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76. 남자의 꿈 (8)
(2330) 남자의 꿈 -15
이틀 후에 소집된 설립위원회 간부들은 조철봉의 투자 발표에 감동했다.
재단 설립은 당연한 일이었으므로 만장일치로 승인을 받았다.
소냐한테서 이야기를 들은 설립위원회 위원장 최사샤씨가 조철봉에게 묻는다.
“재단이사장은 조 사장님이 맡아 주시는 것이 낫지 않겠습니까?”
그러자 조철봉이 호텔 안 회의실에 모인 10여명의 인사들을 둘러보았다.
위원장 최사샤는 대학교 교수였고 나머지 위원의 직업은 다양하다.
시장 상인도 있었으며 전기 기술자, 폴리타젤에서 만난 김빅토르도 끼어 있다.
조철봉의 시선이 맨 끝에 앉은 소냐를 스치고 지나갔다.
소냐도 간부의 말석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모두의 시선을 받은 조철봉이 입을 열었다.
“제가 타슈켄트에 상주하고 있을 수가 없는 관계로 제 대리인을 재단이사장으로 추천하겠습니다.
이의 있으십니까?”
그러자 최사샤가 쓴웃음을 짓는다.
“이의가 있을 리가 있습니까? 지명만 해 주십시오.”
모두 머리를 끄덕였고 조철봉이 다시 말을 잇는다.
“한소냐를 제 대리인으로 임명해서 재단이사장을 맡기겠습니다.”
그 순간 모두의 시선이 소냐에게 모여졌고 회의실 안은 조용해졌다.
놀란 소냐의 얼굴이 하얗게 굳어졌다.
그때 최사샤가 말한다.
“알겠습니다. 대학설립위원회는 한소냐를 재단이사장으로 받아들입니다.”
그러고는 박수를 쳤으므로 모두들 일제히 따른다.
이제 소냐의 얼굴은 빨갛게 변했다.
전혀 예상도 하지 못한 것이다.
오늘 회의에는 한국 대사관에서도 참사관이 영사와 함께 참석해 있는 데다
서울에서 김경준도 날아왔다.
회의를 끝낸 후에 모두는 조철봉의 초청으로 호텔 식당에서 만찬을 겸한 축하 파티를 했다.
파티 석상에서 소냐는 조철봉의 옆자리에 앉게 되었는데 좌석 배치는 최갑중이 했다.
그리고 그것을 주위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
“난 말이다. 대단한 애국자도, 그렇다고 자선가도 아니다.”
이 사람 저 사람이 번갈아 술을 권하는 바람에 조철봉은 보드카를 많이 마셨다.
조철봉이 붉어진 얼굴로 옆에 앉은 소냐에게 말을 잇는다.
“너, 내가 애인 있느냐고 물었던 거 기억나지? 그건 왜 그런 줄 알아?”
장내는 소란했다. 홀에서는 음악에 맞춰 여럿이 춤을 추었고 웃음소리, 환호성이 요란했다.
이쪽에 신경 쓰는 사람은 보이지 않는다.
소냐는 눈만 깜박이며 대답하지 않았으므로 조철봉이 얼굴을 펴고 웃었다.
“아직도 욕심을 버리지 못하는 거야.
돈을 투자하는 대신 너라도 내 옆에 두고 싶은 욕심이 생긴 거다.”
“옆에 있을게요.”
그 순간 조철봉의 귀에 입술을 붙인 소냐가 커다랗게 말했다.
그러고는 손을 뻗쳐 테이블 밑으로 조철봉의 손을 잡는다.
“사장님하고 함께 있겠어요.”
“고맙다.”
소냐의 손을 마주 쥔 조철봉이 얼굴을 펴고 웃는다.
“이제 허전한 느낌이 좀 가셔지는군.”
“저는 사장님의 여자예요.”
“오늘은 그만해. 하루에 한번씩만.”
그러자 소냐가 가지런한 이를 드러내며 활짝 웃는다.
그것을 본 조철봉의 목이 또 메었다.
조철봉이 소냐의 손을 힘주어 쥐더니 이제는 거침없이 묻는다.
“소냐, 잠깐 방에 올라갔다 내려올까?”
(2331) 남자의 꿈 -16
조철봉의 우즈베키스탄 체류는 계획에 없었던 고려인 대학 설립건 때문에
일주일간으로 연장되었다.
그동안 매스컴에서도 보도되는 바람에 조철봉은 폴리타젤에 두 번이나 더 찾아가야 했다.
고려인 동포들이 베푼 환영식에다 감사패 증정식까지 있었기 때문이다.
이번에 조철봉은 재단에 사재 100억원을 투자했는데 동포들은 감동했다.
조철봉은 김경준을 당분간 타슈켄트에 체류시켜 재단 측 감독관 업무를 보도록 했다.
조철봉이 귀국하기 전날 밤, 침대에 나란히 누워 있던 소냐가 시선을 천장에 둔 채로 묻는다.
“다음에는 언제 오세요?”
“으응? 곧.”
했지만 문득 조철봉은 가슴이 내려앉는 느낌이 든다.
기약할 수 없는 것이다.
소냐를 보러 온다면 모를까 대학 설립 과정을 체크하러 방문할 생각은 없다.
이미 100억원 투자한 것으로 끝난 일이다.
그러다 보니 소냐가 이렇게 묻는 이유도 이해할 수가 있었다.
조철봉이 머리를 돌려 소냐를 보았다.
조금 전에 뜨거운 시간을 보낸 후여서 소냐의 얼굴은 아직도 상기되었다.
이마에는 다시 돋아난 작은 땀방울이 불빛에 반사되어 번들거린다.
조철봉이 물었다.
“소냐, 내가 집을 한 채 얻어줄 테니까 그곳에서 살 거냐?”
그러자 소냐가 시선을 돌려 조철봉을 보았다.
시선을 마주친 소냐가 머리를 끄덕였다.
“살게요.”
소냐의 목소리는 밝다.
어느덧 표정도 밝아진 소냐가 팔을 뻗어 조철봉의 어깨를 감아 안는다.
“거기서 기다릴게요.”
“그럼 김 감독관한테 이야기를 해 놓고 갈 테니까.”
소냐의 허리를 당겨 안으면서 조철봉이 말했다.
지금 소냐는 타슈켄트의 작은 아파트에서 가족과 함께 살고 있는 것이다.
집을 얻어준다는 것은 곧 딴살림을 차려준다는 만국 공통의 의미로 통한다.
빈틈없이 소냐가 안겨 왔을 때 조철봉이 차분한 목소리로 말한다.
“그 집은 네 명의로 얻어줄 테니까. 가구까지 다 갖춰주지.”
조철봉의 가슴에 소냐는 더운 숨만 뱉는다.
소냐의 탄력이 넘치는 몸을 안은 채 조철봉이 말을 이었다.
“그렇지, 한국산 차를 한 대 사주마. 그리고 매달 생활비도 보내주도록 하지.”
“저는 괜찮아요.”
정색한 소냐가 말했지만 조철봉이 머리를 젓는다.
“이것도 투자다. 대학 짓는 것만 투자가 아냐.
네가 마음 놓고 열심히 일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투자야. 그렇지, 인력 투자가 되겠다.”
말이야 그럴듯했지만 소냐한테 집 얻어주면 첫째 묶어둘 수가 있고,
둘째 소냐 집에서 묵게 될 테니 호텔비가 절약될 것이다.
밤 12시가 넘어 있었지만 방 안 분위기는 다시 더워지기 시작했다.
소냐가 하반신을 바짝 붙이더니 조철봉의 턱에 더운 숨결을 뱉으며 묻는다.
“한번 더 해도 돼요?”
어느덧 소냐는 조철봉의 철봉을 부드럽게 움켜쥐고 있다.
그러자 조철봉이 쓴웃음을 지었다.
“그놈한테 물어봐라.”
“하고 싶다고 하는데요.”
그러더니 덧붙인다.
“저도요.”
조철봉은 소냐의 입술을 찾아 입을 붙였다.
더 이상 말할 것이 없다는 표현이다.
그때 몸을 일으킨 소냐가 조철봉의 배 위에 말을 타듯이 앉는다.
그러고는 두 눈을 번들거리며 웃었다. 아름답다.
다시 조철봉의 목이 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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