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방/밤의 대통령

11. 작가의 말

오늘의 쉼터 2015. 1. 1. 13:52

11. 작가의 말   

 


 제네바의 경수로 회담이 시작될 때부터 나는 누가 내 욕을 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들기 시작했다. 내 계모되는 여자가 그녀의 아들인
내 배다른 동생과 둘이서 제네바에 모여 앉아 나를 골탕먹일 회담을
하는 그런 기분이랄까? 아니면 이런 비유는 싫지만, 같은 배에서 나
온 천하 잡종인 동생놈이 의툴아비와 짜고서 내 재산을 강탈할 음모
를 꾸민다는 기분‥‥‥ 어쨌거나 매일 TV에 나오는 갈루치의 사람
좋아 보이는 얼굴을 후려갈기고 싶은 충동이 불쑥불쑥 들었고,그 북
한 대표의 고집과 여유가 정말이지 미웠다.
   언젠가 어느 언론에서 북한 대표의 강인함과 끈기 등을 같은 민족
이랍시고 추켜세운 듯한 글을 읽은 기억이 나는데, 그렇다면 그자더
러 재산 다 팔아서 경수로인지 중수로인지 대금을 내라고 하고 싶은
생각마저 들 정도였다.
   그러나 어느덧 40억인지 50억인지 그 엄청난 대금을 우리가 부담
하는 것으로 두리뭉실 일은 넘어갔고, 이번에는 한국형 이냐 아니냐
가 큰 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그 대금을 부담시키는 것에 대한 파장
을 염려한 언론 플레이가 아니라고 믿는다.
   그렇다면 이런 추세로 가다가 한국형 경수로로 결정이 된다면 대
한민국 만세를 부르고 외교와 국력의 위대한 승리라고 국민들에게
자랑할 셈인가?
348 작가의 말
   개인이 모인 집단,사회,그리고 국가의 관계에 있어서 약육강식은
자연 법칙이다. 경쟁 사회, 자본주의 사회에서의 강자의 권위는 공산
주의보다도 선명하게 표출되는 것이다. 1등석 비행기에 앉아 풀 코스
의 식사를 하는데 보플석의 도시락 승객이 왜 나는 꿀 코스를 안 주느
냐고 항의하는 것 보았는가? 이런 자본주의 사회에 살면서 강자의 이
기심과 강국의 국가 이기주의를 원망하는 것 자체가 잘못된 것이다.
   내가 살려면 강해야 된다. 내 국가가 무시받지 않으려면 강해야
된다. 강하지 못하기 때문에 무시받고 있는 것이다. 동족이라는 억지
선입견 하나만 갖고 무시받으면서도 동포애니 민족애니 하면서 자위
해 봐야 상대방에게 끝없이 말려 들어갈 뿐이다. 상대가 받아들일 사
람인가를 먼저 보아야 되는 것이다.
   쓰면서 분했고 주인공을 통해 여러가지로 분한 마음을 달래기도
했다.
   기다려 주신 여러분께 죄송하다는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
   도서출판 친구의 김태경 사장과, 이경채 과장을 비롯한 그외 직원
들, 그리고 여러분께도 고마움을 표시하며 .
                                                                           1995년 B월
                                                                                 이원호

'소설방 > 밤의 대통령' 카테고리의 다른 글

1. 혼돈의 밤  (0) 2015.01.01
밤의 대통령 제 4부   (0) 2015.01.01
10. 대단원   (0) 2015.01.01
9. 거사의 시작과 끝   (0) 2015.01.01
8. 형님만을 부르면서   (0) 2015.0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