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방/강안남자

506. 주면 받는다(8)

오늘의 쉼터 2014. 9. 11. 12:37

506. 주면 받는다(8)

 

 

(1603) 주면 받는다-15

 

 

 

 

 

조철봉은 회사 규모가 커지면서부터 직접 경영에 참여하지 않았다.

 

사업장별로 전문경영인에게 경영을 위임한 것이다.

 

중국과 베트남, 북한에까지 진출한 수십개의 사업장은 각각 유능한 경영자의 관리를 받고 있었다.

 

경영 실적은 연말이면 나오는 것이다.

 

그 실적에 따라 경영자를 평가하는 것이 조철봉의 몫이었다.

조철봉은 공부를 많이 하지 않았고 좋아하는 편도 아니었지만 적응력과 임기응변, 결단력은 뛰어났다.

 

조철봉에게 직장생활, 즉 사회생활의 신조가 있다면 자리에 맞는 처신을 한다는 것이었다.

 

그것은 곧 대리면 대리, 부장이면 부장의 위치에 맞는 처신을 한다는 의미였다.

 

부장이 되고 나서도 과장 때 상납 받던 업자들에게 미련을 버리지 못한다면

 

신임 과장의 원한만 살 뿐이다.

 

따라서 과장 때의 이권을 과감히 버리고 부장자리에 맞는 상납처나

 

이권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조철봉은 그랬다. 월급쟁이 시절을 거쳤기 때문에

 

어떤 직책에서 어떻게 리베이트를 먹는지 다 안다.

 

다 겪었고 무지하게 개발도 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전 재산을 투자한 오너가 되었을 때 갈등했다.

 

눈에 뻔히 보이는 저놈의 리베이트 라인을 단숨에 척결해버리고 싶은 욕망이 솟구친 것이다.

 

그러나 고심 끝에 조철봉은 놔 두었다.

 

그래, 먹어라. 먹어도 적당히 먹어라.

 

그래야 기름칠이 되어서 신바람이 날 테니까,

 

하고 놔둔 것이다.

 

그리고 조철봉은 척결한답시고 난리를 쳐도 그놈의 리베이트 라인은 맨땅에 잡초가 살아나듯이

 

기어코 돋아난다는 생리를 알았다.

 

왜냐하면 본인이 잡초 원조였기 때문이다.

 

너무 맑은 물에서는 고기가 살지 못하는 법이기도 하다.

“손님이 오셨습니다.”

인터폰에서 비서 미스 정의 목소리가 울렸으므로 조철봉은 컴퓨터 화면을 껐다.

 

오후 2시였다.

 

캄보디아로 동행할 비서실장이 인사차 오기로 되어 있었던 것이다.

“아, 모시고 와.”

조철봉이 말했을 때 문이 열리면서 큰 키의 사내가 들어섰다.

 

인상도 깔끔했고 허리를 꺾어 절을 하는 분위기도 좋았다.

“전 배동식입니다. 사장님의 비서실장 소임을 맡게 되었습니다.”

사내가 조심스럽게 말하자 조철봉이 웃음띤 얼굴로 소파를 가리켰다.

“앉아요.”

자리에서 일어선 조철봉이 사내의 앞쪽에 앉았다.

 

그때 사내가 조철봉에게 명함을 내밀었다.

“경세엔진의 비서실장 명함입니다.”

명함에는 경세엔진 비서실장 겸 이사 배동식이라고 적혀 있었다.

 

배동식이 다시 손가방에서 명함 한 통을 꺼내 조철봉의 앞에 놓았다.

“이건 사장님 명함입니다.”

조철봉은 앞에 놓인 명함에 경세엔진 대표이사 사장 조철봉이라고 적혀 있는 것을 보았다.

 

차근차근 준비가 되어가는 것이다.

“출발 전에 언제 모이는 것이 좋을까?”

조철봉이 묻자 동식이 공손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예, 출발 일정은 이틀 후로 정했으니까 내일이 적당하다고 생각합니다.”

조철봉이 웃음띤 얼굴로 다시 물었다.

“난 나한테 떨어지는 리베이트 때문에 이 일을 맡았어. 그런데 자넨 어때?”

“전 이런 큰 작전에 처음 참가합니다.”

동식이 정색을 하고 조철봉을 보았다.

“저는 배운다는 자세로 사장님 지시를 따르겠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그러고는 조철봉 앞에 노란색 봉투를 놓았다.

“일정표를 가져왔습니다. 사장님.” 

 

 

 

 

(1604) 주면 받는다-16

 

 

 

 

다음 날 오전 11시가 되었을 때 오성상사 사장실에는 조철봉을 중심으로 여섯이 둘러앉았다.

 

태우개발의 유준석 상무와 최갑중, 박경택에다 조철봉의 비서실장이 된 배동식과

 

통역 겸 수행비서 송기태였다.

 

송기태는 조철봉이 오늘 마지막으로 소개 받은 팀원인데 피부가 약간 검었고

 

생김새가 동남아인 비슷했다.

 

송기태가 인사를 했을 때 유준석이 말했다.

“미스터 송은 캄보디아에서 자랐지요. 아버지가 캄보디아인과 결혼을 하셨기 때문에.”

그러더니 서둘러 덧붙였다.

“하지만 대학은 한국에서 졸업했습니다. 국제대학 출신이죠.”

국제대는 명문이다.

 

조철봉이 지난번 골드마켓 일을 맡았을 때의 통역 이재영은 적극적인 데다 능력도 뛰어났다.

 

담당 무역부장을 겸하고 있었기 때문에 목적의식이나 사명감도 강했다.

 

그것이 성공 요인 중의 하나가 되었을 것이다.

 

회의 주재는 유준석이 했는데 현지 상황에 대한 정보 보고였다.

 

설명을 들을수록 조철봉은 태우개발이 발굴해 놓은 캄보디아 제7유정은

 

대한민국이 공급권을 차지해야 된다는 의식이 강해졌다.

 

죽 쒀서 개 주는 꼴을 만들 수는 없는 것이다.

로비 또한 기술이며 자산이다.

 

다 차려놓은 밥상을 로비력이 부족해서 상째로 넘긴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

 

그것은 곧 빼앗긴 자의 실책인 것이다.

 

시장도 곧 이긴 자의 몫이다.

 

경쟁사회에서 양보는 곧 시장에서의 퇴장을 의미할 뿐이다.

 

회의는 점심을 먹고 나서도 계속되었고 오후 4시가 다 되어서야 끝이 났다.

 

유준석이 인사를 하고 회의실을 먼저 나갔으므로 방에는 내일 캄보디아로 출전할

 

경세엔진의 멤버들만 남았다.

 

최갑중은 경세엔진 부사장이 되었고 박경택은 영업이사다.

“문제는 로비가 통하느냐 아니냐에 달려 있는 것 같은데 말야.”

의자에 등을 붙인 조철봉이 입을 열었다.

 

테이블 위에 놓인 서류에는 로비 대상자 명단이 죽 적혀 있었는데 10여명이나 되었다.

 

주요 인물만 적은 것인데도 그렇다.

 

그때 갑중이 말했다.

“이미 중국에서 손을 썼다면 헛일이 될 수도 있어요.

 

그러니까 그쪽 정보 파악이 급선무입니다.”

“이것 가지고는 부족합니다.”

하고 경택이 서류를 펼치며 말했다.

 

캄보디아 고위 관리들의 동향을 파악한 자료였지만 태우개발 현지 사무소에서

 

수집한 내용이라 주소와 전화번호, 인적사항이 거의 전부였다.

 

머리를 끄덕인 조철봉이 송기태를 보았다.

“고등학교 때까지 캄보디아에 있었지?”

“예, 사장님.”

긴장한 송기태가 검은 얼굴을 굳히고 조철봉을 보았다.

 

송기태의 자료를 보았더니 아버지는 고등학교 때 교통사고로 돌아가셨고

 

어머니와 누나가 아직도 프놈펜에 살고 있었다.

 

조철봉이 다시 물었다.

“그럼 그곳에서 정보를 수집할 믿을 만한 사람이 없을까?”

“그것은.”

눈의 흰자를 크게 떠보인 송기태가 침을 삼키고 나서 말했다.

“제가 현지에 가서 알아보겠습니다. 고향을 떠난 지 8년이 되었거든요.”

송기태의 나이는 28세. 20세 때 한국에 왔다는 말이었다.

 

머리를 끄덕인 조철봉이 의자에 등을 붙이고는 길게 숨을 뱉었다.

“어려운 작전이 될 것 같군. 하긴.”

조철봉이 그들을 하나씩 둘러보았다.

“쉬운 일이라면 이렇게 모이지 않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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