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장 초인의 귀향, 그 의미는
하란산(夏蘭山)
북방 제일의 대산,
대초원을 멀리 바라보는 한란 산역은 대륙보다는 북방의 문화권에 속한 곳이었다.
그래선지
이곳 주민들은 억세고 굳강한 신체를 지니고 있었다.
눈,
하얀 백설이 소담스레 대지를 뒤덮었다.
인간 세상의 모든 추악함을 감싸듯,
이 순간만큼은 하란산이 아닌 백설산으로 불러도 좋으리만치....
하란산의 중턱,
완만한 구릉은 예의 솜이불 같은 백설의 설원인 듯 깨끗했다.
한데
문득
사박사박-
눈발을 헤치며 느릿느릿 산구릉을 헤집으며 걸음을 옮기는 인영이 보였다.
묵인(墨人)!
그의전신은 그야말로 흑색 일색이었다.
그에게서 느껴지는 일벌의 기운은 진한 고독,
흡사
홀로 대평원을 질주하는 사자들의 왕이라고나 할까?
또 하나의 느낌은 허무였다.
세상의 그 어떤 일이라도 그의 주의를 끌지 못할 것이다.
권태롭게 어깨에 걸쳐진 묵검 한 자루......
그 검자루에 걸쳐 올려진 손,
문득
"......!"
묵의인은 걸음을 멈추고 천공을 응시했다
설분을 흩뿌려대는 회색의 하늘은 잡힐 듯 다가왔다.
삽십 대 중반쯤 되었을까?
팔 척은 넘음직한 거구의 장한,
그의 인상은 상당히 강렬했다.
휘- 이이잉-
화르르-
설풍에 산발되어 흩날리는 긴 수발,
그 흑발 사이로 번뜩이는 성목(星目),
각이 진 그의 턱은 강인한 그의 정신력을 대변해 주는 듯했다.
전반적으로 매우 준수한 미안이었다.
허허롭기만한 그의 동공은 천공을 꿰뚫어 버릴 듯 강렬했다.
그대로
닿는 그 무엇이라도 산산히 부숴 버릴 듯이......
아울러 그의 입가로 몹시도 포근한 미소가 감돌았다.
도저히 어울리지 어울리지 않는 행위임이 분명한데......
"십... 육 년만인가?"
굵은 목소리......
그 내재된 잠력은 대기마저 떨어 울리고 있었다.
"여설(麗雪)... 잘 있는지......"
끝을 맺지 못하는 그의 음성에는 진한 애정의 물결이 넘실거리고 있었다.
여설,
분명 여인의 이름일진대......
돌연히 하란산을 오르는 이 인물,
결코 평범치만은 않은 이 중년 장한의 정체는......?
문득 그는 우뚝 걸음을 멈춰 세웠다.
"......"
얕으막한 동산의 정봉을 밟고 선 그는 시선을 아래로 향했다.
그시선의 끝
하란산의 계곡엔 백여 호의 집들이 늘어서 있었다.
초옥들......
그렇다.
이곳은 바로 채삼인들의 거주지였다.
천령삼인촌(天靈蔘人村)!
삼을 캐는 것을 업으로 살아가는 사람은 많았다.
웬만한 심산심곡이라면 그런 유의 인간들은 다 있었기에.
하나
이곳만은 달랐다.
천령삼인촌에서 나오는 것들은 그야말로 최소 삼백 년 이상의 영삼들이었던 것이다.
천하인들이 눈에 불을 켜고 찾는 곳......
하나
이 넓은 북방의 오지 하란 대산맥에서 천령삼인촌을 찾기란
모래사장에서 바늘 줍는 것과 마찬가지였으니......
그런데
"천령삼인촌, 예나 변함이 없군!"
고개를 끄덕이는 이 묵의인은 이미 천령삼인촌을 알고 찾아온 듯하지 않은가?
일순,
츠으으......
그의 시선에서 삼엄한 예기가 뻗어나왔다.
고독한 사자의 눈......
그의 시선이 회색빛 천공으로 올려졌다.
"지난 세월, 그 누구도 내게 정을 베풀지 않았다!"
하늘을 원망하는가?
무심한 그의 동공은 하늘의 회색빛으로 물들어가고 있었다.
"부모마저 내버린 저주아,
나의 생은 철저히 내버려졌으며 나는 그것을 깨고자 모든 것을 버렸다."
꽈악-
일순 묵의인의 두 손이 으스러질 듯 쥐여졌다.
"팔 세, 그 어린 나이에 검을 쥐었고,
태산에 올라 천하에 맹세했다. 무도, 그 끝을 보겠노라고......"
오오, 이 광오의 극치!
하나 지금 이 순간 그 누가 거부할 수 있겠는가?
보라!
츠츠츠츠츠-
묵의인의 전신에서 폭풍처럼 터져오르는 저 절대의 제왕철사기(帝王鐵獅氣)를!
이 순간,
대 하란산마저 그보다 작아 보임은 환상인가?
천인지도(天人之道)!
그것은 결코 인간이 지닐 수 있는 기운을 넘어선 것이었다.
"그리고...... 이루었다! 무의 극의(極意)를 깨달았고, 그 결과는......"
스르릉-
묵의인의 손에서 묵검이 뽑혀져 나왔다.
먹물에 담근 듯 시커멓게 변색된 묵철검!
스으응-
오 척에 달하는장검이 수직으로 세워지고
우우웅웅-
대기를 진동시키며 떨어 울리는 검명!
그 순간
휘리리링-
묵의인의 신형이 안개처럼 사라지고......
오오, 검!
그 자리엔 한 자루의 묵철검만이 허공 중에 떠 있는 것이 아닌가?
그 순간
"천(天)...... 파(破)!"
한 줄기 사자후가 하란산을 떨어 울렸다.
아울러
쩌- 쩌쩡!
푸- 화아- 악!
오오, 빛무리......
검은, 수천 수만 갈래로 쪼개져 폭죽처럼 터져 올랐다.
그리고...... 무(無)!
하늘엔 아무 것도 존재하지 않았다.
천공을 회색빛으로 물들이며 꾸역꾸역 지상으로 밀려들던 눈송이들.....
전무했다.
모조리 부숴져 산산이 미분으로 사라진 것이었고......
오오...... 환영이련가?
눈발이 날리던 회색빛 하늘은 어느 새 추색 완연한 창천으로 화해 있었으니......
조화웅도 부리지 못할 천기(天技)!
일 다경쯤 흘렀을 때
스으... 스으......
다시금 천공은 제 빛을 찾을 수 있었고
탐스런 눈발이 솜처럼 대기를 뒤덮었다.
그리고...... 인물!
철컥!
묵의인은 아무런 일도 없었던 듯 예의 그 자리에서 조용히 묵철검을 검집으로 밀어 넣었다.
아아, 무엇으로 형용할 수 있겠는가?
그는 대자연이었다.
인간일 수 없는, 초인의 신위!
바로 그것이었다.
문득 묵의인의 허무로운 시선으로 한 줄기 훈훈한 감정의 물결이 일렁였다.
그것은 사랑의 파랑이었다.
"후후, 여설, 나 철무강이 무의 극을 보는 순간 그대의 영상이 떠올랐소."
오오... 들었는가?
철무강이라니!
-철혈대공작 철무강!
그렇다.
지상에 이런 유의 인물은 오직 한 사람밖엔 존재할 수 없었다.
무적의 제왕!
강자존의 철혈율법을 몸으로 실천한 철혈의 대투혼한!
일천 일에 걸쳐 대륙을 종단하며 일천 번의 승부를 승리로 이끈 살아 있는 신화!
오오...... 바로 그였다니......
인간의 범위를 뛰어 넘은 초인......
그 십전무도자(十全武道者)가 이곳 북방으 오지 하란산에 출현하다니.
또한 도저히 걸맞지 않는 그의 입가에 피어오른 저 잔잔한 미소의 의미는?
그것은 무인의 철혈기와는 거리가 먼 것이었다.
흡사 오랜만에 집으로 돌아가는......
사랑하는 아내를 그리는 범부와도 같은 그의 표정은......?
"무도의 극은 무(無)요, 결국 인간 자신인 것을......"
훈훈하게 일렁이는 그의 시선은 모든 것을 초탈해 있었다.
"여설, 이제 그대만을 위해 살리라! 검 대신 호미를 쥐고......"
스- 윽!
그의 말이 채 맺어지기도 전......
이미
철무강의 신형은 까마득히 운집해 있는 초옥들의 계곡 사이로 떨어져 내리고 있었다.
진한 사랑의 외침이 계곡 사이를 헤집으며 퍼져나가고....
-초인의 귀향!
과연,
그 의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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