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96. 협력(8)
(1778) 협력-15
“빌어먹을 자식.”
조철봉을 배웅하고 돌아온 김성산이 소파에 앉자마자 욕을 했다.
놀란 김갑수가 눈을 둥그렇게 떴다.
“대표동지, 왜 그러십니까?”
“동무는 모르겠나?”
“뭘 말씀입니까?”
“조철봉이는 욕심을 버린 것이 아냐.”
“아니, 그렇다면.”
그러자 김성산이 담배를 꺼내 입에 물었다.
라이터를 켜 깊게 한모금을 빨아들인 김성산이 조금 전에
조철봉이 앉아 있던 자리를 향해 연기를 길게 뿜었다.
그러고는 말을 이었다.
“놈은 나한테 미끼를 던지고 갔어.”
김성산이 눈만 껌벅이는 김갑수에게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웃었다.
“그 떼어먹는 돈 말야. 10프로, 15프로, 15프로면 2400억원이라고 했지?
2억5000만달러 가깝게 되는구만.”
“…….”
“욕심을 버린다고 해놓고 나한테 제의해 온거야.
자, 그것도 같이 버릴 것이냐? 하고 말야.”
“…….”
“빌어먹을 자식. 내가 상부에 다 보고하고 보낸다는 것까지 말하면서 말야.”
“…….”
“그게 무슨 뜻이겠나?”
대충 짐작이 갔지만 김갑수는 김성산이 말하기를 기다렸다.
김성산의 말이 이어졌다.
“그렇게 되면 우린 사업은 사업대로 진행시키고 엄청난 비자금까지 쥐게 되는 것이지.
도저히 거부할 수 없는 유혹이야.”
“…….”
“한국 정부에 신의를 지키기 위해서 그 비자금을 거부해야 한다고?
그렇게 말하는 놈은 천치거나 미친놈이다.”
김성산이 눈을 부릅떴다.
“조철봉과 비자금을 나눠 먹는다는 것에 자존심 상할 것도 없지.
놈은 우리 선생님이야.”
“…….”
“배울 것이 많아. 그런 놈이 우리한테 필요하단 말야.”
“그, 그건 그렇습니다.”
겨우 김갑수가 말을 받았을 때 김성산이 심호흡을 하고 말했다.
“조철봉과 한배를 탄다.”
“대표동지, 그러시다면.”
“한국 정부측에서 조직 이야기를 꺼내면 받아들이는 척하고는
중국측 인사를 시켜 슬슬 문제를 일으키도록 하자구.”
“그쯤은 문제 없습니다.”
“조철봉하고 우리가 손발을 맞춘 인상은 주지 않아야 돼.”
“그건 저한테 맡겨 주십시오.”
“투자가 확정되고 자금이 다 입금되었을 때 시작하는 거야.”
“예, 대표동지.”
“그럼 동무가 조철봉을 만나 그렇게 이야기해주고 오라우.”
“알겠습니다, 대표동지.”
“한국 기관에서 조철봉이 나 만나고 갔다는 거 이미 다 파악했을 거야.”
“그랬을 겁니다.”
“그러니까 쇼를 해야 돼.”
“어떻게 말씀입니까?”
“조철봉한테 코를 쑥 빠뜨리고 의기소침한 시늉을 하고 있으라고 전해.
우리한테 도와달라고 했다가 거절당한 것처럼 말야.”
“조사장은 잘 할 겁니다.”
“오늘밤 홧김에 술 퍼먹고 여자 끼고 자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알겠습니다. 그럼.”
김갑수가 일어서자 김성산이 쓴 웃음을 지었다.
“우린 조철봉 같은 선생이 필요해.”
(1779) 협력-16
다음날 아침 9시 되었을 때 문에서 노크 소리가 났다.
벨이 있는데도 노크를 하는 사람은 이경애뿐이다.
방으로 들어선 이경애가 환한 얼굴로 인사를 했지만
소파에 앉아서는 눈동자를 한곳에다 고정시켰다.
어젯밤 여자의 흔적을 보지 않으려는 배려였지만
그것이 오히려 조철봉을 더 민망하게 만들었다.
조철봉은 어제 도착했지만 김성산을 만나려고 이경애를 부르지 않은 것이다.
그리고 저녁에도 김갑수가 찾아와 늦도록 밀담을 나누는 바람에
오늘 아침에야 이경애한테 연락을 했다.
“지시하신 대로 사무실은 세 곳을 골라 놓았습니다.
오늘이라도 보실 수 있습니다.”
이경애가 말했다. 말을 이으려고 이경애가 다시 입을 연 순간이었다.
조철봉이 다가가 이경애의 어깨 위에 두 손을 올려놓았다.
놀란 이경애가 몸을 굳혔고 얼굴은 순식간에 새빨갛게 상기되었다.
“해도 되겠어?”
뒤에 선 조철봉이 불쑥 그렇게 물었지만 이경애는 대답하지 않았다.
조철봉이 다시 또박또박 말했다.
“섹스 말야.”
그때 이경애가 길게 숨을 내뿜는 바람에 어깨가 내려진 느낌이 들었다.
조철봉은 이경애의 말을 들었다.
“네. 돼요.”
“어젯밤부터 갑자기 네 생각이 났어.”
소파에 앉은 이경애의 뒤에 선 채로 조철봉이 말을 이었다.
둘의 시선은 앞쪽 벽을 향하고 있다.
“벗을래?”
조철봉이 말했을 때 이경애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러더니 옆모습을 보인 채 말했다.
“저기. 욕실에 들어갔다 올게요.”
“그래. 난 욕실에서 나오는 네 모습에 익숙하지.”
비껴선 조철봉이 웃음띤 목소리로 말했다.
이경애의 얼굴은 아직도 상기되었다.
이경애가 욕실에서 나왔을 때는 5분쯤 후였다.
이번에도 이경애는 욕실용 타월을 젖가슴 아래쪽으로 늘어뜨려 감았는데 무릎까지 닿았다.
이미 침대에 누워 기다리고 있던 조철봉의 시선을 정면으로 받자 이경애는 걸음이 어색해졌다.
시트를 젖히고 옆으로 다가오면서 타월 사이로 엉덩이가 드러났다.
조철봉은 이경애의 타월을 벗겨 던졌다.
그러자 윤기가 흐르는 알몸이 드러났다.
조철봉은 온몸이 무섭게 팽창되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이경애한테는 어젯밤부터 생각이 났다고 했지만 거짓말이다.
이경애가 방안으로 들어온 순간에 욕정이 끌어올랐던 것이다.
그 이유도 안다. 어젯밤 김갑수가 다녀간 후부터 쌓였던 감동이
가슴속에 억눌려만 있다가 이경애를 본 순간 성욕으로 터져나왔다.
조철봉은 애무도 생략하고 이경애의 몸위로 올랐다.
“그냥 해도 되지?”
이렇게 물은 것도 양해 따위를 바란 것이 아니다.
습관이 되어서 무의식중에 뱉어졌다.
더욱이 이경애한테는 자신이 거의 불능에 가깝다고 하지 않았던가?
그러자 그것을 기억하고 있었던지 이경애가 서둘러 머리를 끄덕였다.
이경애는 벌써 눈을 감고 있다.
조철봉은 이경애의 몸 안으로 들어섰다.
그 순간 이경애가 이를 악무는 것이 보였다.
환한 아침이다.
이를 악문 이경애는 가쁘게 숨소리만 뱉을 뿐이다.
조철봉은 문득 자신의 몸이 가벼워진 것을 느꼈다.
갑자기 온몸에 힘이 넘친다.
그때 이경애가 팔을 뻗어 조철봉의 어깨를 움켜쥐었다.
세다. 손가락으로 끌어당기듯 쥔다.
조철봉은 힘차게 몸을 움직였다.
그러자 이경애의 입에서 탄성이 터져나왔다.
높고 맑은 소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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