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98. 협력(10)
(1782) 협력-19
최갑중은 중국에서 열흘 만에 돌아왔는데 조철봉이 보기에 신수가 훤했다.
언젠가 조철봉하고 같이 중국에 갔을 때 갑중이 따로 떨어져 사흘쯤 보낸 적이 있다.
그때의 갑중 일정을 지금도 조철봉은 기억하고 있다.
갑중은 아침에 일어나면 밥을 처먹고 곧장 24시간 영업하는 발 마사지 하우스에 간다.
중국 마사지 하우스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거대하다.
언젠가 조철봉이 발마사지 하우스에 들어갔다가 학교로 잘못 들어간 줄 알고 놀라 나온 적이 있다.
운동장에 수백명의 남녀가 그것도 제복 차림으로 서서 선생님(?)의 훈시를 듣고 있었기 때문이다.
도열한 수백명 학생(?)들을 마주 보며 수십명의 선생님(?)들이 서 있었기 때문에 영락없는
학교였다.
그런데 그것이 아니었다.
발 마사지 하우스 종업원들의 조회(?)시간이었던 것이다.
여학생(?)들은 발 마사지사들, 남학생(?)들은 머리와 등 마사지사,
그리고 마주 보고 서있던 선생님(?)들은 매니저들, 훈시를 하던 놈은 총경리쯤 되었을 것이다.
그들은 매일 그렇게 조회(?)를 한다는 것이다.
각설하고, 갑중은 발 마사지와 등, 머리 마사지를 받는 데 세 시간쯤 걸린다.
점심은 개장국이나 갈비 등 기름진 음식으로 처먹고 오후 2시쯤 풀(Full) 마사지 하우스로 간다.
이 풀 마사지가 또한 대단하다.
침대가 딸린 방에서 풀장과 사우나실을 오갈 수 있는 구조로 홀랑 벗고 침대에 누우면
역시 알몸의 여자가 정성을 다해서 온몸 마사지를 해주는 것이다.
물론 섹스도 가능하다.
그러면 금방 저녁 때가 된다.
수영장을 몇번 돌고 나서 옷 입고 저녁을 처먹고 나면 또 갈 데가 있다.
룸살롱. 테니스장만 한 방의 상석에 떡 버티고 앉아서 방으로 들어온
수십명의 여자를 간택할 때의 기분은 조철봉도 경험해 보았다.
하렘의 군주보다 더 가슴이 뛰고 엔돌핀이 치솟는 것이다.
거기서 술 처먹고 여자 데리고 나오면 하루가 금방 지나간다.
그래서 갑중이 자리에 앉았을 때 조철봉은 저도 모르게 말했다.
“베이징 물도 좋더냐?”
“제가 논 줄 아십니까?”
정색한 갑중이 조철봉을 보았다.
며칠 전에 김성산을 만나러 베이징에 갔을 때는 갑중이 칭다오에 있었기 때문에 만나지 못했다.
갑중이 서운한 표정을 짓고 말을 이었다.
“제가 한 사흘간 배탈이 나서 죽만 먹었습니다.”
“마사지도 못했어?”
“링거를 맞으면서 어떻게 마사지를 합니까?”
“그렇다면.”
머리를 끄덕인 조철봉이 손목시계를 보는 시늉을 했다.
“오늘 서울에서 회포를 풀어주지.”
그렇지 않아도 갑중에게 그동안의 진행상황을 알려줘야만 하는 것이다.
갑중은 정부와의 일이 잘 되어 간다는 것만 알지 자세한 내막은 모른다.
“어쨌건 형님은 보통 사람이 아닙니다.”
갑중이 치켜세웠을 때 조철봉은 자리에서 일어섰다.
오후 5시 반이다.
“나가서 먼저 저녁부터 먹자.”
좀 이른 시간이었지만 갑중은 군소리하지 않고 따라 나왔다.
눈치가 빨라서 조철봉이 뭔가 조심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챈 것이다.
둘이 차에 올랐을 때 조철봉이 말했다.
“한국 정부에서도 북한의 천리마무역과 비슷한 조직을 중국에 세우기로 했어.”
놀라서 눈만 크게 뜬 갑중의 허벅지를 조철봉이 꾹 눌렀다.
“잘 된 거다. 난 여전히 거기 대표를 맡는다.”
(1783) 협력-20
나이트클럽은 그 시대의 성문화를 가장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곳이다.
이곳은 숨겨지고 억눌렸던 본능이 분출되면서 온갖 치부도 다 드러난다.
짧은 순간동안 치열하게 집중하고 탐색하며 계산기를 두드린 후에 몸을 던지는 것이다.
결국은 몸이다.
일단은 몸둥이가 빛을 낸다. 번쩍, 번쩍, 번쩍. 시집살이, 과외비, 남편의 실직, 카드값,
일상의 스트레스가 잠깐 동안이지만 다 날아간다.
날려버리는 것이다.
역설적으로 그래야 나이트클럽에서 견디고 즐길 수가 있다.
“아유.”
나이트클럽 안으로 들어선 최갑중이 탄성 같은 외침을 뱉었다.
앞장서서 안내하던 웨이터가 갑중의 탄성을 듣더니 놀란 듯 몸을 돌렸다.
갑중이 눈을 크게 뜨고 말했다.
“야, 물이 너무 좋아졌다.”
“그럼요.”
웨이터가 얼굴을 펴고 웃었다.
“척 보고 아시는군요. 과연 선수십니다.”
둘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조철봉도 머리를 끄덕였다.
달라졌다.
나이트클럽 분위기가 올 때마다 달라진다.
오늘도 그렇다. 안으로 들어서는 조철봉과 갑중을 바라보는 여자들의 시선 좀 보라.
당당하다.
전에는 안그랬다.
슬쩍슬쩍 곁눈질로 보던 여자들이 마치 백화점에서 상품 보듯이 눈을 치켜뜨고 있다.
그리고 또 있다. 전에는 나이트클럽에 오려면 멋을 부린 표시가 났다.
그런데 지금은 이웃집에 놀러 온 것처럼 간편한 차림이다.
방으로 안내되어 앉은 조철봉이 쓴웃음을 지었다.
“이곳 분위기 따라잡기 힘들겠다.”
“사장님은 여전히 선두주자십니다.”
불쑥 대답했던 웨이터가 아차, 하는 표정을 짓더니 조철봉의 눈치를 살폈다.
그러자 조철봉이 다시 웃었다.
“요즘은 어떻게 노는 거야? 내가 두달쯤 못들렀는데.”
“즉석입니다.”
웨이터가 정색하고 대답했다.
“사장님은 이년쯤 전에 시작하셨죠.”
“이 자식이.”
했지만 조철봉이 웃음띤 얼굴로 웨이터를 보았다.
77번은 조철봉과 인연을 맺은 지 10년 가깝게 되는 것이다.
나이도 비슷했지만 조철봉은 반말을 했고 77번은 존댓말을 한다.
몇년 전에 조철봉이 반말하기가 거북하다고 하자 77번은 질색을 했다.
그것이 자신한테 훨씬 편하다는 것이다.
손님 입장에서 보면 나이 따져서 대우해주는 웨이터가 얼마나 거북하겠느냐고 되물었다.
그래서 나이 어린 손님한테도 반말 듣는 것이 더 낫다고 했다.
77번이 말을 이었다.
“요즘은 여기서 즉석으로 이뤄집니다.
연락처 주고받고 나중에 만나는 식은 춘향이 하고 이도령 시절처럼 옛날 이야기가 되었어요.”
“흐흐흐.”
흥분한 갑중이 야릇하게 웃었고 77번의 설명이 계속되었다.
“방을 차지한 손님은 대부분 여기서 한탕씩 뜁니다.
한탕 뛰시는 동안 합석했던 손님들은 플로어에서 놀다가 교대를 하시는 거죠.”
“마음에 드네.”
배탈이 나서 사흘동안 설사만 했다는 놈이 열심히 맞장구를 쳤다.
“오늘도 동창 모임이 셋이나 있고 부녀회가 둘 있습니다.
홀에 나가 골라 보시든지, 아니면 제가….”
“우리가 고르지.”
조철봉이 막 입을 열려는 갑중의 말을 막으려는 듯이 말했다.
“그러니까 먼저 술이나 가져와.”
“하지만 좋은 물건은 먼저 팔려 나가니까 제가 찜은 해 놓겠습니다.”
77번이 요령있게 말했다.
그래서 단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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