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5. 숙청 (6)
(1874)숙청-11
그 시간에 장선옥은 평양 시내 천리마 거리에 위치한 사무실 안에서
두 사내와 마주 보며 앉아 있었다.
사무실은 넓었지만 집기는 소파와 책상 두 개,
그리고 벽에 붙여진 철제 캐비닛뿐이었다.
이곳은 정부청사 근처여서 정부기관 사무실이 많다.
장선옥이 앉아 있는 사무실도 보위부 소속이었는데 간판은 무역회사라고 붙였다.
이윽고 왼쪽 양복 차림의 사내가 다시 입을 열었다.
“참고로 물읍시다. 장선옥 동무. 남한의 체제는 어떻게 생각하시오?”
머리를 든 장선옥이 잠깐 양복쟁이를 보았다.
양복은 자신을 통전부 소속 이길용이라고 소개했지만 저길용이라도 상관없었다.
어차피 가명일 테니까.
장선옥이 대답했다.
“부패해서 썩어가고 있습니다.
조금만 더 기다리면 장군님 영도하에 통일이 될 것입니다.”
“그래요?”
양복이 웃음 띤 얼굴로 장선옥을 보았다.
“남한 젊은이, 그러니까 학생들의 의식구조는 어떻다고 생각합니까?”
“운동권의 열성적인 교육사업 성과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남한 학생들은 주적을 미국으로 믿기 시작했습니다.”
“앞으로의 전망은?”
“남한 국회의 친북 세력, 행정부, 군부의 장군님께 충성스러운 세력을 모으면
장군님 영도하에 통일도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남한 인민들의 반응은?”
“보수 세력은 늙고 이기적입니다.
가진 것이 많기 때문에 제 것을 빼앗기지 않으려고만 하고 단결되지 않습니다.
그 반대로 우리 세력은 단결력이 강한 데다 현재 남한 정권의 주도권을 다 쥐고 있습니다.
지금만큼 통일의 호기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지. 얼마 전에 어떤 외국놈이 그랬더군.
청와대가 우리 장군님이 의도하신 이상으로 나서준다고.”
혼잣소리처럼 말한 양복이 정색하더니 눈을 가늘게 뜨고 장선옥을 보았다.
“만일 말이오, 남한 정권을 쥔 우리 동지들이 장군님과 함께 통일을 시킨다고 합시다.
그것이 연방제건, 흡수 통일이건 말입니다. 그때는 어떻게 될까요?’
“네? 무슨 말씀이신지, 저는.”
통일이 되면 끝나는 거지 그게 무슨 말이냐?
하는 표정으로 양복을 보았던 장선옥의 표정이 굳어졌다.
그때 양복이 외면한 채 물었다.
“그럼 우리 북조선 인민들과 남조선 인민들이 잘 어울리게 될까?”
장선옥은 시선만 보낸 채 얼굴 표정을 바꾸지 않았다.
그러나 머릿속은 맹렬하게 소용돌이쳤다.
마치 작은 토네이도가 들어간 것 같았다.
그렇다. 남북한 인민이 모이면 엄청난 파동이 일어날지 모른다.
4천8백만대 2천만이다.
거기에다 남조선 인민은 엄청나게 잘살고 있다.
북조선 인민에 비교해서 그렇다는 말이다.
그러면 어떻게 될 것인가? 갑자기 통일이 되어서 잘살고 있는 남조선 인민들의
생활을 본 북조선 인민들이 만세를 부를까?
모두 장군님 덕분에 이제부터 남조선 인민들 몫을 빼앗아 잘살게 되었다고 춤을 출까?
아니면, 장선옥이 양복을 똑바로 보았다.
양복도 마주 본다.
아니면 지난 50년간, 나아가 지난 10년간 수백만 명이 굶어죽고,
병으로 죽고, 배가 고파서 제 자식을 삶아먹고, 중국놈들한테 팔려가서 죽고,
잡혀와 죽고, 제 자식을 중국땅에서 잃고 미친년이 된 어미, 이 모든 일들이 잊어질까?
장선옥은 저도 모르게 몸서리를 쳤다.
통일이 되면 북조선 정권이 일시에 무너질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남북 전체 인민들이 폭동을 일으킬지도 모른다.
장선옥은 마침내 외면했다.
(1875)숙청-12
또 그 시간, 남한, 서울의 카바레 안,
조철봉과 서애영은 웨이터의 안내를 받고 시치미를 뚝 뗀 얼굴로 빈방에 들어서고 있다.
“전 여기 있겠습니다.”
조철봉에게 웨이터가 속삭이듯 말했다.
문앞에서 지켜서 있겠다는 말이다.
머리만 끄덕여보인 조철봉은 안으로 들어서 문을 닫았다.
한걸음 먼저 들어온 서애영은 빈 방에서 엉거주춤한 자세로 서 있었는데
시선은 마주치지 않았다.
옆으로 다가간 조철봉이 허리를 감아 안았을 때도 그렇다.
그러나 두 손을 조철봉의 가슴에 붙이고는 저항하지 않았다.
허리를 더 당겨안은 조철봉이 머리를 숙여 서애영의 콧등에 먼저 입술을 붙였다.
그러자 서애영이 얼굴을 들어 올리면서 눈을 감았다.
입술이 벌써 절반쯤 열려져 있다.
입술끼리 부딪쳤을 때 서애영의 혀가 금방 빠져나왔다.
그러고는 두 팔로 조철봉의 목을 감아 안는다.
조철봉은 서애영의 스커트를 들추고는 팬티 스타킹과 팬티를 한꺼번에 잡아 내렸다.
그러자 서애영이 다리 한쪽을 들어 벗겨지는 것을 도왔다.
구두와 함께 팬티 스타킹이 벗겨졌다.
이제 서애영은 스커트 밑으로는 알몸이다.
입술을 뗀 조철봉이 혁대를 풀었을 때 서애영은 그 사이를 참지 못하고
손을 뻗어 팬티 안의 철봉을 움켜쥐었다.
불빛에 비친 서애영의 얼굴은 붉게 달아올랐고 숨소리가 가빴다.
조철봉은 바지와 팬티를 무릎까지만 내리고는 서애영을 의자위로 밀어 눕혔다.
서애영이 순순히 눕더니 스커트를 스스로 걷어 올렸다.
그러자 짙은 숲과 붉은 골짜기가 선명하게 드러났다.
천하의 조철봉도 그것을 본 순간에 저절로 이가 악물려졌다.
서애영이 그것을 의식하지는 않았겠지만 다리를 벌렸으므로 골짜기는 더 드러났다.
그때 서애영이 말했다.
“그냥 해줘. 나 아까부터 젖어 있어.”
조철봉도 급해 있었던 참이다.
서애영 위로 엎드린 조철봉이 먼저 철봉을 샘 끝에 붙였다.
“으응.”
그저 붙이기만 했는데도 서애영의 입에서 신음이 뱉어졌다.
이게 얼마만인가?
카바레 방에서 응응하는 것이 말이다.
조철봉은 철봉을 골짜기 근처로 천천히 회전시켰다.
길도 나있지 않았으므로 숲을 밟고 지났으며 절벽 끝을 아슬아슬 지나는 동안
서애영은 몸을 비틀면서 신음했다.
서애영은 두 팔로 조철봉의 목을 감싸 안고 있다가 철봉이 세바퀴째 회전했을 때
참지 못하고 소리쳤다.
“자기야, 넣어줘!”
그러나 그 말대로 했다면 오늘의 조철봉이 태어나지 않았다.
철봉은 다시 돌았다.
참다못한 서애영이 목에서 팔을 떼고 철봉을 잡으려고 했지만 저지당했다.
철봉은 또 돌았는데 이제 골짜기 밖으로도 짙은 수렁이 되어 있었다.
그리고 서애영이 거칠게 몸을 비트는 바람에 길을 자꾸 벗어났다.
또 돌고 났을 때 서애영이 울먹였다.
“자기야, 응? 제발.”
그러더니 허리를 비틀면서 소리쳤다.
“나, 할 것 같단 말야!”
그때 조철봉의 철봉이 샘 안으로 깊숙하게 진입했다.
천천히, 강하게, 아주 깊게 진입하는 그 짧은 순간,
놀란 듯 서애영이 입을 딱 벌렸다.
눈도 한껏 치켜떴지만 아주 먼 곳을 바라보는 시선이다.
다음 순간 방안이 떠나갈 듯한 신음이 터졌다.
문밖을 지키고 선 웨이터가 질색을 했을 것이었다.
“아아악악.”
서애영은 단 한번에 절정에 올라버린 것이다.
이 순간은 서애영에게 영원이나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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