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방/강안남자

595. 협력(7)

오늘의 쉼터 2014. 9. 25. 10:43

595. 협력(7)

 

 

 

(1776)  협력-13 

 

 

 

 

저녁이나 먹자면서 통일부 협력국장 안태성이 연락을 해왔을 때는

 

차관과 함께 만난 지 나흘 후가 되는 날이었다.

 

약속 장소인 인사동 한정식당에는 안태성과 처음 보는 사내 하나가 기다리고 있었는데

 

자신을 통일부 소속 위원회의 연구위원이라고 소개했다.

 

인사동 골목의 한식당들은 비교적 값이 싸고 맛있는 데다 깔끔하다.

 

소주와 함께 저녁을 먹은 셋은 조철봉의 제의로 근처 단란주점으로 들어섰다.

 

처음에 조철봉이 룸살롱이나 요정을 가자고 했다가 둘이 끝까지 사양하는 바람에

 

단란주점으로 바꾼 것이다.

 

그러나 단란주점도 준 룸살롱이나 같다.

 

그들이 들어선 곳도 방이 대여섯 개에 아가씨들이 있었는데 밤 9시가 넘었는데도

 

손님이 한명도 없었다.

 

반색을 한 주인에게 양주와 안주를 시켰을 때 부르지도 않았는데 아가씨들이 우르르 들어왔다.

“어허, 예상외로 물이 좋구나.”

조철봉이 눈을 커다랗게 떠 보이면서 놀라는 시늉을 했지만 여자들은 시들고 처졌고 바랬다.

 

안태성과 연구위원 최동기는 아예 여자 얼굴을 쳐다보지도 않았으므로 조철봉이 알아서

 

셋을 골랐다.

“이차도 되니?”

하고 조철봉이 옆에 앉은 아가씨에게 묻자 갑자기 콧대가 높아진 아가씨가 눈만 깜박였다.

 

얼굴이 방망이가 밀고 지나간 밀가루 반죽처럼 납작하고 풍성하고 색이 바랬다.

“이차는 얼마야?”

하고 조철봉이 끈질기게 묻자 앞쪽에 앉은 안태성 파트너가 대답했다.

“요즘은 대중없어요. 그러니까 나중에 합의하세요.”

“진지하게 말이지?”

조철봉이 진지한 표정을 짓고 옆의 파트너를 보았다.

 

코가 작으면 옛날에는 빈대코라고 불렀다.

 

빈대코였다.

 

그때 최동기가 입을 열었다.

“조 사장님 사업체는 모두 담보가 걸려 있어서 실 가치가 얼마되지 않더군요.”

조철봉의 표정을 본 최동기가 부드럽게 웃었다.

“이번 경협이 시작되면 한국측 대표는 조 사장님이 되실 텐데 만일 문제가 생기면

 

정부 측에서는 속수무책이 되지 않겠습니까?”

당연한 말이다.

 

그렇다고 한국 정부가 대놓고 중국 땅에 호텔을 세우고 유통업체를 운영할 수는 없는 것이다.

 

그때 최동기가 다시 말을 이었다.

“한국 측도 북한 천리마무역과 비슷한 성격의 회사를 세워

 

이번 경협을 추진하는 게 낫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대표는 조 사장님이 맡으시구요.”

안태성이 같이 저녁 먹자고 한 이유는 바로 이것이었다.

 

정부에서도 안전장치를 만들려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조철봉은 명색은 대표지만 실권은 정부에서 파견된 관리들이

 

다 장악하게 될 것이었다.

“그렇군요.”

먼저 커다랗게 머리를 끄덕여보인 조철봉이 감탄하는 표정을 지어보였다.

“그런 방법이 있었군요.”

“조 사장님한테 지분도 드릴 예정입니다.

 

그리고 이번 경협도 주도적으로 처리해 나가시도록….”

“알겠습니다.”

안태성의 말을 자른 조철봉이 옆에 앉은 빈대코의 허리를 팔로 감아 안았다.

“천리마무역 대표한테 상의를 해 보지요.

 

어차피 그들도 금방 알게 될 테니까 말입니다.”

그러자 안태성과 최동기가 서로의 얼굴을 마주보았다.

 

그것은 아직 논의되지 않은 것 같았다.

 

그때 최동기가 말했다.

“저희들이 보고할 때까지 기다려 주시겠습니까?” 

 

(1777)  협력-14 

 

 

그러나 다음날 아침 비행기로 조철봉은 베이징에 도착했다.

 

물론 이 문제를 김성산과 상의하려는 것이다.

 

공항에서 곧장 천리마무역 사무실로 달려온 조철봉을 김성산이 반갑게 맞았다.

 

김성산은 김갑수와 함께 기다리고 있었다.

“일이 잘 끝났습니까?”

자리에 앉았을 때 김성산이 물었지만 긴장하고 있는 것이 느껴졌다.

 

웃음을 띠고 있어도 눈빛이 강했고 몸이 경직돼 있었다.

 

김갑수는 더했다.

 

온몸을 딱딱하게 굳힌 채 눈동자만 굴리고 있었다.

“조직상의 문제인데요.”

심호흡을 한 조철봉이 말을 이었다.

 

최동기한테서 들은 한국측의 관리업체 창설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동안

 

김성산과 김갑수는 기침소리도 내지 않았다.

 

이윽고 이야기가 끝났을 때 김성산이 물었다.

“우리측에 상의해보겠다고 하니까 상부에 보고할 때까지 기다리라고 했단 말이지요?”

“예, 그래서 전화도 못하고 이렇게 직접 날아온 겁니다.”

그러고는 조철봉이 쓴웃음을 지었다.

“물론 한국에서는 내가 날아간 이유를 다 알고 있겠지요.”

“조 사장님은 우리가 어떻게 해드리는 것을 원하십니까?”

불쑥 그렇게 물은 김성산이 얼굴을 펴고 웃어보였다.

“조 사장님 덕택에 현재 이 상황까지 온 겁니다.

 

우리는 신세를 진 상대를 배신하지 않습니다.

 

말씀해 보시지요.”

김성산의 시선을 받은 조철봉이 심호흡을 했다.

 

그리고 입을 벌렸다가 2초쯤 지나서 닫았다.

 

허겁지겁 여기로 달려온 이유는 뻔했다.

 

김성산도 짐작하고 있을 것이다.

 

한국 정부의 제의를 거부하고 조철봉을 중심으로 한 관리체제로 하도록

 

밀어달라는 부탁을 하려고 했다.

“조 사장님.”

김성산이 다시 독촉하듯 불렀을 때 조철봉이 입을 열었다.

“하마터면 실수를 할 뻔했습니다.”

“무슨 말씀이신지.”

긴장한 김성산이 상반신을 조철봉 쪽으로 조금 굽혔다.

 

조철봉이 말을 이었다.

“욕심에 눈이 뒤집혔습니다. 원체 물량이 컸거든요.”

“…….”

“1차로 6000억, 내년까지 다시 1조,

 

이중에서 내가 10프로만 먹어도 1600억, 15프로면 2400억.

 

머릿속에서 쉴 새 없이 이런 계산이 이어지고 있었거든요.”

“…….”

“사기꾼의 가장 큰 적은 욕심입니다.

 

귀신 같은 사기꾼도 이 욕심 앞에서는 절제를 못하고 무너져 버리지요.”

그러고는 조철봉이 상체를 세우고 어깨를 펴면서 웃었다.

“물론 그 돈은 김 대표님하고 나눠먹을 예정이었지요.”

김성산의 표정을 본 조철봉이 손바닥을 펴서 뭔가 막아내는 시늉을 했다.

“압니다. 김 대표님께서 그런 돈은 곧장 위에다 보고하고 보낸다는 걸 말입니다.

 

그래서 결국에는 김 대표님도 내 제의를 받아들이실 것이라고 믿었지요.”

“…….”

“그럼 정부에서 결정한 대로 하겠습니다.

 

김 대표님께서도 별 지장 없으실테니까 받아들이시지요.”

그리고 조철봉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어쨌든 저는 명목상으로는 사장을 시켜준다니까요.”

“잠깐만.”

따라 일어선 김성산이 정색하고 조철봉을 보았다.

 

긴장한 표정이다.

“그렇다면 저도 좀 상의를 해볼 테니까 조 사장께서는 오늘만 기다려 주시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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