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방/개와 늑대의 시간

제1장 발정기 10

오늘의 쉼터 2014. 11. 20. 13:56

제1장 발정기 10

 

 

 

“정말 이상해!”


송화의 친구, 수영이라고 했다.

 

수영은 진국을 보며 목소리를 높였다.

 

“가끔 보면 오빠 세대들은 운동한 걸 무슨 훈장처럼 달고 사는 거 같아.”

 

진국은 대학 시절 한동안 학생 운동에 몰두했다.

 

여러 차례 붙들려 가기도 했지만 일주일 남짓 후에 초췌한 얼굴로 돌아오곤 했다.

 

졸업을 일년 남짓 남기고 그는 부질없다며 운동을 그만두었다.

 

그리곤 소설을 쓰겠다고 한 2년 떠돌다 봉수와 함께 ‘코지’에 입사를 한 것이다.

 

“그런 소리 하지 마라.

 

그냥 그때 돌을 열심히 던지고 목에 핏발이 돋도록 소리를 질렀다는 거지,

 

훈장은 무슨…”

 

진국의 목소리가 가라앉았다.

 

술 기운 때문이기도 했다.

 

반면 수영은 기세가 등등했다.

 

“그런데 왜 그 시절을 그리워하는 거야? 지난 번에도 그런 얘기 해 놓구선.”

 

두 사람은 일본과의 어업 협상에 반대하는 어부들의 시위를 보고 이야기를 하다가

 

그 이야기가 진국의 대학 시절까지 흘러갔던 것이다.

 

“나도 그랬다, 선배들 보고 학생 운동 했던 게 무슨 벼슬이냐고… 그랬었는데.”

 

진국이 잔을 들었다.

 

수영은 단숨에 잔을 비웠다.

 

두 사람의 몸 뒤로 검은 바다가 보였다.

 

검은 수평선을 따라 오징어 잡이 배들의 노란 불빛이 별처럼 떠다녔다.

 

생극에서 출발해 양양까지 단숨에 달려왔다.

 

여름 휴가가 시작되기 전이지만 어렵게 콘도를 하나 구했다.

 

저녁을 먹고 벌어진 술자리에서 수영은 진국을 물고 늘어졌다.

 

“나도 운동했던 사람들의 노력을 무시하는 건 아냐.

 

내 얘긴 그 사람들만 열심히 이 세상을 위해 산 게 아니라는 거야…”

 

송화가 슬그머니 봉수의 손을 잡았다.

 

봉수는 송화가 이끄는 대로 따라갔다.

 

두 사람은 바닷가로 향했다.

 

바닷바람 때문인지 콘도 밖은 시원했다.

 

“수영이 애가 좀 그런 부분에 대해 민감해. 학보사에서 근무하거든.”

 

송화가 봉수의 팔짱을 꼈다.

 

“선배들의 노력을 부정할 수는 없는 거야.”

 

“누가 뭐래?”

 

송화는 봉수는 모래사장 쪽으로 이끌었다.

 

몇몇 사람들이 산책을 하고 있었고 몇몇은 폭죽을 쏘아 올렸다.

 

여기 저기 둥글게 모여 앉은 패들이 박수를 치며 노래를 부르기도 했다.

 

봉수는 먼 곳의 오징어 배를 바라보았다.

 

달이 뜨지 않아 오징어 잡이 배의 불빛이 매우 선명했다.

 

30분 남짓 북쪽으로 올라가면 고성이었다.

 

대학 시절 진국이와 어울려 훑치기로 숭어를 잡던 일들이 떠올랐다.

 

고향인 경주 감포에서도 여름이 다가올 무렵이면 숭어를 잡곤 했다.

 

“오빠, 고향이 여기 어디 아니었나?”

 

“감포야. 거기도 동해야.”

 

“여기서 멀어?”

 

“멀지. 여자들은 가끔 보면 공간에 대한 개념이 없는 거 같아.”

 

“오빤 정말 이상한 남자야.”

 

“뭐가?”

 

“자기 걸 잃어버리고도 화를 안 내는 것도 그렇고 나 같으면 바다를 보면 회상에 젖을 텐데

 

전혀 그런 낌새도 없고….”

 

“그게 이상한 거니?”

 

봉수가 송화를 빤히 바라보았다.


봉수는 송화를 데리고 낙산사 쪽으로 걸었다.

 

모래사장이 끝나는 곳이라 그런지 사람들이 뜸했다.

 

늦은 시각이기도 했다.


“오늘도 아버지랑 어머니는 배 타고 나갔을 게다.”

 

봉수는 처음으로 송화에게 부모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전엔 농사를 지으셨다며?”

 

“논하고 밭은 나 대학 보내느라고 다 팔아먹었지.”

 

봉수는 가능한 가볍게 말했다.

 

“농사는 주로 어머니 몫이었고 아버진 철마다 바다에 나가셨지.”

 

송화가 봉수의 손을 꽉 잡았다.

 

“나하고 비슷한 스토리네.

 

그래도 시골에선 수재라고 불렸을 테고,

 

부모님들은 당신들 가진 재산 다 팔아서 자식 서울로 유학 보내고 말야.

 

그런데 서울에 올라와 보니 나 같은 수재가 지천에 깔렸고 말야.”

 

봉수는 웃음이 나왔다.

 

“네 말 그대로다.

 

거기다가 그림 그리겠다고 그랬으니 우리 부모가 오죽했겠냐.”

 

“어차피 용 되기 힘든 거 자기가 하고 싶은 일 하면서 살아야 하는 거 아냐?”

 

송화는 아직 철이 들기엔 어린 나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 생각해보면

 

그녀의 이야기가 삶을 살아가는 진실한 태도일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럼 넌 뭘 하고 싶은데?”

 

“난 유명하진 않아도 되는데 책이 잘 팔리는 소설가가 됐으면 좋겠어.

 

아님 잘 나가는 시나리오 작가라던가.”

 

봉수는 그제야 그녀가 국문학과 출신이라는 걸 새삼 깨달았다.

 

“진국이도 실은 국문학과 출신인데…”

 

“그래? 정말 이상한 사람들이야.

 

국문학과 출신에다가 미대 출신인 사람들이 여자 속옷 만드는 회사에 있다는 게 말야.”

 

“그래도 우린 디자인 팀이야.”

 

봉수는 발끈한 듯 소리를 높여 말했다.

 

순간 송화가 발꿈치를 들고 봉수의 입에 자신의 입술을 맞췄다.

 

미안하다는 투였다.

 

“오빠, 나도 알아. 살기 힘들다는 거, 특히 취직이 안돼서

 

너도 나도 휴학하거나 언어연수 떠나는 마당에 취직 자체가 얼마나 고마운 일인지

 

나도 안다고. 하지만 그렇게 자신을 희생해서 어쨌든 먹고는 살았다고 쳐.

 

그럼 내 꿈은 내 희망은 뭐야?”

 

송화가 봉수의 팔을 잡아 모래 바닥에 앉혔다.

 

“꿈은 꿈이고 희망은 희망이지…”

 

봉수는 수평선마저 사라져버린 어둠 속의 바다를 응시하며 말했다.

 

“꼰대 같은 소리 하네. 나도 어렵지만…”

 

송화의 눈빛이 빛났다. 봉수는 순간 적잖이 두려웠다.

 

이제 갓 스물을 넘긴 여자가 뭔가 폭탄 선언을 할 것만 같았다.

 

“내가 조금씩 도와줄 테니까, 일도 하면서 그림 그리면 어때?”

 

일을 하면서 그림을 그려? 봉수는 어둠 속에서 빛나는 송화의 눈을 바라보았다.

 

“어렵다는 말은 안 들을 거야. 일단 해봐.

 

밑져야 본 전 아냐?

 

오빠의 그림을 위해 내 몸은 물론,

 

나보다 더 좋은 몸매의 애들은 없지만 그래도 필요하다면

 

내가 꼬셔서 오빠 작업실로 데려갈 테니까 한번 해보는 거야.

 

오빠가 그린 내 누드 보고 결심한 거야.”

 

누드화로 그림의 승부를 보라는 말이었다.

 

“속옷 디자이너니까 그쪽으로 도움이 되지 않을까?”

 

봉수는 송화를 만난 뒤로 처음 인간적인 흐뭇함을 느꼈다.


인기척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가끔 서치라이트가 파도가 밀려왔다 빠져나가는 자리를 훑고 지나갔다.


“실은 오래 전부터 이런 데서 해 보고 싶었지?”

 

송화의 알몸이 봉수의 몸 위에서 희게 빛났다.

 

“그래.”

 

봉수는 장난치듯 그녀의 턱을 잡고 흔들었다.

 

굵은 모래의 감촉이 등에 전해졌다.

 

모래는 봉수 몸의 곡선을 따라 안락하게 패여 들어갔다.

 

낮의 열기가 아직 남아 있어 모래 속은 따스하기도 했다.

 

바닷바람이 머리 끈을 푼 송화의 머리칼을 날렸다.

 

“우린 아담과 이브네.”

 

송화가 내뱉는 입김이 뜨거웠다.

 

파도가 밀려왔다 멀어지는 소리가 두 사람을 끊임없이 애무했다.

 

콘도의 불 켜진 방에서 흘러나온 불빛들이 마치 달처럼 바다에 잠겨 초롱불처럼 흔들렸다.

 

봉수는 주변의 모든 풍경이 둘 만을 위해 만들어진 것이라는 착각이 들었다.

 

송화가 앞뒤로 몸을 움직였다.

 

지구상에 봉수와 송화 단 둘이 남은 기분이었다.

 

송화가 몸을 뒤로 젖혔다. 그녀의 머리카락이 춤을 추듯 휘날렸다.

 

“나는 오빠와 섹스 했던 이 시간들을 모두 글로 남길 거야.”

 

송화는 신음처럼 그 말을 내뱉었다.

 

그녀의 중심이 미끈거렸다.

 

어리지만 몸이 전하는 말에 본능적으로 탁월한 여자였다.

 

“오빠가 처음 나를 만나자고 했을 때부터 생각했던 거야.”

 

송화의 몸이 모래보다 뜨거워지고 있었다.

 

“나도 오빠의 모델이 되어 줄게.”

 

송화가 봉수의 가슴 위로 엎어졌다.

 

따스하고 부드러운 송화의 가슴이 봉수의 심장을 눌렀다.

 

그녀의 열정과 순수가 심장으로 전해지는 듯했다.

 

봉수는 송화를 꼭 끌어안았다.

 

“네 꿈 꼭 이루어라.”

 

“오빠도…”

 

송화의 말이 공허하게 들렸다.

 

멀리서 손전등 불빛이 다가오고 있었다.

 

봉수와 송화는 부리나케 옷을 챙겨 입었다.

 

“뭐하는 겁니까?”

 

손전등을 든 사람들이 다가왔다.

 

군인이었다.

 

“이 시각에 뭐하는 겁니까?”

 

군인이 송화와 봉수의 아래위를 손전등으로 훑어 내렸다.

 

“잠깐 산책 나온 겁니다.”

 

“자정 이후엔 바닷가 출입이 금지라는 팻말을 못 보셨습니까?”

 

봉수와 송화가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빨리 돌아가십시오.”

 

봉수는 송화의 손을 잡고 콘도 쪽으로 급하게 발걸음을 옮겼다.

 

“아직도 저래요?”

 

“아직 통일이 안됐잖아.”

 

봉수는 재미있다는 듯 웃었다.

 

하지만 송화를 만난 게 행운일 수도, 불행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가 아니었다면 바닷가에서 섹스를 한다는 건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

 

“죽는 날까지 두고두고 잊지 못할 순간이다.”

 

콘도 입구에서 봉수는 송화를 마주 세우고 말했다


봉수가 출입문을 비틀자 문이 맥없이 열렸다.

 

봉수와 송화가 나올 때 잠그지 않은 그대로였다.


“조용하네?”

 

“그러게요, 아직도 다투고 있을 줄 알았는데…”

 

봉수와 송화가 현관으로 들어섰지만 센서가 작동을 하지 않아 눈 앞이 깜깜했다.

 

두 사람은 잠시 그대로 서서 거실을 뒤덮고 있는 어둠을 응시했다.

 

시간이 지나자 어렴풋하게 거실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응접 테이블 위에 술병들과 안주들의 모습도 보였다.

 

봉수와 송화가 거실 안으로 들어섰다.

 

그런데 바로 눈앞에서 거친 숨소리가 들려왔다.

 

송화가 놀라 거실 스위치를 올렸다.

 

봉수와 송화는 거실에 펼쳐진 광경을 보고 놀라 고개를 돌렸다.

 

진국과 수영이 땀을 번들거리며 서로 엉켜 있었다.

 

서로에게 얼마나 열중하고 있었던 것인지

 

두 사람이 들어오는 인기척도 느끼지 못했던 것이다.

 

“어, 와, 왔냐?”

 

불이 밝혀진 뒤에야 진국은 두 사람의 존재를 느끼고 수영의 몸에서 자신의 몸을 떼어냈다.

 

진국과 수영이 눈에 보이는 옷가지로 아랫도리를 가렸다.

 

봉수와 송화는 그만 성난 진국의 아랫도리를 보고 말았다.

 

수영은 옷가지를 챙겨 욕실로 뛰어 들어갔다.

 

“어떻게 사람이 노크도 없이 들어오냐?”

 

“아니, 뭔 일을 하려면 문이라도 잠그든가 해야지.”

 

진국은 뒤돌아 서서 주섬주섬 옷을 챙겨 입으며 투덜댔다.

 

그의 몸이 비틀거렸다.

 

술기운 때문에 더 더욱 봉수와 송화가 들어오는 낌새를 알아차리지 못했던 듯했다.

 

“이거 송화씨한테 미안한데…”

 

진국의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른 채 가라앉을 줄 몰랐다.

 

땀을 흘려 얼굴도 번들거렸다.

 

“저한테 뭐가 미안하세요.

 

눈치도 없이 일찍 들어온 저희가 죄송하죠.”

 

송화는 봉수를 쳐다보며 혀를 살짝 내밀었다가 집어넣었다.

 

봉수는 웃음이 나오려는 걸 참느라 배를 잡았다.

 

“그래, 우리가 미안하다.”

 

욕실 쪽에서 샤워하는 소리가 들렸다.

 

“안방에도 욕실이 있어.”

 

“그, 그래?”

 

진국이 자리에서 일어나 머뭇거리다 안방으로 향했다.

 

“서로 잡아 먹을 듯 싸운 게 거짓말 같네.”

 

“결국 서로를 잡아 먹었잖아요.”

 

송화의 말에 봉수는 기어코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나 다른 사람들 섹스 하는 거 보기는 처음이에요? 오빤 본 적 있어요?”

 

송화의 질문에 봉수도 얼굴이 화끈거렸다.

 

봉수가 살던 동네는 집 담이 낮은 편이었다.

 

고등학교 시절 보충수업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오다가 여자의 신음 소리에 끌려

 

길 쪽으로 난 창가로 다가들었던 적이 있었다.

 

창문은 커튼으로 가려져 있었지만 커튼 틈 사이로 방안 풍경이 보였다.

 

여자가 엎드려 있고 남자가 뒤에서 공격하고 있는 중이었다.

 

“본 적 있구나?”

 

“아, 아냐.”

 

“몰래 지켜보는 건데. 불 구경이나 싸움 구경보다 더 재미나던데.”

 

송화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욕실에서 수영이 나왔다.

 

그녀는 송화와 봉수의 눈길을 피했다.


“요즘 강쇠한테 메시지 안 오지?”


채연은 송림과 동갑이었다.

 

하루 밤을 같이 보낸 뒤 둘도 없는 친구 사이가 되었다.

 

“그게 더 께름칙해.”

 

송림이 냉장고에서 캔 맥주를 꺼내 채연에게 건네며 말했다.

 

“안 오면 좋지.”

 

“그게 아냐. 나를 아는 사람일 지도 몰라.”

 

“햐, 그럼 진정한 스토커네.”

 

“스토커면 그냥 스토커지 진정한 스토커는 뭐야?”

 

“너한테 중요한 물건까지 받아 챙겼잖아.”

 

채연이 입을 가리고 키득거렸다.

 

“너 자꾸 그럴래.”

 

송림이 맥주를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채연에게 달려들었다.

 

송림이 노 브래지어인 채연을 가슴을 움켜쥐었다.

 

“아파!”

 

채연이 눈을 흘겼다.

 

송림이 금방 시들해져 그녀에게서 떨어졌다.

 

“아무래도 우린 레즈비언 되긴 그른 거 같아.”

 

송림이 진지하게 말했다.

 

“하긴… 너랑 자고 나도 남자 생각이 간절하니.”

 

채연도 진지하게 받았다.

 

두 사람은 결국 서로를 보고 낄낄거렸다.

 

“도대체 섹스가 뭐니?”

 

“섹스? 종족 보존의 본능이겠지.”

 

채연이 명쾌하게 대답했다.

 

“그럼 여자끼리 그러면 종족 보존이 안되잖아.”

 

“그러니까 섹스지.”

 

“그건 또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리야.”

 

“섹스는 그 이상의 것이란 말이지.

 

뭐랄까….

 

굴레에 갇혀 사는 현대인이 완전하게 느낄 수 있는 자유가 아닐까?

 

전에 잡지책에서 읽은 건데 도둑놈이 경찰에 쫓겨 도망가는데 막다른 골목에 이른 거야.

 

꼼짝없이 잡혀야 하는데 순간 첫 사랑과 섹스를 했던 생각이 간절하게 나더라는 거야.”

 

“섹스가 인간에게 그렇게 절박한 것일까?”

 

송림이 채연의 곁에 누우며 말했다.

 

“어쨌든 섹스 없는 인생, 따분해서 어떻게 살겠니. 안 그래?”

 

이번엔 채연이 송림의 사타구니 사이로 손을 집어넣었다.

 

“간지러워.”

 

송림이 몸을 비틀었다.

 

그때 송림의 전화벨이 울렸다.

 

전화를 건 사람은 강 실장이었다.

 

송림은 풀어졌던 신경들이 모두 곤두 선 듯했다.

 

송림은 침대에서 벌떡 일어났다.

 

“누구야?”

 

“있어.”

 

송림은 전화기를 들고 주방 쪽으로 향했다.

 

“이 시간에요?”

 

송림은 벽시계를 바라보았다.

 

저녁 7시가 막 지나고 있었다.

 

강 실장은 송림에게 잠깐 회사로 나올 수 있느냐고 물었다.

 

그녀는 서둘러 옷을 챙겨 입었다.

 

“남자?”

 

“아는 사람, 들어올 때 맥주 사올 테니까 가지마.”

 

송림은 강 실장의 호출이 반갑지도 서럽지도 않았다.

 

마음이 많이 정리된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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