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방/강안남자

501. 주면 받는다(3)

오늘의 쉼터 2014. 9. 11. 11:52

501. 주면 받는다(3)

 

 

 

(1593) 주면 받는다-5 

 

 

 

 

 

조철봉이 문을 열자 이재영은 그냥 안으로 들어섰다.

 

밀고 들어섰다는 표현이 꼭 맞을 것이다.

 

물론 밀지는 않았다.

 

발을 떼는 순간에 조철봉이 비껴섰기 때문이다.

 

시선을 들지 않은데다 입도 꾹 닫고 있어서 화난 사람 같았다.

 

재영은 곧장 소파로 다가가 앉았는데 여전히 외면했다.

“마실 것 좀 줄까?”

문을 닫은 조철봉이 슬슬 냉장고쪽으로 다가가며 물었다.

 

이럴 때는 다 그렇겠지만 남자의 도량은 한없이 넓어진다.

 

인생은 밝고 따뜻한 것이라고 느껴지면서 아무한테라도 감사의 마음이 우러난다.

“주세요.”

하고 재영이 여전히 외면한 채 말했다.

 

그러나 조철봉은 재영이 뱉은 딱 한마디 말에도 끝이 떨리는 것을 들었다.

 

조철봉은 물잔에다 위스키를 따랐다.

 

그러고는 머리를 돌려 재영을 보았다.

“위스키에다 얼음 넣을까?”

“네.”

재영은 반소매 셔츠에다 바지를 입었고 맨발에 가죽 실내화를 신었다.

 

조철봉의 시선이 쏟아져 오는데도 재영은 외면한 채 가만있었다.

 

조철봉이 다가가 술잔을 건네 주었지만 재영은 시선을 마주치지 않았다.

 

앞쪽에 앉은 조철봉이 마시다만 술잔을 들고 재영에게 물었다.

“이유가 어떻든 혼자 있지 못하겠어?”

“그래요.”

한 모금 술을 삼킨 재영이 그때서야 조철봉을 똑바로 보았다.

“그럴 땐 그냥 오라고 하면 어디 덧나요? 꼭 이유를 붙여야겠어요?”

“아니, 그게 아니라.”

했다가 재영의 시선을 받은 조철봉이 풀썩 웃었다.

“내가 그랬지? 아끼고 싶다고?”

“못들었어요.”

“이런 날은 혼자 있는 거야. 혼자서도 얼마든지 행복하거든, 꼭 ….”

“글쎄 난 다르다니깐요.”

말이 자꾸 엇나가고 있었지만 조철봉은 분위기가 점점 무르익어 가는 것을 느꼈다.

 

이제는 재영의 시선이 반듯하게 쏟아졌고 말도 또렷해졌다.

 

그러나 얼굴은 상기되었으며 대화의 두서는 없다.

 

이런 때 대화는 그저 분위기를 맞추는 음악이나 냄새, 또는 달콤한 음료수 역할일 뿐이다.

 

욕을 하거나 병에 걸렸다는 따위의 말로 정신이 번쩍 들도록 하지 않는 이상

 

입만 달싹거려도 지장이 없다.

 

그때 위스키를 한 모금 삼킨 조철봉이 말했다.

“좋아, 따지지 않기로 하지. 지난번에 말했다시피 난 섹스를 좋아하는 사람이니까.”

그 순간에 재영이 입을 다물었다.

 

본론으로 진입하자 와락 긴장한 것이다.

 

조철봉이 말을 이었다.

“일도 다 끝났으니까 이젠 서로 홀가분한 입장이 되었고 솔직히 연애해볼 만하지.”

“…….”

“나도 이 부장을 안고 싶은 상상을 여러 번 했어. 이 부장의 알몸을 떠올리면 가슴이 뛰었지.”

“그만요.”

머리를 저은 재영이 이맛살을 찌푸리더니 들고 있던 술잔을 탁자 위에 놓았다.

“씻고 올테니까 불 꺼주세요.”

자리에서 일어선 재영이 외면한 채 말을 이었다.

“말만 길게 늘어놓는 건 어색하기 때문이라고 이해할게요. 그러니까 이제 그만하세요.”

“고맙군.”

쓴웃음을 지은 조철봉이 머리를 끄덕였다.

 

과연 똑똑한 여자는 다르다. 

 

 

 

 

(1594) 주면 받는다-6 

 

 

 

 

 

 서른넷이 될 때까지 이재영은 딱 다섯 남자를 겪었다.

 

그 중 두 명은 각각 일년쯤 만났지만 나머지 셋은 두어 달이 고작이었다.

 

섹스 횟수로는 전술한 두 남자하고 각각 10여 차례 정도, 나머지 셋은 두어 번씩뿐이었으니

 

모두 50회 미만이다.

 

이만하면 그 나이에 드문 축이다.

 

재영을 잘 아는 친구들은 ‘신품’이나 다름없다고까지 했다.

왜 그 정도의 남자로 그만큼밖에 횟수를 기록하지 못 했느냐고 의문을 품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누구는 한 사람하고 1년 교제하면서 200번을 벗었다고도 하니까,

 

더 자세히 말하면 200 곱하기 3 해서 600번이라고도 했다.

 

그 이유는 단순하다.

 

재영의 몸은 정상이다. 성감도 발달했으며 기쁨도 안다.

 

그러나 몸을 섞은 다섯 남자 중 한 남자만 재영을 정상 근처까지 이끌었다가

 

허물어졌을 뿐 나머지는 중턱도 오르지 못했다.

 

따라서 섹스에 대한 재영의 욕구는 차츰 줄어들었으며 자위 횟수가 많아졌다.

 

요즘도 가끔 재영은 자위를 했는데 쾌감의 강도가 섹스할 때보다

 

오히려 더 높은 데다 뒷맛이 개운했다.

 

재영에게는 어설프게 끝난 섹스의 뒤처리만큼 싫은 일이 없었던 것이다.

 

차라리 음식물 쓰레기를 치우고 말지 몸에 박힌 오물 덩어리와 끈적이는 몸,

 

입에 묻은 남자의 타액을 씻어 내면서는 꼭 구역질이 났다.

 

재영은 샤워기 밑에 서서 얼굴을 들고 눈을 감았다.

 

그러자 문득 자신의 행동이 우스워졌다.

 

자신은 지금 그 구역질났던 섹스를 원하고 있는 것이다.

 

아니, 원한다기보다 제공하려고 한다.

 

너무 오래 샤워기 밑에 서 있었으므로 온몸이 나른해진 재영은 물을 끄고 꼼꼼하게 몸을 닦았다.

 

앞쪽 거울에 자신의 알몸이 드러났다.

 

젖가슴은 적당하게 솟아올랐고 둥근 아랫배와 그 밑의 검은 숲은 자신이 보기에도 요염했다.

 

머리에 쓴 비닐 캡을 벗은 재영이 알몸 위에 목욕 타월을 감았다.

 

타월이 무릎 위까지 늘어졌다.

 

심호흡을 한 재영이 욕실을 나왔을 때 방안의 불은 꺼져 있었다.

 

당황한 재영이 몸을 비추는 욕실의 등을 끄자 이제 완전히 어두워졌다.

“신선하군.”

침대 쪽에서 조철봉의 목소리가 들렸으므로 재영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재영은 아직 욕실 문에 등을 붙인 채 꼼짝하지 않고 서 있다.

“뭐 해? 이리 오지 않고?”

다시 조철봉이 말했으므로 재영은 발을 뗐다.

 

그때서야 어둠에 익숙해진 눈에 침대에 상반신을 세우고 앉은 조철봉이 보였다.

 

그런데 조철봉의 상반신은 알몸이다.

 

재영이 침대 끝에 다가섰을 때 조철봉이 옆쪽 시트를 젖혀 주었다.

 

그러자 조철봉의 옆쪽 하반신도 드러났다.

 

알몸이다.

 

재영은 젖가슴을 가린 타월을 여미면서 조철봉의 옆자리로 들어섰다.

 

가슴이 거칠게 뛰었고 이마의 혈관도 뚝뚝 소리를 냈다.

 

얼굴은 너무 뜨거워져서 굳어져 버린 것 같았으며 입 안은 바짝 말랐다.

 

그때 조철봉이 팔을 뻗쳐 재영의 어깨를 안았다.

“얼어있구먼.”

열이 넘쳐서 터질 지경이었지만 그 표현도 맞다.

 

재영의 몸은 뜨겁긴 했어도 굳어 있었기 때문이다.

“뜨겁네.”

조철봉이 그렇게 말하더니 재영이 걸치고 있던 타월을 가볍게 풀어 내렸다.

그러자 재영의 알몸이 드러났다.

“으음.”

조철봉의 입에서 신음소리가 울렸을때 재영은 눈을 감았다.

 

너무 긴장해서 손끝 하나 까딱할 수 없었던 것이다.

 

이런 경우는 처음이다.

 

내가 왜 이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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