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1장 음악한 무리들
절곡 -----!
황량하고 음습한 절곡이었다.
지옥의 입구일까?
너무 깊어 햇빛조차 들지 않는 음울하고 삭막한 절곡.
그곳은 실로 음습하기 이를 데 없었다.
절곡의 사방 벽은 꾸물꾸물 움직이고 있었다.
아!
자세히 보면 그것들은 모두 징그럽고 흉측한 독충들이 아닌가?
적록의 사방 벽을 온통 새까맣게 뒤덮고 있는 독충들.....
그로 인해 마치 벽이 꾸물꾸물 움직이는 듯한 착각을 들게 하는 것이었다.
전갈. 뱀. 지네......
그리고 이름조차 알 수 없는 괴이한 독물들.
실로 소름끼치는 끔찍한 광경이 아닐 수 없었다.
저녁 무렵.
짙은 황혼이 사위를 물들이고 있었으나
이 황량한 절곡에는 노을마저 비껴가는 듯 그저 암울한 어둠의 그늘만이
길게그림자를 드리우고 있을 뿐이었다.
문득.
슥!
어슴푸레한 어둠 속으로 하나의 인영이 절곡 끝에 내려섰다.
그 인영이 나타나는 순간.
쓰쓰쓰........ 츠......
사방에 깔려있던 독충들은 질겁하며 황급히 그곳을 피해 달아났다.
삽시에 주위의 독충들은 물밀 듯이 쫙 빠져나갔다.
나타난 인영.
그 인영은 한 명의 앙증맞은 용모의 귀여운 소녀였다.
가무잡잡하고 건강한 갈색피부에 그린 듯 또렷하고 선명한 얼굴.
소녀는 피의로 젖가슴과 아랫도리 부분만을 살짝 가린 아찔한 모습이었다.
철산산!
바로 그녀가 아닌가?
남황독성의 손녀.
한데.
누구에게 쫓기기라도 하는 것일까?
철산산은 초조한 기색으로 연신 뒤를 돌아보며 절곡 끝으로 내려섰다.
절곡의 끝.
하나의 동굴이 입을 벌리고 있었다.
거무스름한 독이끼로 뒤덮힌 음산한 동굴.
그 입구에는 다음과 같은 글이 갑골문으로 새겨져 있었다.
< 구음독부.>
다 문드러져 거의 알아보기조차 힘든 글씨.
그때.
[ 누가 사신독황전의 제일금지에 난입했느냐?]
문득 동굴 안에서 음산한 일갈이 흘러나왔다.
순간.
철산산은 초조한 표정으로 급히 대답했다.
[ 저 산산이에요. 자면 사백!]
[ 오! 산산이구나!]
그녀의 말에 동굴 안에서 들려온 음성은 급격히 누그러졌다.
이어.
슥!
동굴 안에서 한 명의 인물이 걸어나왔다.
청수한 인상의 중년인.
그의 얼굴은 기이하게도 검붉은 자색을 띠고 있었다.
--- 자면독신!
나타난 중년인은 바로 그였다.
남황독성 갈황의 여섯제자 중 둘째.
그는 지혜롭고 성품이 인후하여 인망이 높은 인물이었다.
비록 남강육신재 중 둘째지만
다음 대 사신독황전의 지존의 재목으로 꼽히는 인물 ---!
철산산은 자면독신을 보자 반색을 지었다.
이어.
[ 어서 들어가요!]
그녀는 급히 자면독신을 스쳐 구음독부 안으로 들어갔다.
그런 그녀의 모습에 자면독신은 의아한 기색을 지으며 흠칫했다.
[ 왜 그러느냐?]
그도 철산산을 따라 동굴 안으로 들어서며 의아한 음성으로 물었다.
철산산은 그 말에 대답하기보다 동굴의 벽에 붙어서며 급히 밖을 살폈다.
아무도 쫓아오지 않음을 확인한 철산산.
비로소 그녀는 안도의 한숨을 크게 내쉬었다.
[ 휴.......!]
그 모습에 자면독신은 의아로운 듯 입을 열었다.
[ 오늘 따라 이상하구나. 산산. 마치 누군가에게 쫓기기라도 하듯이!]
그 말에 철산산은 심각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 큰일났어요. 자면사백!]
자면독신은 철산산의 말에 빙그레 미소지었다.
[ 왜 네가 기르던 인면지주가 또 도망치기라도 했느냐?]
하나.
산산은 고개를 흔들며 자면독신을 바라보았다.
[ 그게 아니에요. 드디어 십 오 년 전 아빠를 해친 범인을 알아냈어요!]
그녀는 입술을 깨물며 외쳤다.
순간.
[ .....!]
자면독신은 흠칫하며 안색이 싹 변했다.
그의 눈빛은 이내 강렬하게 변했다.
[ 그게 무슨 소리냐? 사제를 해친 범인을 알아내다니......?]
그는 침중한 안색으로 철산산을 주시하며 물었다.
철산산은 분노의 표정을 지으며 떨리는 음성으로 말했다.
[ 아버님은 바로 마적수황! 그 작자의 손에 돌아가셨단 말이에요!]
[ .......!]
자면독신은 경악의 표정을 지었다.
그의 두 눈은 격동의 빛으로 물들었다.
이어.
[ 자. 산산. 흥분하지 말고 자세히 얘기해 보렴!]
그는 분노와 흥분에 떠는 철산산을 달래며 침착한 어조로 말했다.
철산산은 격한 분노와 충격으로 눈물을 뚝뚝 흘리고 있었다.
이어.
그녀는 간신히 눈물을 씻으며 자면독신에게 전말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자신이 아적수황이 빌려준 수황신적으로 음양불사신망을 잡은 이야기.
그때 나타난 마적수황이 마각을 드러낸 얘기 등등.....
[ .......!]
철산산의 이야기를 듣던 자면독신의 안색은 시시각각 변했다.
당황과 곤혹함으로 물드는 눈빛.
하나.
이내 그는 안도의 기색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 이 얘기를 또 누구에게 했느냐?]
그 말에 철산산은 고개를 저어 보였다.
[ 아무에게도 하지 않았어요.
독황림 일대는 마적수황의 심복들이 천라지망을 펼치고 있어
궁으로 들어갈 수가없었어요!]
그녀는 말을 하며 억울함과 분함으로 입술을 깨물었다.
[ 그 악독한 마적수황놈이 내가 원로 할아버지들에게
자기 죄를 고해 바칠까봐 나를 사로잡으려 혈안이 되어 있어요!]
그녀는 눈물 고인 눈으로 자면독신을 바라보았다.
[ 생각다 못해 자면사백이 폐관 중인 이곳 구음독부로 오게 되었어요!]
[ 잘했다. 산산!]
자면독신은 인자한 표정으로 미소지었다.
철산산은 그런 자면독신을 향해 간절함이 깃든 음성으로 말했다.
[ 도와 주세요. 자면사백! 무슨 일이 있어도 궁으로 들어가
할아버지에게 음양사황정을 전해주어야만 해요!]
자면독신은 고개를 끄덕였다.
[ 물론 도와주지!]
그는 자애로운 표정으로 산산의 어깨를 다독거렸다.
한데.
[ 학!]
쿵!
다음 순간 갑자기 철산산은 비명을 내지르며 뒤로 벌렁 나뒹굴었다.
자면독신이 어깨를 두드리는 순간 온 몸이 뻣뻣하게 마비되어 버린 것이었다.
철산산은 깜짝 놀랐다.
[ 왜..... 왜 그래요. 사백?]
그녀는 당황한 음성으로 외쳤다.
하나.
자면독신은 대답 대신 빠르게 철산산의 몸을 뒤지기 시작하는 것이 아닌가?
[ 흐윽.....!]
철산산은 자면독신의 손이 자신의 몸 구석구석을 더듬는 것을 느끼고
당혹함과 함께 수치의 신음성을 발했다.
이윽고.
[ 음양사황정을 어디에 감추었느냐?]
한차례 철산산의 몸을 뒤진 자면독신.
그자가 무서운 눈길로 철산산을 노려보며 일갈했다.
철산산의 몸 어디서도 음양사황정이 발견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철산산은 눈 앞이 아득해지는 충격을 느꼈다.
[ 당신..... 당신마저도.........!]
그녀는 비로소 사정을 깨닫고 전율했다.
자면독신은 음험한 눈을 번득이며 야비한 웃음을 흘렸다.
[ 흐흐. 그렇다. 나 또한 마적사형과 공범이다!
그걸 이제야 눈치채다니..... 쯧쯧!]
그자는 안됐다는 듯 혀를 차며 철산산을 쓸어보았다.
지금까지의 인자하고 자애롭기만 하던 그자의 표정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져 버렸다.
철산산은 엄청난 충격으로 부르르 교구를 떨었다.
자면독신은 그런 철산산을 바라보며 사악하게 히죽 웃었다.
[ 흐흐..... 네 애비란 놈이 너무 설쳐대는 통에 어쩔 수 없이 없앨 수밖에 없었던 일이다!]
산산은 충격과 분노로 심장이 터져버릴 듯 했다.
[ 이럴 ........ 수가....... 이럴..... 수가.....!]
그녀는 실성한 듯 중얼거리며 그만 축 늘어지고 말았다.
기절한 것이었다.
유일하게 믿었던 사람에게서 배신당한 충격이 너무 엄청나
그것을 견디지 못하고 까무러친 것이다.
자면독신의 안면은 음침하고 잔혹한 빛으로 물들었다.
[ 다행이다.
만일 이 어린 것이 나보다 먼저 제 어미나 독안룡을 찾아갔으면
십 오 년 간 들인 공이 수포로 돌아갈뻔 했다!]
그자는 기절한 철산산을 내려다보며 음험한 어조로 중얼거렸다.
이어.
문득 그자는 축 늘어진 철산산의 몸매를 쓸어보았다.
철산산.
그녀는 비록 이제 십 오 세 소녀에 불과했으나
놀랍도록 탱탱하고 풍만한 몸매를 지니고 있었다.
발육이 좋아 나올 곳은 나오고 들어갈 곳은 들어간 훌륭한 몸매였다.
문득.
자면독신은 음악한 미소를 흘리며 중얼거렸다.
[ 흐흐.. 코흘리개인 줄 알았더니 벌써 여자가 다 되었군!]
그자의 눈가에 도착적인 광기가 번들거렸다.
[ 고것! 제 에메못지 않게 우물이 되겠군!]
이어.
그자는 기절한 철산산의 미끈한 허벅지를 쓰다듬었다.
그런 그자의 두 눈은 사악한 욕정으로 물들었다.
( 생각 같아서는 일단 한 번 맛을 보고 싶지만 참아야겠지?
음양사황정을 손에 넣으려면........!)
그자는 들끓는 흥분을 가라앉히며 내심 염두를 굴렸다.
( 음양사황정만 수중에 넣으면 흑옥독황모!
그 괴물같은 계집도 두려워할 것 없다!!)
그자는 득의의 표정으로 히죽 웃었다.
이어.
파앗!
그자는 철산산의 혼혈을 쳐서 그녀를 깨웠다.
순간.
[ 으음......!]
철산산은 나직한 신음과 함께 한 차례 부르르 전신을 경련하며 깨어났다.
힘겹게 눈을 뜬 철산산.
그녀에게 자면독신은 음산한 어조로 다그쳤다.
[ 후훗! 좋은 말할 때 음양사황정을 어디에 숨겼는지 실토해라!]
철산산은 혹시 도중에 마적수황과 마주치기라도 할까봐
음양사황정을 한곳의 비밀 장소에 숨겨놓았다.
그 덕분에.
그녀는 당장 자면독신의 손에서 참변을 당하는 위기를 넘긴 것이었다.
일순.
[ 퉤에!]
철산산은 자면독신의 얼굴에 대고 힘껏 침을 내뱉었다.
[ 더러운 놈! 음양사황정을 얻을 생각은 꿈에서라도 버려라!]
그녀는 악에 받친 음성으로 외쳤다.
하나.
[ 글쎄? 과연 그럴까!]
자면독신은 사악한 표정으로 히죽 웃었다.
이어.
그자는 몸을 일으키더니 갑자기 바지를 훌렁 벗어내렸다.
순간.
허공을 향해 불끈 곤두선 그자의 흉측한 실체가 철산산의 눈 앞에 확 드러났다.
철산산은 질겁했다.
[ 까악!]
그녀는 급히 고개를 돌리며 앙칼진 음성으로 외쳤다.
[ 무 ......... 무슨 짓이냐?]
하나.
자면독신은 태연하게 히죽 웃으며 말했다.
[ 무서워 할 것 없다!
네가 철우의 딸답게 보통 수법으로는 입을 열 것같지 않아
처음부터 가장 화끈한 방법을쓰려는 것이다!]
말과 함께.
찌 --- 익!
그자는 다짜고짜 철산산의 피의 아랫도리를 찢어냈다.
낮에 마적수황의 음탕한 손에 찢겼던 철산산의 가죽옷.
그것이 이번에는 자면독신의 손에 의해 다시 찢겨졌다.
피의가 찢기며 철산산의 아랫도리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미끈하게 뻗어내린 허벅지.
그 사이에 도독하게 부풀어오른 둔덕이 자리하고 있었다.
그 둔덕 주위에는 이제 막 돋아나기 시작한 방초들이 파릇파릇하게 깔려있었다.
[ 흐 ........!]
드러난 철산산의 비소를 본 자면독신.
그자는 사악한 욕정에 몸을 떨며 거친 신음성을 발했다.
이어.
그자는 무기력하게 누워있는 철산산의 다리를 활짝 벌려 세웠다.
허벅지가 벌려짐과 함께.
수줍게 입을 다물고 있던 철산산의 청결한 비동이 함께 벌어졌다.
아직 그 누구의 손길도 닿지 않은 청결하고 소중한 소녀의 비소.
이윽고.
자면독신은 벌려진 철산산의 다리 사이에 누워 자신의 흉기를 그곳에 잇대었다.
순간.
[ 이..... 이 짐승만도 못한놈!]
철산산은 자신의 가장 소중한 부분에
사내의 흉측한 실체가 와 닿는 것을 느끼며 발악하듯 외쳤다.
하나.
자면독신은 음탕한 웃음을 흘리며 그런 철산산을 다그쳤다.
[ 흐흐. 내 보물을 맛보고 싶지 않다면 순순히 음양사황정을 숨긴 곳을 불어라!]
이어.
그자는 손가락으로 철산산의 비소를 벌리고
그 꽃잎에 자신의 흉기의 끝을 문질러댔다.
[ 흐으...... 치워라! 더러운 놈!]
철산산은 엄청난 치욕과 분노로 몸서리를 쳤다.
하나.
그럴 수록 자면독신의 행위는 더욱 야비하고 노골적으로 변했다.
[ 흐흐...... 기분이 어떠냐?]
그자는 음탕하게 말하며 계속 자신의 흉기 끝으로 철산산의 꽃잎을 부비며 희롱했다.
[ 이...... 이런....... 천벌을 받을 놈!]
철산산은 너무도 치욕스러운 느낌에 죽고만 싶은 심정이었다.
그녀는 더 이상 자면독신의 희롱을 견딜 수가 없을 것 같았다.
생각 같아서는 당장 음양사황정을 숨긴 곳을 실토해 버리고 싶었다.
하나.
그녀는 피가 나도록 이를 악물었다.
( 아니야! 이놈은 내가 순순히 실토한다 해도 나를 가만두지 않을 거야!!)
그녀는 스스로를 타이르며 기를 쓰며 그 끔찍한 치욕을 참아냈다.
그저 지난 십 오 년 동안 자면독신의 음흉한 진면목을 알아보지 못한 자신이 한스러울 뿐이었다.
[ 바득! 네놈 마음대로 해라!]
철산산은 독하게 마음을 다져먹으며 이를 갈며 외쳤다.
순간.
[ .....!]
자면독신은 흠칫하는 기색이었다.
철산산은 그런 그자를 향해 악을 쓰듯 외쳤다.
[ 네놈이 나를 겁탈한다 해도 더 이상 얻는 것은 없을 것이다!]
그 말에 자면독신은 음독한 눈을 번득였다.
( 지독한 계집!)
그자는 이를 갈며 중얼거렸다.
내심 그자는 당황하고 있었다.
생각같아서는 기왕 시작한 것 그냥 자신의 흉기를
철산산의 아랫도리에 밀어넣고 욕정을 풀고 싶었다.
하나.
그자는 억지로 그 충동을 참아냈다.
이어.
그자는 철산산의 아랫도리에서 흉기를 떼며 일어섰다.
[ 흐흐. 좋다! 제 일전에서는 내 패배다!]
철산산은 그자의 말에 내심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 휴.....!)
하나.
자면독신은 그런 그녀의 내심을 안 듯 음잔한 표정으로 말했다.
[ 하지만 좋아할 것 없다. 너는 결국 내게 굴복하고 말테니........!]
이어.
그자는 다시 바지를 걸쳐 입고 철산산을 안아들었다.
[ 나..... 나를 어디로 데려가는 것이냐?]
철산산은 봉목을 치뜨며 앙칼진 음성으로 외쳤다.
[ 흐흐...... 가보면 안다!]
자면독신은 그런 그녀를 내려다보며 음흉하게 웃었다.
이어.
슥!
철산산을 안은 그자의 모습은 이내 동굴 밖으로 사라졌다.
과연.......
가엾은 소녀 철산산의 운명은 어찌될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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