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협지/십왕무적

제 23장 혈겁의 원흉들

오늘의 쉼터 2014. 10. 3. 00:33

제 23장 혈겁의 원흉들

 

삼십오년 전 ---!
한창 팔팔한 나이의 마적수황.
그 자는 야심만만했던 청년이었다.
그 자는 사신독황전의 지존 남황독성의 제작 된 이래 세상에서 무서울 것이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마적수황은 우연히 한 가지 비밀을 알게 되었다.
즉.
신강의 유수문파인 은하신궁에 한 자의 장보도가 흘러들어갔음을 알게된 것이었다.
그 장보도가 무엇을 감춘 것인지는 정확히 알지 못했다.
다만 그것이 고금삼대무경의 하나와 연관되었다는 것만은 확실했다.
그같은 정보를 마적수황에게 준 것은 사천 신월기사단의 젊은 효웅이었다.

- 신월패왕궁 아합뢰!
당시 신월기사단주인 신월지존 화천악의 제자.
그 자 또한 마적수황과 마찬가지로 패기만만한 야심가였다.
두 사람은 나이와 성격도 비슷했다.
그 때문이었을까?
처음 만난 순간부터 마적수황과 아합뢰는 통하는 것이 있었다.
아합뢰는 은하여제가 장보도를 얻었다는 사실을

서역을 오가는 대상을 통해서 알게 되었다.
하나.
그 자는 단독으로 은하신궁을 섬멸할 자신이 없었다.
그래서 마적수황을 끌어들인 것이었다.
이에.
마적수황은 사신독황전 내의 자신의 추종자들을 규합했다.
그리고 마침내 아합뢰와 함께 은하신궁을 치게 되었다.
결국.
은하신궁은 그 자들의 손에 괴멸되었다.
대부분이 여자들인 은하신궁의 제자들은 모두

이 아합뢰와 마적수황의 수하들의 욕정의 제물이 되었다.
은하신궁의 여제자들은 그렇게 무참하게 능욕당한 수 살해되었다.
마적수황과 아합뢰.
두 효웅은 사로잡은 은하여제의 입을 열기 위해 잔혹하게 그녀를 고문했다.
하나.
은하여제는 끝내 굴복하지 않았다.
마적수황과 아합뢰는 먼저 자신들이 은하여제를 윤간한 후

마적수황이 데리고 온 흑모신원으로 하여금 은하여제를겁탈하도록 했다.
하나.
은하여제는 수간을 당하면서까지도 끝내 입을 열지 않았다.
두 효웅은 실망을 금치 못했다.
그 자들은 분노하여 무참하게 은하신궁을 파괴해 버렸다.
한데.
그러다 정말 우연히 그 자들은 장보도의 일부를 발견했다.
하나.
그 장보도는 반쪽으로 갈라진 것이었다.
은하여제는 만일을 대비하여 장보도를 둘로 나누어

따로따로 다른 장소에 숨겨 놓았다.
마적수황과 아합뢰는 그 중 반쪽을 찾아낸 것이었다.
그 자들은 실망하지 않을 수 없었다.
반쪽의 장보도로는 아무것도 알아낼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결국.
두 효웅은 그 반쪽의 장보도를 다시 으등분하여 나눠갖고 각자의 근거지로 돌아왔다.
다시 사신독황전으로 돌아온 마적수황.
그 자는 반의 반쪽밖에 되지 않는 장보도를 놓고 끙끙거리며 연구에 연구를 거듭했다.
하나.
끝내 그자는 아무것도 알아내지 못했다.
한데.
지금으로부터 십 년 전.
어떻게 알았는지 한 명의 무서운 효웅이 은밀하게 마적수황을 찾아와 장보도를 요구했다.
그 자의 무공은 너무나 신묘하고 막강했다.
마적수황은 변변히 대항조차 하지 못하고 그 신비효웅에게 제압되고 말았다.
그리고.
별수없이 그 자는 반의 반쪽인 장보도를 빼앗기고 말았다.

- 천마황!
그 효웅이 바로 다름아닌 천마황이었다.
신월패왕궁 아합뢰.
그 자도 이미 천마황에게 나머지 반쪽의 장보도를 빼앗긴 후였다.
마적수황과는 달리 아합뢰는 그때 벌써 서천 신월기사단의 단주가 되어 있었다.
본래.
아합뢰의 스승 신월지존 화천악에게는 미모의 외동딸이 한 명 있었다.
화천악은 그 딸을 신월패왕궁 아합뢰와 짝지워주려 했다.
하나.
그의 딸은 아합뢰의 음흉한 본성을 간파하고 그 자를 멀리했다.
그녀는 아름다울 뿐 아니라 지극히 현명한 여인이었다.
하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월지존 화천악은 딸과 아합뢰의 결혼을 강행했다.
이에 견디다 못한 신월지존의 외동딸.
그녀는 결국 가출하여 중원으로 달아나 버렸다.
그녀가 바로 철사대제의 아내가 된

월영신모 화운빈이라는 소문이 있으나 확인되지는 않았다.
어쨌든.
십 년 전이 이미 서천 신월기사단은 천마황의 수중에 장악되었다.
그리고.
천마황은 사신독황전에까지 그 마수를 뻗쳐온 것이었다.
그자는 마적수황과 자면독신,

그리고 오독마조 갈천상까지 자신의 수하로 만들었다.
남황독성이 모르는 사이 사신독황전은 천마황의 꼭두각시로 화한 것이었다.
어쩌면 남황독성이 주화입마에 든 것도 자기 제자들의 독수 때문일지도 몰랐다.

마적수황.
그 자의 이야기는 그것으로 끝났다.
[ .......!]
마운룡.
그는 마적수황의 이야기를 들으며 분노에 치를 떨었다.
마적수황과 아합뢰가 은하여제에게 저지른 만행을 생각하자

새삼 치가 떨리는 분노가 끓어오른 것이었다.
그러나.
어쩌랴?
자신은 마적수황이 순순히 과거사를 고백하면 그자를 살려 준다고 하지 않았던가?
말을 마친 마적수황.
[ 헤헤... 약속은 지키겠지?]
그 자는 데룩데룩 눈알을 굴리며 마운룡을 올려다 보았다.
마운룡은 당장 그 교활한 작자의 머리통을 박살내 버리고싶은 충동을 억눌렀다.
( 그래. 이 자를 죽일 사람은 내가 아니라 은하여제 모자다!)
그는 그 비운의 모자를 떠올리며 억지로 분노를 참았다.
이어.
그는 마적수황을 노려보며 싸늘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 물론..... 살려는 준다!]
냉갈과 함께.
파앗!
그는 빠르게 지력을 튕겨냈다.
순간.
쩡!
그의 사지에는 한 줄기 청백색 섬광이 작렬했다.
그 청백색 섬광은 그대로 마적수황의 단전을 관통했다.
직후.
[ 케에엑!]
치지직.......!
살이 타는 역겨운 냄새와 함께 마적수황의 입에서 돼지 멱따는 듯한 비명이 터져나왔다.
그 자는 처절한 비명과 함께 뒤로 벌렁 나뒹굴었다.
그런 그 자의 단전 부위는 시커멓게 타들어가 있었다.
마운룡.
그가 태양강살을 지력으로 날려 마적수황의 무공을 해체시켜 버린 것이었다.
[ 목숨만 살려 준다고 했지 무공을 뺏지 않겠다고는 하지 않았다!]
마운룡은 고통스럽게 나뒹구는 마적수황을 내려다보며 싸늘하게 냉소했다.
[ 크으...... 악...... 악독한 놈! 차라리 나를...... 죽여라!]
마적수황은 처절하게 울부짖으며 악을 썼다.
무사의 무공은 생명보다 더 귀중한 것이었다.
하물며.
마적수황은 지금까지 온갖 악독한 짓을 일삼으며 살아왔다.
도처에 원수가 깔려 있음은 말할 것도 없었다.
그런 마적수황의 무공이 상실되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그 자에게 원한을 가진 사람들은 벌떼같이 달려들어 복수하려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마적수황은 시체조차 제대로 보전하지 못하리라.
마운룡이 그 자의 무공을 빼앗은 것은 가장 잔혹한 형벌이라 할 수 있었다.
마운룡은 참담하게 울부짖는 마적수황을 바라보며 나직이 탄식했다.
( 자업자득이다!)
이어.
그는 마적수황을 등지고 석벽 아래에 기대앉은 독안룡에게로 다가갔다.
[ 크으...... 어느 분이신지 모르나 도와주시오!]
마운룡이 다가서자 독안룡은 힘겹게 신음하며 입을 열었다.
마운룡은 고개를 끄덕였다.
[ 걱정마십시오. 곧 천년웅황정을 제거해 드리겠습니다!]
이어.
그는 독안룡의 가슴에 장을 붙여 천년웅황정의 약기운을 뽑아내려 했다.
하나.
독안룡은 세차게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
[ 내..... 내가 아니오. 사매를 구해달라는 얘기오!]
그 말에 마운룡은 흠칫했다.
[ 묘강독화 갈청청이란 분을 말씀하시는 것입니까?]
독안룡은 다급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 그... 그렇소. 사매는 지금 자면독신이란 못된 놈의 마수에 빠져 위험에 처해 있소!]
[ 음.......!]
마운룡은 독안룡의 이야기를 들으며

그 사이 그의 가슴에 손을 붙이고 혼돈마공의 힘으로

맹렬히 천년웅황정의약기운을 뽑아냈다.
우르르.......
독안룡은 몸 밖으로 무엇인가 빠져나가는 듯한 후련함을 느끼며 경악의 눈을 부릅떴다.
그와 함께.
무기력하던 그의 전신은 급격히 기력을 회복했다.
[ 혼..... 혼돈마공! 회흘마교의 고인이시오?]
독안룡은 경악과 감탄의 탄성을 발하며 물었다.
하나.
마운룡은 그 말에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 아닙니다! 회흘마교와 깊은 인연은 있으나 회흘마교이 제자는 아닙니다!]
( 기인이로군!)
독안룡은 한눈에 이 소년이 기오막측한 능력을 지녔음을 알아보았다.
그때.
마운룡은 독안룡의 가슴에서 손을 떼며 일어섰다.
[ 영사매의 거처는 어디입니까?]
[ 북쪽으로 곧장 가면 천죽곡이라고 온통 대나무로 덮인 계곡이 나타날 것이오!]
독안룡은 북쪽을 가리켜 보이며 대답했다.
마운룡은 고개를 끄덕이며 독안룡을 향해 가볍게 포권했다.
[ 알겠습니다. 소생은 먼저 가볼 테니 잠시 요양하고 오십시오!]
말을 마침과 함께.
슥!
화락........
그는 신형을 날려 질풍같이 북쪽으로 사라졌다.
[ 천우신조다!]
독안룡은 사라지는 마운룡의 뒷모습을 주시하며 나직이 중얼거렸다.
[ 저 소년이 없었다면 우리 사신독황전은 돌이킬 수 없는 타격을 입었을 것이다!]
그는 감사의 눈빛으로 주위를 돌아보았다.
그 사이.
마적수황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없었다.
밤은 무심히 깊어가고 있었다.

- 천죽곡!
이름 그대로 그곳은 온통 울창한 대나무로 뒤덮인 계곡이었다.
짙푸른 물결을 이루고 있는 창창한 대나무의 바다.
밤.
천죽곡의 밤은 적요했다.
빼곡한 죽림 속에 싸인 천죽곡의 어둠은 유달리 깊고 적적했다.
한데.
깊은 밤.
그 울창한 죽림 속에서 한줄기 불빛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죽림의 가운데.
하나의 넓은 공지가 자리하고 있었다.
그 공지에는 그림같이 아름답고 넓은 하나의 연못이 있었다.
그 연못 위.
죽루.
한 채의 아담한 죽루가 운치있게 세워져 있었다.
불빛은 그 죽루의 거실에서 흘러나오고 있었다.
문득.
[ 흐윽! 네가 그러고도 인간이냐?]
죽루 안에서 악에받친 소녀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죽루의 거실-----!
일남이녀가 들어있었다.
[ 흐흐. 나를 탓하기 전에 네 애비를 잘못 둔 것을 탓해라!]
소녀의 음성에 이어 들려오는 사악한 사내의 음소.
자면독신!
그 목소리의 주인은 바로 자면독신이었다.
그 자의 발치.
지금 두 명의 여인이 쓰러져 있었다.
아랫도리가 벌거벗겨진 십 오륙 세 가량의 소녀.
철산산!
바로 그녀가 아닌가?
철산산에게서 멀지 않은 곳.
그녀를 닮은 한 명의 중년미부인이 힘없이 누워 숨을 할딱이고 있었다.

- 묘강독화 갈청청!
바로 철산산의 생모였다.
남황독성 갈황의 외동딸.

묘강독화는 비통한 눈빛으로 자면독신을 바라보며 교구를 떨었다.
( 흐윽. 내가 사람을 잘못보아 천추의 한을 남기는구나.)
그녀는 입술을 깨물며 오열을 삼켰다.
일각 전.
그녀는 사형 독안룡과 함께 차를 마시며 담소하고 있었다.
독안룡은 아주 오래 전부터 사매인 묘강독화 갈청청을 짝사랑해왔다.
그는 사매가 사제인 천독신황에게 시집갔을 때도 깊은 마음의 상처를 입었다.
하나.
그는 내색지 않고 두 사람의 결합을 진심으로 축복해 주었다.
애꾸로 불구자라는 신체적 결함이 있는 그로서는

감히 사매를 사랑한다고 고백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 후.
천독신황이 의문의 실종을 당하면서 묘강독화는 과부아닌 과부가 되고 말았다.
그녀는 남편을 잃은 슬픔에 잠겨 유복자인 철산산을 낳을때 지독한 난산을 겪었다.
그때 한시라도 그녀의 곁에서 떨어지지 않고 묘강독화를 간호한 것이 바로 독안룡이었다.
또한.
십 오 년 동안 묘강독화를 보호해온 사람도 다름아닌 독안룡이었다.
묘강독화도 이미 오래 전부터 중후한 성격의 독안룡을 마음에 두고 있었다.
하나.
남편의 생사가 불문인지라 독안룡의 애정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두 남녀는 서로 절실히 원하면서도 어느 정도의 예의와 거리를 두고 지냈다.
오늘도 묘강독화는 자신을 위해 죽루를 손질해준 독안룡에게 차대접을 해주었다.
그때.
자면독신이 두 사람을 방문했다.
늘 자신의 거처인 구음독부에 칩거하여 외부 출입을 삼가왔던 자면독신.
그 자가 좋은 차를 구했다고 천죽곡의 죽루를 찾아온 것이었다.
묘강독화와 독안룡.
그들 두 사람은 손위 사형인 자면독신을 척석같이 믿고 있었다.
그 때문에.
그들은 아무런 의심없이 자면독신이 가져온 차를 마셨다.
그리고.
보다 많이 마신 묘강독화가 먼저 쓰러졌다.
자면독신이 가져온 찻 속에는 놀랍게도 천년웅황정이 들어 있었던 것이다.
독안룡은 경악과 분노를 금치 못했다.
하나.
그 자신도 이미 상당량의 천년웅황정을 복용한지라

도리없이 달아날 수밖에 없었다.
그 직후 들이닥친 마적수황.
그 자가 달아나는 독안룡의 뒤를 추적했다.
그 후.
자면독신은 쓰러져있는 묘강독화의 앞에 마혈이 제압된 철산산을 데리고 왔다.
아랫도리의 피의가 찢긴 딸의 모습에 묘강독화는 아연실색했다.
하나.
다량의 천년웅황정을 복용한 그녀는 손가락 하나 까딱할 수 조차 없었다.
자면독신은 철산산에게 묘강독화의 목숨을 위협하며

음양사황정을 내놓으라고 협박했다.
하나.
두 모녀는 완강하게 저항했다.
설사 음양사황정을 내놓는다 해도

자면독신이 자신들을 그냥두지 않을 것임을 알기 때문이었다.
그러자.
그녀들의 완강한 저항에 자면독신은 최후의 방법을 동원할 것을 결심했다.

[ 흐흐...... 이것이 무엇인지 알겠지?]
문득.
자면독신은 음흉하게 웃으며 하나의 옥병을 꺼내들었다.
옥병 안.
반투명한 분홍색의 벌레 한 마리가 꿈틀거리고 있었다.
그것을 본 순간.
[ 음... 음혈고!]
두 모녀의 입에서 동시에 경악성이 터져나왔다.

- 음혈고!
그렇다.
그것은 바로 음혈고였다.
아무리 정숙한 여인이라도 그 음혈고에 침습당하면 천하의 탕녀로 변하고 만다.
저 당문의 안주인 당대부인 가려화도 바로 그 음혈고에 중독되어

희대의 탕녀로 화하지 않았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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