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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장 천년대업(千年大業) 21

오늘의 쉼터 2014. 9. 17. 16:53

제19장 천년대업(千年大業) 21

 

 

 

“오줌싸개한테 시집이나 가려구 그런다.”

“오호라, 이제 봤더니 너야말로 금성에서 멋진 도령을 만나고 싶은 게로구나?”

“아무튼 팔 거야, 안 팔 거야?”

“그게 설사 재수꿈이라 쳐도 꿈을 사고 팔아서 무슨 효험이 있겠니?”

“값을 넉넉히 쳐주면 효험이 있댔어.”

이때까지만 해도 보희는 꿈을 사겠다는 동생의 말이 그저 농담인 줄만 알았다.

 

그래 빙긋이 웃으며,

“꿈값으루 뭘 줄 건데?”

하고 물었더니 문희가 잠깐 고민에 잠겼다가 얼른 일어나 장을 열고는 하주에서 가져온

 

비단 치마를 내어놓았다.

“이거면 됐지?”

그 비단 치마는 문희가 신주단지처럼 애지중지하던 것으로 이번에도 금성에 가면

 

입고 다니겠다며 고이 챙겨 가지고 온 것이었다.

 

보희는 그제야 문희의 말이 농담이 아님을 알아차렸다.

“아니 그럼, 정말 꿈을 사겠다는 거로구나?”

“그럼, 정말이구말구.”

“얘야, 이건 그냥 넣어둬라. 오줌꿈이 그렇게 탐나면 내가 그냥 줄테니.”

“그렇게 하면 효험이 없댔어. 그러니까 이 치마 언니가 받구 대신 꿈은 나한테 파는 거야.”

말을 마치자 문희는 벌떡 일어나 옷깃을 벌리고,

“자, 어서 꿈을 던지우.”

하며 성화를 부렸다. 아우의 등쌀에 보희가 하는 수 없어,

“옛다, 내 꿈 받아라!”

하고 무언가를 훌쩍 집어던지는 시늉을 하였다.

 

그러자 문희가 알을 품듯이 옷깃을 여민 채 바깥으로 달려나가며,

“이젠 셈이 끝났다, 언니? 간밤 언니 꿈은 내가 산 거야!”


하고 소리쳤다.

문희가 집으로 찾아온 김춘추를 본 것은 꿈을 산 며칠 뒤였다.

 

아버지의 가장 절친한 친구이자 또한 어머니의 조카뻘이기도 한 용춘공의 아들이니

 

문희도 춘추에 대해서는 어려서부터 친숙한 느낌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막상 눈으로 본 것은 이때가 처음인데,

 

솔직히 외양은 저 사람이 과연 김춘추일까 의심마저 일 정도였다.

 

소문으로 듣고 머릿속에 그려온 모습과는 너무 차이가 나서 실망보다도 오히려 웃음이 났다.

 

임금의 총애를 받는 유일한 외손으로 중국에까지 널리 알려진 영특한 인물이라니

 

웬만큼만 생겼어도 멋은 절로 날 터인데, 작달막한 체구에 목은 자라목이요,

 

새가슴에 올챙이배, 게다가 두꺼운 입술과 주먹코 위로 무슨 송충이가 기어다니듯

 

눈썹만 볼품없이 새카매서 아무리 잘봐주려고 해도 정나미가 떨어지는 생김새였다.

 

춘추를 보고 난 언니 보희가 뒤채로 오자 한숨을 푹 쉬며,

“어쩜 사람이 저렇게 생겼니? 키는 절구통보다 약간 크고 배는 참박 엎어놓은 꼴이더라.

 

난 처음에 산달 임박한 여인네가 남장하고 서 있는 줄 알았지 뭐냐?

 

저 치가 실은 나랑 동갑인데 나보다 몇 달 늦게 났단다. 어렸을 땐 만노군에서

 

내가 저를 업고 다닌 적도 있는데 어휴, 저렇게 못생길 줄을 누가 알았겠니?

 

소싯적에 업어준 게 지금 다 소름이 돋는구나. 있던 정나미도 떨어질 판이다, 얘!”

하고 흉을 보다가 갑자기 목소리를 높여 깔깔거리고 웃어댔다.

 

그리곤 문희를 빤히 쳐다보며,

“춘추 저 치를 보려고 그런 꿈을 꾼 거야. 그런데 그 꿈을 너한테 팔았으니 천만다행이다.”

 

알 수 없는 소리를 하니 문희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그게 무슨 뜻이야?”

 

하고 반문했다.

“김춘추 생긴 꼴이 꼭 하주 우리 집 뒷간에 놓아둔 오줌장군 같지 않던?”

 

그렇게 말한 보희는 다시 깔깔거리며,

“오줌통을 보려고 그런 꿈을 꾸었는데 네가 비단 치마까지 주고 사갔으니 난 정말 운수 대통하였다!”

하고 짓궂게 놀려댔다.

 

문희가 속으로 마음은 상했지만 겉으론 태연한 척 허세를 부리며,

“사람을 겉만 보고 어떻게 알어?

 

그럭허구 언니 꿈을 꼭 춘추 도령과 연관지을 건 또 뭐야.

 

내일이나 모레쯤 정말 근사한 도령이 나타날지 누가 알우?”

했더니 보희가 팔을 휘휘 저으며,

“아서라, 그 꿈은 틀림없이 오늘 나타났다. 오줌통 보려고 꾼 꿈이야.”

 

하고는,

“난 꿈 팔았다! 내 꿈 너한테 팔았어!”

다시 한 번 큰 소리로 못을 박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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