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방/강안남자

509. 주면 받는다(11)

오늘의 쉼터 2014. 9. 11. 19:37

509. 주면 받는다(11)

 

 

(1609) 주면 받는다-21 

 

 

 

 

 

“이 여자는 누구지?”

왕자성이 묻자 위윤은 서류철 한쪽을 보았다.

“예. 탁 반디라고 내무부 총무국장의 비서로 일합니다. 그런데.”

시선을 든 위윤이 왕자성을 보았다.

“탁 반디의 양부가 한국인이었습니다.

 

동복 동생이 한국인으로 지금 프린스호텔에 투숙한 이자의 비서지요.”

위윤이 손끝으로 탁자 위에 놓인 사진 한쪽을 짚었다.

 

조철봉의 얼굴을 짚은 것이다.

 

탁자에는 조철봉과 송기태, 탁 반디 셋이 앉은 사진도 있고 2층 카페에서 둘이 있는 사진도 있었다.

“경세엔진이라.”

눈을 가늘게 뜨고 사진 속의 조철봉을 노려보면서 왕자성이 혼잣소리로 말했다.

“오토바이 메이커란 말이지?”

“예. 서울에 확인해 보았더니 지방에 공장이 있는 중소기업입니다.”

“여기에다 투자를 한다고?”

“예. 부대사님.”

위윤이 왕자성의 눈치를 살폈다.

 

왕자성은 프놈펜 주재 중국 대사관의 부대사로 이번 제7공구 유정 공급권 계약의 현지 실무 책임자이다.

 

8개월 전까지 톈진시 경제담당 비서였다가 프놈펜 주재 부대사로 파격 전보 된 것은 오직 제7공구

 

유정 공급권을 획득하기 위해서다.

 

따라서 왕자성의 권한은 막강했다.

 

본국 정부에서 적극적인 지원을 해주는 터라 부임하자마자 공구 획득 프로젝트를 가동시켰다.

 

45세인 왕자성은 미국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딴 중국의 신세대 관리자다.

 

로비를 프로젝트화한 것만 봐도 그렇다.

“이자를 계속 감시하도록 하고.”

다시 조철봉의 얼굴을 손으로 짚은 왕자성이 반디를 흘겨보았다.

“이 여자도 같이 말야.”

“앞으로는 대화를 녹음할 작정입니다.”

“한국 놈들이 가만 있을 것 같지 않아.”

팔짱을 낀 왕자성이 창밖의 야자수 잎을 노려보았다.

“그놈들 로비 기술은 뛰어나. 돈 먹고 받는 기술이 말이지.”

받는 기술이라고 말할 때 왕자성의 입술이 조금 비뚤어졌다.

“지금 한국 경제가 위축되고 있는 건 로비가 안 먹히기 때문이라고도 하니까.”

“예. 요즘은 잘 안 받는다고 하던데요.”

위윤이 말을 받았을 때 왕자성이 외면하고 말했다.

“부총리 내일 스케줄은?”

“예. 동국건설 현장 방문이 오전에 있고 오후에는 부총리실에서의 회의 일정이 계속 잡혀 있습니다.”

“빌어먹을.”

입맛을 다신 왕자성이 위윤을 노려보았다.

“부총리 비서실장한테 다시 연락해봐.

 

아예 내 면담 일정이 언제로 잡혀 있느냐고 물어보도록 해.”

“예. 부대사님.”

“비서실장한테 뇌물은 먹였지?”

“예. 지난달에도 5000달러를 주었습니다.”

왕자성의 시선을 받은 위윤이 손등으로 이마의 땀을 닦는 시늉을 했다.

“제가 직접 비서실장을 만나 보도록 하겠습니다.”

“서둘러.”

머리를 숙여보인 위윤은 부대사실을 나왔다.

 

이번 7공구 프로젝트가 성공하면 왕자성은 톈진시 당서기가 될 것이라고 소문이 났다.

 

그렇다면 앞으로 한 달 정도가 왕자성의 인생이 걸린 기간이다.

 

만일 실패하면 다 잃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것은 보좌관 역할을 하는 위윤도 마찬가지였다.

 

외교부 4급 서기였던 위윤은 조정능력이 우수하다는

 

이유로 차출되었지만 실패하면 돌아가지도 못한다. 

 

 

 

 

(1610) 주면 받는다-22

 

그날 저녁 조철봉의 방에는 일행이 다 모였다.

 

조철봉을 중심으로 최갑중과 박경택, 배동식과 송기태까지 다섯이다.

 

갑중은 배동식과 함께 태우개발 현장 소장을 만났는데 그 자리에는 유준석 상무도 참석했다는 것이다.

 

물론 그들의 만남은 은밀하게 이루어졌다.

 

감시자의 눈을 속이려고 관광하는 것처럼 꾸미고 돌아다니다가 만났으니 007작전이 따로 없다.

“중국이 핵심 관계자 네명한테 각각 2백만불씩 뇌물을 주었다는 소문이 있습니다.

 

부총리 보쿠동은 거금 5백만불을 먹었다는데요.”

배동식이 눈을 치켜뜨고 말했다. 30대 후반의 배동식은 말과 행동이 빠르다.

 

유준석은 그가 머리 회전도 빠르다고 했으니 삼위일체가 된다.

 

배동식이 말을 이었다.

“현장에서도 비관적인 분위기가 팽배해져서 근무 의욕이 저하되고 있다는군요.

 

죽 쒀서 개 주느니 아예 유정을 폭파해 버리자고 하는 사원도 있다고 합니다.”

현장 분위기를 전한 것이다.

 

조철봉이 머리만 끄덕였을 때 이번에는 갑중이 입을 열었다.

“이번 공급 계약의 중국측 실무 책임자는 대사관의 부대사 왕자성이란 자입니다.

 

왕자성은 대사관 안에서 팀을 운영하고 있다는 소문이 났습니다.

 

조직적으로 움직이는데 자금력도 엄청나고 인원도 많다는 겁니다.”

그에 비교하면 한국은 태우개발의 현장소장 백준학 전무와 유준석 상무로 구성된 팀이었다.

 

한국은 캄보디아에 대사관이 없는 것이다.

 

1970년에 외교관계를 수립했다가 크메르루주가 정권을 잡았을 때인 1975년 4월부터 단교한 상태였다.

 

다시 배동식이 말을 이었다.

“현장에서 핵심 관계자 네명한테 접근하려고 백 전무가 자원부장관 집 앞에서 기다리다가

 

경찰한테 쫓겨난 적도 있었다고 합니다.

 

면담 신청을 해도 받아주지 않는다는 겁니다.”

“그건 중국측도 마찬가지 아닌가?”

조철봉이 묻자 갑중이 머리를 끄덕였다.

“그렇긴 합니다.”

“공급처 발표일은 정확히 언제야?”

그러자 모두 제각기 얼굴을 둘러보더니 대답은 그중 선임자인 갑중이 했다.

“확실한 날짜는 없지만 소문은 이달말로 나 있습니다.”

그렇다면 22일 후인 것이다.

 

그때 지금까지 잠자코 앉아있던 경택이 입을 열었다.

 

경택은 이미 며칠 전에 여섯명의 정보원을 프놈펜에 보내 정보수집을 했던 것이다.

 

제각기 관광객, 사업가, 문화재 관계자 등으로 위장한 이 여섯명은 모두 크메르어에

 

능통한 통역을 대동했기 때문에 일행은 열두명이나 된다.

그들은 다른 호텔에 투숙하고 있었지만 앞으로 조철봉 팀의 눈과 귀가 되어줄 것이었다.

“이번 7공구 유정 공급계약 경쟁에는 일본과 러시아도 끼어 있습니다.

 

그들도 열심히 로비를 하는 중인데 특히 일본측이 적극적입니다.”

모두 경택에게 시선을 준 채 긴장했다.

 

지금까지 일본에 대해서는 거의 언급하지 않았던 것이다.

 

유준석도 마찬가지였다.

 

일본을 경쟁 상대로 여기지 않았다.

 

경택의 말이 이어졌다.

“일본팀은 지금 오리엔트 호텔에 투숙하고 있는데 모두 20여명이나 됩니다.

 

그중에는 야마다 상사의 사장도 있고 한다자동차 동남아 사장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조철봉의 시선을 받은 경택이 쓴웃음을 지어 보였다.

“명목이 경제협력단이어서 캄보디아 정부의 환대를 받고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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