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2. 주면 받는다(14)
(1615) 주면 받는다-27
“크메르어를 잘 하시는군요.”
포이가 말하고는 흰 이를 드러내고 웃었다.
단정한 흰 셔츠가 잘 어울리는 미남이다.
탁자 위로 뻗은 팔에는 로렉스 시계가 번쩍였고 손가락에 낀 금반지도 너 돈은 되어 보였다.
프놈펜 중심부에 위치한 프랑스 식당의 2층 밀실 안이다.
창밖으로 점심 때의 한가한 거리가 펼쳐졌고 도심이지만 짙은 나무숲에 싸인 주택가가 보였다.
송기태는 심호흡을 했다.
부총리 보쿠동의 비서실장 포이는 37세로 베트남 유학파였다.
호찌민대학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고 귀국했는데 군부 실력자의 친척이 된다는 소문이었다.
프랑스 식당이지만 그들은 식사로 간단한 야채 조림과 쌀밥을 시켰다.
값은 터무니없이 비쌌어도 정식요리를 코스 챙기며 먹을 여유가 없는 것이다.
포이는 잠자코 밥을 몇 술 먹더니 손목시계를 보는 시늉을 했다.
이제 용건을 먼저 꺼내라는 표시였다.
“부총리하고의 면담을 부탁합니다.”
송기태가 입을 열었다.
부총리 비서실장 포이하고의 만남은 비교적 수월했다.
누나 탁반디가 직접 부총리 비서실을 찾아가 포이에게 부탁을 했기 때문이다.
탁반디가 내무부 총무국장 비서인 공무원 신분이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포이가 표정없는 얼굴로 시선만 주었으므로 송기태는 말을 이었다.
“그저 실장님은 부총리님과 자연스럽게 만나도록 기회만 제공해 주셨으면 합니다.
나머지는 저희들이 알아서 할 테니까요.”
“부총리 면담에다 그것도 비공식이라.”
포이가 혼잣소리처럼 말하더니 시선을 들고는 송기태를 보았다.
“이유나 들읍시다. 어떤 명분으로 부총리님을 비공식으로 만나려는지.”
“공장 설립 관계로 뵈려는 것입니다.”
“누가 만난단 말입니까?”
“제가 모시고 온 분께서.”
“누굽니까?”
“경세엔진이라는 중소기업 사장이신데 이번에 공장 설립 조사차 오셨지요.”
“때맞춰 오셨군. 제7공구 공급계약 때.”
포이가 비꼬듯 말했지만 송기태는 정색하고 말을 이었다.
“사례는 하겠습니다.”
그러고는 저고리 가슴 주머니에서 두툼한 봉투 하나를 꺼내 포이 앞에 내려놓았다.
“현찰로 만불 들었습니다. 사장님께서 만나주신 인사로 먼저 드리라고 하시더군요.”
송기태가 다시 반대쪽 주머니에서 봉투 하나를 또 빼내 포이 앞에 놓았다.
“이건 부탁한 것에 대한 사례라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부탁이 성사되면 또 2만불을 내시겠답니다.”
“…….”
“앞으로 가끔 부탁드릴 일이 있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손이 크시군.”
혼잣소리처럼 말한 포이가 힐끗 돈뭉치를 내려다 보더니 쓴웃음을 지었다.
“내가 돈 잘 먹는다고 소문이 났던가요?”
“아닙니다.”
따라 웃은 송기태가 머리를 저었다.
“저는 이런 일에 문외한입니다. 실장님.”
“어쨌든 받겠습니다.”
마침내 어깨를 편 포이가 봉투를 집더니 하나씩 가슴 주머니에 넣으며 말했다.
“노력해 보지요.”
“감사합니다.”
송기태가 머리를 숙였다가 들었을 때였다.
방문이 왈칵 열리더니 사내 네 명이 몰려 들어왔다.
그러더니 각각 송기태와 포이의 뒤에 붙어섰다.
놀란 포이가 자리에서 일어섰을 때 뒤에 섰던 사내들이 어깨를 눌러 앉혔다.
포이의 얼굴이 하얗게 굳어져 있었다.
<다음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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