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1> 23장 파격 [4]
(477) 23장 파격 <7>
이 세상에 제 옛날 첫사랑한테,
그것도 세 번만 만났다가 차였던 여자한테 28억여 원을 주고 사업체를 차려준 남자는 없을 것이다.
그런데 그 주인공이 나타났다.
서동수다.
‘미친 놈’,
그렇게 비웃으면서 동조를 구하려고 두리번거렸던 몇 명이 있었지만 분위기에 압도되어 꼬리를 말았다.
그렇게 떠들었다간 병신이 될 것 같았기 때문이다.
각박한 세상에 나타난 홍길동이다.
일지매 또는 로빈후드로까지 비유되었다.
진윤화의 인터뷰가 끝나고 두 시간도 안 돼서 서동수의 인기는 폭등했다.
재빠른 종편이 서동수의 ‘미담’을 찾기 시작했고 인터넷에서는 갖가지 소문이 범람했다.
서동수는 한 번 ‘자면’ 1억 원씩 줬다는 ‘미담’도 퍼져나가는가 하면 ‘서사모’가 열다섯 개나 만들어졌다. 서동수를 사랑하는 모임이다.
작금의 세상은 순수한 ‘미담’ 주인공만 뜨지는 않는다.
파격적이며 솔직하고 독특한 인간이 각광을 받는 것이다.
선악의 구별이 모호한 것 같지만 예민한 관중은 그것이 위선인지 진실인지를 알아차린다.
그날 오후 6시, 서동수는 신의주에서 헬기편으로 평양 대동강변의 제77 초대소에 도착했다.
전영주를 통해 김동일 대장과의 단독 회담을 요청했고 그것이 바로 받아들여졌기 때문이다.
서동수는 비서실장 유병선과 수행비서 전영주를 대동했다.
초대소에 도착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방으로 전영주가 들어섰다.
“장관님, 대장 동지께서 이곳으로 오십니다. 30분쯤 후에 도착하신답니다.”
전영주가 굳어진 얼굴로 말했다.
김동일이 직접 초대소로 오는 것이다.
그로부터 30분쯤 후인 오후 7시경에 서동수는 김동일과 원탁에 둘러앉아 있다.
초대소의 식당 안이다.
배석자는 유병선과 내각 부총리 겸 자치령 담당 비서인 정오석까지 모두 넷뿐이다.
원탁에는 저녁상이 차려져 있었지만 넷은 밥그릇 뚜껑만 열었을 뿐이다.
김동일이 입을 열었다.“오늘 남조선 방송 다 봤습니다.”
김동일이 얼굴을 펴고 활짝 웃었다.
“남조선 여론은 안 봐도 짐작할 수 있겠습니다.”
“반대 세력이 이번으로 그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서동수가 정색한 얼굴로 김동일을 보았다.
잠자코 머리를 끄덕이는 김동일에게 서동수가 말을 이었다.
“신의주 반대 세력의 1차 목표는 바로 제가 되어 있습니다.”
“알고 있습니다.”
머리를 끄덕인 김동일이 포도주잔을 쥐었다.
“오신다고 해서 상의를 했습니다. 자, 먼저 한잔 드십시다.”
술잔을 들어올린 김동일이 서동수를 보았다.
“마침 오늘 사건도 있었겠다 내일쯤이면 시기가 적절할 것 같습니다.”
다음 날 아침,
초대소에서 아침 식사를 마친 서동수와 유병선, 전영주가 응접실에 앉아 TV를 보고 있다.
오전 9시 정각,
서동수에게도 낯익은 북한 국영 방송의 중년 여자 아나운서가 나오더니 지그시 이쪽을 보았다.
위엄 있는 표정이었고 서동수는 이 여자만 나오면 채널을 돌렸었다.
그때 여자가 말했다.
“남조선 반역 도당에게 경고한다.”
숨을 들이켠 서동수가 채널을 그대로 둔 채 여자를 응시했다.
유병선과 전영주도 석상처럼 굳어져 있다.
다시 여자가 말을 이었다.
“신의주 발전을 중상모략하고 신의주의 북남한 공동 대표인 서동수 장관을 음해하는 세력이 있다.
지금 이 순간부터 북조선은 그들을 반역도당, 역적으로 간주하고 철퇴를 내릴 거어시다.”
(478) 23장 파격 <8>
12시가 되었을 때 서동수는 주석궁의 식당으로 안내되었다.
이번에는 김동일과 독대다.
김동일은 아무도 배석시키지 않았고 서동수도 혼자다.
그렇게 김동일이 원했기 때문이다.
식당은 안쪽에 주방이 있었고 30평쯤의 공간에 원탁이 하나 놓여졌다.
오른쪽 벽에 대좌 계급장을 붙인 호위군관이 벽화처럼 붙어 서 있을 뿐이다.
김동일이 포도주 잔을 들면서 웃음 띤 얼굴로 물었다.
“오늘 평양방송 보셨지요?”
“예, 대장 동지, 감사합니다.”
서동수가 앉은 채로 머리를 숙여 보였다.
신의주 반대세력을 북한 정부에서 공적(公敵)으로 선언했으니
한국의 반(反)서동수 일당은 충격을 받았을 것이었다.
그때 김동일이 정색하고 서동수를 보았다.
“신의주 내부에서도 반신의주 세력이 있지 않습니까?”
김동일의 시선을 받은 서동수가 심호흡을 했다.
김동일이 모를 리가 없다.
“예, 있습니다. 지도자 동지.”
서동수가 말을 이었다.
“그 뿌리는 북한 내부에 있습니다.”
“군부 강경파겠군요.”
“그렇습니다. 대장 동지께 가장 충성스러운 세력이기도 합니다.”
“나도 짐작은 하고 있었습니다.”
한 모금 포도주를 삼킨 김동일이 잔을 내려놓았다.
서동수를 응시하는 눈동자가 깊숙하게 느껴졌다.
“장관 동무는 그들을 어떻게 다룰 작정입니까?”
김동일이 묻자 서동수의 시선이 경호군관을 스치고 지나갔다.
상반신을 조금 기울인 서동수가 입을 열었다.
“뇌물로 매수하려고 합니다. 대장 동지.”
김동일이 시선만 주었고 서동수의 말이 이어졌다.
“명단이 있습니다. 이들에게 제 개인자금을 주고 분위기를 부드럽게 하려고 합니다.
서로 모르게 하면 제각기 긴장이 풀리리라고 생각합니다.”
“….”
“제가 뇌물 주는 데는 좀 익숙합니다.
더구나 이런 일은 다 잘되라고 하는 일인 데다 대장 동지에 대한 충성심과는 상관이 없는 일입니다.”
“….”
“신의주의 기반을 굳히는 것이 우선입니다.
대장 동지, 그때까지만 꾹 참고 견디어 보시지요.”
“장관 동무가 미국의 스파이라고 하는 사람도 있소.”
불쑥 김동일이 말했으므로 서동수가 어깨를 늘어뜨렸다가 폈다.
“미국이 저를 스파이로 만들려면 몇 백억 불 갖고도 안 될 텐데요.”
“….”
“신의주 장관도 곧 그만두겠다고 한 저를 끌어들일 미끼가 없지요.”
말을 그친 서동수가 정색하고 김동일을 보았다.
“대장 동지, 한국 대통령을 만나시고 나서 중국 주석, 미국 대통령을 만나시지요.
제가 밀사 역할을 하겠습니다.”
“검토해 보지요.”
머리를 끄덕인 김동일이 숨을 고르더니 목소리를 낮췄다.
“그, 뇌물 작전, 나한테 수시로 알려줄 수 없습니까?”
“당연히 말씀드리겠습니다.”
“고맙소.”
“제가 먼저 한국 대통령께 정상회담 말씀을 드리지요.
당분간 비밀리에 진행하겠습니다.”
“나도 극비리에 진행시키겠습니다.”
대답한 김동일이 이번에는 길게 숨을 뱉었다.
편안한 표정이 되어 있다.
“이렇게 탁 터놓고 이야기하는 건 처음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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