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방/밤의 대통령

16. 거센 도약

오늘의 쉼터 2014. 11. 30. 19:02

◐  거센 도약 

 

 

 

그러다가 홍성철이 말뜻을 알아차린 듯 피식 웃었다.
"에이, 형님. 형주량이는 사람이 다릅니다. "
그는 형주량과 서너 번 만나면서 째 친해졌다.
"만철이가 다쳐서 한국으로 가야겠어. 네가 당분간 홍콩을 맡아라."
"당연하죠. 그런데 형님은 어떠세요?"
"난 펀찮아."
"함마가 걱정을 많이 합니다. "
"형구가 고비를 넘겨서 다행이다. "
이형구는 중태였으나 차충 회복되고 있었다.
"형구는 당분간 여기서 치료시키고 보내겠습니다. "
"애들은 모두 흥콤에 두고 가겠다. "
홍성철이 머리를 』1덕였다.
"이젠 사업체들 영업에 신경을 써야 합니다. 두어 달 안에 흑자로 돌릴 수 있어요."
그러면서 그는 피식 웃었다.
"히로시가 약이 오르겠군요. 그들이 이렇게 될 줄 알았겠습니까?"
김원국은 대답폰지 않았다. 그것은 어적떤 당연한 일이었다. 가능성
이 없어 보이는 일에 서슴없이 손을 떼는 것을 나무랄 수는 없다. 우리
하고는 환경과 조건이 다르기 때문이라고 김원국른 믿었다.
"형님, 아까 형님이 밖에.나가셨을 때 웅남이한데서 전화가 왔습니다. "
홍성철이 생각난 듯 말했다.
"형님 언제 돌아오시냐구 묻습디다. 그리고 형님 몸이 어떠시냐구도 물었습니다. "
"음, 앞에 물은 건 믿겠는데, 그놈이 뒤의 질문도 했단 말이냐?"
"나참, 형님은 중국놈들 상대하시다 보니까 의심이 늘었어요."
홍성철이 입을 벌리고 웃었다 김훤국도 따라 웃었다.
조웅남은 소파에 앉아 졸고 있었다. 김원국이 홍콩에 간 후로 어김
없이 아침 8시에 출근해서 우두커니 앉아 있었으므로 직원들이 며칠
동안은 바짝 긴장했었다. 그렇다고 일찍 출근해서 누굴 부르거나 회의
를 하는 것도 아니어서 직원들은 긴장을 풀었으나 지각하는 사람들은 없게 되었다.
조웅남은 노크 소리에 잠이 깨었다. 시계를 보자 12시가 되어 있었다.

직원이 들어싫다.
"사장넘, 손님이 오셨습니다. "
"누군디?"
"여자분이신데_0.."
"긍게 무신 여자여?"
조웅남은 입가를 밖았다. 직원은 머리를 끓적였다.
"들어오라고 혀 ."
직원이 몸을 돌렸다. 들어서는 것은 김경지였다. 곁은먼 투피스를
입고 있어서 드러난 피부와 얼굴이 환하게 보였다. 웃음을 띠고 들어
오는 그녀는 조웅남의 표정을 보고는 긴장한 듯 주춤거렸다.
"안녕하셨어인"
"거그 않어. 인자 다 나섰고만?"
김경지는 소파에 조심스레 앉았다.
"네, 이제는. 그런데, 정말 반가워요."
조웅남은 새삼스러운 듯 말하는 김경지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거시기, 내가 잽혀갔다 나온 거 알고 있능 거여?"
"네. 전 나오신 것도 몰랐어요. 어떻게 되었는지 궁금해서 아침에 전
화를 했다가 석방되셨다길래 놀라서 뛰어왔어요. 어떻게 된 일이죠?"
김경지가 눈을 깜박이며 다가앉았다.
"죄가 없는디 어절 것이여?"
조응남은 감경지가 왜 왔는지 궁금했다.

아직도 이 여자 생각만 하면 자다가도 얼굴이 화끈해지는 것이다.

그는 잔뜩 경계하고 있었다.
김경지는 머리를 숙이고·손가락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조웅남이 쇄 이
러는지 알고 있었다. 그러나 조용남은 아무래도 이 매듭을 풀어갈 채
주가 없어 보였다.
"f."
김경지가 머리를 들었다.

조웅남이 천재용을 만난 듯이 그녀를 바라 보았다.
"저, 그때, 오해하셨던 것 같아요,"
조웅남의 가승이 철렁 내려앉았다.
"월 오해혔단 말여?f
그러다가 김칠성의 말이 떠올랐고 오해고 오달이고 병신 같은 짓거
리를 한 자신이 부끄러줬으므로 그는 눈을 부릅됐다.
"내가 요새 생각을 많이 협는디 말여."
김경지가 머리를 숙였다. 그러고는 옆눈으로 그의 가습 언저리를 바라보았다.
"내 동생이 하나 있었는디, 고아여. 천지에 저 한나뿐여."
김경지는 조웅남의 동생이 패 고아인지 궁금하였으나 잠자코 있었다.
"근디 동생 각시도 고아여. 똑갈혀."
"근디 동생각시가 암으로 죽었는디 그놈의 시키가 따러 죽었어. 처
들어가서 죽었는디."
"같이 묻어 달라고 혀서 내가 묻어 줬는디."
조웅남이 김경지를 바라보았다.
"참말로 진실허도만. 동생 각시도 진실허고 유철이도 진실쳤어.

서로 참말로, 긍게, 머라구냐, 서로 애줬단 말여."

"내가 참 부끄럽더랑게."
너도 부끄러워하라고 말하는 것처럼 들렸리.
"내가 충고허쳤는디, 사람이 진실되게 이야기헐 패는 존중혀 줘야
허는 거여. 내가 사회경험이 많아서 그러는디 내 충고를 새겨듣도록 혀."
김경지는 무슨 말인가 알아는 들었다. 그러나 너무나 심각해서 여기
서 다른 이야기를 꺼띤다가는 조웅남이 틀림없이 화를 낼 것 같아 잠자코 있기로 했다.
"나는급헌 일이 있어.웬수를 갚어 줘야 헐 일이 있단 말여.그 일이
끝나고 경지 씨를 만나던지 헐 꺼여. 그동안에 내 충고를 잘 생각혀."
김경지는 머리를 끄덕였다. 그저 웃음만 참으면 되었다. 그러나 지
금도 그를 껴안고 웃고 싶었다.
김칠성이 방에 들어가자 김원국과홍성철이 마주 앉아 있었다.

홍성철은 어젯밤 술을 너무 많이 마셨는지 아직도 얼굴이 崙었다.
"형님, 부르셨습니까?"
자리에 않아 김원국을 바라보았다
"응, 준비는 다 했니?"
"예, 준비랄 게 있어야죠. 몸만 왔는데요 월."
오늘 오후 5시 비행기로 김원국과 함께 귀국하기로 한 것이다

강만철은 어제 오후에 서울로 떠났다.

몸이 나으면 홍콩으로 나을 것이었다.
"네가 먼저 출발해야쳤다. 12시에 출발하는 CX가 있으니까 그걸 타고 가거라."
김원국이 말했다.
"네? 저 혼자요? 형님은요?"

"야, 임마,형님이 어린어 여기서 우리가 모시고 나갈 례니까 잔말 마."
김칠성이 홍성철을 바확보다가 다시 김원국에게 물었다.
"무슨 일 있어인"
"응. "
김원국은 탁자 위에서 횐색 봉투를 집어 들었다.
"이걸 웅남이에게 전하거라, "
김칠성은 봉투를 받아 조심스럽게 가습속 주머니에 넣었다.
"여기 비행기 터켓이 있다. "
김원국이 티켓을 집어 주었다.

티켓을 받아들고 김철성은 시계를 보았다.

10시가 되어가고 있었다.
"어, 서둘러야겠는데."
그는 자리에서 일어싫다.
"형님,그럼 이 편지만 전해 드리면 돼요?"
"응. "
"그럼 제가 다시 공항에 마중 나오겠습니다. "
김칠성은 서둘러 호텔을 나싫다. 본래 월 들고 다니기를 싫어하는
성격이어서 내복은 모두 버리고 양복이 두어 벌 든 조그만 가방만 하
나 들었다.

서둘러 공항에 도착하여 CX 창구로 다가갔다 여권과 함께 티켓을 내밀었다.
"아, 김칠성 씨시군요. 좌석예약까지 되었습니다. "
항공사 직원이 친절하게 말했다.

좌석표를 받아들고 난 김칠성은 시계를 보았다.

 11시 20분이었으므로 시간이 없었다.

조웅남에게 선물이나 하나 살까 생각했던 것이다.

서울에 내려서 공항에서 무엇이든 하
나 사서 홍콩에서 公다고 하기로 마음먹었다.

조웅남은 믿을 것이다.
세관을 통과하고는 보세구역으로 들어가자 탑승 안내 방송이 들렸다.
곧장 지정된 출구로 가서 사람들 통에 편 김칠성은눈을 번책 였다.

앞에 한세라가 서 있었다.

그녀도 김칠성을 본 모양으로 머리를 획 돌렸다.
김칠성은 입맛을 다셨다.

어천지 처음부터 일이 잘 풀리더라니 저런 요물을 만나려고 그했던 것 같았다.

호사다마가 따로 없다고 생각했다.
좌석표를 보이고 기내로 들어가면서 김칠성은 일부러 느릿느릿 걸었다.

그의 좌석표는 18-B였다.

자리를 찾아 통로를 걷던 김칠성이 문득 좌석번호와 좌석표를 바라보면서 제자리에 셨다.

한세라가 18-A에 않아 있었다.
"이런 젠장."
저절로 입에서 말이 취어 나왔다.

그녀가 힐끗 그를 올려다보았다.
김칠성이 좌석표를 그녀에게 보였다.
"우연이오."
그는 털씩 한세라의 옆에 않았다.

한세라는 창밖으로 머리를 돌랐다.

김칠성은 의자에 등을 기대고 눈을 감았다.

3시간 동안 눈을 뜨지 않기로 마음덕었다.

비행기는 한참을 꾸물거리더니 이윽고 활주로를 굴러가기 시작했다.
잠이 들었던 김칠성은 어깨를 흔드는 바람에 눈을 였다.

한세라가 그를 깨웠으나 스튜어디스가 그를 바라보고 서 있었다.

,점심을 주는 것이다.

앞좌석에서 받침대를 끄집어 내고 점심을 내려놓았다.

힐끗 그녀를 보았으나 한세라는 포크로 스테이크를 뒤적거리고 있었다.

김칠성은 자신의 점심을 내려다보았다.

밝고기었다.

한세라가 자고 있는 사이에 시킨 모양이었다.

그는 잠자코 포크와 나이프를 들었다.
"말해 둘 게 있어요."
한세라가 스테이크를 자르면서 말했다.

김칠성은 우물거리면서 밝고기를 셉었다.
"내가 남자들하고 어떻다고 전번에 말씀하신 것 같은데,'기분 나빠요.

댁하고는 또 안 보면 되겠지만 그런 취급받는다는 것은 참을 수 없어요."
김칠성은 퍼석거리는 당근을 포크로 찍어 입에 넣었다.
"그런 모욕은 처음이에요."
그녀는 이제 두 손을 멈추었다.
"그렇게 방신당한 것도 처음이었어요."
김칠성은 않은 플라스틱 잔에 담긴 물을 마셨다.
"사람이 그렇게 거칠어질 수 있다는 것도 처음 알았어요."
어제 처녁 형주량과의 파티에서 술을 많이 마셨던 관계로

아침을 거른 김칠성은 밝고기를 다 먹었으나 아직도 배가 출출했다.
"그거, 남기는 거요?"
그녀 앞에 놓인 스테이크를 포크로 가리키며 물었다.

한세라가 잠자코 있었으므로 포크로 찍어 자신의 그롯에 내려놓았다. .
여자의 잔소리와 하소연은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어온 신세였다.

제일실업의 김칠성은 여자에 많고많은 사내이기도 한 것이다.

김칠성은 한세라가 정직하지 못한 여자라고 믿고 있었다.

정직하지 못한 여자는 성실하지도 못하고 그리고 진실하지도 못하다.

그는 그렇게 믿었다.
스테이크는 질겼으나 그런대로 셉을 만은 했다.

제법 큼직한 놈을 두 조각으로 내어서 두 번에 셉어 삼켰다.

김칠성은 입맛을 다시고 포크를 내려놓았다.

그녀의 밥상을 바라보았으나 지저분해서 먹을 것이 없었다.
"나도 그렇게 놀라긴 처음이었어."
김칠성이 말했다.
"입을 책 벌리고 우는 것을 보니까 글레 진땀이 나더라니까."
그녀는 창가에 當아 있었으므로 창쪽으로 머리를 돌렸다.
"난 당신이 정직하지 못한 여자라고 믿고 있었어. 지금도 그래."
"그런데 우는 얼굴이 가끔씩 생각났어, 입이 크더군."

한세라가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당신이 나한테 아는 체도 안 하길래 기분 나합지. 기분이 더러웠어.
날 이용한 것 같더라구. 뭔지 모르지만 말이야."
"그리고 당신 방에는 웬놈들이 들락거리고 말이야. 시도때도 없이 말이지."
스튜어디스가 다가와 빈 점심그를을 걷어값다.

김칠성은 받침대를 올리고 편히 맞았다.
"그렇지만 그 우는 얼굴이 참 마음에 들었어. 그런었굴 처음이야."
"난 밀수해요."
한세라가 불쪽 말했다.

김칠성이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렇게 놀라지 말아요.

난 흡중에서 싼 물건을 보따리로 사가지고 한국에 가져다 팔고,

또 그 반대의 일도 해요.

 값나가는 건 못해요.

무섭기도 하지만 돈도 없어요,

화장품도 가져갈 때가 있고 어떤 때는 옷을 가져갈 때도 있어요."
"댁이 본 사람들은 내가 물건을 주고받는 사람들일 거예요."
김칠성은 조심스럽게 침을 삼켰다.
"이래패도 난 동생들 공부 다 가르치고 있어요.

월급쟁이보다도 수입이 나아요.

그리고 재미도 있고, 댁 같은 사람을 만나기도 하고."
비행기가 김포예 도착하자 승객들은 입국십사대를 빠져나와 짐이
參아져 나오는회전 델트 앞에 모였다 한세라는 벨트 앞에 바확불어
서서 점을 를아 했다 큰 가방으로 5개나 되었다.

은근히 한세라는 걱정이 되었다.

 이번에는 화장품이 패 많았다. 그리고 부탁을 받은 소니
라디오가 訓개나 되었다.

그밖에 잡동사니들이 가득 있어서 세금을 얻
어맞으면 본전밖에 안 되는 것이다.
수레 위에 짐을 올려 놓자 누군가가손잡이를 불쪽 잡았다.

김칠성이었다.

놀라 눈을 크게 뜬 그녀를 제쳐두고 김칠성은 수레를 밀고 세관으로 곧장 다가갔다.
"형님! 형님!"
김칠성이 세관이 떠나갈 듯이 소리쳐 누군가를 불렀다.

사람들이 모두 돌아보았고 늘어서 있던 제복의 세관원들이 일을 멈추고 그를 바라 보았다.

한세라의 간이 찰알만해졌다. 40대의 금줄을 여러 개 붙인 세관원이 바쁘게 다가왔다.
"칠성이 아녀? 왜 그려?"
그는 놀란 듯 김칠성과 한세라를 바라보았다.
"여보, 인사해. 우리 고향 형님여. 형님, 내 각시요."
"어어, 이런, 반갑습니다. "
세관원이 온 얼굴에 주름을 지으며 웃었다.

한세라가정신없이 머리를 숙였다.
"형님, 내 각시하고 홍콩에서 쇼핑을 좀 많이 했는데
"응, 따라와,"
세관원은 두말않고 앞장을 졌다.

김칠성은 수레를 끌고 그의 뒤를 따랐다.

세관 심사대를 지나자 짐검사하던 세관원이 싱긋 웃어 보였다.
"여보, 당신 홍콩 흔자 갈 적에는 우리 형님 찾어. 알았지?"
대합실에 나오자 김철성이 세관원을 가리키며 말했다.
"아이고, 제수씨가 밀수하겠소? 날 찾으시오, 언제든지."
공항 밖으로 나오자 김칠성이 한세라를 바라보았라.
"미안해."
한세라가 버롯처럼 아랫입술을 물었다.
"그럼 연젠가 이렇게 또 만나자구, "
김칠성이 돌아했다. 서너 걸음 걷다가 김칠성은 발을 멈줬다.

물아 온 한세라가 저고리를 잡아당겼기 때문이다.
"이게 첫이여?"
조웅남이 김칠성의 얼굴에 편지를 집어 던졌다.

그는 김칠성까지 홍콩을 간 것이 배가 아픈 것이다.
"너는 씨발놈아, 니 편지, 내 편지도 모르능 거여?"
김칠성은 편지를 주워 들고 읽었다.
'칠성에게. 그래, 잘 되었느냐? 성실한 사람 같더라. 김원국.'
"지기미. 멋이 잘된 거여?"
조웅남이 투덜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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