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방/강안남자

514. 협력(2)

오늘의 쉼터 2014. 9. 14. 18:04

514. 협력(2)

 

(1618) 협력-3

 

 

 

 

 

“어이구.”

송기태와 김정산의 악수는 맨 나중이었다.

 

그러나 김정산은 활짝 웃는 얼굴로 송기태의 손을 잡고 흔들었다.

“고생 많으셨지요?”

고생이라니? 아직도 얼떨떨한 표정을 한 채 송기태는 그냥 악수만 했다.

 

그때 조철봉이 말했다.

“미안해, 송 비서. 그래야 일이 완벽하게 될 것 같아서 말야.”

그렇다면? 하는 표정을 짓고 송기태가 바라보자 조철봉이 얼굴을 펴고 웃었다.

“그래, 포이를 끌어들이려고 우리 김 선생이 정보국 간부 행세를 하신 거지.”

다시 자리를 잡고 앉으면서 조철봉이 말을 이었다.

“김 선생은 현지 언어에 능통하시거든. 김 선생과 같이 계셨던 분들은 모두 북한 분들이야.”

그때 앞쪽에 앉은 낯선 사내가 송기태에게 말했다.

“이번 일은 남북 합동 작전을 하는 겁니다. 난 국정원 요원이오.”

그때서야 송기태가 어깨를 늘어뜨리면서 김정산에게 말했다.

“정말 여기 정보국 간부이신 줄 알았습니다. 크메르어도 유창하셔서요.”

“내가 여기서 10년 넘게 있었지요. 그러다가 이번에 다시 파견된 겁니다.”

김정산이 웃음 띤 얼굴로 말했다.

 

웃음 띤 얼굴은 부드러웠다.

 

날카롭고 차가운 인상이 전혀 아니다.

“자, 한잔.”

조철봉이 김정산의 잔에 소주를 따르면서 말했다.

“이제 부총리 비서실장 포이는 장악했지만 오늘밤 일본 측에서 어떤 조건을 제시할지 궁금하군요.”

“곧 알게 되겠지요.”

술잔을 쥔 김정산이 정색하고 조철봉과 주위의 사내들을 하나씩 둘러보았다.

“중국과 러시아 측에서도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을 테니까요.”

“부총리 보쿠동의 심중을 알 수 있으면 좋을 텐데.”

국정원 사내가 혼잣소리처럼 말하자 김정산이 대답했다.

“보쿠동은 청렴하고 강직한 인물입니다. 뇌물에 흔들리는 인물이 아닙니다.”

그러고는 쓴웃음을 지었다.

“중국 측이 포이한테 뇌물을 먹인 것은 확실합니다.

 

그러나 보쿠동한테 먹이지는 않았습니다. 아니, 못했지요.”

방안이 조용해졌고 김정산의 목소리도 낮아졌다.

“보쿠동한테 5백만불, 공급권 결정권자인 실세 4명한테 각각 2백만불씩 먹였다는

 

소문은 중국측에서 만들어낸 것 같습니다.”

조철봉의 시선을 받은 김정산이 다시 쓴웃음을 지었다.

“다른 국가에서 아예 손을 대지 못하게 하려는 수작이지요.

 

또 그 소문을 믿고 보쿠동한테 뇌물을 건넸다가 그것으로 치명상을 받기를 노릴 수도 있습니다.”

그러자 강성욱이 말을 이었다.

 

국정원 사내는 해외사업 제5팀장 강성욱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그 작전에 포이를 활용하기로 했습니다.”

강성욱이 눈으로 김정산을 가리켰다.

“앞으로 포이는 정보국 간부인 김 선생의 지시를 받게 될 테니까요.”

그들의 말을 들으며 송기태는 그때서야 시장기를 느꼈다.

 

가슴이 따뜻해지면서 입안에 침이 고였고 음식 냄새가 난 것이다.

 

남북 협력이다.

 

북한은 캄보디아에 일찍 대사관을 설치한 데다 지금까지도 유지시켜 왔다.

 

따라서 김정산 같은 전문가가 많은 것이다. 

 

 

 

 

 

(1619) 협력-4

 

 

 

 

 

보쿠동에게 다가선 모리가 웃음 띤 얼굴로 입을 열었다.

“부총리 각하께서 지원해주신 덕분에 한다자동차 공장 준공은 1년쯤 빨라질 것입니다.”

“그렇다면 얼마나 좋습니까?”

오렌지주스잔을 든 보쿠동이 따라 웃었다.

 

일본 대사관 정원에서 개최된 가든파티에는 캄보디아 경제부처 고위층이 다 모여 있었다.

 

휘황하게 불을 밝힌 정원 한쪽에 뷔페식 진수성찬이 쌓여 있고 안쪽 무대에서는

 

초청된 캄보디아 여자 가수가 간드러진 목소리로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초대된 관리들과 주최측인 대사관 직원, 일본 경제사절단은 이제 이곳저곳에 모여

 

이야기를 나누는 중이었는데 분위기는 밝았다.

 

웃음소리가 자주 일어났다.

 

모리가 다시 말을 이었다.

“부총리님, 20년 거치 분할 상환을 조건으로 일본 정부는 차관 25억불을 드리기로 결정했습니다.

 

이건 제가 정부측의 결정 사항을 전달해드리는 겁니다.”

그때 비서실장 포이가 다가와 보쿠동에게 새 오렌지주스잔을 건네주고 빈 잔을 받았다.

 

힐끗 포이에게 시선을 준 모리가 말을 이었다.

“그리고 이건 저희 한다자동차 건입니다만 10억불을 더 투자해서 총 25억불 규모의 경승용차에다

 

트럭 생산라인을 증설시키겠습니다.

 

건립 기간도 1년 앞당겨 2년 후부터 생산할 수 있도록 하고요.

 

그렇게 되면 근로자가 8천명이 더 늘어난 2만3천명이 될 것입니다.”

“허어.”

놀란 보쿠동이 눈과 입을 딱 벌렸다.

“그렇게만 해주신다면 내가 뭘 더 바라겠습니까?”

보쿠동이 오렌지주스잔을 입에 붙였다가 그냥 뗐다.

 

놀라서 마실 생각도 달아난 것 같았다.

“20년 거치 분할 상환 조건으로 25억불 차관에다가 자동차공장에 10억불을 더 투자해서

 

 25억불로 경승용차, 트럭 라인을 만드시겠단 말씀이죠?”

확인하듯 보쿠동이 묻자 모리가 얼굴을 펴고 웃었다.

“내일이라도 각서 교환을 해도 됩니다.

 

저기 있는 미나미 참사관이 정부측 대표로 확인을 해드릴 테니까요.”

“으음.”

보쿠동이 시선을 돌려 옆에 서있는 포이를 보았다.

“실장, 중국측 조건이 뭐였지?”

그 순간 보쿠동의 시선을 받은 포이가 긴장했다.

 

모리도 얼굴을 굳히고 둘의 눈치만 봤다.

 

지금 보쿠동은 중국측의 계약 조건을 물은 것이다.

 

물론 그 조건은 극비 사항이다.

 

경쟁국인 일본한테는 더욱 그렇다.

 

그때 보쿠동이 태연하게 말했다.

“실장 괜찮아. 중국 조건을 말씀드려.”

“예, 그것은….”

포이가 먼저 침부터 삼키더니 다시 보쿠동의 눈치를 보고 나서 입을 열었다.

“중국은 30억불을 20년 거치 분할 상환 조건으로 차관으로 제공하겠다는 제의를 해왔습니다.

 

그리고….”

긴장해서 숨도 쉬는 것 같지 않은 모리에게 시선을 준 포이가 말을 이었다.

“무기를 무상 원조해주기로 했습니다.

 

기본 장비에서부터 탱크와 해군 전투함, 전투기까지 약 35억불 상당의 무기를 양도해준다는 것입니다.”

모리는 가슴이 콱 막히는 느낌이 들었으므로 어깨를 부풀리며 겨우 숨을 들이켰다.

 

과연 중국놈들은 통이 크다.

 

무기 무상원조라니, 전투함에다 전투기까지. 그때 보쿠동이 말했다.

“좀 있으면 더 늘어날지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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