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9. 동반자(4)
(1647) 동반자-7
만일 류지가 어젯밤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면 조철봉은 데리고 나가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처녀가 아니라 처녀 할머니라고 해도 조철봉은 당기지 않았다.
조철봉의 섹스를 한 마디로 정의하라면 참을 인(忍) 한 자일 것이었다.
참고 참고 또 참아서 안고 있는 여자가 절정에 오르는 모습을 보는 것이다.
그 심정은 바늘로 허벅지를 찔러대며 정진하는 도인의 심정이라고 해도 될 것이다.
그래서 터지는 여자의 환호에 성취감을 맛보는 것이다.
제 밑에 달린 철봉의 쾌락에 매달렸다면 여자가 쾌락을 맛볼 수가 있겠는가?
자기 희생이며 인내의 극치다.
그래야 여자가 참절정을 느낄 수가 있는 것이다.
따라서 아직 영글지도 않은 처녀하고는 애당초 궁합이 맞지 않는다.
조철봉에게 여자는 호기심의 대상도, 한풀이의 상대도 아니며
정복의 대상은 더더욱 아니었기 때문이다.
“벗어.”
조철봉이 말했지만 류지는 눈만 깜박이며 서 있었다.
룸살롱 주인이 경영하는 호텔방 안이다.
이른바 떡방으로 룸살롱에서 바로 옮아갈 수 있는 호텔방인데 바로 뒤 건물이었다.
조철봉 일행 셋은 모두 이곳으로 옮아온 것이다.
이번에는 조철봉이 저고리에 이어서 바지를 벗으면서 말했다.
“벗어. 이렇게.”
그때서야 눈치를 챈 류지가 시선을 내리더니 벽에 붙은 전등 버튼을 눌렀다.
방 안이 어두워졌지만 텔레비전이 환하게 켜져 있어서 사물의 윤곽은 선명하게 드러났다.
조철봉은 순식간에 알몸이 되고 나서 욕실로 들어섰다.
떡방용 호텔이어서 침대는 크고 그럴 듯했지만 욕실에는 샤워기만 있을 뿐이다.
그러나 물은 잘 나왔다.
물줄기를 맞고 선 조철봉은 참 오랜만에 여자하고 방에 들어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열흘 가까이 여자를 안아보지 못한 것이다.
비누칠을 하던 조철봉이 문득 몸을 비틀고는 욕실 문을 열고 밖을 내다보았다.
류지는 창가에 서 있었는데 옷을 벗고 가운으로 갈아입었다.
“캄.”
조철봉이 손짓으로 부르면서 말했다.
“이리 캄.”
이만큼 정확한 의사 전달 방식이 또 있겠는가?
류지가 주춤대며 다가왔다.
욕실 불은 환했으므로 다가오는 류지의 모습이 점점 선명해졌다.
“캄.”
그러고는 조철봉이 다시 물줄기 밑에 섰을 때 류지가 욕실 안으로 들어섰다.
밖에서 가운을 벗은 류지는 알몸이다.
“으음.”
조철봉의 입에서 탄성 같은 신음이 흘러나왔다.
류지의 신장은 1미터 65쯤은 되었다.
둥근 어깨에 미끈한 허리선,
그리고 엉덩이와 아랫배의 곡선은 마치 야생의 얼룩말처럼 싱싱하게 느껴졌다.
조철봉의 시선을 받는 류지가 두손으로 각각 젖가슴과 샘을 가렸지만 조철봉은 이미 다 보았다.
젖가슴은 적당했는데 위로 솟았다.
당당하게 느껴졌으며 젖꼭지는 콩알만 했다.
그리고 샘은 짙은 숲에 가려져 있었지만 얼핏 보니 선홍빛이다.
“캄.”
다가선 류지의 어깨를 팔로 감아 안으면서 조철봉이 말했다.
더운 물줄기가 둘의 머리 위로 쏟아졌고 한동안 조철봉은 그렇게 서 있었다.
가슴이 차츰 편안해지면서 류지의 모습을 차분하게 음미할 여유가 생겼다.
류지는 조철봉의 팔에 안긴 채 이제는 두 눈을 감고 있다.
조철봉이 손을 뻗어 류지의 젖가슴을 부드럽게 쥐어도 눈을 뜨지 않았다.
(1648) 동반자-8
조철봉은 침대에 반듯이 눕힌 류지의 알몸을 보았다.
타월로 대충 물기만 닦은 터라 류지의 흑갈색 피부는 더 반들거렸다.
류지는 눈을 감은 채 기다리고 있다.
몸은 잔뜩 긴장한 채 굳어져 있을 것이다.
이윽고 조철봉은 류지의 몸 위로 올랐다.
뜸을 들일수록 류지는 더 굳어질 것이었다.
조철봉의 입술이 류지의 이마에 닿은 순간이었다.
류지가 흠칫하면서 눈을 떴다.
그러고는 크메르어로 뭐라고 중얼거렸다.
“뭐라고? 아프기만 하니까 빨리 끝내달라는 거냐?
근데 넌 날 오해하면 안된다.
난 처녀 사러 댕기는 놈 아니다.”
조철봉이 한국어로 말했고 류지는 크메르어로 말을 받았다.
그러나 다음 순간 조철봉은 류지의 몸을 벌리고는 천천히 합체가 되었다.
“아아아.”
신음소리, 이 신음소리야말로 조철봉에게는 어떤 음악보다 낫다.
어떤 시인은 이 신음이 바로 한 생명이 무궁한 생명으로 통하는 소리라고까지 하지 않았던가?
조철봉은 류지의 얼굴이 고통으로 찌푸려져 있는 것을 보았다.
두 손은 시트를 꽉 움켜쥐고 있다.
몸을 합친 채 조철봉은 잠깐 망설였다.
제 욕심만 차리려고 들면 간단하다.
그것만큼 남자에게 행복한 일이 어디 있겠는가?
류지야 어떻든간에 그냥 내지르면 된다.
조철봉의 머릿속에 룸살롱 주인의 모습이 떠올랐다.
이곳까지 안내해준 주인은 웃음띤 얼굴로 굽신거렸지만 속으로는 ‘내가 먼저 먹었다.
이놈아’ 했을 것이었다.
조철봉은 천천히 움직였다.
그러나 류지는 고통이 더 심해졌는지 신음소리가 높아졌다.
“하긴 처녀 사러 댕기는 놈들한테는 이 비명이 음악처럼 들리겠구나.”
조철봉이 중얼거렸다.
그러면서 몇번 더 움직였으므로 류지의 신음은 계속되었다.
“정말로 못해 먹겠구먼.”
머리를 든 조철봉이 벽을 향해 말했다.
조철봉이 아파서 지르는 신음과 쾌락의 신음을 구별해내지 못하겠는가?
지금 류지의 샘은 겨우 습기만 비치고 있을 뿐이다.
샘에 물이 고일지 어쩔지도 확신할 수가 없다.
그런 상황에서 시험을 해보았다가 안되었을 경우에는 류지가 어떻게 되겠는가?
이윽고 심호흡을 하고 난 조철봉은 몸을 떼었다.
이런 경우는 드물었지만 특별한 일은 아니다.
반응이 없거나 시들한 상대한테서는 가차없이 몸을 떼었기 때문이다.
조철봉이 몸을 굴려 옆에 누웠을 때 류지가 눈을 뜨더니 상반신을 일으켰다.
“와이?”
그쯤이야 조철봉도 알아듣는다.
그러나 조철봉은 천장을 바라본 채 대답하지 않았다.
호흡은 가라앉았지만 아직 철봉이 눕혀지지 않아서 어색했지만 내버려 두었다.
그때 류지가 손을 뻗어 철봉을 조심스럽게 감싸 안았다.
“냅둬.”
조철봉이 부드럽게 말하고는 류지의 손을 떼어내었다.
“난 괜찮다.”
그러자 류지가 크메르어로 뭔가를 열심히 말했다.
방은 어두웠지만 진지한 표정이 드러났고 두 눈이 반짝였다.
“그냥 자빠져 자.”
조철봉이 류지의 상반신을 눕히면서 다시 차분하게 말했다.
“난 그냥 딸딸이나 치고 말테니까 그냥 자. 내가 시방 돼지 잡을 일 있냐? 안하고 말지.”
그러자 류지가 시킨 대로 고분고분 누웠다.
조철봉의 의도를 눈치로 알아챈 것이다.
말을 알아듣지 못해도 상관없다.
행동만 올바르게 한다면 존경받는다.
'소설방 > 강안남자' 카테고리의 다른 글
531. 동반자(6) (0) | 2014.09.20 |
---|---|
530. 동반자(5) (0) | 2014.09.20 |
528. 동반자(3) (0) | 2014.09.20 |
527. 동반자(2) (0) | 2014.09.20 |
526. 동반자(1) (0) | 2014.09.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