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76. 조특보 (3)
(2130)조특보-5
개혁당에서 발의한 북한에 대한 생필품 지원은 한국당과 민족당,
거기에다 독립당과 노동자당의 고른 지지를 받아 통과되었다.
한국당 내에서 일부 반발이 있었지만 230표라는 압도적인 지지를 받은 것이다.
만일 한국당이 거대 여당인 상태였다면 이렇게 일사불란하게 의결되지도 않았다.
당론을 정하는데도 시간이 꽤 걸렸을 것이었다.
그러나 또다시 무조건식의 대북 퍼주기 지원을 시작했다는 반대 여론이 일어났고
개혁당의 지지도가 5%나 떨어졌다.
조철봉의 농간에 넘어갔다는 소문도 들끓었는데 조철봉이 북한측으로부터
뇌물을 받았다는 말도 떠돌았다.
“국제산업으로부터도 뇌물을 받았다는 소문도 퍼져 있습니다.”
사무실 소파에 앉아 있는 조철봉에게 김경준이 보고한다.
시큰둥한 표정만 짓고 있는 조철봉이 답답한지 김경준의 표정이 더 심각해졌다.
“민족당의 오정문 의원과 한국당 최성환 의원이 떠들고 다닌다고 합니다.
둘이 공공연하게 나서고 있는 건 증거가 확실하다고 믿는 이유도 있겠지만
이쪽에 대한 시위 효과도 노리는 것 같습니다.”
그러자 조철봉이 머리를 들었다.
“난 그렇게 머리가 좋은 사람이 못 되어서 그 작자들 속셈을 모르겠는데,
김 실장이 간단하게 풀이해 줄래?”
“타협하자는 것 같습니다. 다른 표현을 쓰자면 합의, 또는 대화가 되겠습니다.”
“역시 김 실장은 정치 공부를 많이 해서 표현이 다양해.”
“칭찬으로 듣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최갑중이를 불러.”
했다가 조철봉이 손부터 들고 막더니 김경준에게 말했다.
“이건 국가를 위한 일이고 내가 명색이 대통령 특보니까 이 실장한테 부탁해도 되겠다.”
“이 실장이라니요?”
되물었던 김경준이 곧 깨닫고는 머리를 끄덕인다.
“국정원 이강준 실장 말씀입니까?”
이강준과는 지난번에 같이 북한 위원장을 만나고 온 사이인 것이다.
그리고 카바레 동지이기도 하다.
“이 실장한테 상황 이야기를 하고 그 두 작자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지 알아봐.”
“예, 특보님.”
“우리 사이에선 사장으로 불러, 난 특자 들어가는 게 비싸게 들려서 거북해.”
김경준이 방을 나가자 한동안 생각에 잠겨있던 조철봉이 휴대폰을 집어들었다.
버튼을 누르자 곧 신영선이 응답했다.
“웬일이야? 아침부터?”
신영선에게는 아침이겠지만 오전 10시40분이다.
직장인은 일 시작한 지 두 시간이 넘었다.
“누님, 내가 궁금한 것이 있는데.”
“응, 뭔데?”
“국제산업말야, 지금도 공사 따내려고 로비 중이야?”
“그럼.”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신영선이 대답하더니 줄줄 잇는다.
“지금이야 중지 상태지만 어차피 공사는 할 것이라고 다 믿고 있거든,
그래서 지금도 열심히 로비 중이야.”
“누가 앞장서?”
“동생도 알다시피 한국당 이용찬 의원.”
“그렇겠지.”
“국제산업이 큰 회사고 로비도 이젠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시대가 되었는지
별로 숨기는 것 같지가 않아.”
“그렇군.”
전화기를 귀에 붙인 조철봉이 머리를 끄덕였다.
로비없는 공사는 없다고도 들었다.
(2131)조특보-6
“배후에 이용찬이 있습니다.”
다음날 오전,
사무실에서 조철봉과 마주앉은 김경준이 말한다.
한국당 최성환의 배후를 말하는 것이다.
김경준이 말을 이었다.
“물론 이용찬의 배후는 국제산업입니다.”
“짐작은 했어.”
머리를 끄덕인 조철봉에게 김경준이 쓴웃음을 지어 보였다.
“국제산업은 민족당 오정문 의원도 포섭한 것 같습니다.”
김경준은 이강준을 만나 정보를 얻은 것이다.
“로비자금이 3천억 수준이라는 소문이 있습니다.”
“그쯤 되겠지. 공사 대금이 3조가 넘는다고 하니까 말이야.”
개성공단의 대대적인 확장과 관광특구 개발로 단가가 시간이 지날수록 부풀어져 가고 있다.
눈을 가늘게 뜬 조철봉이 김경준을 보았다.
“이봐, 김 실장. 개성관광특구 공사는 어차피 진행될 것 아닌가?”
“그럼요, 남북한 양측이 확실하게 합의한 사항인데 다른 건 몰라도 그 공사는 진행할 겁니다.”
정색하고 김경준이 말하자 조철봉이 헛기침을 하고 묻는다.
“공사 입찰에 나선 업체는 몇개지?”
“국제산업과 대한산업 연합, 일성건설과 한국건설 연합의 두 그룹이 경쟁하고 있지만
국제측이 현재로서는 유리한 입장입니다.”
그러고는 조철봉의 눈치를 보고 나서 덧붙였다.
“로비를 일찍 시작한데다 앞장서 뛰는 로비스트 위력이 세거든요.”
이용찬을 말하는 것이다.
한국당의 중진, 3선에 지금도 한국당 재경위원장을 맡고 있으니 이만한 로비스트도 없다.
심호흡을 한 조철봉이 입안에 고인 침을 삼키고 지그시 김경준을 보았다.
“내가 국제산업쪽에 붙어도 떡고물밖에 얻어먹지 못하겠군. 그렇지?”
그러자 대번에 눈치를 챈 김경준의 얼굴이 빳빳하게 굳어졌다.
“그, 그렇게 되겠습니다.”
말도 더듬는다. 조철봉이 내쳐 물었다.
“일성측은 어떻게 뛰고 있지?”
“두드러진 행동이 없습니다.”
“포기했나?”
“그럴 리가 있습니까? 이게 얼마짜리 공사인데요?
아마 은밀하게 로비는 하고 있을 겁니다.”
“그렇다면….”
소파에 등을 붙인 조철봉이 김경준을 보았다.
“김 실장이 일성의 실력자를 만나고 와. 비밀리에 말이야.
그렇지. 최갑중하고 같이 가면 되겠다.
그놈이 이런 일에는 좀 더 뻔뻔하니까.”
“아아, 예.”
“내가 다 전수해줬지.”
“그, 그러면 가서 뭐라고 합니까?”
“내가 일성의 로비스트가 돼주면 성공 사례비로 얼마 낼 것이냐고 물어봐.”
“아아, 예.”
“우선 날 로비스트로 받아들일 것이냐고 물어봐야겠지.”
“불감청이언정 고소원일 것입니다.”
“내가 불청객이라는 소리 같은데.”
“아니올시다.”
금방 얼굴이 붉어진 김경준이 손바닥으로 뒤통수를 쓸었다.
“죄송합니다. 흥분해서 저도 모르게 문자를 썼습니다.”
“로비스트가 필요한 일이라면 괜히 내가 가만 앉아 있을 이유가 없지.”
그러고는 조철봉이 코웃음을 쳤다.
“대통령 특보라고 월급 주는 것도 아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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