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79. 조특보 (6)
(2136)조특보-11
국민을 등 다습고 배부르게 만들어주는 것이 최고의 정치인이다.
더 줄여서 말하면 국민을 편안하게 만들어주는 정치인이 최고인 것이다.
국민 대부분은 법 없어도 산다. 다르게 표현해서 다 법을 지키고 산다는 말이다.
조철봉도 열심히 사기치고 돈벌 때 국보법이라는 것이 있는 줄도 몰랐다.
조철봉이 가장 신경을 썼던 법은 사기, 횡령, 부정수표 단속법 등이었다.
그래서 지난 정권 때 국보법, 국보법 해대기에 어떤 놈이 고려청자 같은 국보를
도적질해 가려는 것을 막으려는 법이 국보법인 줄만 알았다.
지금도 그렇다. 조철봉은 단순하며 스스로의 장단점을 안다.
김정훈은 물론이고 대통령에게도 속에 있는 말을 거침없이 꺼낼 수 있는 것이 장점일 것이다.
권력에 대한 욕심이 없다는 것도 눈치를 살피지 않는 자세에 일조를 했다.
체질에 맞지 않는 이 노릇을 그만두고 예전으로 돌아가 즐기며 살고 싶다는 것이
조철봉의 꿈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동을 다 먹고 나서 김정훈에게 말한다.
“제가 여기 오기 전에 대통령님을 만나 김 대표께 전달하라는 말씀을 전해 드리겠습니다.”
긴장한 김정훈이 똑바로 조철봉을 보았다.
제2당이며 여당이기도 한 한국당의 대표 김정훈이다.
정보력이 대통령만큼은 못하겠지만 청와대 안팎 사정도 훤하게 알고 있을 것이었다.
그러나 대통령을 만났다는 사실은 당장 확인하기가 쉽지가 않다. 더욱이 조철봉은 특보 아닌가?
그때 조철봉이 말을 잇는다.
“둘이 만났지요. 집무실로 부르시더니
대통령 실장도 잠깐 비켜달라고 하셔서 저하고 둘이 있었습니다.”
“…….”
“그러고는 김 대표님께 꼭 전하라고 하셨습니다.”
김정훈의 시선을 받은 조철봉의 두 눈에서 갑자기 주르르 눈물이 흘러내렸다.
그야말로 닭의 설사똥 같은 눈물이다.
놀란 김정훈이 숨을 멈췄을 때 조철봉이 눈물로 범벅이 된 얼굴로 말한다.
“대통령께서 우시더란 말씀입니다. 저는 그때를 떠올리면 눈물부터 납니다.”
“조 특보.”
침을 삼킨 김정훈이 한쪽 손을 뻗었다가 오므렸다. 그
러더니 헛기침을 했다.
“진정하시고 말씀을….”
“예, 죄송합니다.”
손바닥으로 눈물을 훔친 조철봉이 곧 손수건을 꺼내더니 얼굴을 닦고 나서 코까지 풀었다.
그러고는 충혈된 눈으로 김정훈을 보았다.
“총리를 맡아달라고 하셨습니다.”
“…….”
“여러 곳에서 반대도 있을 것이고 방해도 있을 것이라고 하시더군요.
대통령의 의도를 잘못 전달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라고,
하지만 대통령님을 믿고 맡아달라고 하셨습니다.”
조철봉이 다시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는다.
“그렇게 말씀하시면서 우셨습니다. 정말 답답하다고 하시더군요.”
“…….”
“의지할 사람이 필요하다고도 하셨습니다.”
“정말입니까?”
마침내 김정훈이 그렇게 묻더니 조철봉의 시선을 받고 나서는 또 헛기침을 했다.
“내가 조 특보를 믿지 못해서 그런 것이 아니라 원체 중요한 일이어서.”
“확인해 보시지요.”
눈을 치켜뜬 조철봉이 어깨를 부풀렸다.
“대통령님께서는 대표님의 도움을 필요로 하고 계십니다.
대표님께서 먼저 총리를 맡겠다고 제의해 주시면 대통령님의 부담을 훨씬 덜어드릴 것입니다.”
거짓말이라면 선수인 데다 다 국가를 위하고 있다는 확신이 바탕에 깔린 조철봉이다.
지금의 연기는 배우보다 낫다.
(2137)조특보-12
“김 대표가 총리를 맡겠다는데요.”
대통령 집무실로 들어선 대통령실장 유세진이 마치 북한의 핵실험을
보고 하는 것 같은 표정으로 말했다.
대통령도 놀라 눈만 크게 떴다. 책상 앞으로 다가선 유세진의 목소리까지 떨린다.
“대통령님의 우국충정에 감동을 받았다고 하는데 저는 도무지.”
했다가 먼 시선으로 대통령을 보았다.
뭔가 생각하는 표정이 된다.
“조 특보를 만났을 때는 별 이야기가 없었다고 했는데 만 하루만에
“글쎄 뭐라고 합니까?”
대통령이 이맛살을 조금 찌푸리고 묻자 유세진은 당황했다.
“조금 전에 김 대표가 전화를 해오더니 난데없이 총리를 맡게 해주시면
“맡게 해주시면이라고 했어요?”
대통령이 확인하자 유세진은 커다랗게 머리를 끄덕였다.
“예, 분명히 그렇게 말했습니다.”
“그러고요?”
“대통령님의 우국충정에 감동을 받았다면서 보필할 기회를 달라고 했습니다.”
“보필할 기회를 달라고?”
“예, 분명히 그렇게 말했습니다.”
“그 양반이 갑자기….”
대통령이 말끝을 흐렸을 때 유세진이 생각난 듯 말한다.
“부담을 드리지 않겠다고도 했습니다.”
“그렇다면.”
그러자 유세진이 책상 옆으로 바짝 다가 붙었다.
“총리의 권한 등을 강조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겠습니다.”
“으음.”
신음같은 탄성을 뱉은 대통령이 문뜩 시선을 들고 유세진을 보았다.
“혹시 조 특보가 무슨 짓을 한 것이 아닐까요?”
“예? 그, 그것이.”
머리를 기울이며 말까지 더듬던 유세진이 곧 정색하고 대통령을 보았다.
“조 특보한테 무슨 말 들었느냐고 물어볼 수는 없었지요.
“으음.”
다시 신음을 뱉은 대통령이 심호흡을 하더니 유세진을 보았다.
“실장은 어떻게 생각하시오?”
“그것이.”
입맛을 다신 유세진이 결심한 표정으로 말을 잇는다.
“김 대표가 그렇게까지 말했는데 뭔가 대답은 있어야 한다고 생각됩니다.”
“그건 그렇지.”
“김 대표가 총리를 맡으면 여권이 다시 뭉쳐지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그것 참.”
이윽도 대통령이 입맛을 다시고 나서 말을 잇는다.
“받아들이기로 합시다. 먼저 개혁당 박 대표하고 상의를 해야 되겠지요?”
“예, 대통령님.”
유세진이 밝아진 표정으로 말했을 때 대통령이 중얼거렸다. 그러나 유세진은 다 들었다.
“꼭 조철봉이 지나가면 무슨 일이 터지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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