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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5> 26장 즐거운 인생 [7]

오늘의 쉼터 2015. 1. 17. 23:28

<275> 26장 즐거운 인생 [7]

 

 

(546) 26장 즐거운인생 <13>

 

 

 

 

 

“너, 김선실이 좋아하냐?”

서동수가 묻자 강정만은
어깨를 들었다가 내렸다.

“아니, 별로.”

종로의 어학원 근처 포장마차 안은 손님으로 가득 차 있다.

 

오후 9시, 두 시간 강의가 막 끝난 시간이다.

 

한 모금 소주를 삼킨 서동수가 지그시 강정만을 보았다.

“좋아, 그렇다면 내가 대시할 테니까 옆에서 기웃거리지 마. 신경 쓰인다.”

“내가 인마 언제?”

강정만이 눈을 치켜떴다가 내렸다.

 

둘이 직선적인 성격은 비슷했지만 서동수가 보스 기질이 더 강했다.

 

보스의 자질은 포용력이다.

 

둘은 지금 어학원에서 같이 교육을 받는 김선실에 대해서 누가 임자냐를 놓고 논의 중이다.

 

김선실과는 2개월째 같이 공부를 했는데 셋이 술도 마셨고 영화도 보았다.

 

손목시계를 본 서동수가 말을 이었다.

“내가 10시에 여기서 만나기로 했으니까 넌 30분만 더 있다가 집에 가.”

“시발.”

“내가 너보다 더 급해.”

“뭐가?”

“넌 인마, 네 회사 경리과 여직원하고 한 달에 두 번은 뛴다며?”

“그거야…….”

“아니 이 새끼가.”

서동수가 눈을 부릅뜨자 강정만이 술잔을 들고 한 모금에 삼켰다.

“알았다, 알았다. 알았어.”

“시발놈, 옆에서 얼쩡대지마. 앞으로는 둘이 다닐 테니까.”

“아줌마, 여기 강정만이 꼼장어 하나 더요.”

버럭 소리친 강정만이 손목시계를 보는 시늉을 하더니 다시 소리쳤다.

“국수 하나도 추가요.”

서동수가 어깨를 부풀렸지만 참았다.

 

9시 45분이 되었을 때 강정만이 트림을 하면서 일어섰다.

“나 간다.”

그동안 강정만은 닭똥집까지 시켜 먹었는데 먼저 일어날 것이므로 서동수에게 바가지를 씌운 것이다.

 

둘 다 과장 대기 직급으로 적금에다 학원비 등을 까면 남는 게 별로 없는 총각 신세다.

 

강정만이 나가고 나서 20분쯤이 지났을 때 포장마차 안으로 김선실이 들어섰다.

 

김선실은 한 시간 더 강의를 받고 온 것이다.

“어, 배고플 텐데 국수 먹을 거야?”

옆에 앉은 김선실에게 서동수가 물었다.

“정만이가 앉아 있다가 조금 전에 나갔어. 뭐 먹을 거야?”

“술이나 한잔.”

김선실이 앞쪽을 향한 채로 말했다.

안주는 이걸로 됐어요.”

“좋아.”

서동수가 김선실의 잔에 술을 따르면서 웃었다.

“앞으로는 우리 둘이 만나기로 했어. 강정만이가 빠진다는 거야.”

김선실의 시선을 받은 서동수가 술잔을 들고 건배하는 시늉을 했다.

“자, 밝아오는 새 아침을 위해서 건배.”

“참, 나.”


쓴웃음을 지은 김선실이 술잔을 들더니 절반을 먹고 내려놓았다.

“저, 지금 가봐야 돼요.”

“응?
오늘 밤 시간 있다고 했잖아?”

서동수의
얼굴이 굳어졌다.

“무슨 일 있어?”

“집에서 빨리 오라고 해서.”

가방을 집어 든 김선실이 자리에서 일어섰는데 서동수와 시선을 마주치지 않았다.

 

그리고 그 다음 날부터 김선실은 학원에 나오지 않았는데 강정만한테서

 

이야기를 들은 것은 닷새쯤 후였다.

 

두 연놈은 이미 여관방에도 간 사이였던 것이다.

 

 

 

 

(547) 26장 즐거운인생 <14>

 

 

술잔을 든 서동수가 한 모금 소주를 삼켰다.

 

회상은 눈 깜박하는 사이에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고 다시 21년 후의 현실이 앞에 펼쳐졌다.

 

인생은 이렇듯 순식간에 흘러간다.

 

21년 후에 이렇게 모여 앉게 되리라고 아무도 예상하지 못 했다.

 

서동수가 옆에 앉은 유수경을 보았다.

“혼자 사신다구요?”

“네, 이혼했어요.”

유수경이 웃음 띤 얼굴로 대답했다.

“대학 1학년짜리 딸 하나하고 같이 살아요.”

“나도 딸 하난데.”

“알아요.”

유수경이 눈웃음을 쳤고 서동수의 심장박동이 빨라졌다.

 

눈에 열기가 일어나더니 입안이 마르면서 목구멍이 좁혀지는 느낌이 온다.

 

서동수가 유수경의 잔에 소주를 따르면서 다시 물었다.

“지금 뭐 하십니까?”

“미술학원에서 강사로 일해요.”

유수경의 맑은 얼굴을 보면서 서동수는 이쪽의 21년 전은 어떤 모습일지가 궁금해졌다.

 

이혼하고 딸과 둘이서 사는 인생도 평탄한 것이 아니다.

“우린 비슷하군요.”

서동수가 감동 어린 표정을 짓고 유수경을 보았다.

“이혼하고 딸 하나씩 키우는 데다 각각 하는 일이 있다는 것까지 말입니다.

 

물론 그쪽 남편도 바람을 피웠겠지요?”

“아녜요.”

유수경의 얼굴이 갑자기 빨개졌다.

 

웃음을 참으려는 듯 부풀린 입을 꾹 다문 유수경이 외면했을 때 앞쪽의 강정만이 물었다.

 

듣고 있었던 것이다.

“말이 좀 이상한데, 너, 미혜 엄마가 바람피워서 이혼했냐?”

“그런 것 같은데, 아닌가?”

“그게 무슨 말이야?”

그때 김선실이 큭큭 웃었으므로 분위기가 가벼워졌다.

 

술잔을 든 서동수가 셋을 둘러보며 말했다.

“10년도 더 지났는데 따지면 무슨 소용이냐? 안 그래요? 선실 씨?”

“맞아요.”

김선실이 따라 술잔을 들었다.

“지난 일 끄집어내서 뭐해요? 앞일도 많은데.”

“둘이 서로 죽이 맞는군.”

강정만이 이죽거리자 김선실이 받았다.

“너무 늦게 맞았죠. 21년 전에 이런 분위기였다면 난 장관 사모님이 되어 있었을지도 모르는데.”

“어쨌든.”

한 모금에 소주를 삼킨 서동수가 유수경에게 말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유수경 씨.”

“선실이한테 이야기 듣고 뵙고 싶었어요. 저는 오늘 정말 좋아요.”

서동수의 심장 박동이 다시 빨라졌다.

 

유수경의 말에 진정성이 느껴진 것이다.

 

쓴웃음을 지은 서동수가 강정만을 보았다.

 

강정만 덕분에 인연 하나가 끊겼고 21년 만에 또 하나가 엮어지는 것 같다.

“야, 여기서 계속 앉아 있을 거냐? 분위기 좀 바꿔야 될 것 같지 않아?”

“아, 당연하지. 이제 슬슬 일어날 때가 된 것 같다.”

밤의 행사에는 도가 트인 강정만이 손목시계를 보는 시늉을 했다.

 

오후 9시 20분이 되어가고 있다.

“좋아, 2차는 내 안가로 가자고, 이 강정만이의 별장에서 한잔하는 거야.”

강정만이 핸드폰을 들면서 말을 이었다.

“술상은 다 차려 놓았어. 거기서 우리 넷이 마시는 거다.”

머리를 든 서동수가 유수경을 보았다.

 

유수경은 강정만의 말을 듣더니 웃기만 한다.

 

이의 없다는 표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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