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6. 새 인연(10)
(1524) 새 인연-19
강하영은 호텔 2층의 일식당을 예약해 놓았으므로 둘은 방으로 안내되었다.
“저도 사업을 하고 있어 가끔 자금이 막힐 때가 있죠.”
주문을 하고 나서 강하영이 부드러운 표정으로 조철봉을 보았다.
“자금이 필요해서 애가 탈 때의 심정은 사업을 해 보지 않은 사람은 이해하지 못할 겁니다.”
“맞습니다.”
머리를 끄덕인 조철봉에게 강하영이 웃어 보였다.
“하지만 전 지금까지 잘 버텨 왔어요.
은행에서 대출을 받지도 않았으니까요.”
조철봉이 다시 머리만 끄덕였다.
은행 돈보다 이자가 열 배나 비싼 사채를 빌려다 쓴 강하영이다.
지금 이 여자는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여전히 정색한 조철봉을 향해 강하영이 말을 이었다.
“조 사장님, 우리 동업하지 않으실래요?”
강하영이 눈만 크게 뜬 조철봉을 똑바로 보았다.
“공범 말고요. 동업자가 되지 않겠느냐고요.”
“어떤 일 말씀입니까?”
“제 사업을 같이 운영할 사업가가 필요해요. 지분도 나눠 갖고요.”
“그렇다면 투자를.”
“베트남에서 보셨지만 제 룸살롱과 소개소를, 그쪽 자본금은 각각 한화로 23억원과 12억원인데.”
정색한 강하영이 말을 이었다.
“원하신다면 2년 간 손익계산서를 다 보여드릴 수 있어요.
각각 순이익을 7억, 4억씩 내온 업체거든요.”
“…….”
“혼자 운영하려니까 벅차요.
특히 룸살롱은요.
그렇지만 함부로 누구한테 맡길 수도 없고.”
“…….”
“검토하시고 나서 생각 있으시면 말씀하세요.
무리하실 건 없고요.”
그러고는 강하영이 눈웃음을 쳤다.
눈이 반달 모양이 되면서 입술 끝도 살짝 치켜 올라갔다.
그 순간 조철봉의 목구멍이 저려 오면서 기침이 올라왔다.
성욕이 솟구칠 때의 버릇이다.
안간힘을 써서 기침을 누른 조철봉이 침을 삼키고 나서 말했다.
“알겠습니다. 검토해 보지요.”
“호찌민시에 큰 공장이 세 곳이나 있더군요.
그 회사들이 조 사장님 소유인지는 몰랐어요.”
“뭐, 그거야.”
“우리 룸살롱이나 소개소는 조 사장님 회사의 백분지 일,
아니 천분지 일도 안 되지만 기반은 튼튼해요.”
“…….”
“지금까지 부채도 없고.”
그때 주문한 음식이 들어왔으므로 둘은 말을 그쳤다.
“저기요.”
음식을 내려놓은 종업원을 부른 강하영이 조철봉을 보았다.
“술 한잔 하실래요?”
“좋지요.”
“그럼 소주 어떠세요?”
“좋습니다.”
그러자 강하영이 소주를 두 병이나 시키고는 얼굴을 펴고 웃었다.
“오늘 우리 화해하는 거예요.”
“아, 그렇게 해주실랍니까?”
반색을 한 조철봉이 자리를 고쳐 앉았다.
그러나 속은 부글거렸다.
부채가 하나도 없는 사업체라니.
지금까지 박경택이 파악한 금액만 해도 사채가 2억2천만원이다.
그리고 룸살롱과 결혼소개소는 적자다.
조철봉은 소리 죽여 숨을 뱉었다.
지금 이 여자가 나한테 작전 중이다.
(1525) 새인연-20
주고 받는 것인가?
문득 그런 생각도 들었으므로 조철봉은 속으로 웃었다.
베트남에서 작전을 했다가 강하영한테 뒤통수를 맞았으니 이번에는 내가 때릴 순서인가?
그러나 조철봉은 정색하고 강하영을 보았다.
전후좌우 상황을 충분히 잰 현 시점에서 판단컨대 강하영은 사기꾼이다.
육감이 빠르고 작업은 제법 치밀한 축에 드는 것 같다.
그러나 꿩 잡는 게 매라고 다 임자가 있기 마련이다.
강하영은 이쪽에서 뒷조사까지 다 해놓고 있을 줄은 상상도 못할 것이다.
왜냐하면 이쪽의 본바탕 또한 사기꾼이니까.
그때 강하영이 소주병을 들면서 물었다.
“술 드셔도 되죠?”
“그럼요.”
조철봉이 빈잔을 내밀면서 웃었다.
“오늘 같은 날 마시지 않으면 언제 마시겠습니까?”
“저도 취하고 싶어요.”
같이 허물어지자는 말이었으므로 조철봉의 가슴이 뛰었다.
자고로 술만큼 분위기를 덥혀주는 약물이 없다.
특히 한국은 주사를 아직까지도 호기의 일부쯤으로 여기는 인간들이 있는 곳이다.
술 퍼먹고 엎어졌다가 술김에 그랬다는 변명이 통할 때도 있는 것이다.
조철봉과 강하영은 소주 두병을 금방 비우고 나서 두병을 또 시켰다.
물론 강하영이 술좌석을 리드했고 조철봉은 따르는 형국이었다.
그러나 술은 마셨지만 조철봉은 긴장을 풀지 않았다.
강하영의 다음 수순을 예의주시하면서 즐기고 있는 것이다.
다시 소주 두병을 다 마셨을 때는 오후 3시반이 되어가고 있었다.
일식집 안은 조용했다. 점심시간 영업이 끝난 것이다.
“저기요.”
손목시계를 들여다본 시늉을 한 강하영이 조철봉을 보았다.
“우리 좀 쉬었다 가요. 너무 취한 것 같아서요.”
그러더니 눈으로 천장을 가리켰다. 위층은 호텔인 것이다.
“방에서 다시 마시든지, 룸서비스를 불러 시키면 되겠죠.”
“좋지요.”
조철봉이 대번에 머리를 끄덕였다.
이런 제의를 거절하는 남자가 대한민국에 있겠는가?
있다면 이상한 놈이다. 정상적인 남자라면 펄쩍 뛰듯이 반겨야 한다.
“그럼 잠깐만요. 제가 화장실에 좀.”
“아, 예.”
얼굴이 벌개진 조철봉이 등을 의자에 붙였을 때 강하영이 방을 나갔다.
이렇게 일이 성사되는 것이다.
심호흡을 한 조철봉은 눈을 감았다.
그러자 당장 강하영의 알몸이 눈 앞에 떠올랐다.
그동안 틈틈이 온 몸을 보아온 터라 티 한점 묻지 않은 강하영의 알몸이 선명했다.
아직 드러나지 않은 젖가슴, 젖꼭지, 배꼽에다 아랫배 그리고 숲과 샘까지
선명하게 눈 앞에 떠 있는 것이다.
경험의 산물이다.
아마 실물하고 별 차이가 나지 않을 것이다.
“으으음.”
조철봉의 입에서 옅은 신음이 새나왔다.
강하영은 섹시했다.
몸은 나긋나긋했으며 피부는 매끈했다.
땀에 젖었을 때는 기분 좋게 끈적일 것이다.
그리고 샘은 차지고 뜨거우면서 탄력이 강할 것이다.
그때 방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으므로 조철봉은 눈을 떴다.
강하영이 들어서고 있었다.
웃음 띤 얼굴이다.
“아, 이제는 내가.”
강하영이 입을 열기도 전에 조철봉이 자리에서 일어서며 말했다.
“화장실이 급해서. 금방 다녀올 테니까 도망가면 안돼요.”
방을 나가던 조철봉은 강하영의 낮은 웃음소리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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