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방/강안남자

840. 버려야 먹는다 (5)

오늘의 쉼터 2014. 10. 10. 13:08

840. 버려야 먹는다 (5)

 

(2256) 버려야 먹는다-9 

 

 

개성공단에서 북측에 억류되었다.

 

오대식씨가 풀려난 것은 그 다음날이다. 북측은 개성공단 관리위원회를 통하지 않고

 

통일부에 전문을 보내 오대식씨를 석방하겠다는 통보를 한 것이다.

 

그리고 통보한 지 한 시간 후에 오대식씨 신병이 남측에 인도되었다.

 

한국 정부는 조철봉을 통해 오대식씨가 석방된다는 것을 알았지만 후계자인 김대성의

 

존재와 영향력을 확실하게 증명시킨 셈이 되었다.

“이거, 잘 되어야 할 텐데요.”

그날 저녁, 인사동의 한정식집 ‘남원옥’에서 저녁상을 받아놓고 조철봉이 혼잣소리처럼 말한다.

 

갖가지 요리가 놓여진 전통 전주식 한식상 주위에는 세 사내가 앉았다.

 

조철봉과 국정원 정보실장 이강준, 그리고 청와대의 한영기 비서관이다.

 

오늘은 조철봉이 둘을 불러 모은 자리였는데 현 정국에 대해 조언을 받겠다는 이유를 댔다.

 

물론 둘은 기다리고나 있었던 것처럼 달려왔다.

 

둘의 시선을 받은 조철봉이 말을 잇는다.

“김대성이 말입니다.

 

김대성이가 아버지의 뜻을 잘 이어받아서 별 탈 없이 이끌어 나가야 할 텐데요.”

그러자 이강준이 풀썩 웃었다.

“누가 들으면 조 사장님이 골수 친북세력이라고 하겠습니다.”

“위원장이 핵 포기한다고 약속한 데다가 6·25남침까지 사과했고 평화를 지키려는

 

의지가 보이는 현실 아닙니까?”

열변을 토한 조철봉을 향해 한영기가 웃었다.

“하긴 그렇습니다.”

한영기가 정색하고 말을 잇는다.

“이렇게만 나간다면 저도 친북세력이 될 것 같습니다.”

그러나 앞으로 갈 길이 멀다.

 

북한의 인권 문제가 강하게 대두될 것이었고 군부 강경파는

 

마치 안전핀을 뽑은 채 들고 있는 수류탄 같은 존재인 것이다.

 

저녁식사에 곁들여 소주를 시켰으므로 밥을 반쯤 먹다 만 조철봉이 소주잔을 들고 말한다.

“그래서 말씀인데요. 오늘 두 분을 뵙자고 한 건 다름이 아니라.”

긴장한 둘이 움직임을 멈췄고 조철봉이 목소리를 낮췄다.

“이번에 내가 김대성을 처음 만난 건 북측의 배려 같습니다.

 

나를 통해 김대성의 존재와 영향력을 내보인 것 같은데,

 

이번에는 내가 먼저 김대성을 만나자고 해 볼 작정입니다.”

“무슨 일로 그럽니까?”

하고 한영기가 물었지만 이강준은 눈도 깜박이지 않고 바라만 본다.

 

조철봉의 말이 이어졌다.

“위원장도 반대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때 이강준이 희미하게 머리만 끄덕였고 조철봉의 말에 열기가 띠어졌다.

“내가 김대성의 옆에서 보좌관 노릇을 하는 거죠.

 

아니, 가정교사도 좋고 비서, 또는 이야기꾼 노릇도 좋습니다. 내 목적은….”

“과연.”

하고 이강준이 말을 잘랐으므로 조철봉은 호흡을 조정했다.

 

그 사이에 이강준이 말을 잇는다.

“참으로 현명하신 생각이십니다.

 

아직 흰 백지 같은 김대성에게 한국에 대한 정보와 좋은 선입견을 심어 주는 것이

 

대단히 중요합니다.

 

그렇게만 된다면 남북 간 유대는 더욱 공고해질 것입니다.”

“그렇군요.”

한영기도 커다랗게 머리를 끄덕인다.

“남북 간 대화 소통에도 커다란 도움이 되겠습니다.”

조철봉은 다시 길게 숨을 뱉는다.

 

둘은 자신을 큰 애국자나 되는 것처럼 대하고 있지만 오해다.

 

난 그저 기회를 잘 이용하는 장사꾼일 뿐이다. 

 

 

(2257) 버려야 먹는다-10 

 

 

“여자하고 노는 데 평양만큼 안전한 곳이 없어.”

저녁식사를 마친 조철봉이 룸살롱에서 기다리고 있던 최갑중의 앞에 앉으면서 처음 뱉은 말이다.

 

오후 9시반,

 

최갑중의 얼굴에는 술기운이 끼어 있었는데 옆자리에 빈 술잔이 놓여 있다.

 

아가씨를 앉혀놓고 마시다가 조철봉이 온다는 연락을 받고나서 내보낸 증거였다.

 

최갑중이 건네준 술잔을 쥔 채 조철봉의 말이 이어졌다.

“누가 언론에다 제보를 하냐? 명예를 손상시켰다고 항의를 하냐?

 

언론사 기자들이 카메라 들고 쫓아다니기를 하냐? 그곳은 오입쟁이한테는 천국이다.”

최갑중이 잠자코 시선만 주고 있다.

 

섣불리 맞장구를 쳤다가 당한 적이 여러 번이었기 때문에 가만있는 것이 상책이다.

 

한모금의 위스키를 삼킨 조철봉이 머리를 들고 최갑중을 보았다.

“너, 나하고 둘이 다시 평양에 가야겠다. 괜찮지?”

“아니, 또, 왜요?”

하고 최갑중이 물었으므로 조철봉은 먼저 입맛부터 다신다.

“야 인마, 국가와 민족을 위해서다.”

“그건 아는데 좀 구체적으로….”

“김대성이를 만나야겠어. 물론 위원장이 허락을 해줘야겠지만.”

“만나서 뭐 하시게요?”

“친남파를 만들려고 그런다.”

“친남파라면….”

했다가 말뜻을 알아차린 최갑중의 표정이 굳어졌다.

“형님, 그거, 위험한 일 아닙니까?”

“아마 위원장도 그러라고 할 것 같다.”

눈을 가늘게 뜬 조철봉이 말을 잇는다.

“위원장이 남북간 평화 공존을 진정으로 원한다면 말이지.”

“그렇다면 위험한 일이 아니군요.”

다시 조철봉의 잔에 술을 채운 최갑중이 말을 잇는다.

“그럼 이번에는 평양에서 얼마나 머물다가 돌아옵니까?”

“글쎄, 며칠쯤이 되겠지만 계획대로 일이 된다면 앞으로는 자주 왕래를 해야 되겠지.”

그러고는 정색했다.

“내가 여기 오기 전에 내일 평양 가겠다고 연락해놓았으니까 너도 준비해.”

“그러지요.”

해놓고 최갑중이 은근한 시선으로 조철봉을 보았다.

“하지만 오늘은 이곳에서 좀 놀다 가시지요.

 

조금 전에 보니까 애들이 아주 좋았습니다.”

“그러지.”

조철봉이 머리를 끄덕이자 최갑중은 서둘러 벨을 누른다.

 

이곳은 근래에 최갑중이 개발한 룸살롱이다.

 

그동안 룸살롱 출입을 수백번 해왔지만 아가씨들이 들어오기 전의 분위기는 언제나 설렌다.

 

심장 박동이 빨라지면서 얼굴에는 열이 오른다.

 

이윽고 문이 열리더니 마담의 안내를 받은 아가씨 둘이 들어섰다.

 

그중 뒤에 서서 눈웃음을 치는 아가씨는 조금 전까지 최갑중의 옆에 앉아 시시덕거렸을 터였다.

 

상대적으로 앞에 선 아가씨는 긴장하고 있다.

“응, 앉아.”

조철봉이 앞에 선 아가씨를 손짓으로 부르면서 말했다.

 

대한민국 안에 수백만명의 미인이 있는데도 모두 다른 모습을 하고 있는 것을 볼 때마다

 

조철봉은 조물주의 신통력을 느끼는 것이다.

 

상큼한 향내를 풍기면서 아가씨가 옆자리에 앉았을 때 감동한 조철봉은 길게 숨을 뱉는다.

 

그때 아가씨가 조철봉에게 머리를 숙여 보이면서 인사를 했다.

 

이름을 말한 것 같은데 잘 안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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