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장 악인마교, 저주는 시작되었다
뭉클뭉클-
고오오오-
거대한 청동화로에서 검은 묵기류가 피어오른다.
암흑 일색.
그 사이로......
스으- 스으......
귀령의 숨결인 듯 일러이는 핏빛의 악마혈기류.
사위가 온통 검붉은 색으로 휩싸여 있는 방원 백 장여의 거대한 대전이었다.
그 지면
언뜻언뜻 내비치는 악마혈기류 사이의 검은 인영들......
오오, 악마의 귀영인가?
모두 일천 인.
그들의 전신에서는 공포스러울 정도로 전율스러운 악마혈기가 폭출되고 있었다.
암흑의 주재자들......
그들은 모두 대전의 바닥에 오체복지해 있는 상태였다.
검은 묵기와 함께 악마적인 혈악무(血惡霧)가 흐르는 곳.
대체
이곳은 어디란 말인가?
"......?"
"......?"
천율할 정도의 침무이 흘렀다.
한데 부복해 있는 일천 악인의 전면을 보라!
아아......
높이가 사십여 장에 달하는 거대한 악마혈인상이 우뚝 서 있는 것이 아닌가?
푸르스름한 잔광 속에......
오오...... 끔찍했다.
악마혈인상!
세 쌍의 악마의 눈에서는 저주의 악마기가 뻗쳐오르고......
쩍 벌어진 귀신의 입 사이로 흐르는 폭포수같이 흘러내리는 인혈......
그 양손엔 으깨어진 인간의 두개골이 삐죽이 튀어나와 허연 뇌수가 고여 있으니......
고오오오-
악마혈인상은 공포의 저주음을 반진시키며 가벼운 경련을 일으키고 있었다.
대체
무슨일이 벌여지려는가?
죽음 같은 정적이 흐르고......
어느 한 순간,
"크크크크... 카카카카!"
악마의 울부짖음이런가?
문득, 심장을 갈가리 찢어발기고,
고막을 후벼파 부셔 버리는 듯한 악마의 호곡성이 대전을 떨어 울렸다.
수천 수만 개의 거종이 울려퍼지는 듯한 굉렬한 소성,
우- 우우우- 웅!
쩌쩌- 쩍!
그 미증유의 악마역도(惡魔力道)에 암흑대전은 무너져 내릴 듯 요동쳤다.
인간의 영혼마저도 파괴시켜 버릴 듯한 전율이 대전을 휩쓸었다.
이어
"크크크, 듣거라......"
예의 섬뜩한 소성이 재차 대전을 울렸다.
"오오, 악마의 신이시여!"
"아, 전능하신 악마의 왕을 알현하오이다!"
"악마의 대왕이시여!"
쿵쿵쿵-
부복해 있던 일천 악인들은 그대로 머리를 지면에 박으며 최대의 경의를 바쳤다.
은은한 공포와 지극한 경외지심을 담은 시선으로......
"고개를 들라!"
"존명!"
거역할 수 없는 악마의 귀음에 일천 악인들은 서서히 고개를 들어올렸다.
순간
사라라- 라랑-
휘류류류류-
신비로운 소성이 악마혈인상 주위를 흐르더니
이내
그- 그그그긍-
둔중한 쇠음과 함께 지면이 양옆으로 갈라졌다.
그리고
스스스스-
그 사이로 하나의 조형물이 미끄러지듯 올라왔다.
그것은 실물을 아주 작게 축소시킨 모형물이었다.
천하축소지형물!
그것이었다.
십삼 개 성은 물론,
환우천하에 산재한 강, 산맥, 호수, 성도, 사막 등......
모든 것이 작을 뿐, 실제 그대로 완벽히 재현되어 있었다.
한데, 그 중앙을 보라!
여인,
그것은 차라리 충격이었다.
그녀의 몸엔 아예 한 올의 옷자락도 걸쳐 있지 않았다.
더욱 놀라운 사실,
그것은 그녀의 전신을 휘감고 있는 거사(巨蛇)였다.
금빛의 관에
온몸은 온통 피를 칠한 듯 붉은 적혈사!
놈은 묘하게 여인의 몸을 휘감고 있었다.
꼬리를 허벅지로부터 복부...... 목......
그 머리는 여인의 궁장머리 위에 걸쳐져 있었으니......
홍광을 발하는 여인의 거웃은 그대로 깊은 계곡을 드러내며 흔들리고......
출렁-
기묘하게 적혈사의 동체에 휘감긴 투실투실한 육봉은 한껏 부풀어 있었다.
터져 버릴 듯이......
여인
지옥계의 나찰녀인도 이보다 더 공포스럽진 않으리라.
화르르르르-
산발되어 늘어뜨린 적발에
치켜 올려진 붉은 적미(赤眉).
홍옥을 연상시키듯 은은한 홍광을 발하는 탄력 넘치는 피부,
여인은 그렇게 우뚝 서 있었다.
어깨 간격으로 양허벅지를 벌린 채......
쉬잇! 쉬-
적혈사는 시위하듯 금관을 흔들며 사안을 번뜩였다,
그런데 그런 그녀의 모든 것은 그래도 공포스럽기 이전에 기묘한 감흥을 일으키고 있었다.
인간,
남아라면 도저히 거부치 못할 폭발적인 유혹의 염태......
나이는 결코 이십을 넘지 않았으리라.
그런데
문득,
"사왕혈모(蛇王血母)!"
악마음이 대전을 울렸다.
"천녀, 혈모가...삼가 악마혈황 저하의 하명을 기다리옵니다!"
혈녀(血女)!
사왕혈모는 그대로 공손히 허리를 꺾었다.
순간
출렁-
오오, 눈을 감아야 했다!
원형을 잃지 않은 채 일렁이는 저 환상적인 수밀도의 일렁임.
사왕혈모,
그렇게 불리운 이 전율스러울 전도로 뇌쇄적인 여인의 눈,
그것에는 무한한 존경의 표시와 함께 두려움의 경외감이 팽패배 보였다.
악마혈인상을 올려 보는 그녀의 봉황 같은 혈안에는......
"사왕혈모! 시작하라!"
암흑의 울림인가?
악마의 저주음이 떨어졌고
"예...... 그럼!"
사왕혈모는 고개를 내리깔며 교구를 옮겼다.
전신으로 뭉쳐진 저 악마의 요정!
사왕혈모는 한 곳에서 걸음을 멈춰세웠따.
그녀가 밟고 선 곳은 대륙의 동단(東端)이었다.
중원오악 중 동악 태산(泰山)!
바로 그 곳이었다.
"대중원(大中原)...... 대륙 십팔만 리의 핵은 이곳입니다.
대륙 십검의 총맹인 십자천검맹(十字天劍盟)이 있는 곳......"
사왕혈모의 서언은 십의 신화를 설파하고 있었다.
십의 신화......
검!
만병(萬兵) 중 으뜸이자,
입문은 쉬워도 그 참된 검도를 깨닫기란 가히 불가능에의 도전이라 부를 만큼 힘든 무의 최극단!
한데
천하무류의 종주라 자신하는 대륙의 혼!
중원무도계는 그 최극성기를 맞고 있었다.
십의 신화......
그것은 열개의 검을 일컫는 말이다.
십자천검류(十字天劍流)!
대륙제일쾌(大陸第一快)- 검각(劍閣)!
대륙제일패(覇)- 철혈검문(鐵血劍門)!
대륙제일불(佛)- 소림밀검원(少林密劍院)!
대륙제일살(殺)- 살예혈검루(殺藝血劍樓)!
대륙제일비(飛)- 비검영(秘劍營)!
대륙제일환(幻)- 환상신검막(幻像神劍幕)!
대륙제일수(水)- 오호검룡채(五湖劍龍寨)!
대륙제일변(變)- 만화검풍곡(萬花劍風谷)!
대륙제일연(軟)- 취라검성(翠羅劍城)!
그리고
대륙지존검(至尊劍)- 지존성검단(至尊聖劍壇)!
쾌검, 패검, 활검, 살검, 비검, 환검, 연검, 수검, 풍검......
그리고
지존성검!
모두...... 십!
십의 십자검류가 하나로 합일된 것은 불과 일백 년 전의 일이었다.
십자천검맹!
십의 신화명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곧 무적을 일컫는 말이었고
한 위대한 검수를 탄생시켜야 할 숙명을 지니고 있는 미지의 전설이기도 한 것이었다.
지존성검단!
십자천검맹의 맹주격인 검문(劍門)의 성역!
하나 그 곳은 온통 신비였다.
단지 알려진 것은 나머지 구류검문(九流劍門)에서 파견된
무적대검호 일천이 대기하고 있다 알려졌을 뿐.
한데
그 검도의 최대성지인 태산이 한 여인의 발 아래 짓뭉개지고 있었던 것이다.
처절하게......
과연 그 의도는 무엇이란 말인가?
"악마의 신이시여...... 대륙을 발 아래 두시려 하십니까?"
사왕혈모는 악마혈인상을 올려보며 물음을 던졌다.
"카카카! 물론!"
"그러시다면 천하 정세를 파악하셔야 합니다!"
사왕혈모는 시선을 바닥으로 돌렸다.
이어, 그녀는 한 곳 한 곳을 짚어나가며 말을 이었다.
"환우천하는 크게 열로 대변됩니다! 우주십극패천세!"
"그러하옵니다. 그들은 곧 환우의 모든 것이니......"
사왕혈모의 말은 시작되었다.
환우천하의 판도로부터......
대륙- 십자천검맹(十字天劍盟)!
남해(南海)- 사해천왕도(四海天王島)!
천황(天荒)- 천불사원(天佛寺院)!
남황(南荒)- 절대독황부(絶代毒皇府)!
청해(靑海)- 환상밀림(幻像密林)!
대천산(大天山)- 대전여황국(大戰女皇國)!
대초원(大草原)- 태양제국(太陽帝國)!
신강(新疆)- 잠혈사왕전(潛血邪王殿)!
대막(大漠)- 폭풍십로군벌(暴風十路軍閥)!
얼음과 눈의 지배자- 유리설빙국(琉璃雪氷國)!
우주십극천패세(宇宙十極天覇勢)......
그것은 환우천하의 모든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 말은 곧 천하지존좌에 오르려는자......
그 열 개의 거악(巨嶽)을 뛰어 넘어야만 그 천존좌에 등극할 수가 있는 것이었으니......
"대륙패업을 이루시기 위해선 최소한 열 개의 패천세 중 두 곳을 저지시켜야 합니다!"
사왕혈모의 봉목은 지혜로 반짝이고 있었다.
"두 곳이라......"
"그러하옵니다. 바다의 힘과 태양의 파괴력을 얻어야 하옵니다."
"대해와, 태양의 힘을......"
예의 악마음이 대전을 울렸다.
"예. 악마의 왕이시여!"
사왕혈모는 공손히 허리를 숙였다.
"십자천검맹, 대륙의 신화를 깨고 그 대지를 발 아래 두고자 하신다면
먼저 그 두 개를 얻든지 깨든지 택일하셔야 합니다!"
"이유는?"
"대륙의 지형은 극단입니다."
사왕혈모는 천하축소지형물을 둘러보며 말을 이었다.
"남선북마(南船北馬)...... 이것 때문이옵니다."
오오...... 그렇다!
사왕혈모의 그 말은 대륙의 모든 것을 파악한 진정한 현기(玄機)였다.
"대해의 힘으로 강남을 얻고 태양의 무적철기군(鐵騎軍)으로 박살을 낼 강북은 그대로 여반장......"
사왕혈모는 손바닥을 뒤집으며 스산한 요소를 머금었다.
순간
"크크크...... 크카카카카캇!"
한 소리......
흡족함이 가득 찬 악마후가 악마혈인상의 귀아(鬼牙)로부터 울려나왔다.
쩌- 쩌르르르-
암흑의 대전은 대지진을 만난 듯 뒤흔들렸다.
가공한 악마의 저주!
그리고
푸스스스스- 슥-
오오...... 타오른다.
천하축소지형물 중 남해와 대초원이 매캐한 내음을 피우며 타들어가는 것이 아닌가?
그 뿐이 아니었다.
남과 북에서......
대륙 십팔만 리를 향해 짓쳐 들어가는 악마의 불꽃!
파츠츠츠츠-
"카카카카! 이제 이루리라! 악마의 천국! 악인마교의 전능악인혈이 대륙을 지배하리라!"
오오...... 들었는가?
악인 마교(魔敎)!
저 피의 기록!
제왕혈기록에 수록된 악마의 숨결......
환우천하의 모든 인간을 악마의 종으로 복속시켜
악인천하를 이룩하는 것을 지상 명제로 삼았던 피의 혈귀들......
오오...... 그들이 출현한 것이었다.
무려
이천 년의 장구한 시고의 벽을 넘고서......
"카카카카! 이제 제왕벌이 다시금 나탄나다 해도 악마의 저주 속에 파멸되리라!
실패는 한 번이면 족한 것이고, 저 위대한 주재자께서 계시는 한......"
악마의 저주음은 미친 듯이 작렬하고......
"악인통천하!"
"악마 천세!"
"악인마교에 충성을......"
광란!
대전의 일천혈악인들은 광망을 번뜩이며 일제히 광음을 토해내고 있었다.
아는가?
대륙이여!
지저 어딘가에서 대륙혼의 파멸을 주문하는 저주가 불려지고 있음을......
악인마교!
악마의 후예들......
귀아는 세워졌던 것이다!
공포로써,
피의 전율로써,
과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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