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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8. 동반자(13)

오늘의 쉼터 2014. 9. 20. 19:33

538. 동반자(13)


(1665) 동반자-25




그날밤, 

 

은지를 쾌락의 절정으로 세 번이나 올려놓은 조철봉은 깊게 잠이 들었다가 깨어났다. 

 

창밖은 아직 짙게 어둠이 덮여 있었고 주위는 조용했다. 

 

은지는 조철봉의 가슴에 한쪽 볼을 붙인 채 잠이 들어 있었는데 고른 숨소리만 낼 뿐 

 

손끝 하나 까닥하지 않았다. 

 

똑바로 누은 조철봉은 천장을 보았다. 

 

가끔 이렇게 깊은 밤에 깨어날 때가 있었지만 그때는 아무 생각이 떠오르지 않는 

 

멍한 상태였다가 조금씩 생각의 가닥이 모아졌다. 

 

그런데 오늘은 다르다. 

 

잠에서 깨어나자마자 눈앞에 유지선의 얼굴이 떠오른 것이다. 

 

지선은 저녁까지 머물다가 돌아갔지만 조철봉과는 응접실에서 30분쯤 이야기를 나누었을 뿐이다. 

 

조철봉이 자리를 피해 주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조철봉의 머릿속에는 작심하고 찍은 것처럼 지선의 모든 부분, 

 

모든 장면의 사진이 차곡차곡 기록되어 있었다. 

 

일부러 그러려고 한 것이 아닌데도 다 남겨져 있는 것이다. 

 

조철봉은 남녀간의 이른바 텔레파시를 믿는 인간이다. 

 

특히 한정된 공간에서 서로 의식은 하는 관계인 두 남녀가 내뿜는 기운이 

 

상대방에게 전달된다고 믿는 것이다. 

 

그 기운에 성적인 욕구가 포함되어 있을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 

 

조철봉의 경험상 그 기운이 전달될 확률은 거의 9할 이상이었다. 

 

조철봉은 지선을 외면했고 별로 대화도 하지 않았지만 그 기운이 흡수되었다는 것을 확신했다. 

 

그리고 조철봉 자신도 지선으로부터 신호를 받은 것이다. 

 

스치고 지나다가 가끔 부딪친 지선의 시선에 수십개의 단어가 포함되어 있었다. 

 

그것을 꼭 열거해 보라면 기대, 희망, 섹스, 기쁨, 쾌락, 슬픔, 좀 비약하면 

 

정상위, 후배위, 애무, 좌절, 배신 등등이 끝없이 나열될 수 있을 것 같다. 

 

그중 제외될 단어는 무관심, 무능, 불능 등 몇 가지밖에 되지 않는다. 

 

욕망이다. 

 

조철봉은 천장을 향해 소리죽여 숨을 뱉었다. 

 

지선은 아까 자제하고 있었지만 분명히 신호를 보냈다. 

 

의도적인 것은 아니다. 

 

몸이 저절로 마음의 지시를 받아 신호를 보낸 것이다. 

 

지선도 자신처럼 처음 눈이 부딪쳤을 때 그런 반응을 일으켰을까? 

 

아니, 반응이 같을 리는 없을 테니 온몸에 소름이 돋는다든가 찔끔 쌌다든가 하지 않았을까? 

 

그때 은지가 머리를 떼면서 말했다.

“자기야, 안자?”

깜짝 놀란 조철봉이 저도 모르게 은지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

“어, 깼어?”

“응, 금방.”

손등으로 눈을 비빈 은지가 다시 조철봉의 가슴에 볼을 붙이더니 한숨과 함께 말했다.

“행복해.”

“나도 그래.”

조철봉이 말을 받았다. 

 

죄책감이 들었기 때문에 조철봉은 은지의 몸을 더 세게 당겨 안았다.

“난 당신밖에 없어.”

“아까 지선이가 뭐라고 한 줄 알아?”

은지가 조철봉의 가슴에 입술을 붙인 채로 말했다. 

 

조철봉이 가만 있었으므로 은지는 말을 이었다.

“부럽다고 했어.”

“…….”

“갠 절대로 그런 말을 하는 애가 아니거든. 자존심 때문은 아냐.”

그러더니 은지가 조철봉의 허리를 당겨안았다. 

 

더운 숨이 가슴을 간지럽혔다.

“당신 같은 동반자를 만난 것이 나한테 둘도 없는 행운이라고도 했어. 

 

그 말을 들으니까 실감이 나.”

동반자, 조철봉은 동반자란 말에 역시 실감을 느꼈다. 

 

우리는 동반자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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