 얼굴을 떠올려 보았다.
사장은 감성적인 인물이라면 강 실장은 매우 합리적이고 실용적인 인물이었다.
그렇다면 중국 진출을 포기할 리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은 사장을 견제하기 위해 중국 진출에 훼방을 놓고 있지만 만약 그가 사장이 되면
태도가 달라질 것이라는 판단이 섰다.
“사장이 바뀌어도 우린 별 이상 없을 겁니다.”
“무슨 근거로 그런 소릴 하십니까?”
“내가 아는 한 강 실장은 매우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사람이거든.”
“우릴 못 잘라내서 안달인 사람이잖아요.”
“그건 경우가 다르다고 생각해.
지금은 사장을 견제하느라고 사장과 연관된 일을 배척하고 있지만
만약 강 실장이 사장이 될 경우 가장 큰 시장을 나 몰라라 할 수는 없을 거야.”
봉수의 말에 애란과 화련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우리가 먼저 앞서서 획기적인 뭔가를 미리 준비해 놔야 하지 않을까요?
그런 의미에서 오늘 저녁 조촐하게 단합대회도 하고.”
병달이 히죽 웃으며 세 사람을 둘러보았다.
해외개발2부가 생긴 이래로 가장 놀랄 일이 생겼다.
퇴근 무렵 강 실장이 개발2부를 찾아온 것이다.
아니, 그가 찾아온 건 놀랄 일이 아니라 부원들을 긴장시키는 일이었다.
하지만 네 사람을 놀라게 한 일은 곧바로 터졌다.
“조 대리랑 마평수씨가 중국에서 고생이 많겠구만.”
강 실장이 봉수에게 다가와 느닷없이 진국을 걱정했다.
“고생은요, 당연한 출장인데요.”
“음, 오늘 필리핀 쪽 보고를 받았는데 다들 수고했습니다.”
강 실장이 말을 끝내더니 속주머니에서 봉투 하나를 꺼냈다.
“내가 그 동안 개발 2부에 무심했습니다. 이걸로 노고나 푸세요.”
강 실장이 봉투를 애란에게 건넸다.
애란은 엉거주춤 서서 선뜻 손을 못 내밀었다.
“음, 내가 개발2부의 신임을 많이 잃은 모양이군.”
강 실장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 말했다.
“아, 안 그렇습니다.”
“앞으로 잘 해봅시다.”
강 실장이 애란의 손을 잡고 봉투를 넘겼다.
화련과 병달 역시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했다.
봉수는 회사 내에 떠도는 소문이 괜한 소문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분명 회사 내부에 어떤 변화가 있었다.
“잘 쓰겠습니다.”
“자, 그럼.”
강 실장은 여전히 차가운 얼굴로 돌아갔다.
“정말 별 일이네.”
병달은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전화기를 들었다.
“야, 혹시 별 일 없냐?”
병달이 어디론가 전화를 걸어 묘한 질문을 했다.
세 사람은 멀뚱하게 병달을 바라보기만 했다.
“그래? 알았다.”
병달이 수화기를 내려놓았다.
“무슨 전화야?”
“제 동기 하나가 액세서리 디자인 부에 있거든요.
그런데 강 실장이 거기엔 그냥 들렸다가 나갔다는데요.”
“그, 그래?”
애란은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이려고 했다. 하지만 놀랄 일이었다.
“그럼 회사 돈이 아니라 자기 돈이라는 얘긴데.”
애란이 봉투를 열어 돈을 꺼냈다.
10만원 권 스무 장이었다.
200만원. 네 사람이 서로를 쳐다보며 다시 한번 놀랬다.
“이제 우리의 진가를 알아 보는 겁니다.”
병달이 능청스럽게 말했지만 왠지 모르게 찜찜했다.
“혹시 이거나 먹고 떨어지라는 건 아니겠죠?”
화련이 손가락으로 자신의 관자놀이를 두드리며 눈알을 굴렸다.
도대체 강 실장의 속내가 짐작이 가지 않는 건 나머지 세 사람도 마찬가지였다.
“분명한 건 강 실장을 중심으로 세력이 재편되고 있는 거죠.”
머리를 굴리던 화련이 결론을 내리듯 말했다.
“그럼 우리가 받은 돈이 독일 수도 있고 약일 수도 있다는 말이네.”
애란이 돈을 들어 햇빛에 비춰보며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