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78. 조특보 (5)
(2134)조특보-9
오늘은 대통령 비서실장 유세진과의 면담이다.
비서실장실로 안내되면서 조철봉은 심호흡을 한다.
김정훈 한국당 대표와의 면담은 내일 점심이다.
김경준이 접촉하자 의외로 면담은 즉각 수용되었다.
이틀 후 점심 약속을 했으니 특별한 대우라고 봐도 될 것이다.
그리고 그 면담 건을 한영기 비서관한테 알렸더니 바로 비서실장이 만나자고 부른 것이다.
당연한 일이었고 예상도 했다. 조철봉이 방으로 들어서자 유세진이 활짝 웃는 얼굴로 맞는다.
너무 활짝 웃어서 긴장하고 있던 조철봉의 맥이 풀릴 정도였다.
소파에 자리잡고 앉았을 때 유세진은 손수 커피를 따라 조철봉 앞에 놓으면서 경제 이야기를 한다.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야 할 텐데 큰일 났어요.”
그렇다. 자나깨나 청와대나 정치권이나 일자리, 경제 걱정이다.
그런데 세계적 불황이라 상황이 너무 안 좋다. IMF때보다 더하다고 한다.
앞쪽에 앉은 유세진이 시선을 들더니 문득 떠오른 듯 묻는다.
“김정훈 대표하고 내일 점심 약속을 하셨다면서요?”
“예. 제가 요청했습니다.”
유세진의 시선을 받은 조철봉이 지그시 웃는다.
“제가 대통령 특보지만 대통령 말씀은 듣지 않고 만나는 겁니다.”
“아, 예. 그래서.”
“지난번 촛불집회때 제가 대통령 지시라고 거짓말한 것처럼은 못할 겁니다.”
“아, 아.”
미리 선수를 쳤기 때문인지 유세진이 신음 같은 소리만 뱉고 나서 입맛을 다신다.
조철봉이 말을 이었다.
“그리고 김 대표한테도 그렇게 말씀드릴 겁니다.
김 대표가 대통령께 하실 말씀이 있다면 듣고 오는 것이 목적이지요.”
“그렇게만 해 주신다면.”
머리를 끄덕인 유세진이 다시 웃음 띤 얼굴로 조철봉을 본다.
“국정에 많은 도움이 될 겁니다.”
그러더니 정색하고 말을 잇는다.
“대통령께는 조 특보가 김 대표하고 점심약속을 했다고만 말씀드리지요.”
“그런데 비서실장님께선 김 대표한테 하실 말씀이 있으십니까?”
조철봉이 묻자 유세진은 쓴웃음을 지었다.
“전 없습니다.”
머리까지 저은 유세진이 길게 숨을 뱉는다.
“전 조 특보하고 입장이 다르지요. 제가 나서서 어긋나면 수습할 사람이 없어요.
뒤에 대통령 한 분뿐이거든요. 그러니 입을 다물고 있는 것이 최선입니다.”
그러고는 앉은 채로 조철봉을 향해 머리를 숙여 보였다.
“잘 부탁드립니다.”
“아니. 무슨 말씀을.”
맞절을 하고 난 조철봉이 소리죽여 숨을 뱉는다.
대통령 비서실장이면 국무총리보다도 윗길로 알았던 조철봉이다.
대통령과 가장 가까운 사람이 비서실장 아닌가?
그런데 지금 말을 들어보니 대통령 그림자 같은 역할이다.
이건 시켜 줘도 답답해서 못할 것 같다. 유세진을 만나고 돌아가는 차 안에서
조철봉이 옆에 앉은 김경준에게 말한다.
“비서실장한테는 저쪽 말을 듣고만 온다고 했는데 그렇게는 못하겠어.”
김경준의 시선을 받은 조철봉이 얼굴을 찌푸리며 웃는다.
“비서실장도 그러라고 했지만 속으로는 그걸 바라지는 않았을 거야.”
어두워진 창밖의 거리를 내다보며 조철봉이 말을 잇는다.
“복잡하게 계산기 두드릴 거 없어. 밀고 나갈 거야.”
(2135)조특보-10
김정훈 의원이 누구인가?
3선 의원에다 지금까지 한번도 금전관계 스캔들을 일으키지 않았으며
강한 리더십과 당과 국가에 대한 충성심으로 무장된 거물이다.
또한 추종세력의 결집력이 강해서 지난번 대선 때는 현 대통령과의 대선후보 경선에서
패한 후에도 이탈자가 없다.
지금 한국당의 주류는 김정훈 의원의 세력이 장악하고 있는 터라 김정훈당이라고도 불리고 있다. 조철봉이 약속한 점심식사 장소인 여의도의 ‘청홍관’ 특실에서 기다린 지 5분쯤 지났을 때
김정훈 의원이 들어섰다.
50대 중반의 호남, 웃음 띤 인상이 편안하게 느껴졌다.
“요즘 바쁘시더구먼.”
조철봉의 손을 쥐었다 놓은 김정훈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한다.
“아닙니다. 저야 심부름이나 하는 터라 몸만 바쁠 뿐이지요.”
원탁에 마주 보고 앉은 둘이 덕담을 나누고는 음식을 시켰다.
김정훈이 우동을 시켰으므로 조철봉은 자장면을 먹고 싶었지만 같은 것을 시킨다.
특실에서 우동을 먹는 인간은 드물 것이었다.
“참.”
물수건으로 손을 닦던 김정훈이 문득 묻는다.
“대통령께서 박준수 의원을 국무총리로 지명하실 것 같다는 소문이 떠돌던데, 알고 계십니까?”
“예, 그것은.”
바로 정곡을 찌르는 바람에 조철봉이 당황했다.
그런 소문은 조철봉도 들었지만 확인은 못했다.
확인할 길도 없다.
옆에 붙어 있는 비서관 한영기한테 물어봐야 헛일이어서 놔두었다.
김정훈의 시선을 받은 조철봉이 쓴웃음을 짓는다.
“전 모릅니다만 그런 소문은 들었습니다.”
머리만 끄덕이는 김정훈을 향해 조철봉이 말을 잇는다.
“실은 제가 그것 때문에 뵙자고 했습니다.”
김정훈의 눈썹이 모아졌다.
그러고는 눈도 껌벅이지 않고 조철봉을 본다.
대통령이 이제 개혁당 대표가 된 박준수 의원을 총리로 임명하여
국정을 쌍두마차 식으로 운영한다는 소문이 나돌고 있었다.
개혁당 대표 박준수의 위상을 더욱 공고히 하고 후계자 교육을 하기 위한 배려라는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되면 한국당과는 더 멀어지게 된다.
조철봉이 말을 이었다.
“여론조사에서는 60%가 김 대표님이 총리를 맡으셔야 한다고 했더군요.”
“여론은 금방 바뀝니다.”
정색한 김정훈이 말을 잇는다.
“그리고 대통령제 하에서 실권 없는 바지 총리를 할 생각은 없습니다.”
지금까지 여러 번 김정훈 총리 기용설이 떠돌았지만
성사가 되지 않은 가장 큰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차기를 노리는 김정훈이 바지 총리가 되어서 휘둘리는 이미지는
결코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측근들은 강력하게 반대했고 김정훈 본인도 관심을 나타내지 않았다.
시선을 든 조철봉이 김정훈을 본다.
“제가 여기 올 적에 대통령을 뵙고 중요한 말씀을 들었습니다.
대통령실장도 제외시킨 그야말로 단둘이 독대하는 자리였지요.”
그러고는 조철봉이 빙그레 웃었다.
“말 지어내지 않는다는 약속을 했습니다. 이건 지난번 일하고도 다르기 때문에.”
그러자 김정훈이 따라 웃는다.
“그렇겠죠. 좀 다르지요.”
“대통령께 김 대표님께서 실권을 갖춘 총리라면 맡을 의향이 계시다고 말씀 드릴까요?”
조철봉이 불쑥 묻자 김정훈이 다시 쓴웃음을 짓는다.
예상하고 있었다는 표정 같기도 했으므로 조철봉은 숨을 참고 기다렸다.
이쪽에서 선수를 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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