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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9> 27장 지도자 [1]

오늘의 쉼터 2015. 1. 29. 00:34

<279> 27장 지도자 [1]

 

 

(554) 26장 지도자 <1>

 

 

신의주는 급속히 팽창했다.

성장이란 말이 어울리지 않아서 팽창했다고 표현할 정도였다.

신의주령이 평안북도 전역으로 확장된 데다 인구는 당장에 500여만 명이 되었다.

북한 인구의 5분의 1이다.

그것을 제의한 중국 측이 놀랄 정도로 북한은 신의주 확장을 결정한 것이다.

이러니 중국 측은 약속한 투자를 미룰 수가 없게 되었다.

5개년 계획으로 2000억 달러를 투자한다는 통 큰 계획을 발표했다.

이것이 기폭제 역할을 해서 미국과 일본, 러시아, 유럽의 투자가 쏟아졌다.

경쟁적인 투자였다.

뻔히 알고 있으면서도 어쩔 수 없이 끌려 들어가는 경우도 있는 법이다.

중국 측은 투자와 함께 이주민을 증가시켜 중국계는 1년 만에 50만 명에 육박했다.

한국계 150만 명과 합쳐 신의주는 인구 700여만 명의 국가가 되어간다.

 

장관실로 비서실장 유병선과 특별보좌관 안종관이 들어섰을 때는 오후 3시쯤이다.

“김 위원장이 영접 절차까지 생략하고 바로 만찬장으로 가시겠답니다.”

유병선이 보고하자 서동수가
머리를 끄덕였다.

“그렇게 하지, 만찬 인원은?”

서동수가 둘에게 소파 앞쪽 자리를 권하면서 물었다.

자리에 앉은 유병선의 얼굴에 쓴웃음이 떠올랐다.

“김 위원장이 장관님과 둘이서만 식사하고 싶다고 합니다.”

“그러지 뭐.”

서동수가 웃음 띤 얼굴로 둘을 번갈아 보았다.

“나도 그러고 싶을 때가 있으니까,

당신들은 김 위원장 수행원들과 같이 식사하세요.”

그때 안종관이 말했다.

“김 위원장은 10개월 앞으로 다가온 한국 대통령
선거에 관해서 이야기할 것 같습니다.”

예상하고 있었던 터라 서동수는 머리만 끄덕였고 안종관이 말을 이었다.

“장관님께 대통령에 입후보하시라고 직접 권할 것 같은데요.

납득할 만한 이유를 말씀해 주셔야 할 것 같습니다.”

“나아, 참.”

입맛을 다신 서동수가 웃음 띤 얼굴로 둘을 번갈아 보았다.

둘은 이제 서동수의 복심과 같다.

그래서 좌병선 우종관이란 말도 들리고 있다.

“내가 그렇게 말했는데도 이해를 못 한단 말인가?”

그동안 한국 대통령 한대성은 물론이고 여당 중진, 정치, 종교계 원로로부터

수많은 권고를 받았던 서동수다.

그러나 서동수는 일관되게 사양했다.

신의주 장관 임기를 끝내면 기업가로 돌아가겠다는 것이다.

정치는 정치인에게 맡겨야 한다고도 했다.

자신보다 나은 지도자감이 얼마든지 있으며 자신은 과대평가되었다고까지 했다.

그러고는 한국당 원내총무 박세중을 추천했지만 당내에서 강력한 반발에 부딪혔다.

경쟁자가 둘이나 나타난 것이다.

어쨌든 여당인 한국당에서 대통령이 선출되는 것은 확실했지만

현재 누가 후보가 될지는 알 수 없는 상황이다.

그때 안종관이 대답했다.

“저도 이해를 못 하는데 김 위원장이 이해를 하겠습니까?”

놀란 유병선이 머리를 돌려 안종관을 보았고 서동수는 쓴웃음을 지었다.

둘 다 직언을 서슴지 않는 성격이지만 안종관의 발언은 도를 넘었다.

어깨를 늘어뜨린 안종관이 시선을 내리면서 말을 이었다.

“죄송합니다. 솔직히 말씀드린 것입니다.

제 생각입니다만, 장관께서는 정치를 싫어하십니다.

권력을 잡기 위한 이전투구를 경멸하십니다.

이유가 그것 때문이라면 너무 이기적이십니다.”

그때 유병선이 긴 한숨 소리를 냈다. 숨을 참고 있었던 것 같다.


 

 

 

 

 

 

 

 

(555) 27장 지도자 <2>

 

 

 

 

 

 

결점 없는 인간은 없다.

그러나 세상은 없는 결점도 조작해서 매장을 시키고,

있지도 않은 장점을 내세워서 영웅으로 만들기도 한다.

 시간이 해결해 줄 것이라고 자위하느니 차라리 패배했다고 인정하는 것이 낫다.

역사가 바로 그렇지 않은가? 역사는 이긴 자의 기록이며 지금도 그렇게 이어져 온다.

언론이, 매스컴이 만든 악인과 영웅의 이면을 들여다볼 사이도 없이 시간이 지난다.

그 사이에 또 다른 영웅과 악인이 대중을 사로잡는 것이다.

서동수가 김동일 위원장과 둘이 저녁 식탁에 마주 앉았을 때는 오후 7시 반이다.

김동일은 평양에서 전용 헬기로 날아온 것이다.

 

수행원들도 헬기를 이용한 터라 만찬장인 한국관 근처는 한동안 헬기 소음에 덮여 있었다.

시중드는 사람도 나간 다섯 평짜리 밀실에 둘이 되었을 때 서동수가 먼저 입을 열었다.

“갑자기 웬일이십니까?”

이럴 때는 자연스러운 말투가 낫다.

그때 김동일이 젓가락을 내려놓고 서동수를 보았다.

“누가 대통령이 될 것 같습니까?”

“글쎄요.”

쓴웃음을 지은 서동수가 식탁을 내려다보았다.

작년 말에 후보 제의를 일축하면서 박세중을 추천했다가 한국당 내부의 격렬한 비난을 받았다.

그래서 서동수는 중립을 선언하고 물러앉은 상태인 것이다.

 

지금 한국당은 박세중과 한국당 대표인 임종규, 전(前) 국무총리 조수만까지

셋이 피 튀기는 후보 경쟁을 하는 중이다.

야당인 민족당은 지난번 김동일이 건네준 간첩 연루자 숙청으로 치명상을 입고 나서

조직을 정비하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통일이 눈앞에 다가왔다고 믿는 국민 여론은 80퍼센트 이상이 한국당을 지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서동수가 입을 열었다.


“한국당 후보가 차기 대통령이 되는 것은 확실합니다.

이제 후보가 되면 전열이 정비되고 일사불란하게 움직일 것입니다.”

“그렇게 될까요?”

머리를 기울였던 김동일이 똑바로 서동수를 보았다.

맑은 눈이다. 눈동자는 또렷했다.

“요즘은 북남 간 소통이 잘 되어서 여러 채널로 저에게 연락이 옵니다, 장관님.”

김동일의 얼굴에 희미하게 웃음이 떠올랐다.

“제가 직접 연락을 받지는 않았지만 한국당 후보 세 분이 각각 연락을 해왔습니다.”

“…….”

“모두 지원해 달라는 내용인데 그 대가로 여러 가지를 주겠다고 하더군요.

세 분이 조금씩 달랐지만 비슷했습니다.”

서동수가 소리죽여 폐 안에 담겨 있던 숨을 뱉었다.

한국당 후보가 김동일의 지원을 받는다면 당선은 따놓은 당상이다.

지금은 옛날과 달라서 북한 역풍은 있을 수가 없는 것이다.

통일에 대한 열망이 머리 꼭대기까지 차오른 상황이다.

따라서 김동일의 한마디에 당선이 된다.

머리를 든 서동수가 김동일을 보았다.

“위원장께서는 염두에 두고 계신 후보가 있습니까?”

“셋 다 믿을 수가 없습니다.”

바로 대답한 김동일이 엽차 잔을 들어 한 모금 마시고는 말을 이었다.

“지금 현실과는 맞지 않지만 그 세 분의 이야기를 듣고 임진왜란 전에

일본에 사신으로 다녀온 황윤길, 김성일의 보고가 떠올랐습니다.”

“…….”

“위기를 앞에 두고도 서로 다른 이야기를 하는 신하들이 떠오르더란 말씀입니다.

그래서 제가 좀 걱정이 되어서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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