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0. 거인 탄생(8)
(2022)거인 탄생-15
“그렇다면.”
정색한 조철봉이 이혜정을 본다.
“이혜정씨는 무슨 일을 맡은 것이지?”
“연락입니다.”
이혜정도 정색하고 말을 잇는다.
“양부장 동지께서 제 일이 대단히 중요하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렇긴 해.”
머리를 끄덕인 조철봉이 이혜정을 똑바로 보았다.
뽀얀 피부, 둥근 얼굴에 귀티가 흐르는 미녀였다.
마르지도 살집이 있지도 않은 몸매, 검은 눈동자에 붉고 촉촉한 입술,
요즘은 입술을 부풀리는 성형도 유행이지만 이혜정의 얼굴은 모두 천연이다.
그런데도 이런 미인이라니.
조철봉은 얼마 전 한국에서 미남미녀가 결혼한 후에 낳은 아이가
부모의 어느 한곳도 닮지 않은 추물이어서 일어난 사건에 대해 들은 적이 있다.
그 결과는 금방 판명됐는데 부모가 성형 전에 찍은 사진을 대조해보았더니
빼다박았더라는 것이다.
홀린 듯한 표정으로 이혜정을 바라보던 조철봉이 이윽고 어깨를 늘어뜨리면서
소리죽여 숨을 뱉는다.
“알았어. 그래서 이혜정씨를 선보이려고 오늘 아침식사 자리에 부른 것이군.”
“네, 저도 서울에서 불려 왔거든요.”
이혜정이 이제는 사근사근 말한다.
시선이 마주치면 웃음 띤 얼굴이 된다.
“서울에서 뭘 하나?”
“통역 일을 합니다.”
대답한 이혜정이 웃음 띤 얼굴로 조철봉을 보았다.
“그렇다고 제가 한국의 친북단체에 가입한 적도 없고 기록도 없습니다.
제 신분은 깨끗하죠.”
“어떻게 여기 오게 되었지?”
“대학때 누굴 만나게 되어서요.”
그러더니 덧붙인다.
“북에서 오신 분을요.”
“그렇군.”
다시 조철봉이 머리를 끄덕였다.
북한 공작원에게 포섭을 당했다는 말이었다.
조철봉은 맑고 청순한 이혜정의 얼굴을 보았다.
북한 공작원, 쉽게 말하면 간첩이다.
지금 눈앞에 간첩이 앉아 있는 것이다.
그리고 서울에 돌아가면 간첩과 자주 접선을 해야 된다는 말이었다.
“실례지만 이혜정씨 나이는 몇이지?”
조철봉이 묻자 이혜정이 금방 대답했다.
“스물아홉입니다.”
“그런 일 한 지 얼마나 되었지?”
그러자 이혜정이 이번에는 덧니를 드러내고 웃는다.
“6년 되었습니다.”
“그럼 결혼은?”
“안했죠.”
다시 웃은 이혜정이 주위를 둘러보는 시늉을 한다.
별관 안에는 둘뿐이다.
응접실과 침실 하나뿐인 구조여서 종업원은 현관 밖에서
조철봉을 맞아들이고는 집 안으로 들어오지 않았다.
이혜정의 모습을 본 조철봉이 입 안에 저절로 고인 침을 삼켰다.
주위를 둘러보는 시늉을 한 것은 신호나 같다.
아무도 없지 않느냐고 이쪽에 확인시켜주는 행동인 것이다.
심호흡을 한 조철봉이 지그시 이혜정을 본다.
“여기 올 적에 무슨 이야기를 들었지? 그걸 솔직하게 이야기해주면 좋겠는데.”
한마디씩 분명하게 말한 조철봉이 분위기를 부드럽게 하려는 듯이 얼굴을 펴고 웃는다.
“내가 조심스러워서 그래. 이혜정씨 같은 미인을 만나는데 내가 실수를 할 수 있단 말이야.
나도 남자거든.”
그러자 이혜정이 똑바로 조철봉을 보았다.
검은 눈동자가 또렷했고 눈도 깜박이지 않는다.
조철봉의 목이 또 메었다.
(2023)거인 탄생-16
이윽고 이혜정이 입을 열었다.
“의원님한테는 미인계가 필요없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조철봉은 쓴웃음만 지었고 이혜정의 말이 이어진다.
“하지만 여자는 좋아하시는 분이니까 가깝게 모시라고 하더군요.”
양성택의 말일 것이다. 머리를 끄덕인 조철봉이 묻는다.
“그래서? 본인 생각은 어때? 지시를 받으면 싫더라도 따를 건가?”
“싫지 않거든요.”
조철봉의 시선을 잡은 이혜정이 정색하고 말한다.
“당연히 지시를 따라야겠지만 싫지도 않습니다.
조 의원님은 북남관계에 대단히 중요한 분이시기 때문에 오히려 영광으로 생각했습니다.”
“내가 여자는 좋아해.”
어깨를 늘어뜨린 조철봉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눈을 가늘게 뜬 조철봉이 이혜정의 위아래를 훑어보는 시늉을 했다.
그러자 이혜정의 무릎이 더 단단히 모아졌고 두 손이 스커트를 움켜쥐었다.
“하지만 참을성도 대단한 편이지.
여자가 어떤 짓을 해도 난 말려들지 않아. 무슨 말인지 이해가 돼?”
“조금요.”
“미인계가 통하지 않는다는 말씀은 맞아.”
이혜정은 눈도 깜박이지 않았고 조철봉의 말이 이어진다.
“난 여자 때문에 일 망친 적이 없어.”
그때 이혜정이 자리에서 일어섰으므로 조철봉은 말을 그쳤다.
일어선 이혜정이 베란다 쪽 유리문으로 다가가더니 조철봉을 돌아보았다.
“커튼 칠게요.”
그러더니 조철봉의 대답도 듣지 않고 주르륵 커튼을 내렸다.
그러자 응접실 안이 어둑해졌다.
천장에 매달린 샹들리에의 불빛만 은은하게 비칠 뿐이다.
“다섯시에 부장님이 오신다고 했거든요.”
그러면서 이혜정이 저고리 단추를 풀며 조철봉의 앞을 지나 침실로 다가간다.
“두 시간쯤 시간이 있으세요. 의원님.”
“지금 뭐 하는 거야?”
조철봉이 묻자 이혜정이 침실 앞에서 걸음을 멈추더니 옆모습을 보이며 섰다.
“저 괜찮으시죠?”
그렇게 묻자 조철봉은 침부터 삼킨다.
기선을 제압당한 느낌이 들었지만 나쁜 기분은 아니다.
그러나 모른 척 되물었다.
“그거 무슨 말야?”
“두 시간 동안 의원님하고 같이 지내는 거 싫지 않으시죠?”
“그렇게 물으면 싫다고 할 놈이 있겠나?”
쓴웃음을 지은 조철봉이 마침내 자리에서 일어섰다.
침실로 따라 들어간 조철봉은 마침 욕실 앞에서 스커트를 벗는 이혜정을 본다.
다시 목구멍이 좁혀졌고 눈에서도 열이 났다.
감기 기운이 있는 것처럼 얼굴이 화끈거렸다.
“같이 씻으실래요?”
스커트를 벗어 팬티 차림이 된 이혜정이 물었으므로 조철봉은 또 침부터 삼킨다.
이혜정은 조금 전하고는 전혀 다른 여자가 되었다.
조철봉이 좋아하는 스타일이다.
벗고 나서도 부끄러운 척하면서 두 번씩 세 번씩 말을 시키는 여자들을 보면 짜증이 난다.
조철봉은 미끈한 이혜정의 하반신에 시선을 둔 채로 머리를 끄덕인다.
“몸매가 좋구나.”
“고맙습니다.”
그러더니 이혜정이 브래지어까지 벗어 버렸다.
그러자 달랑 팬티 하나만 걸친 알몸이 조철봉의 눈앞에 펼쳐졌다.
눈이 부시도록 미끈한 몸이다.
잘록한 허리, 도톰한 아랫배에다 단단한 유방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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