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6. 인간의 진심 (6)
(1798) 인간의 진심-11
조철봉이 방에 들어온 지 10분도 안되었을 때 벨이 울렸다.
10시20분, 이경애일 것이었다.
문을 연 조철봉은 앞에 서있는 이경애를 보았다.
“방금 들어오셨죠?”
비껴선 조철봉 앞을 스치고 방으로 들어오면서 이경애가 물었다.
이경애한테서 풍긴 향내를 맡느라고 심호흡을 했던 조철봉이 문을 등지고 서서 대답했다.
“장선옥을 만났어.”
이경애가 머리를 돌려 조철봉을 보았다.
차분한 표정이다.
“일 잘 되셨어요?”
“아직까지는, 하지만.”
“하지만 뭐죠?”
다가온 이경애가 바짝 붙어서더니 조철봉을 보았다.
가지런한 속눈썹의 개수를 셀 수 있을 만큼 가까워져 있었다.
“아직 믿지는 못하겠다.”
“왜요?”
“너무 노련해. 보통 여자가 아냐.”
“어떤 이야기를 하셨는데요?”
그러자 조철봉이 손을 뻗어 이경애의 허리를 감싸 안았다.
이경애가 바짝 몸을 붙였으므로 하체가 닿았다.
“으음.”
조철봉의 철봉을 느낀 이경애가 팔을 들어 목을 감아 안았다.
자연스러운 동작이었다.
“리베이트 문제.”
“합의는 하셨어요?”
“했지. 그런데.”
조철봉의 얼굴에 쓴웃음이 번졌다.
“나에 대해서 샅샅이 조사했더구먼. 내 사생활까지.”
“그래요?”
“오늘 밤 너를 만난다는 것까지 알고 있더라고.”
“무섭네요.”
했지만 이경애의 표정은 태연했다.
이경애가 하체를 더 붙이면서 물었다.
“이러고만 서 있을 건가요?”
그러자 풀석 웃은 조철봉이 팔을 떼었다.
“오늘 밤 자고 가도 되죠? 내일 아침에 일찍 일어나 나갈게요.”
“그러면 내가 더 좋지.”
욕실로 향하면서 조철봉이 얼굴을 펴고 웃었다.
“너하고 같이 있으면 편해.”
이경애와 함께 시장조사를 다닌 때문일 것이다.
둘이 부부 행세를 하고 허름한 여관방을 전전했었다.
조철봉이 샤워를 하고 나왔을 때 방안의 불은 꺼져 있었다.
“저, 여기 있어요.”
침대에서 이경애가 불렀다.
방의 불은 껐지만 창밖에서 들어온 반사광으로 이경애의 윤곽은 선명하게 드러났다.
목욕가운을 벗어던진 조철봉이 침대 시트를 들추고 누웠을 때 이경애가 가슴에 얼굴을 묻었다.
“부사장하고 전무는 제가 사장님이 심어놓은 사람이란 걸 아는 것 같아요.”
“당연하지.”
조철봉이 이경애의 브래지어를 풀어 던졌고 곧 팬티를 끌어내렸다.
이경애가 엉덩이를 들어 팬티가 벗겨지는 것을 도왔다.
이경애가 두 팔로 조철봉의 어깨를 움켜쥐었다.
“둘이 자주 밀담을 나눠요. 제가 가깝게 가면 이야기를 뚝 그치고요.”
쓴웃음을 지은 조철봉이 이경애의 젖꼭지를 입안에 물었다.
“으음.”
이경애가 신음했다.
이제 온몸을 늘어뜨린 이경애는 조철봉에게 몸을 맡기고 있다.
조철봉의 입술이 젖가슴에서 아랫배를 타고 미끄러져 내려갔다.
배꼽 아래쪽 도톰한 언덕 위에서 잠깐 머물던 입술이 거침없이 숲으로 내려갔을 때
이경애가 조철봉의 머리칼을 움켜쥐었다.
(1799) 인간의 진심-12
지금까지 조철봉은 느낌을 받지 않은 여자를 만난 적이 없다.
몇년 전에는 석녀(石女)라고 스스로도 인정했던 여자를 마치 화산이 폭발하는 것처럼
절정을 맛보게 해준 적도 있었으며, 십여년간 닫고 지냈던 여자를 열리게 한 적도 있다.
슬픔에 젖어 있는 여자를 쾌락으로 울부짖게 만든 경우는 특별한 일도 아니다.
수백명의 여자와 상관했지만 거의 모두를 쾌락의 감동에 젖게 만든 것이다.
그래서 겉만 보고서 조철봉을 색마 또는 색골로 단정짓는 인간들이 많다.
심지어 조철봉의 분신이나 다름없는 최갑중까지 그와 비슷한 생각을 갖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섹스에 몰입한 순간부터 조철봉이 저 자신의 쾌락과는 담을 쌓고 있다는 사실은
아무도 모른다.
애국가나 고등학교 교가를 거꾸로 부르는 따위는 보통이며 돌아가신 아버지까지 떠올리며
참는 그 동안은 오히려 피가 마르는 것 같은 고통의 연속이다.
그럼 왜 여자 꽁무니를 쫓아다니며 꼭 그짓을 하느냐고 누가 묻는다면 조철봉은
이렇게 대답할 것이다.
“그때야말로 존재 가치를 느낀다고. 여자가 쾌락으로 울부짖을 때 가장 큰 성취감을 느낀다고.”
삼류대학을 나와 적자생존이란 말이 적는 놈이 살아남는다는 뜻으로
아는 얼치기 공부를 했고, 마누라는 바람이 나서 이혼을 했던 조철봉이다.
사기성은 뛰어나 어느덧 이 경지에 이르렀지만 조철봉이 가장 자신에 대한 자부심,
또는 긍지를 느끼는 순간은 여자를 절정에 올려 놓았을 때뿐인 것이다.
조철봉은 잘 안 싼다.
하룻밤에 대여섯번 여자를 홍콩에 보낼 때도 조철봉의 대포는 발사되지 않을 때가 많다.
그러니 그동안 얼마나 많은 고통을 견뎌냈겠는가?
색마라고 부르는 건 가당치도 않다.
고행자가 맞는 표현일지 모른다.
“아앗.”
이윽고 철봉이 진입했을 때 이경애가 비명을 질렀다.
그러나 어깨를 움켜쥔 두손을 자꾸 아래로 당기고 있다.
어서 계속 하라는 표시였다.
조철봉은 이경애의 뜨겁고 부드러우며 넘쳐 흐르고 있는 샘이 철봉을 죄는 것을 느꼈다.
강한 힘이다.
샘 안쪽의 수많은 돌기가 마치 문어의 흡반처럼 철봉에 붙어 있다.
“으응.”
이를 악문 조철봉이 눈을 치켜뜨고 리베이트를 생각했다.
어쨌든 장선옥과는 합의를 했다.
1백억 리베이트를 뜯는다면 장선옥과 둘이 각각 35억을 나눠 갖는 셈이다.
“아아아아.”
생각하는 동안에도 열심히 리듬까지 계산해서 움직이고 있었기 때문에 이경애는 자지러졌다.
이때 이경애의 샘에 집중하면 큰일난다.
다시 조철봉은 생각했다.
장선옥이 상부에 이 내용을 보고할 수도 있다.
보고하고 다 상납한다면 북한측은 1백억 리베이트에 60억을 갖게 되는 셈이다.
조철봉은 35억, 안진식이 5억이 된다.
그렇다면 본래 북한측과 합의한 대로 했을 경우보다 10억이 많다.
북한과는 리베이트를 반씩 나누기로 했기 때문이다.
“아, 나 죽어.”
하고 이경애가 와락 소리치는 바람에 조철봉은 다시 정신이 났다.
그때 철봉을 강하게 죄는 느낌이 왔으므로 조철봉은 이를 악물었다.
그리고 생각을 이었다. 안진식의 5억을 제하고 95억을 둘로 나누면 47억5000만원이 된다.
그러면 본래 계획보다 북한측은 12억5000만원이 많아지는 것이다.
“아아아아.”
그때 온몸을 떨면서 이경애가 절정에 올랐다.
떨던 이경애의 몸이 굳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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