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방/강안남자

627. 남북동거(2)

오늘의 쉼터 2014. 10. 1. 16:06

627. 남북동거(2) 

 

 

(1840)남북동거-3 

 

 

 

 

“그것 참.”

조철봉의 이야기를 들은 정보실장 이강준이 입맛부터 다셨다.

“없애 버리자고 했단 말이죠? 장선옥씨. 대단한데.”

소공동의 룸살롱 안이었다.

 

술과 안주만 들여놓고 여자는 부르지 않아서 방 안에는 둘뿐이었다.

 

조철봉은 베이징에 돌아오자마자 서울로 날아온 것이다.

 

이강준의 말이 이어졌다.

“맞습니다. 우리도 윤달수에 대한 자료가 있거든요.

 

부친이 자강도 당비서로 있다가 2년 전에 사망했고 손위 누이가

 

휴전선 근처의 제2군단 소속 17사단 사단장 부인이죠.”

외우고 있었던 것처럼 술술 말한 이강준이 정색하고 조철봉을 보았다.

“없애라고 할 정도면 이미 우리 쪽에 마음이 기울었다는 증거 같기도 합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분석은 했지만 동거하고 있는 조철봉의 판단을 존중하는 표현이었다.

 

조철봉이 머리를 끄덕였다.

“저도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하지만 그 방법은 과격하고 위험합니다.

 

상부에 보고할 필요도 없습니다.”

길게 숨을 뱉은 이강준이 말을 이었다.

“장선옥 하나를 위해 대업을 망칠 수가 없거든요.”

장선옥을 희생하더라도 남북한 합자사업은 계속되어야 한다는 말이었다.

 

그것은 장선옥의 이용가치가 합자사업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는 말과도 같다.

 

그때 이강준이 시선을 들어 조철봉을 보았다.

“윤달수가 작심을 하고 장선옥씨 뒤를 캔다면 당해낼 수가 없습니다.”

이강준의 시선을 받은 조철봉의 얼굴에 쓴웃음이 떠올랐다.

 

이제 방법은 결정이 된 것이다.

“좋습니다. 해 보지요.”

“윤달수는 옌지에 자주 들렀습니다.

 

그런데 그곳에 살림 차려준 조선족 동포가 있더군요.”

놀란 조철봉이 눈만 크게 떴을 때 이강준은 소리 없이 웃었다.

“무용을 했던 미인이죠.

 

새 아파트 한 채를 사 주었고 차도 있더군요.

 

둘 사이에서 난 아이가 세 살입니다.”

“그렇군.”

조철봉도 얼굴을 펴고 웃었다.

“영웅호색이란 말이 있지요.

 

영웅은 여자를 밝힌다는 말입니다.”

맞는 말인지 아닌지 확실하지 않았지만 흥이 난 조철봉의 말이 이어졌다.

“이제 그놈 약점을 알았으니 일이 쉬워졌습니다.”

“도와드리지요.”

이제는 정색한 이강준이 말을 이었다.

“서울에서 요원 하나를 보내 드리겠습니다.

 

여자 요원이죠.”

조철봉의 시선을 받은 이강준이 그 표정 그대로 말을 이었다.

“제대로 정보원 교육을 받은 요원입니다.

 

윤달수 매수 작전에 활용하도록 하십시오.”

“알겠습니다.”

심호흡을 한 조철봉이 손목시계를 보는 시늉을 했다.

 

이만 일 이야기는 끝내자는 표시다.

 

그것을 본 이강준이 벨을 누르자 곧 마담이 들어섰다.

“아가씨.”

손가락 두 개를 펴 보였던 이강준이 문득 정색을 하더니

 

주머니에서 휴대전화를 꺼내 들었다.

“그렇지. 그 요원을 여기로 부르는 것이 낫겠군.”

그러더니 아직 가지 않고 어물거리는 마담을 향해 손가락 하나를 폈다.

“한 명만 데려와. 내 파트너로. 여기 조 사장님 파트너는 내가 부를 테니까.”

 

 

 

 

 

(1841)남북동거-4

 

 

 

 

30분쯤 후에 방문이 열리더니 정장 차림의 여자가 들어섰다.

 

방안에는 이미 이강준의 파트너가 와 있었으므로 요원이 온 것이다.

 

여경이나 여군은 많이 보았지만 여자요원은 처음이다.

 

조철봉은 긴장했지만 이강준은 반갑게 맞았다.

“어, 거기 앉아.”

인사를 받은 이강준이 눈으로 조철봉 옆자리를 가리키더니 소개했다.

“아까 잠깐 말했지만 남북 합작사업을 하고 계신 조 사장이셔, 인사해.”

“나명진입니다.”

여자의 분위기도 밝다.

 

똑바로 시선을 주었지만 웃는 얼굴이어서 눈이 부신 느낌을 받은 조철봉은 시선을 내렸다.

 

인사를 마친 나명진이 조철봉의 옆에 앉았다.

 

이강진 옆에 앉은 아가씨가 잔뜩 긴장하고 있었다.

 

그만큼 나명진의 미모가 빼어났기 때문이다.

 

여자는 자신보다 월등한 용모의 동성과 접촉했을 때 먼저 긴장한다.

 

이것이 반감이나 호감, 또는 무관심으로 진행되는 것은 각자의 성격, 교양 나름이다.

 

이강준의 파트너도 보통 이상의 미모였지만 나명진이 월등했다.

 

더구나 자신감까지 배어나고 있다.

 

조철봉의 시선이 무의식중에 나명진의 손으로 옮아갔다.

 

허벅지 위에 자연스럽게 놓인 손가락은 가늘고 길었다.

“술 따라 드릴까요?”

하고 나명진이 물었으므로 조철봉은 정신을 차렸다.

 

술병을 쥔 나명진이 웃음띤 얼굴로 조철봉을 보았다.

“무슨 생각을 하세요?”

“나명진씨는 정보요원 같지가 않은데.”

이강준은 파트너하고 이야기 중이었지만 조철봉이 낮게 말했다.

 

그러자 나명진이 풀석 웃었다.

“007 영화 보셨죠? 거긴 미인 정보요원이 필수인데.”

“글쎄, 그건 영화고 실제로 이런 경우가 오리라고는….”

“그래서 실망하신 건가요?”

“아니, 천만에.”

눈을 크게 뜬 조철봉이 손까지 저었다.

“영광이죠. 이렇게 만나게 되어서 말입니다.”

“실장님이 제가 필요하신 모양이네요.”

그때 이강준의 파트너가 자리에서 일어서더니 방을 나갔다.

 

이강준이 내보낸 것 같았다.

 

나명진을 향해 이강준이 입을 열었다.

“조 사장님하고 같이 베이징에 가도록. 내가 곧 작전 내용을 알려줄 테니까.”

술잔을 든 이강준이 이번에는 조철봉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두분이 호흡을 맞춰야 할 것 같으니까 난 먼저 실례하겠습니다.”

그러더니 자리에서 일어섰으므로 조철봉이 당황했다.

 

둘이 따라 일어서자 이강준이 조철봉에게 말했다.

“조 사장님은 앉아 계시지요.

 

제가 나명진씨하고 잠깐 이야기를 하고 돌려보내드릴 테니까요.”

둘이 방을 나갔으므로 조철봉은 다시 자리에 앉아 술잔을 들었다.

 

심장 박동이 빨라져 있는 것이 느껴졌다.

 

기대감 때문이다.

 

지금까지 온갖 직업, 갖가지 부류의 여자를 겪었지만 여자 정보요원은 처음이다.

 

본래 처녀, 비처녀 따위를 따지는 인간이 아니었던 조철봉이지만

 

처음 만난 여자 정보요원에 대해서는 호기심과 기대감에다 실제로 눈앞에 펼쳐진

 

나명진의 매력에 압도당한 것이다.

 

술잔을 세번 비웠을 때 나명진이 들어섰으므로 조철봉은 상기된 얼굴로 맞았다.

“나가시죠.”

나명진이 앉지도 않고 문앞에 서서 말했다.

“괜찮으시다면 여주 별장으로 가시죠. 제가 모시고 갈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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