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방/강안남자

503. 주면 받는다(5)

오늘의 쉼터 2014. 9. 11. 12:29

503. 주면 받는다(5)

 

 

(1597) 주면 받는다-9

 

 

 

 

 

조철봉과 이재영은 일행보다 닷새 늦게 귀국했다.

 

둘 다 얼굴이 검게 타있는데다 표정이 밝았다.

 

공항으로 마중나온 최갑중 앞에서도 재영은 조철봉의 팔짱을 끼었는데 부부 같았다.

 

다른 때 같으면 좀 어색해 했을 법한 조철봉도 그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것도

 

갑중한테는 신기했다.

“저기, 이사장님이 전원에서 기다린다고 하셨습니다.”

공항밖으로 나왔을 때 갑중이 말했다.

“저녁을 같이 하시자고.”

“연락 받았어.”

머리를 끄덕인 조철봉이 재영을 보았다.

“그럼 잘 가.”

“전화 드릴게요.”

웃음띤 얼굴로 손을 살짝 흔들어 보인 재영이 갑중에게는 눈인사를 하더니 몸을 돌렸다.

 

갑중은 답례를 했지만 조철봉과는 외면했다.

 

조철봉이 5일동안 재영과 하와이에서 노닥거리다 온 것을 알고 있는 것이다.

 

차에 올랐을 때 갑중이 말했다.

“오더 따신 거 축하드립니다.”

“어, 박 실장이 고생했지.”

“다 들었습니다.”

갑중의 얼굴에 웃음기가 번져졌다.

 

먼저 귀국한 박경택한테서 보고를 받았을 것이었다.

“저기, 대성의 이 부장한테까지 10만불을 주셨다면서요?”

조철봉의 시선을 받은 갑중이 다시 히죽 웃었다.

“놀랐겠습니다.”

“그래서 닷새 늦게 온 거다.”

“대성 이사장도 알고 있겠군요.”

“그렇겠지.”

하와이에서 재영은 이대건이 한 말을 한마디도 빼놓지 않고 해주었다.

 

사장으로서 당연한 주의 사항을 주었겠지만 조철봉은 듣고나서 언짢았다.

 

치사하게 별걸 다 챙긴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구나 친구인 조철봉의 험담까지 했다.

 

싸가지가 없는 놈이었다.

“얼마로 계약이 되었습니까?”

본론으로 들어간 갑중이 정색하고 물었다.

 

이대건한테서 얼마 받기로 했느냐는 말이었다.

“순이익의 절반이야.”

“원가계산을 꼼꼼하게 따져야겠군요.”

조철봉의 예상으로는 약 50억원이다.

 

원가계산은 이미 하와이에서 재영이 해주었던 것이다.

 

순이익은 대강 1천만불이 남고 그중 절반이면 50억원이 되는 것이다.

 

아마도 대건은 재영이 원가계산 내용까지 다 밝혔을 것이라고 알고 있을 것이다.

 

그들이 한정식집 전원에 들어섰을 때 대건은 방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옆에 앉은 여자는 주인 전애숙이다.

“고생했다.”

활짝 웃는 얼굴로 대건이 조철봉의 손을 잡더니 인사를 했다.

“네 덕분에 회사가 살아났다.

 

난 네가 해낼 줄은 정말이지 반신반의했거든.”

“운이 좋았지.”

“아냐, 이 부장한테서 보고 다 들었어. 넌 과연 난놈이야.”

“저도 이사장님한테서 들었어요.”

전애숙도 거들었다.

 

오늘도 전애숙은 단정한 정장 차림이었는데 웃음띤 얼굴이 우아했다.

 

흐트러지지 않는 것이다.

 

애숙의 시선을 잡은 조철봉이 은근하게 말했다.

“그동안 더 물이 오르셨구먼. 나뭇가지에 봄기운이 올라오는 느낌이 드네.”

“흐흐.”

대건이 웃었지만 갑중은 시치미를 떼었다.

 

그러자 애숙이 조철봉의 잔에 술을 따랐다.

 

조철봉의 시선을 그대로 받는다.

“오늘은 실컷 마시다 가세요.” 

 

 

 

 

(1598) 주면 받는다-10

 

 

 

 

“원가계산상 순이익은 1000만달러가 조금 넘어.”

소주를 서너 잔씩 마셨을 때 이대건이 말했다.

 

술잔을 쥔 대건이 조철봉을 보았다.

“1차분 네고 예정일이 두 달 후니까 그때 한꺼번에 네 몫을 지불하지.”

조철봉의 시선을 받은 대건이 빙긋 웃었다.

“500만달러, 한화로 약 50억원이 된다. 내가 지급 각서를 써 줄게.”

“그래. 고맙다.”

한 모금 술을 삼킨 조철봉도 빙그레 웃었다.

 

만족한 표정이다.

“보람이 있었다.”

“넌 애국한 거야. 엄청난 외화를 한국으로 끌어들인 거다.”

“글쎄, 난 그것까지는.”

“그래서 말인데.”

대건이 정색하고 조철봉을 보았다.

“내 친구가 있는데.”

조철봉이 다시 술을 한 모금 삼키고는 대건의 옆에 앉은 애숙을 보았다.

 

아름답다.

 

오늘 아침까지 이재영과 질탕한 육체의 향연을 즐기고 온 처지였어도 또 다른 감동을 받는 것이다.

 

농염하고 색다른 분위기의 여자, 이재영이 막 따낸 사과라면 애숙은 푹 익어서 부드럽고 말랑한

 

복숭아쯤으로 비교가 될까?

 

조철봉의 시선을 받은 애숙이 미소지었다.

 

그때 대건의 말이 이어졌다.

“태우개발 이사야. 그런데 태우가 개발한 캄보디아 유전의 공급권을 중국이 노리고 있어.

 

본래 개발계약에는 개발자한테 공급 우선권을 준다고 명시되어 있는데 공급 계약 시점이 되자

 

중국 정부가 캄보디아 당국자들한테 엄청난 로비를 하고 있다는 거야.”

조철봉은 앞에 앉은 애숙의 알몸을 떠올렸다.

 

쉬웠다. 둥근 어깨와 풍만한 젖가슴, 피부는 희고 탄력이 넘쳐난다.

 

애숙이 조철봉의 시선을 받더니 어깨를 움츠리는 시늉을 했다.

 

옷을 벗기는 느낌이 든 것이다.

 

그러나 대건의 말은 점점 열기를 띠었다.

“공급은 내년 하반기부터 시작되는데 우리 정부는 개발 계약서만 믿고 행동으로 나서지 않는단 말야.

 

그래서 태우개발이 발버둥을 치고 있지만 역부족이라는 거다. 그래서…….”

그때 애숙의 얼굴이 마침내 붉어졌으므로 조철봉이 빙긋 웃었다.

 

애숙의 샘은 젖어가고 있을 것이었다.

 

확인하지 않아도 알 수가 있다.

“철봉이 네가 나서 주었으면 좋겠다.

 

상대는 캄보디아 정부 당국자이고 경쟁자는 중국 고위층,

 

어려운 상대인 데다 자금력도 열세지만 네가 애국하는 심정으로…….”

“응?”

그때 애숙이 자리에서 일어섰으므로 조철봉은 공상에서 깨어났다.

 

꿈에서 깨어났다고 해도 맞을 것이다.

“뭐가 애국하는 심정이라고?”

대건이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입만 딱 벌렸을 때 갑중이 다시 설명을 해주었다.

 

그러자 애숙이 나간 문 쪽을 힐끔거리며 다 듣고 난 조철봉이 물었다.

“로비 자금은 얼마나 준비했는데?”

“만나 볼래?”

대건이 상반신을 세우고 조철봉을 보았다.

“옆방에서 기다리고 있는데.”

“이런 제기.”

조철봉이 눈을 흘겼다.

“자식이 미리 다 준비시켰군.”

“네가 맡아줄지 몰라서 말야.”

“이야기나 듣고 거절하든지 말든지 하지.”

그러자 대건이 웃음 띤 얼굴로 벨을 눌렀다.

“이번 로비는 커. 골드마켓 따위는 댈 것이 아냐.”

그러고는 대건이 문 앞에 선 종업원에게 옆방 손님을 모셔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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