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방/강안남자

486. 열정(3)

오늘의 쉼터 2014. 9. 9. 14:39

486. 열정(3)

 

 

(1563) 열정-5

 

 

 조철봉은 잠자코 이대건을 보았다.

 

이제야 의문이 풀렸다.

 

대건은 로비자금을 조달할 수 없었기 때문에 이런 부탁을 한 것이다.

 

속았다든가 서운하다든가 하는 느낌은 없었다.

 

오히려 개운했다.

 

조철봉의 대인관계 역시 철저히 주고받는 관계로 이어져왔기 때문이다.

 

학창시절 몇년을 제외하고 머리통이 굵어진 후부터 대인관계에는 타산이 적용되었다.

 

이쪽이 준 만큼은 받는 것이다.

 

준 이상 받는다든가 받은 것보다 적게 준 경우는 불편했고 불쾌했다.

“야, 하나 물어보자.”

불쑥 조철봉이 입을 뗐으므로 대건이 긴장했다.

 

눈을 크게 뜨고 조철봉을 봤다.

“만일에 말인데….”

조철봉이 먼저 만일이라는 경우를 강조하고 나서 말을 이었다.

“내가 로비자금만 빌려준다면 물론 받겠지?”

“그야.”

대건이 시선을 내렸다가 들었다.

“하지만 난 또 로비스트를 물색해야 되겠지.

 

나는 물론이고 우리 회사에서 그 일을 할 만한 놈이 없어.”

“너, 사업하면서 떡값도 안 줘봤어?”

“그런 거 하고는 달라.”

입맛을 다신 대건이 머리를 저었다.

“단위도 크고 거물이 움직여야 돼.”

“거물?”

하고는 조철봉이 엄지손가락을 구부려 제 코를 가리켰다.

“내가 거물이라고?”

“네가 나서준다면 넌 대동전자 회장 타이틀을 갖고 나가는 거야.”

“회장은 무슨.”

눈을 흘긴 조철봉이 또 물었다.

“로비자금 규모는 얼마나 돼?”

“작년에 명진전자가 4천9백만불 오더를 받고 10% 가까운 순이익을 냈어.

 

이 바닥에서는 금방 알 수가 있지.”

대건이 말을 이었다.

“10%면 약 5백만불. 아마 명진은 그쪽에다 최소 30%는 먼저 내놓았을 거야.”

“그럼 1백50만불이군.”

조철봉이 혼잣소리처럼 말하고는 쓴웃음을 지었다.

“요즘에도 그런 게 통하나?”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거지.”

“이번 오더 양이 얼마라고?”

“8천만불.”

그러고는 대건이 생기띤 표정으로 조철봉을 보았다.

“철봉아 맡아줄래?”

조철봉은 코웃음을 치고는 시선을 돌렸다.

 

만일 대건이 로비자금만 빌려 달라고 했다면 미련 없이 거절했을 것이다.

 

그런데 로비를 할 인물이 없다는 말을 듣고 나서 구미가 당겼다.

 

대건이 동창들 사이에 퍼진 조철봉의 소문을 못들었을 리가 없다.

 

조철봉도 제가 어떻게 불리고 있는지를 안다. 술 사주고 밥 먹여 보내도

 

그놈들은 뒷소리를 해대는 것이다.

 

사기꾼은 기본이고 횡령범, 사문서 위조범, 어떤 놈은 조철봉이 공금 횡령으로

 

형을 살고 있다는 소문까지 퍼뜨렸다.

 

그러나 뒤에서 씹어대는 놈들도 인정하는 조철봉의 능력이 하나 있다.

 

그것은 수단이 좋다는 것이다.

 

또는 요령, 그것이 몇마디 말로 더 나가면 사기가 되긴 하지만.

 

이윽고 조철봉이 머리를 돌려 대건을 보았다.

“이익금의 얼마를 줄래?”

그러자 대건이 반색을 했다.

“원가 계산상 이익금의 30%를 내지. 물론 로비자금은 별도로 반환하고.”

“각서를 쓰는 것보다 무슨 담보가 있었으면 좋겠는데.”

그러자 대건이 길게 숨을 뱉었다.

“신용장으로 담보를 하면 안 될까? 담보가 있으면 내가 이런 부탁을 하겠니?” 

 

 

 

(1564) 열정-6

 

 

 “이번에는 로비스트가 되시는 겁니까?”

그렇게 묻고 나서 최갑중이 길게 숨을 뱉었다.

 

조철봉의 사무실 안이다.

 

방금 갑중은 조철봉이 이대건을 만난 이야기를 들은 것이다.

 

조철봉의 시선을 받은 갑중이 정색했다.

“형님, 돈 잘못 주었다가 일도 안 되고 신세까지 조진 경우가 많다는 거 아시죠?”

“안다.”

입맛을 다신 조철봉이 지그시 갑중을 보았다.

“그것도 기술이야. 기분 안 나쁘게,

 

서로 상부상조한다는 입장으로 주고받는 거란 말이지.

 

난 이 일이 마음에 든다.”

그러자 갑중이 입을 다물었다.

 

조철봉은 이미 결정을 했고 번복시킬 수가 없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다시 한숨을 뱉은 갑중이 물었다.

“그럼 제가 할 일은 뭡니까?”

“달러를 미국에서 찾을 수 있도록 만들어 놔.”

“얼마나 필요하십니까?”

“3백만불.”

“어이구.”

눈을 크게 떴던 갑중이 조철봉의 눈치를 보더니 곧 머리를 끄덕였다.

“그러지요. 어디서 찾으실 겁니까?”

“라스베이거스에 전시장이 있다니까 그 근처가 좋겠지.”

“그럼 LA에서 찾으실 수 있도록 하지요.”

그러고는 다시 조철봉에게 물었다.

“물론 제가 모시고 가야겠지요?”

“넌 내 대신 여기서 회사일을 봐야 될 테니까 박경택이를 데려간다.”

“제가 모시는 게 부담이 되십니까?”

“그래.”

머리를 끄덕인 조철봉이 정색하고 갑중을 보았다.

“넌 머리도 커졌고 그리고 내가 옛날처럼 널 대한다면 너도 싫을 거다.”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겪어 보면 안 그래.”

“좋습니다. 그럼 약속 하나만 해주시죠.”

“뭔데?”

“중요한 일은 사전에 꼭 저하고 상의하겠다고 약속해주십쇼.”

“그러지.”

다시 머리를 끄덕인 조철봉이 갑중을 향해 빙그레 웃었다.

“과연 넌 내 동업자다.”

그때 인터폰이 울렸으므로 조철봉은 전화기를 들었다.

 

그러자 비서의 목소리가 울렸다.

“대동전자 무역부장이 와서 기다리고 있는데요.”

조철봉이 벽시계를 보았다.

 

오후 2시 정각이다.

“좋아, 들어오라고 해.”

전화기를 내려놓은 조철봉이 갑중에게 말했다.

“미국에서 내 통역으로 수행해줄 무역부장이다. 너도 같이 만나자.”

그때 노크 소리가 들리더니 문이 열렸다.

 

시선을 들었던 조철봉의 눈이 둥그레졌다.

 

갑중의 표정도 비슷했다.

 

비서의 안내로 들어선 방문객은 여자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한눈에 보아도 미인이었다.

 

갑중이 머리를 돌려 조철봉을 보았는데 표정에 마음이 다 씌어 있었다.

“이럴 수가.”

하는 표정이더니 금방 바뀌었다.

“그랬구나.”

그때 조철봉을 향해 여자가 허리를 굽혀 인사했다.

“대동전자 무역부장 이재영입니다.”

“아, 거기 앉아요.”

자리에서 일어선 조철봉이 갑중의 옆자리를 가리켰다.

 

그때 갑중도 따라 일어서 있었는데 표정은 그런 말을 했다.

‘문제가 될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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