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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1> 25장 격동의 한반도 [3]

오늘의 쉼터 2014. 12. 5. 14:27

<261> 25장 격동의 한반도 [3]

 

 

(517) 25장 격동의 한반도 <5>

 

 

 

 

 

 

영접이 달라졌다.

다른 때는 최소한 10여 명의 관계자가 나와 맞았는데 지금은 군복 차림의 셋이다.

더구나 트랩 밑에 검은색 벤츠 두 대와 미니버스 한 대가 전부였다.

공항 활주로는 썰렁했다.

경비도 보이지 않는다.

트랩에서 먼저 내린 수행비서 최성갑의 안색이 달라졌다.

최성갑이 경호 책임자인 것이다.

“장관동지, 타시지요.”

앞쪽 벤츠 뒷문을 열면서 소장 계급장을 붙인 사내가 서동수에게 말했다.

그는 안면이 있다.

김동일 위원장의 측근 경호원, 회식 때 항상 뒤에 서 있던 사내다.

나머지 둘은 대좌, 중좌 계급이었지만 모르겠다.

서동수는 머리를 들고 유병선을 보았다.

“유 실장, 당신도 이리 오지.”

유병선이 서둘러 다가오자 소장은 말리지 않았다.

앞좌석에 소장이 오르고 나서 벤츠는 곧 출발했다.

오후 1시가 되어가고 있다.

차가 공항을 빠져나갈 때 서동수가 소장에게 물었다.

북한군 소장은 한국군 준장에 해당된다.

“소장동무, 무슨 일 있습니까?”

“예? 별일 없습니다.”

몸을 돌린 소장이 입술로만 웃었다.

“좀 바쁩니다. 장관동지.”

“그렇군요.”

서동수는 어떻게든 이야기를 끌어가려고 마음먹었다.

“난 서울로 가다가 위원장님이 보자고 하셔서 비행기를 돌려오는 길입니다.

위원장님도 바쁘십니까?”

“예. 장관동지.”

소장의 얼굴이 일그러져서 입술도 웃음을 만들지 못했다.

말을 하는 것이 괴로운 표정이어서 서동수는 심호흡을 하고 참았다.

소장이 몸을 돌렸을 때 서동수가 옆에 앉은 유병선을 보았다.

“서울 약속은 다 취소했지?”

뻔한 말을 묻자 유병선이 기다렸던 것처럼 대답했다.

“예, 장관님. 오늘 평양에서 일 끝나는 대로 다시 연락하기로 했습니다.”

차가 멈춰선 곳은 예상했던 주석궁이 아닌 대동강변의 별장이다.

그런데 정문에 탱크가 여섯 대나 있고 정문에서 본관까지 1㎞ 정도를 달렸는데 마치 요새 같았다.

수많은 포대와 기관포 진지, 은폐된 미사일 발사대도 보였다.

현관에서 내린 그들은 곧 건물 안으로 들어서서 엘리베이터를 탔다.

엘리베이터는 넓어서 10명이 타도 자리가 반 이상 남을 것 같았다.

지하 5층에서 엘리베이터가 멈추자 소장이 말했다.

“장관동지께서는 이쪽으로 오시지요.”

그러자 대좌가 유병선 등 일행을 향해 손으로 옆쪽을 가리켰다.

“나머지 분들께서는 저와 함께 가시면 됩니다.”

소장에게 안내된 서동수가 복도 끝의 육중한 나무문 안으로 들어섰다.

안쪽에 소파가 놓인 넓고 환한 방이다.

벽 쪽에는 긴 테이블이 차지했고 벽에 김동일의 부친과 조부의 사진이 나란히 걸려 있다.

소파에 앉아있던 김동일이 웃음 띤 얼굴로 자리에서 일어섰다.

김동일 옆에선 장군은 호위총국 사령관 박영진 대장이다.

 “오시느라 고생하셨습니다.”

김동일이 손을 내밀며 말했다.

“미안합니다. 서울 가시는 것을 뵙자고 해서요.”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악수를 나눈 서동수가 함께 자리에 앉았을 때 김동일이 이제는 정색하고 말을 잇는다.

“보위사령부와 총참모부가 반역 모의를 했습니다.

지금 세력을 모으고 있는데 오대우가 주모자인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쿠데타인가?

 

(518) 25장 격동의 한반도 <6>

 

 

 

 

 

그때 박영진이 서동수의 생각을 읽은 것처럼 대답했다.

“쿠데타 미수라고 볼 수 있습니다.

어제 오후 5시에 거병할 계획이었는데 탱크여단이 이탈해서 시기를 놓친 것입니다.”

쓴웃음을 지은 박영진이 말을 이었다.

“위층 상황실에서 군 정치국장 최대섭 동무가 상황을 정리하고 있습니다.”

서동수는 심호흡을 했다.

쿠데타라면 탱크를 앞세워서 대통령궁부터 점령해 놓고 봐야 된다.

그것이 아프리카나 영화에서 자주 보던 장면이다.

그런데 여기서는 전화로 하는가? 계 모임처럼 이곳저곳에서 불러 모아야 되는가?

그때 김동일이 헛기침을 했다.

말을 하려는 것이다.

“오대우, 최성일 일당은 보위사령부에 모여 있는데 쿠데타가 아니라고

우리한테 역선전을 하고 있어요.

누명을 풀기 위해서 모여 있다는 것입니다.”

이건 또 무슨 소리인가? 눈만 껌벅이는 서동수를 향해 박영진이 해명했다.

“평양에서 군을 동원할 수 있는 부대는 호위총국뿐입니다.

하지만 보위사령부는 자체 경비 부대를 보유하고 있지요.

그래서 보위사령부에 들어가 있는 것입니다.”

“…….”

“이탈한 탱크여단장이 쿠데타 지휘부를 모두 폭로했지요.

이제 놈들을 잡는 건 시간문제입니다.”

그렇다면 나를 왜 불렀는가?

내가 무슨 도움이 된다고? 머리를 든 서동수의 시선을 박영진이 받았다.

“쿠데타가 급하게 계획되었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그것은 어제 오전에 신의주장관 특보와 비서관이 평양에 온다는 정보가 퍼지면서 계획되었지요.

특보가 장관의 로비 자금을 먹은 부패분자의 명단을 지도자 동지께 넘긴다는 소문이

함께 퍼졌기 때문입니다.”

서동수의 심장이 내려앉았다.

그렇구나. 박영진의 말이 이어졌다.

“부패분자들을 오대우와 최성일이 끌어모았습니다.

서두르다 보니까 정보가 새었고 지금은 시기를 놓친 상태지요.”

“그럼 우리 안 특보는 지금 어디 있습니까?”

겨우 서동수가 묻자 박영진이 입맛부터 다셨다.

“보위사령부에 억류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장관 동지.”

“…….”

“장관 동지께 부탁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박영진의 말에 서동수가 정신이 들었다.

이것이 비행기를 돌려 오라고 한 이유다.

그때 김동일이 말했다.

“쿠데타 세력과 이야기가 통하는 분은 장관님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장관님 전용기가 착륙하고 이곳까지 오시는 동안 놈들이 전혀 가로막지 않은 것을 봐도 그렇지요.”

서동수가 저절로 숨을 들이켰다.

공항에 사람이 없었던 것이 그 때문이었던가?

그러고 보니 도로도 뻥 뚫렸었다.

길가 건물 이쪽저쪽에 양측 저격병이 엎드려 있는 장면이 눈앞에 떠올랐다.

물론 영화에서 본 장면이다.

김동일이 말을 이었다.

놈들은 저러다가 마지막 발악을 할 가능성이 많습니다.

그럼 전쟁이 일어나는 것이지요.

서로 연결되어 있는 터라 수백만 명이 죽을지도 모릅니다.”

서동수가 젊은 지도자를 보았다.

그러고는 문득 이 사람의 한 시간은 다른 인간들의 일 년보다 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 시간에 일 년의 경험을 얻을 수 있겠지만 그만큼 고통도 받겠구나.

김동일이 열기 띤 눈으로 서동수를 보았다.

“장관께서 보위사령부에 가셔서 그자들에게 이야기해 주시지요.

투항한다면 가족과 함께 떠나게 해 주겠다고,

충성을 맹세한다면 현직에 복귀도 시켜 주겠다고 전해 주세요.

내가 약속한다고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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