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협지/십왕무적

제 22장 비정한 사형제

오늘의 쉼터 2014. 10. 3. 00:29

 

제 22장 비정한 사형제

 

가도가도 끝이 없을 듯 펼쳐진 일망무제의 밀림.
그 울창한 밀림에도 어둠이 내리고 있어Te.
한동안 황혼빛으로 물들었던 울창한 숲은

낮동안의 열기를 식히며 비로소 숨을 돌리고 있었다.
문득.
슥!
어둠이 깔리는 밀림 위를 하나의 인영이 질풍같이 치달리고 있었다.
[ 철소저의 말대로라면 이 주위에 어딘가 사신독황전이 자리한 독황림이 있을 텐데..]
나직한 중얼거림과 함께 질풍같이 밀림 위를 질주하는 인영.
그는 머리카락 한올 없는 민둥머리의 소년이었다.
일신에 걸친 옷은 타는 듯 붉은 장포.
마운룡!
그가 아니고 누구겠는가?
마운룡은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쓴웃음을 지었다.
( 낭패로군! 길을 잃은 것 같은데......!)
주위에 보이는 것이라고는 온통 짙푸른 밀림 뿐이었다.
한데.
그때였다.
[ 크아악......!]
돌연 한 소리 처절한 비명이 마운룡의 귓전을 올렸다.
순간.
마운룡은 흠칫하며 번뜩 눈을 빛냈다.
( 저쪽이다!)
다음 순간.
슥!
그의 신형은 동북쪽을 향해 맹렬히 질주해 나갔다.

하나의 높직한 석벽 아래.
[ 크으....... 네놈...... 네놈이 사문을 배신하다니......!]
장한.
한 명의 장한이 석벽에 기대앉은 채 고통과 분노의 신음을 발하고 있었다.
팔척의 당당한 거구.
하나.
지금 장한의 전신은 온통 피투성이였다.
그의 몸에는 보기에도 끔찍한 수많은 상처가 나 있었다.
그는 아주 호방한 인상을 지닌 인물이었다.
하나.
외눈박이.
애석하게도 그는 애꾸였다.
애꾸장한의 주위.
여러마리의 짐승의 시체들이 널브러져 있었다.
독수리, 뱀, 표범, 들개, 물소 등......
그것들은 실로 끔찍한 형상으로 죽어 있었다.
그리고,
독안 장한 앞.
[ 크크....... 천년웅황정에 중독되고도 여기까지 도망칠 수 있었다니

과연 남강제일패라 불리어 손색이 없구나.셋째!]
한 명의 깡마른 초로의 괴인이 우뚝 서 있었다.
지극히 흉흉하고 음침한 인상.
그 자는 팔목이 부러진 듯 천으로 감싸매고 있었다.

- 마적수황!
바로 그 자였다.
남강육신재의 첫째.
그 자는 독술 뿐 아니라 금수를 수족으로 부리는 재주도 지니고 있었다.
마적수황의 뒤.
크르르.......
두 마리의 거대한 원숭이가 흉맹한 으르렁거림을 토하고 있었다.
키가 무려 일 장에 가까운 거대한 원숭이.
그놈의 전신은 온통 시커먼 털로 뒤덮여 있었다.
또한.
그놈은 두 팔이 땅에 닿을 정도로 길었다.

- 흑모신원!
남만 밀림의 최강맹수.
그놈은 엄청난 힘을 지녀 두 팔로 호랑이라도 찢어죽일 수 있는 신력을 지니고 있었다.
독안장한.
그는 분노로 숨을 헐떡이며 비분의어조로 외쳤다.
[ 크...... 사부님의 은공을 잊었단 말이냐?

어떻게 고아인 네놈을 거두어주신 그분의 따님인 사매를 해칠 수 있단말이냐?]

- 독안룡!
그렇다.
독안장한은 바로 그였다.
남강육신재의 세째.
그는 어렸을 때 사고로 한쪽 눈을 잃어 불구가 되었다.
하나.
그의 성격은 호담하고 쾌활했다.
남강육신재 중 가장 인망이 높은 인물.
한데...
지금 그 독안룡의 몸은 단 한 군데도 성한 곳이 없었으니.........
마음과는 달리 독안룡의 몸은 도무지 말을 듣지 않았다.

[ 은혜라고?]
독안룡의 말에 마적수황은 콧방귀를 뀌었다.
[ 무슨 개코딱지같은 은혜냐?

나는 사신독황전을 위해 견마지로를 마다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 결과가 무엇이냐?

갈늙은이는 천둥벌거숭이 같은 철가 애송이놈에게

모든 것을 떠넘겨 주려 하지 않았느냐?]
그 자는 안면근육을 씰룩거리며 흥분된 어조로 말을 이었다.
[ 제 딸을 준것도 부족하여 손위 사형들인 우리를 제치고

그놈을 독천존으로 세우려고까지 했거늘.......

너는 그게억울하지도 않느냐?]
순간.
[ 닥쳐랏!]
독안룡은 분노의 음성으로 버럭 일갈을 내질렀다.
[ 군사부일체라고 했다!

어버이같은 스승님의 결정을 왜 따르지 못한단 말이냐?]
그는 하나 뿐인 독안을 부릅뜨며 무섭게 마적수황을 힐책했다.
[ 카카..... 그래! 네놈 잘났다!]
마적수황은 음소를 흘리며 비양거렸다.
[ 혼자 잘난척 하지마라!

네놈이 지난 십 오 년 간 호시탐탐

저 갈씨 암컷을 어찌해 보려고 알짱거려온 것을 잘 알고있다!]
[ 닥..... 쳐!]
독안룡은 무섭게 분노하며 버럭 소리쳤다.
[ 정숙한 사매를 모욕하지 마라!]
그의 그 말 속에 사매에 대한 어떤 절대적인 믿음이 깃들어 있었다.
그것을 아는 마적수황은 조소를 흘리며 비웃었다.
[ 크크... 네 우상인 그 계집은 지금쯤 둘째에게 깔려서 한창 극락을 오가고 있을 것이다!]
순간.
독안룡의 안색이 홱 변했다.
[ 이... 이 천벌을 받을 배덕한 놈들......!]
그는 마적수황의 간악함에 치를 떨었다.
마적수황은 그런 독안룡을 바라보며 음흉하게 히죽 웃었다.
[ 카캇! 어쨌든 유감이다!

네가 우리에게 동조만 했어도 너 역시

사매의 그 기막힌 속살맛을 볼 수 있었을 텐데.......!]
그 자는 아쉽다는 듯 입맛을 다시면서 말했다.
이어.
그 자는 득의만면한 얼굴로 음험한 탐욕의 눈을 번들거렸다.
[ 더 늦기 전에 나도 천죽곡으로 돌아가 갈가 모녀와 재미를 봐야겠다!]
말과 함께.
슥!
그 자는 흑모신원을 향해 가볍게 손짓을 해보이며 뒤로 물러섰다.
그러자.
크르르...
흑모신원은 흉맹한 눈을 번들거리며 흉흉한 기세로 독안룡을 향해 다가섰다.
독안룡은 자신의 신세를 한탄했다.
( 하늘도 무심하시지.......!)
그는 자신의 앞으로 다가서는 거대한 흑모신원을 보며 절망의 눈빛을 지었다.
지금 그는 손가락 하나 까닥할 힘조차 없는 몸이었다.
독안룡.
그는 방심하다 다량의 천년웅황정을 먹고 말았다.
보통 사람에게는 더할 수 없이 신묘한 영약이 되는 천년웅황정.
하나.
독안룡같이 독공을 연마한 사람에게는 그것은 치명적인 역효과를 가져온다.
그것을 복용하면 전신이 무기력해지고

독공을 연마한 혈맥이 녹아버려 결국 죽음에 이르고 만다.
지금 독안룡의 전신은 무기력하기 이를 데 없었다.
그는 입을 열어 말할 기력조차 힘에 부칠 정도였다.
마적수황은 절망하는 독안룡을 바라보며 음침하게 웃었다.
[ 크크. 서운해할 것 없다.

갈가모녀를 비롯한 네 소유물은 모두 내가 거두어 써줄 테니까!]
그 자는 득의만면하며 히죽거렸다.
한데.
그때였다.
피 ----- 잉!
스악!
돌연 허공에서 한 소리 날카로운 파공성이 들려왔다.
그와 함께.
한가닥 푸른 섬광이 막 독안룡의 사지를 찢어버리려던

흑모신원의 목 부위를 번득 스쳤다.
마적수황은 대경했다.
[ 누구냐?]
그 자는 버럭 일갈을 내지르며 눈을 부릅떴다.
그 직후.
퍼 --- 억!
후두둑.....
흑모신원의 거대한 체구가 비칠했다.
동시에.
그놈의 목 부위에서 선혈이 확 퍼져올랐다.
아아!
보라!
그와 함께 흑모신원의 머리통이 동체에서 분리되어

바닥으로 굴러 떨어지는 것이 아닌가?
그것은 실로 찰나지간에 벌어진 사태였다.
마적수황은 아연실색하며 두 눈을 찢어질 듯 부릅떴다.
( 저..... 저럴 수가.....!)
그 자는 불신의 표정으로 고개를 흔들었다.
그도 그럴 것이.
흑모신원.
그놈의 가죽은 무쇠보다도 더 질기고 단단했다.
도검불침의 강철같은 몸을 지닌 흑모신원.
한데.
그 흑모신원의 목을 누군가 일격에 두 동강 내버린 것이 아닌가?
마적수황이 경악과 전율을 금치 못하고 있을때.
[ 또 ...... 만나게 되었군. 못된 놈!]
돌연 허공에서 서릿발같이 싸늘한 냉갈이 들려왔다.
이어.
스으....... 화라락!
하나의 붉은 인영이 깃털처럼 허공에서 훌훌 떨어져 내렸다.
타는 듯 붉은 장포를 걸친 소년.
그의 한 손에는 쇠사슬이 달린 한 자루의 예리한 낫이 들려 있었다.
방금 전 흑모신원의 목을 베어버린 것은 바로 그 낫이었다.
그 순간.
[ 네..... 네놈은.......!]
날아내리는 적포소년을 발겨난 마적수황은

돼지 멱따는 듯한 비명을 내지르며 눈을 부릅떴다.
그 자의 얼굴은 금방 사색이 되었다.
- 마운룡!
소년은 물론 마운룡이었다.
그는 멀리서 독안룡의 비명을 듣고 달려온 것이었다.
그때.
[ 막..... 막아랏!]
삐 --- 익!
마적수황은 돌연 한 소리 날카로운 휘파람을 불며

자신은 맹렬히 마운룡의 반대쪽으로 몸을 날렸다.
그 자의 명령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크아...... 카아아.......
어디선가 몰려든 표범들과 독수리.
그리고 또 다른 한 마리의 흑모신원이 흉흉한 기세로 일제히 마운룡을 덮쳐들었다.
그것을 본 마운룡은 괴로운 표정을 지었다.
( 용서해라!)
다음 순간.
그는 번쩍 한 손을 쳐들었다.
그러자.
번 ---쩍!
그의 왼손에서 청백색 섬광이 눈부시게 작렬했다.
직후.
크아악!
카아아.......
마운룡에게 달려들던 수많은 짐승들이 순간적으로 불길에 휩싸였다.
마치 기름에 불이 붙 듯.

- 태양강살!
바로 태양마에게서 혼돈마공으로 갈취한 그것이었다.
돌연히 전개된 장내의 그 끔찍한 광경에 보고있던 독안룡도 입을 쩍 벌렸다.
( 저... 저럴 수가.....!)
보라!
푸스스.....
흑모신원 등 수많은 금수의 몸은

한 순간에 재로 화해 스러져 버린 것이 아닌가?

실로 전율스러운 광경이 아닐 수없었다.
달아나던 마적수황은 공포에 질린 얼굴로 사색이 되었다.
[ 괴... 괴물이군!]
그 자는 꽁무니가 빠지도록 급급히 장내에서 달아났다.
하나.
마운룡은 달아나는 마적수황의 뒷모습을 노려보며 싸늘한 조소를 흘렸다.
[ 내 손에서 두 번씩 달아날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
말이 채 끝나기도 전.
번쩍!
그의 손에서 하나의 물체가 벼락같이 달아나는 마적수황을 향해 던져졌다.
순간.
[ 크 -- 악!]
콰당탕!
삼십여 장 밖으로 달아나던 마적수황은 비명을 내지르며 허공에서 뚝 떨어져 나뒹굴었다.
그런 그 자의 등.
하나의 팔찌가 반쯤 박혀 있었다.
두 마리의 용이 서로의 꼬리를 물고 있는 형상의 팔찌.

- 쌍룡환!
바로 그것이 아닌가?
이윽고.
[ 흥! 아무래도 네놈은 나와 전생에 인연이 많았던 모양이다!]
스슥!
마운룡은 냉소하며 쓰러진 마적수황의 옆으로 다가섰다.
마적수황은 전신을 부르르 떨며 공포에 질린 표정을 지었다.
[ 살...... 살려다오.....!]
그 자는 바르작거리며 일어나 앉아 마운룡에게 애원했다.
쌍룡환이 등에 박히기는 했지만 그 자는 즉사하지는 않았다.
마운룡은 그 자에게 한 가지 물어볼 것이 있어 죽이지 않았던 것이다.
이윽고.
파앗!
[ 크윽......!]
마운룡은 가벼운 손짓으로 쌍룡환을

마적수황의 등에서 뽑아 그의 수중으로 회수했다.
마적수황은 그런 마운룡의 발 밑에 엎드리며 싹싹 두 손으로 빌었다.
[ 제..... 제발! 나같은 늙은이를 죽여서 무엇하겠느냐?]
그 자는 비굴한 음성으로 마운룡에게 애걸했다.
그 모습을 내려다보던 마운룡은 한심한 표정을 지었다.
( 이런 자가 남강육신재의 한 명이었다니......

사신독황전의 앞날도 뻔하군!)
그는 역겨움을 느꼈다.
하나.
그는 냉랭한 눈빛으로 마적수황을 내려다보며 입을 열었다.
[ 한 가지 본인의 질문에 답해라. 그럼 살려주마!]
순간.
[ 정... 정말이냐?]
마적수황은 안색이 밝아지며 희망의 눈빛을 지었다.
[ 헤헤..... 어서 물어봐라. 내가 알고 있는 일이라면 무엇이든지 말하겠다!]
그 자는 비굴한 웃음을 흘리며 말했다.
마운룡은 그런 그 자를 싸늘한 눈빛으로 내려다보며 물었다.
[ 삼십 오 년 전쯤. 신강에 간 일이 있느냐?]
그 물음에 마적수황은 움찔했다.
그 자의 눈빛은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이어.
[ 너...... 너는 누구냐?]
그 자는 떨리는 음성으로 더듬거리며 되물었다.
순간.
( 이 자로군!)
마운룡은 마적수황의 태도에 두 눈을 번쩍 빛냈다.
이어.
그는 싸늘한 음성으로 다시 입을 열었다.
[ 나는 은하신궁과 한 가닥 인연이 있는 사람이다.

살고 싶다면 그때 일을 순순히 불어라!]
[ .....!]
마적수황은 당혹함과 함께 공포의 표정을 지었다.
잠시 난감한 기색으로 망설이던 마적수황.
이윽고 그 자는 나직한 신음과 함께 입을 열었다.
[ 으음..... 별..... 별 수 없군. 비록 천마황이 무섭더라도 실토할 수밖에...!]
그 말에 마운룡은 흠칫했다.
( 천마황?)
그는 검미를 꿈틀했다.
( 은하신궁의 참극에도 그 자 천마황이 개입되었단 말인가?)
그는 내심 염두를 굴리며 침중한 안색을 지었다.
그때.
마적수황이 풀죽은 모습으로 마운룡의 눈치를 보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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